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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식지 21호(5월호)[2006년 5월 18일] [다운로드 newsletter2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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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차관 형식으로 지원한 쌀은 50만 톤이다. 청진에는 올 1월 1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총 1만여 톤이 들어갔다. 그런데 운반수단이 마땅치 않다보니 소달구지로 쌀을 운반하기도 한다. 실제 청진 시내의 식량공급소들에서는 각 단위들에게 단위별로 지정해 준 농장에 가서 식량을 받아오라고 했으나, 차량 섭외가 어렵고 운반기자재가 너무 비싸 가져올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다. 그 비용이면 차라리 시장에서 쌀을 구입하는 게 낫다고 할 정도이다. 1급 기업소나 되어야 2.5톤 내지 5톤짜리 차량 한 대 정도 소유할 수 있을 뿐 일반 기관기업소는 차량 보유를 꿈꾸기 어렵다. 게다가 연료가 없다보니 연료구입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 때문에 청진의 인근 지역에서는 소달구지를 끌고 나와 쌀을 운반하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아래 사진 참조. 쌀 포대자루에 ‘대한민국’이라는 표시를 선명하게 볼 수 있음).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량의 식량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필요한 지역에 이르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고 있다.
<사진 : 한국 지원쌀은 소 달구지로 운반중인 모습. 좋은벗들> | |
회령시에 위치한 유선 탄광기업소에는 총 3,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있으나 현재 정상 출근자는 절반을 약간 웃도는 약 1,7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른바 8?3 노동자로 직장에 매월 얼마간 돈을 바치고 장사하러 다니는 사람이 약 260여 명, 직장에 다니지는 않고 이름만 올려놓은 뒤 장사를 다니는 노동자가 약 450여 명, 현재까지 행처가 파악되지 않은 행방불명자가 무려 600여 명이나 되는 등 나머지 약 45%는 직장에 다니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행방불명자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최근 국경 부근 지역의 단속 지시가 떨어진 이후부터는 이들 행방불명자에 대한 수소문과 확인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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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일본에서 들여오던 중고 자전거 수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자전거 가격이 배 이상 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약 5~15만 원 정도 거래되던 중고 자전거가 올해는 20~3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고 자전거 수입 통제는 중국과 합영한 평양자전거합영공장이 지난해 10월 7일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면서 주민들에게 모란봉 (평양자전거합영공장의 자전거 상표) 자전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악한 유통체계로 인해 평양산 자전거가 전국 각지로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 청진시 일본산 중고 자전거 판매 모습(왼쪽), 자전거 끌고 가는 사람들(오른쪽), 좋은벗들>
일례로 청진항에서 회령, 새별, 온성 등지로 일본산 중고 자전거를 들여오려면 서비차 운임비만 5천 원 이상 소요되는데, 이보다 거리가 먼 평양에서 생산된 평양산 자전거를 판매하려면 물류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소비자 판매비용이 엄청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 당국이 일본산 중고 자전거 판매를 통제한다고 해도 수입이 완전 차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산 중고 자전거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평양자전거합영공장은 원래 평양자전거조립공장으로 인민무력부에서 관리해오던 공장이었다. 초기에 경보병들의 이동을 쉽게 하려는 목적에서 군용 자전거 생산을 목표로 설립했었다. 그러나 전시가 아닌 평시에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를 보관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문제일 뿐 아니라, 한 번 이동한 후에 버리도록 되어 있는 규정 때문에 생산비용에 비해 수입이 거의 없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반인들에게도 판매하려고 외화상점에 내놓기도 했으나 수입 자전거와의 경쟁에서 밀려 판매가 매우 부진했다. 외화상점에 드나들 정도로 부유한 계층에서는 일본이나 대만에서 들어온 질이 더 좋은 자전거를 사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인민무력부는 평양자전거조립공장 관리를 정무원으로 넘겼고, 중국의 투자를 받아 작년 10월 초부터 새 자전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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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의 공식 매체 보도에 대한 불신이 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도 아래 많은 발전소, 공장, 기업소가 개편 확장되고 식료가공공장, 오리, 물고기, 닭, 타조 목장들이 조업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보도에 일부 주민들은 “보도만 들으면 살 것 같은데 왜 눈에는 보이지 않는가”라며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뿐만 아니라 중간 간부들 사이에서도 자전거 가격을 비롯해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월급으로는 도저히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게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보도에는 평양에 자전거공장이 생겨 수천 대의 자전거가 생산된다는데 눈을 씻고 봐도 평양 자전거를 볼 수가 없다는 불평과 함께, “닭알(달걀)과 고기도 많이 생산된다는데 그걸 먹어본 사람이 있는가. 발전소도 보도를 들으면 이젠 몇 백 개가 되었겠는데 전깃불이 제대로 들어오나 공장이 돌아가기나 하나”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 결과 당국의 공식 매체에서 나오는 선전과 소식을 실제로 믿는 주민들은 이제 거의 없는 상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백성들이 믿고 열성을 낼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요즘 북한 주민들의 솔직한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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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회령시 한 기업소의 경비실에 화재가 났다. 건물에 큰 피해는 없었으나 당직을 보던 경비원이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꺼내지 못한 게 문제가 되었다. 초상화가 탔다는 이유로 이 경비원은 구속되었다. 비록 수개월 후 풀려나긴 했으나 후유증으로 그 해 8월 50대 중반의 나이로 사망했다.
일반 범죄와 달리 초상화 관련 범죄는 매우 엄중하게 다룬다. 그래서 화재가 났다하면 초상화를 제일 먼저 꺼내오는 것이 급선무이다. 다른 범죄들은 담당 보안원이나 보위부원들에게 얼마간 뇌물을 주면 비교적 가볍게 처리할 수 있으나, 초상화 문제는 일단 제기되면 바로 윗선에 직보된다. 뇌물로 무마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초상화 화재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는 가볍게 처벌되기 어렵다. 북한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한 가지 사례를 통해 북한 당국이 유일사상체계 유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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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정치 시대를 표방한 이래 군인과 일반 주민들의 불화와 불신은 점점 깊어져가고 있다. 지난해 가을 황해남도 해주시에서 고의적인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해주시 한 기업의 화물차가 교외에서 짐을 싣고 오는 도중에 군인들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일곱 명의 군인들은 차를 강제로 세우고 태워달라고 요구했다. 차 안에는 이미 기업소 직원들과 장사를 다니는 여성들로 더 태울 공간이 없었다. 운전기사는 더 이상 탈 자리가 없으니 다른 차를 기다려보라고 하고 떠나려했지만 곧 제지를 당했다.
선군정치 시대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군인들이 심한 욕설과 폭행을 행사했던 것이다. 난데없이 뭇매질을 당한 운전기사는 울분에 가득 찬 상태에서 일단 차 안에 타고 있던 동료들과 장사꾼들에게 내리라고 하고 군인들을 태웠다. 10리가량 떨어진 곳에 작은 강이 흐르고 있는데 다리인 공로교 근처에 이르자 그 운전기사는 급격히 속도를 높여 일부러 다리 난간을 이탈해 강물로 추락해 버리고 말았다. 이 사고로 운전기사는 사망하고 군인 네 명이 중상을 입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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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자를 바로잡습니다. 지난 20호에서 <논평>에서 황해남도 영령군을 ‘황해남도 룡연군’으로, “폭행행위 엄벌에도 불구...” 기사에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바로잡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