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92) - 성황리에 열린 3•1절 기념 걷기대회
내일모레는 104주년 3•1절 기념일, 나라 잃은 치욕과 설움을 박차고 분연히 궐기한 온 겨레의 함성이 전국방방곡곡에 울려 퍼진 그날의 결의와 열정은 자손만대 이어갈 우리 모두의 자긍이요 감격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기려 (사)한국체육진흥회는 금년으로 열여섯 번째 3•1절기념 120km 무박만세걷기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걷기날짜는 3•1절 직전의 주말, 금년은 2월 25(토)~26일(일)이다.
120km걷기의 취지는 독립만세운동의 상징적 거점인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3•1만세운동의 발화점인 탑골공원까지의 거리 120km를 쉬지 않고 밤을 새며 걷겠다는 다짐에서 비롯하였다. 초창기에 국도변 따라 걷던 행사를 참가자의 안전과 다수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수년전부터 탑골공원 출발, 한강변 따라 팔당대교를 거쳐 가양대교 지나 탑골공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변경하고 참가자의 편의를 고려 10km, 30km, 60km, 120km를 선택하여 걸을 수 있도록 다양화하였다.
지난 토요일(25일) 오전 11시에 탑골공원에서 가진 개회행사에는 300명 넘는 동호인들이 참석하였다. 코로나 영향으로 2년여 한데 모여 출발행사를 갖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듯, 주최 측이나 참가자 모두 가벼운 흥분과 활력이 공원 전체에 감돈다. 90세의 최고령참가자를 비롯하여 일본에서 날아온 동호인, 시속 6km 이상 속보로 걷는 마니아, 가족과 연인끼리 참가한 이들 등 모두 밝은 표정이 보기 좋아라.
출발행사에 참가한 동호인들의 모습
힘차게, 즐겁게, 행복하게 걷기를 다짐한 일행들은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11시 30분에 탑골공원을 출발하여 청계천에 접어들어 본격적인 걷기에 나섰다. 일행들에 섞여 열심히 걷는 중 천변의 방벽에서 만난 이육사 시인의 명시, 광야가 반갑다. 청계천을 여러 번 걸으면서도 마주치지 않았던 시인의 사자후가 시의적절 하여라. 모두들 목표지점까지 건행하시라.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청계천의 시작점인 청계광장을 돌아걷는 모습
* 이날 걷기행사에 앞서 오전 9시부터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금년 4월 1일부터 5월 23일까지 서울~도쿄를 잇는 ‘제9차 21세기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 우정걷기’에 참가하는 이들의 회합이 있었다. ‘21세기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 우정걷기’는 2007년에 시작하여 매2년마다 서울~도쿄 1,150여km를 50일 넘게 걷는 빅 이벤트, 2011년의 4차 걷기는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일본구간을 뺀 서울~부산걷기로 축소하였고 2021년의 제8차는 코로나 영향으로 일본 측 참가자 없이 한국참가자들만의 서울~부산걷기로 대체하는 곡절을 겪었다. 4년만의 제9차 걷기는 여러 여건과 환경의 변화로 각별한 행사, 양측의 주최 측 모두 원활한 행사준비와 진행에 고심이 크다. 이번 모임은 대장정에 앞서 갖는 3차의 트레이닝 중 마지막, 한데 모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결의와 임무를 확인하고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다. 이번 행사의 케치프레이즈는 ‘세계에 평화를, 한•일에 우정을’,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들이 숙의 끝에 내건 구호다. 한편으로는 자주와 독립을 결연히 다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평화와 우정을 추구하는 미묘한 한•일 관계, 한일 걷기동호인들은 세계평화와 양국의 우의를 증진하는 대열의 선봉에 나선 첨병임을 자부하며 열심히 걸으리라.
4년 전 제7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에 참가한 후 적은 내 기행록의 제목은 ‘바다 건너 친구야, 사이좋게 걷자’, 동호인들은 물론 한•일의 모든 영역에서 조선통신사가 추구했던 성신교린의 정신을 살려 서로를 존중하고 우의를 증진하였으면.
내가 쓴 제7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기행록의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