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 번씩 가족들과 외식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런데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돌아 오면 헛헛한 것이 따로이 밥 한 그릇을 비워야 비로소 한 끼를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고향 맛인 짭찔받고 맵짠 맛에 대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무우의 시원함과 고춧가루의 맵고 달큰한 맛이 배어나는, 타 지방의 감주와는 전혀 다른 채 썬 무우와 고춧가루, 생강즙, 엿찔금으로 발효시킨 안동 식혜.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민 면발에 소고기, 호박, 지단, 김, 깨소금, 실고추를 얹어 맛을 낸 손칼국시 건진국시
풍기의 인삼과 물야의 약수로 푹 고아낸 삼계탕.
소백산 자락의 맑은 물과 공기, 천혜의 깨끗한 풀을 뜯어 먹고 자란 영주 한우, 안동 간고등어, 봉화 송이, 봉성 숯불 돼지고기.....
하나같이 고향의 그리운 맛이다.
텃밭에서 바로 뜯어 쌈싸 먹던 풋고추의 맛과 소백산 산나물을 넣어 비벼 먹던 맛도...
그나마 고향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체국 앞에 있는 친구집, 전통 메밀묵 집을 찾는다.
우리 어릴적에는 작고 허름한 기와집이었고 들어가면 포장마차 기분도 났었다.
아이들은 할매가 묵을 조리느라고 군불을 지필 때 옆에서 불장난도 하였었고, 묵이 서서히 식으며 굳어가는 것을 신기하게 지켜보기도 하였었다.
요즘은 황톳칠도 되어져 있고 주차장도 널찍히 닦여져 있고 뒤로 집도 넓혀 제법 운치를 풍긴다. 일년에 두어 번 갈 때마다 아이들이 귀찮케 하던 그 묵집 할머니가 어릴적 뛰어놀던 친구의 어머님이다. 깊어진 주름이 세월의 간극을 느끼게 하는 만큼 정감도 한께 다가온다.
작년 겨울에는 소수서원에 갔다가 어릴 때 멱 감고 놀던 추억에 젖어 얼음을 지치고자 개울에 울타리를 넘어 뒷 개울에 가서 얼음을 타고 놀다가 그만 빠져버렸다.
즐거워 웃는 사람들보다도 발이 꽁꽁 얼어오기 시작한다.
마침 때도 되었기에 친구 묵집으로 향한다.
양말이라도 하나 얻어 신을까 했는데 어쩌면 갈 때마다 친구 놈은 얼굴 한 번 보질 못했다.
메뉴는 오직 묵밥 하나뿐이다.
순메밀로 집에서 직접 맷돌에 갈아 만들었기에 잡맛이 없다.
채썬 메밀묵에 김치와 채나물을 얹고 김과 깨소금을 뿌린 다음 멸치 국물을 부어 만든다.
할매가 직접 담근 간장과 짜낸 참기름이기에 김치와 푸성귀 두어 가지 뿐인 반찬이지만 맛이 그만이다.
갱상도식 짠지를 숭숭 얹고 조밥 한 그릇을 말아 비벼 먹는 묵조밥의 맛이 그립다. 맵짠 고향의 맛이다.
그 맵짠 고향의 맛을 오랫만에 맛보았다.
도고에서의 하룻밤.
윷놀이가 그렇게 재미있는줄 몰랐었다.
싼타페, 마중물이 올려준 사진을 보며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한 번 웃어본다.
학창시절에 모닥불 피워놓고 부르던 캠프쏭들.
어느듯 오십을 맞이하며 치사하게만 느껴졌던 386게임 속에 웃음이 있었고
삶은 문어. 묵, 기지떡에 홍어무침. 아이들 손목만한 인삼까지
아마 친구들의 정이 양념으로 듬뿍 들어있었기에 더욱 맛났었나 보다.
짭찔맞고 맵짠 고향의 맛에 벌써 내년이 기다려진다.
첫댓글 모임 후 뒷이야기가 없다면 무슨 재미 ^0^
명장면의 사진을 보며 또 손오공의 맛깔스런 글솜씨를 보면서 다시 한 번 행복에 젖어 본다.^*~^
'맵짠'이란 단어 첨 들어보는데 나도 재활용 해야지.
그려 역시 손오공의 맵짠 글맛에 입맛이 땡기는구만~~
조목조목 혀끝에 와 닿는구만... 식욕을 자극시키는 바람에 고향생각 카면서 수욜이니까 수시로 한잔해야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