사랑이 사랑에게,
제주도 '바다 빛 고운' 펜션, 그 다섯 번째 이야기
여자는 웃고 있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지난해 여름휴가는 신혼여행으로 대신했으므로,
이번 여름휴가가 여자에겐 결혼하고 처음 맞는 휴가이자, 여행이다.
그런데 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가족여행이 결정됐다.
아니, 여자의 남편이 의사를 물어보긴 했다.
"엄마가 누나 네랑 같이 제주도 가기로 했다고..같이 가자는데..
그럴래? 싫으면 따로 가고.."
여자는 가족여행은 다음에 같이 가고,
이번엔 우리 둘이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얘기도 꺼내기 전에, 그녀 스스로 결정을 해 버리고 말았다.
그 때 시누이에게 전화가 왔던 것이다.
"올케~ 고기랑 그런 건 우리가 준비할 테니까..올케는 그냥 와...
엄마가 올케 힘들다고 나한테 다 준비하라네.."
"아니에요..형님..제가 준비할게요..뭐뭐 준비하면 돼요?"
그래서 결국 여자는 시댁 식구들과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행복하지 않았지만 행복한 얼굴을 해야 했고,
즐겁지 않았지만 즐거운 얼굴을 해야 했다.
아마 이 번엔 둘만의 여행을 떠나고,
다음에 이렇게 가족여행을 떠났다면,
여자는 진심으로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며느리 사랑이 지극하신 시아버지, 배려심 많은 시어머니, 시원시원한 시누이...
객관적으로 볼 때, 여자가 불만을 가질 요소는 그 무엇도 없다.
그런데도 그녀의 마음엔 알 수 없는 억울함 같은 게 자리했다.
펜션은 아름다웠다.
그녀와 남편이 사용할 방엔 '라벤다'라는 나무 팻말이 달려있다.
남편이 주인아주머니께 그릴을 부탁하러 나간 사이,
여자의 눈에선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엄마가 보고 싶었고,
결혼식 날 꼭 안아주시던 아빠의 가슴이 떠올랐다.
그 때, 밖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희야~ 뭐해? 야채 씻어온 거 갖고 나와~ "
여자는 신이 난 남편이 섭섭했다.
지금..여자는 웃고 있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서러워하지 말라고,
아직은 낯설지만 조금씩 익숙해질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