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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11
씬1. 전회 연결 (야외 적당한 곳/N)
선, 벙쪄서 인하를 보고 있고, 인하 붉어진 눈으로 선을 보고 있다.
인하 : 나 한테 와요... 동정이나 연민, 아니예요. 진심이예요.
선 : 인하씨. 나 인하씨 한테 갈 수 없어요. 내가 어떻게요, 무슨 염치루요.
인하 : 선이씨.
선 : 어짜피 내 사랑은 시한부예요. 그 사람 한테두 그렇게 말했어요. 보이는 동안만 사랑하겠다구...
그러니까 나 때문에 희생 하지 말아요.
인하 : 왜 희생이란 단얼 써요!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인데, 내 맘이 가볍지가 않은데!
선 : (안타까운, 진심으로) 그래서 더 안된다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인하 : 선이씨!
선 : 빠져 나갈 수 있을 때 빠져나가요! 더 깊이 들어오면 그땐 상처 밖에 남는게 없어요! 도대체 왜 내 맘을 몰라줘요!
인하 : (O.L) 왜 그런다구 생각해요!
선 : ! (보고)
인하 : 내가 왜 그런다구 생각해요.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사랑이라구 생각해줄 순 없어요?
선 : ... ! (멍하고)
인하 : 내 진심이... 그렇게두 안보여요?
선 : ... (안타깝고)
인하 : ... (안타까운, 고개 돌려 외면해버린다)
씬2. 선이네 집 앞 (N)
가로등 불빛이 있는 거리.
표정 없는 얼굴로 걸어오고 있는 선. 지치고 힘들다.
문득 생각 정리하고 심호흡하며 고개 드는데, 계단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태빈.
선 : ! (보고)
태빈 : (시선 느끼고, 일어나는)
선 : ... (다가와서) 왜 여기서 기다려요. 나중에 집으로 전화하지.
태빈 : (그대로 품에 안고) 지호 한테 얘기 들었어. 찾았었다며.
선 : ... (안긴 채로) 별일...아니예요. 그냥 뭐하구 있나 궁금해서,
태빈 : (O.L) 미안하다. 다신 이런 일루 신경 쓰이게 하지 않을께.
선 : ... (떼내고 보며) 왜 그래요. 별일 아니었다는데.
태빈 : 핸드폰은 왜 안돼?
선 : 안 돼요? (얼른 주머니에서 꺼내보는) 아... 밧데리가 다 됐네. 여기저기 전화를 많이 했더니. (웃는데)
태빈 : 다신 꺼놓지 마. 미치는 줄 알았어.
선 : ! (이 남자... 진심인가? 눈빛 흔들리고)
태빈 : 오늘 일, 변명하구 싶지않아. 믿어달라는 말, 구차하게 느껴져서 싫다.
다만 니가, 나 아닌 내 주변의 사람들 때문에 지치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 흔들리지 않을 자신 있지?
선 : ... (보다가, 가만히... 끄덕이면)
태빈 : (그새 밝아지며) 됐어, 그럼. 그 말 하려구 기다렸어. 들어가. 피곤해 보인다. (가벼워져서 가려는데)
선 : (잡으며) 자,잠깐만요.
태빈 : ? (보면)
선 : ... (망설이다가 이내 웃으며) 아니예요. 조심해서 가세요.
태빈 : (웃으며 가고)
선 : ... (보며 서있는, 어찌해야 될지 혼란스럽다)
씬3. 인하의 집 외경 (N)
지호 : (E)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씬4. 인하의 방 (N)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들어오는 인하, 그 뒤를 쫓아들어오는 지호.
지호 : 콘돈 왜 안 왔어? 일부러 피한거야?
인하 : (겉옷 벗으며) ...피곤하니까 나가주라.
지호 : (예리하게 살피며) 왜 그래 또. 무슨 일 있었어? 혹시... 개 만났니...?
인하 : (터지며) 너 왜 이렇게 말이 많어! 피곤하니까 나가 달랬지! 뭐가 또 알고 싶은거야 도대체!
지호 : !!! (놀라서 보고)
인하 : (책상에 털썩 앉으며) 나가.
지호 : 이러는 나두 지겹지만 오빤 정말 질린다. 이러는거 지겹지두 않니?
인하 : 나가! (소리치고)
지호 : (눈빛 살아서 보다가, 문 쾅 닫고 나가버리는)
인하 : (한손으로 얼굴 쓸어내리는)
씬5. 포장마차 (N)
혼자 자작하며 소주 마시고 있는 지호.
연거푸 세잔을 마시고 잔 탁 내려놓고, 뭔가를 열심히 생각해보는 지호.
예전의 그 살아있는 눈빛으로 돌아와 있다. F.O
씬6. 지호의 동물병원 (D)
출근해서 들어오는 달옥, 진료실 쪽 보다가 멈칫 선다.
지호, 대걸레로 바닥 닦고 있다. 뭔가 열심히 생각하며 같은 곳만 계속 닦아대고 있다.
달옥 : 인턴언니 일찍 나왔네?
지호 : (반응없고, 열심히 생각하며 걸레질만)
달옥 : ... ? (해서 보다가 미용 앞치마 두르며 나가려는데)
지호 : (대걸레를 바닥에 냅다 집어 던진다)
달옥 : ! (놀라서 보면)
지호 : (잠시 그대로 서있다가, 결심한 듯 전화기 쪽을 돌아보는 데서)
씬7. 민여사 사무실 (D)
서류 보고 받고 있는 민여사, 서류 넘겨보다가, 울리는 전화 받는.
민여사 : 네. 민효선입니다.
지호 : (F) 저예요. 아줌마.
민여사 : 어 그래....지호야.
씬8. 지호의 동물 병원 (D)
전화하고 있는 지호.
지호 : 오늘 시간 좀 내주세요. (사이) 태빈 오빠 일이예요. 아주, 중요한 일이예요. (눈빛 움직이는데서)
씬9. 칠리칠리 입구 (D)
안에서 나오는 선, 오전 근무 마치고 퇴근하는 길인데, 확 잡아 낚아채는 손.
선, 벽에 붙여져서 놀라서 보면.
태빈 : (씩 웃으며) 퇴근하는 길이지?
선 : 놀랬잖아요.
태빈 : (짐짓 주변 살피며) 스릴 넘치구 재밌는데 뭘.
선 : (웃으며) 이거 업무 태만인거 알죠?
태빈 : 이거 왜 이래. 오늘 새벽부터 나와서 재료 나르구, 낮에는 홀써비스 하구, 무지 열심히 일했어 나.
하는데, 문 벌컥 열고 나와서 이쁜 여자손님 입구까지 나와 배웅하며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헤벌레해서 인사하는 찬.
이크! 해서 얼른 벽에 바싹 붙어서 숨는 두 사람.
태빈, 킥킥 웃음 나오려는 것 참느라 재밌고.
그런 태빈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 생기는 선.
찬 들어가면, 선이의 손을 잡고 몰래 빠져나가는 태빈.
씬10. 거리 (D)
괜히 주위 살피며, 떨어져서 딴짓 하며 걸어오다가 안전권에 돌입하면
가만히 다가와 선이의 손을 잡는 태빈.
선 : (보며 웃고)
태빈 : (웃는)
선 : 근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태빈 : (웃으며) 너한테 꼭 보여주구 싶은게 있어.
선 : ? (보는 데서)
씬11. 일산 전원 주택 앞 (D)
예쁜 전원 주택집 앞에 와서 멈추는 태빈의 차.
밝은 표정으로 내려서는 선이의 차문 열어주는 태빈.
선 : ?? (벙찐 표정으로 내리는)
태빈 : 내 책상 위에 있던 도면 봤지? 그게 바루 이 집이야.
선 : ! (보고)
태빈 : (자랑하면서 조금 어색한) 그 도면, 건축대전에서 상 받은 거거든. 친한 친구놈 결혼 선물루 줬었는데,
그걸루 집 지어서 여기다 신혼 살림을 차렸어.
선 : (와아... 하는 표정으로 새삼 다시 집을 보고)
태빈 : 니 눈 앞에 있는 남자, 제법 능력있는 남자야. 새삼 멋있어 보이지?
선 : (챠! 웃는데)
짐 정리하고 있던 중인지 목장갑 끼고, 빈박스 들고 안에서 나오던 정환(9부에서 지호가 만났던 의사친구)과 아내,
태빈을 발견하고 반색하며,
정환 : 어? 태빈아!
태빈 : (놀라는) 어? 집에 있었어? (부인에게 인사하고, 정환에게) 벌써 짐 정리 하는 거야?
정환 : 병원 쉴 때 천천히 옮기는거지 뭐. (선에게) 안녕하세요?
선 : (밝게) 안녕하세요?
정환 : 일단 들어가자. (선에게) 들어가서 차 한잔 해요. (먼저 앞서며 안내하고)
태빈 : (선에게 슬쩍) 안은 더 환상이야.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어깨로 선의 어깨 툭 치고 들어가며) 누가 설계했는지 대단하지 않아?
선 : (웃으며 따라 들어간다)
씬12. 까페 (D)
민여사와 지호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민여사 : ! (차 마시려다가 보며) 방금 뭐라구 했니 지호야?
지호 : (흔들림 없이 확고하게) 태빈이 오빠랑 저, 약혼 시켜주세요.
민여사 : (찻잔 내리고, 환해지며) 태빈이랑 그렇게 하기루 했니?
지호 : 아니요. 아직은 저 혼자 생각이예요.
민여사 : (한숨) 지호야... 니 맘 모르는건 아닌데... 그런 문젠 그렇게 감정적으루 밀어붙이는 게 아니야. 서루 시간을 두구 천천히,
지호 : (O.L) 그럼 늦어요.
민여사 : 지호야.
지호 : 오빠, 지금 아주 위험한 사랑을 하구 있어요. 막아야 돼요. 아줌마가 도와주세요.
민여사 : 무슨...소리니 그게?
지호 : ... (보는)
민여사 : 무슨... 소리냐구?
지호 : (마침내 결심한, 보며) 선이씨... 아줌마랑 오빠 한테 숨기구 있는게 있어요.
씬13. 전원주택 안 (D)
태빈과 정환 마주 앉아있고, 선은 정환의 아내를 도와 주방에서 차 준비 중.
태빈 : 어때, 결혼 준비는 잘 되가냐?
정환 : 어우, 말마라 힘들어 죽겠다. 근데, (주방 쪽 턱짓하며) 누구냐?
태빈 : (어색하게 웃고)
정환 : 어라 이 자식 봐라? 웬 어울리지두 않는 수줍음? (하는데 주방에서 차 내오는 두 여자)
태빈 : (얼른 일어나서 받으며) 어, 이리 줘.
정환 : (기막히다) 점점. (아내가 눈치 주면) 차식이 안 어울리는 짓을 하잖아.
태빈 : (쟁반 내려놓으며 변명하듯) 이 친구(선)가 좀 덤벙대거든.
선 : (민망해서 웃고, 티백 담긴 찻잔들에 찻물 붓기 시작하는데)
정환 : 근데, 인하네 집에 무슨 일 있니?
선 : (순간 손동작 멈칫 하고)
태빈 : 아니... (했다가) 왜?
정환 : 남매가 번갈아 가면서 날 찾아와서는 RP에 대해 묻구 가드라구.
선 : ! (굳고)
태빈 : (잘 못 들었다) 뭘 물었다구? (하는 순간, 와장창 바닥에 떨어지는 찻주전자)
일동 : !! (보면)
선 : (뜨겁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죄,죄송합니다. (얼른 티슈 뽑아 바닥 닦고)
태빈 : 괜찮아? 안 뎄어? (얼른 같이 닦아주다가 친구 시선 의식해서) 좀 덜렁댄다 그랬지? (웃고)
선 : ... (하얗게 굳은 채로 바닥 닦고)
씬14. 까페 (D)
민여사 : (하얗게 질려서 지호를 바라보고 있는) 그,그게 무슨 소리니? (마음 가다듬고) 그럼, 그러니까, 그게 뭐니,
겨,결국 앞이 안보이게 된다는 거니?
지호 : ... (담담히 보고 있고)
민여사 : (띵해지고 기막힌) 그런 애가 주방일을 한다는거야 지금? 아,아니 태빈인 그 사실을 모르는 채루 갤 사귄다는거야 그러니까?
지호 : 이런 얘기 하는 내 맘두 편치 않아요.
민여사 : 지호야. (도대체 무슨 얘긴지 자세히 얘기해봐)
지호 : 아줌마 앞에서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오빠 만큼은 행복한 가정을 갖게 되길 바랬어요.
민여사 : ... (그저 멍하니 보는)
지호 : (보며 진심으로) 내가 그걸 해주구 싶어요. 다시 오빠한테 그런 힘든 고통 주구 싶지 않아요. 아줌마가... 도와주세요.
민여사 : ... (넋 놓고 있다가 진정하듯 물 마시고)
지호 : ... (보는)
씬15. 전원주택 현관 앞 계단 (N)
한쪽에서는 정환과 아내가 짐정리 하고 남은 쓰레기 태우며 웃고 있고,
계단에 찻잔 들고 앉아, 그런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있는 선과 태빈.
태빈 : 내 꿈이 뭐냐구 물어봤었지?
선 : (보면)
태빈 : 이런 거야. 내가 직접 집을 짓구, 그 안을 사랑으루 채우는 거. 사랑하는 부모가 있고 건강한 아이들 웃음이 있고,
모자라면 모자라는대루, 부족하면 부족한 대루, 서루 인정 해주구 사랑해주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는거.
선 : ... (보며 따뜻해지고) 원래 이렇게... 순수하구 소박한 사람이었어요?
태빈 : ? (보면)
선 : (피식 웃으며) 이제보니까 무늬만 바람둥이였네.
태빈 : 여자들이 좋아하는거지 난 죄 없어.
선 : (기막혀 웃고)
태빈 : ... (친구 부부 쪽 보며 순하게 웃고)
선 : ... (그런 태빈을 서글프게 보는)
씬16. 청담동 거실 (N)
늦은 시각. 민여사 평상복 차림으로 와인잔 들고 앉아있다.
효태 : (들어서다가) ? (보며) 누나 술마셔?
민여사 : ... (대답없이 마시고)
효태 : ... (살피다가, 마주 앉으며) 왜 그래? 회사일이 뭐가 잘 안돼?
민여사 : ... (혼자 소리) 피는 못 속인다더니 딱 즈이 아버지야.
효태 : 태빈이... 얘기유?
민여사 : 멍청한 녀석... 닮아두 하필 그런 걸 닮아... (애정이다) 이제 그만 편하게 좀 살지... (마시고)
효태 : ... (보는)
씬17. 선이네 집 앞 (N)
태빈의 차 와서 멈춘다.
동시에 각자의 차문 열고 내리는 태빈과 선.
태빈 : 아쉽다. 하루가 왜 이렇게 짧지?
선 : (웃는)
태빈 : 웃기는 얘기 하나 더 할까? 나 요즘 좀 이상해졌어. 아침엔 일찍 눈이 떠지구, 커피 마시면서 흥얼흥얼 노래두 불러.
잊구 있던 꿈두 생각이 나구, 하구 싶은 일두 많아졌어.
선 : ... (보고)
태빈 : (피식 웃으며) 사실 방향 잃구 흔들리는 거 싫증 나던 중이었거든. 누군가 붙잡아 주길 바랬었나봐.
고마워... 처음으루 날 순수한 놈으루 대해줘서.
선 : ... (짠한 미소로 보고)
태빈 : 간다. (돌아서는데)
선 : ... (가만히 뒤에서 안는)
태빈 : ! (움찔 굳는)
선 : 그때... 나한테 그랬었죠? 당신은 누구든 쉽게 사랑하구... 쉽게 버리는 사람이라구... 그 말... 진심이죠?
태빈 : ! (이상해서 돌아보려는데)
선 : (붙들 듯 안으며) 보지 말구 말해줘요. 쉽게 사랑한 만큼, 쉽게 버릴 수두 있죠? 그렇죠?
태빈 : ... ! (가만히 손 떼내고 돌아서서 보며 진심으로 걱정스럽게) 왜 그래?
선 : ... (그 눈빛에 약해지고)
태빈 : 내가 뭐...언짢게 한 일 있어?
선 : (짐짓 밝게 웃으며) 아니예요...그냥...한번 떠본거예요.
태빈 : (순간 안심하며, 꽁 쥐어 박고) 간다! (차에 올라타고, 출발 하는)
선 : ... (멀어질 때 까지 보고 서있는 위로)
선 : (E) 난 짧게 사랑할 생각이었어요...쉽게 끝낼 수 있을꺼라구 생각했어. 근데 이제 어떡 하지? 자꾸 욕심이 커지는걸... 어떡하지?
바라보고 있는 선의 모습에서...F.O
씬18. 칠리칠리 외경 (D)
씬19. 칠리칠리 홀 (D)
태빈과 식구들 회의중이다.
태빈 : (밝고, 의욕적이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저희 가게두 시즌 분위기를 살려 데코레이션을 바꿔보는건 어떨까요?
한여사 : 그건 해마다 시봉이랑 써니가 맡아서 했잖어 왜.
광도 : 크리스마스 특별메뉴 준비두 있고, 주방일이 바빠서 저희 주방보조는 못 빼드립니다.
동만 : (재수없어서 보고, 콜록콜록 기침. 아프다)
효태 : 그럼, 황보 찬이랑 둘이서 하면 되겠네. 둘이 쿵하면, 짝이잖어. 잘하겠네.
찬, 시봉 : (순간 도둑이 제발 저려서) 네? (얼른 웃으며) 어유우...저희가 무슨... (손 저으며 말도 안된다는 듯이 웃는)
동만 : (찬을 째리며) 그럼 레몬은 훔쳐다 옆집 누렁이 갖다줬나아아.
찬 : (진지하게) 자꾸 저희 둘을 묶어서 스캔들을 조장하려구 하시는데요, 저희는 그저 친한 오빠 동생일 뿐입니다.
시봉 : (괜히 자기들이 오바해서) 저희를 그냥 편안한 눈으로 봐주세요. 아직까지는 일이 더 중요하구요,
저흰 그냥 편한 직장동료일 뿐이예요.
효태 : (웃음이 다 나오며) 나 참, 지들이 무슨 연예인이야? 아무두 관심없는 일에 오바를 하구 난리야.
야, 스포츠 신문 기자 댓명 불러줘라.
식구들 : (낄낄 웃는, 물론 비웃음이다)
찬 : (다들 이미 관심 껐는데도 흥분해서) 자꾸 이런식으루 저흴 몰아세우면 화납니다 진짜! 저흰 결백해요. 결백하다구요!
식구들 : (동시에 버럭 짜증+화) 아, 누가 뭐래!
찬, 시봉 : (찌그러져서) 아님....말구요....
태빈 : (웃고) 오늘 회의는 이상입니다.
사람들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며 일어나서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면,
주방쪽으로 가는 선이의 머리를 몰래 수첩으로 콩 치는 태빈.
선 : (머리 만지며 보면)
태빈 : (주변 눈치 살피며 장난스럽게) 잘해. 괜히 스캔들 만들지 말구. (웃으며 홀쪽으로 가고)
선 : ... (웃으며 주방으로)
씬20. 칠리칠리 주방 (D)
입가에 웃음 머금고 들어서는 선인데,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
광도 : 뭐야? 누가 주방에서 핸드폰 울려두 된댔어.
선 : 죄송합니다. (꾸벅 인사하고는 돌아서서 받는) 여보세요?
민여사 : (F) 나, 민효선이예요.
선 : ...! (굳고) 네... 말씀하세요.
민여사 : (F) 일 끝내구 태빈이 모르게 잠깐 나와요. 할 얘기가 있으니까.
선 : ... (무거워지고, 얼핏 홀쪽을 보면 아르바이트생들과 이야기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는 태빈의 모습) ...
씬21. 민여사 사무실 (D)
책상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는 민여사.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비서의 안내 받아 들어 오는 선.
비서 나가고 나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선.
민여사 : (건조하게) 사람들 눈두 있구 해서 여기루 불렀어요. (일어나서 쇼파로) 서있지 말구 앉아요.
선 : ... (조용히 와서 앉고)
민여사 : 아가씨랑은 처음 부터가 참 악연이군요. 다신 이런 일루 만나는 일 없었으면 했어요.
선 : ... (고개 숙여지는)
씬22. 인하의 집 앞 (D)
대문 열고 뛰어 나오는 인하,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저만치 적당한 곳에 기대 서있는 태빈.
인하 : ... (피식 웃음 생긴다. 반갑다) 김태빈.
태빈 : (본다. 인하 얼굴이 까칠하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맘 든다) 잘...지냈냐?
인하 : ... (조금 웃는다)
씬23. 술집 (D)
끓고 있는 탕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각자의 술잔에 술 따라주는 두 사람.
태빈 : 정환이 만났었다며?
인하 : ! (마시다가 멈칫 굳는다)
태빈 : (걱정스러운) 누가...아프니?
인하 : ... (잠시 갈등하듯 보다가, 마시고 내려놓으며) 어어... 먼 친척되는 분이...
태빈 : 누군데?
인하 : (피식 웃으며) 누구라 그러면 니가 알어 임마? 나한테두 낯선 친척인데...
태빈 : 그런가....? (머쓱해서 웃고 마시는데)
인하 : ... (보다가) 태빈아.
태빈 : (보면)
인하 : (그 시선 받지 못하고 술잔으로 시선 내리며) 너 말이야... 만일 누군가 어느날 갑자기 앞을 못 보게 된다면...
넌 그 사람 한테 뭘 해줄 수 있겠니?
태빈 : 무슨 소리야....?
인하 : (보며) 우리 친척 얘기야. 아까 니가 물었던 사람...
태빈 : (잔 비우고, 자작하며) 그런 상상, 하고 싶지 않아.
인하 : ... (보고)
태빈 : 우리 엄마 한사람 보낸걸루 됐어. 평생 아픈 사람을 옆에 두구 함께 아파하는거... 두 번은 하구 싶지 않아.
인하 : ... (두 사람, 힘들어지겠구나...싶어서 보고)
태빈 : 누군지... 옆에 있는 사람이 많이 힘들겠다.
인하 : ... (보다가 마시며 피해버린다)
씬24. 민여사 사무실 (D)
선, 하얗게 굳은 표정으로 민여사를 바라보고 있다.
민여사 : 물론 그런 병 갖게 된게 아가씨 잘못두 아니구,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힘들구 괴로울 꺼라는거 알아요.
하지만 나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냉정해질 수 밖에 없다는거 이해해 줘요.
선 : ... (멍하니 보기만)
민여사 : 그 녀석 자기 인생 하나 건사 못하구 건들거리며 산 녀석이예요.
누굴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평생 아가씨 눈이 되줄 순 없다는 말이예요.
선 : ... (서글퍼지는데)
민여사 : (준비해둔 돈 봉투 내미는)
선 : ! 사장님.
민여사 : 퇴직금이예요. 다른 레스토랑 알아봐요. 어려우면 사람 통해 내가 알아봐 줄 수두 있어요.
선 : ... (비참해지고)
민여사 : 태빈이 한텐 때가 되면 나중에 내가 따루 얘기 할테니까 조용히 그만둬 줘요. 내 얘기 끝났어요. 와줘서 고마워요.
(일어나서 책상 쪽으로 가려는데)
선 : (스쳐 지나가는 민여사를 잡는) 저... 거기 그만 둘 수 없어요.
민여사 : (답답하다) 아가씨.
선 : 지금은 안돼요.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민여사 : (좀 안됐어서 보다가) 태빈이랑 한 공간에 둔채로 모른척 할 수가 없어요. 아가씨를 위해서두 이게 옳아요.
선 : (O.L) 안 만날께요.
민여사 : ! (보고)
선 : 만나지 않을께요. 다가가지 않을께요. 그냥... 볼 수 있게만 해주세요.
민여사 : !
선 : (눈물 차오르며) 볼 수 있게만 해주세요...
씬25. 태빈의 대학 캠퍼스 (D)
태빈과 함께 있던 자리에 멍하니 앉아 눈물만 뚝뚝 떨어뜨리고 앉아있는 선. 비참하고, 서글프고, 모질게 아프다.
씬26. 술집 앞 (D)
태빈과 인하 나오고 있다.
태빈 : (웃으며) 오피스텔 가서 한잔 더 할래? (하는데, 핸드폰) 잠깐만... (꺼내서 받는) 여보세요? (하다가 멈칫 인하쪽을 보는)
인하 : ... ? (보면)
태빈 : 어...그래. 어디야 지금...?
인하 : ... (대충 짐작하고 시선 피해주는)
태빈 : 알았어. 지금 갈게... 그래. (끊고, 인하 보며) 미안하다...다음에 해야겠다.
인하 : (웃어주며) 나두 바뻐 임마. 간다. (돌아서는데)
태빈 : ... (잡는) 가끔...올꺼지?
인하 : (끄덕이고 웃어주며) 얼른 가봐.
태빈 : 나중에 보자. (뒤 돌아 가고)
인하 : ... (보는, 무거워진다)
씬27. 칠리칠리 주방 (D)
화면 시작되면, 오븐에서 막 구워낸 주황색 당근 케잌을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는 광도인데,
안에서 사복차림으로 엣취! 재치기 하며 나오는 힘없는 동만과,
그 뒤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따라나오는 한여사.
한여사 : 정말 괜찮겠어? 집에 가야 혼잘텐데 여기서 죽이나 좀 쒀 가라니까. 내 얼른 쒀줄게 가져가 응?
광도 : (순간 얼른 당근케잌 감추고, 재료 다듬는)
동만 : !! (나오다가 멈칫 놓치지 않고 보는) 뭐야? 뭔데 기분 나쁘게 확 감추는거야...?
광도 : (일하는 채로) 아무 것도 아닙니다.
동만 : (고개 약간 돌리고 혼잣말 처럼) 어후, 저 자식은 뭐가 저렇게 비밀이 많어 진짜...
광도 : (들었다) 관심을 끊으면 될꺼 아닙니까.
동만 : 뭐야?
한여사 : (지겹다. 동만 밀어내며) 얼른 가. 감기 걸린 사람이 뭔 기운이 이렇게 쎄. 나가 얼른! 아, 나가자니까.
씬28. 칠리칠리 홀 (D)
한여사에게 밀려나오는 동만.
한여사 : 왜 그렇게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야 도대체?
동만 : 잡아 먹긴 누가 잡아먹어요? 맛대가리두 없게 생겼구만.
한여사 : 슬이 엄마 한테 연락해서 집으로 보내줄까?
동만 : 아, 됐어요! 요즘 한참 연분홍 꽃치마 날리며 흥겨울 텐데 깨빡 칠일 있어요! (확 나가고)
찬 : (시봉에게 기대서 구경하고 있다가) 참,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구만. 안그러냐?
시봉 : (찬이 기대면서 기울어진 몸, 균형잡느라 찬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 걸치며) 누가 아니래냐? (다정한 폼이 되는데)
한여사 : (별생각 없이 보면)
시봉, 찬 : (순간 서로 쳐다보고는 !!! 지들끼리 기겁해서 떨어지는)
씬29. 까페 (저녁)
선, 표정 잃은 얼굴로 담담하게 찻잔을 내려다 보며 앉아있다.
들어오는 태빈, 선이를 발견 하고는 입가에 웃음 생기며 다가온다.
태빈 : (앉으며 웃는)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깐 저녁에 시간 안된다구 튕기더니.
선 : 할...말이 있어서 보자구 했어요.
태빈 : 뭔데.
선 : ... (보며 애틋한, 차마 입이 안 떨어지고)
태빈 : (웃으며) 왜 그렇게 봐. 가슴 뛰게.
선 : 우리... (약해진다. 호흡 눌러 참아낸다) 이쯤에서 그만둬요.
태빈 : ! (띵해서 본다) ...뭐?
선 : 이쯤에서 그만두자구요.
태빈 : ... (보다가 웃는다) 농담하는 거지?
선 : 농담, 아니예요. 헤어져요 우리.
태빈 : (얼굴 굳고)
선 : 생각해 봤는데... 나 자신이 없어졌어요... 당신이랑 난 살아온 것 부터가 너무 달라.
요 며칠 당신 만나면서 맘이 편칠 못했어요. 아무래두 나한텐 너무 부담스러운 상댄거 같아.
태빈 : (기막혀서 허, 웃는다) 그래서 헤어져?
선 : (애써 웃으며) 난 별루 대단할게 없는 애예요.
태빈 : (O.L) 나한텐 대단해! 내가 좋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선 : (O.L) 난 당신 앞에 있으면 자꾸 작아지는 느낌이 든단 말이예요.
태빈 : 너 왜 이래 도대체!
선 : 어쨋든 난 맘을 그렇게 정리했어요. 미안해요 먼저 가볼께요. (피하듯 일어나 나가고)
태빈 : (기막혀서 허, 웃다가, 얼굴 굳어서 확 일어나 따라 나가는)
씬30. 거리 (저녁)
이 앙 다물고 독하게 참아내며 걸어오고 있는 선.
태빈 뛰어와서 선을 거칠게 확 낚아챈다.
태빈 : 너 나한테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선 : (힘들다) 말했잖아요. 자신이 없어졌다구.
태빈 : 그런 말두 안되는 이유 말구,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
선 : (모질어지기로 한다) 좋아요,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당신 맘이 언제 변할지 것두 불안하구,
당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 이겨낼 자신두 없어.
태빈 : (낮고 무섭게) 유선.
선 : (O.L) 당신 어머니한테 당했던 수모두 생각할수록 분통 터지구 아닌 척 했는데 지호씨두 신경쓰여.
내가 왜 그래야 해요? 당신이 뭔데?
태빈 : 그렇다구 끝내? 누구 맘대루 끝내!
선 : (터지며) 왜 이래요 진짜 성가시게!
태빈 : ! (굳어지고)
선 : (똑바로 쳐다보며) 보이는 동안만 사랑한다구 했죠? 이제 당신이 안보여요. 시시해졌어요. 관둘래요! (손 확 뿌리치며 가고)
선, 냉정하게 돌아서는 순간 모질게 마음이 아프다. 이 악물고 참아낸다.
떨리는 분노로 싸늘하게 식어가는 태빈.
씬31. 태빈의 오피스텔 (N)
들어오는 태빈. 겉옷 벗어서 거칠게 바닥에 내 팽개친다. 분하고, 기막히다.
어느순간 핸드폰 꺼내 단축키 누른다.
태빈 : (착신되면) 나와. 다시 얘기 하자.
선 : (F) 난 더 이상 할말 없어요. (뚝 끊긴다)
태빈, 기막히다. 얼굴 확 굳어서 다시 단축키 누른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멧세지 흘러나온다.
태빈, 핸드폰 냅다 던져 버린다. 예의 그 차가운 표정이 된다.
씬32. 선이네 집 (N)
시봉, 노래 흥얼거리며 문 열고 들어서다 멈칫 선다.
선, 테이블 위에 저녁상 차려 놓고 먹고 있다.
시봉 : (환해지며) 와, 맛있겠다. 이걸 언제 다 만들었어? (손으로 반찬 집어 먹다가) ? (선을 보면)
선 : (맨 밥만 어거지로 꾸역꾸역 입에 넣으며 눈물 차오르고 있다)
시봉 : 언니...? (보는 데서)
씬33. 선주네 주방 (N)
정갈하게 차려진 저녁상 위에 예의 그 광도의 케잌이 놓여있고, 바라보며 좋아서 씨익 웃는 슬이.
광도 : (이뻐서 보며) 먹어봐.
슬이 : (엄마 보는, 선주 그러라고 끄덕이면, 포크로 한조각 떼내서 먹어보는)
광도 : 맛있어?
슬이 : (웃으며 끄떡끄떡) 너무 맛있어.
광도 : 이거 당근이다?
슬이 : (씹던 것 멈추고 찡그리는) 정말?
광도 : (짐짓 표정 우울해지며) 맛 없구나? 에이, 강아지나 줘야겠다. (치우려는데)
슬이 : (기겁해서 얼른) 아니야. 나 먹을래. 먹을래.
광도 : (다시 주고 웃으며) 어때 당근두 맛있지?
슬이 : 응. 하나두 당근 안 같어.
선주 : (좋아서 웃는 광도를 보며) 저녁식산 제가 초대했는데 이러면 제가 또 미안하죠...
광도 : 제가 좋아서 만든건데요 뭐.
선주 : 앉으세요. (광도 앉으면 따라 앉으며) 저번에 연주회두 보여주셨는데 저녁 한끼 대접 못한게 죄송해서요,
그냥 간단히 차렸어요.
광도 : 예. 잘먹겠습니다. (수저 들다가 문득 슬이를 보며) ? 슬이 뭐해?
슬이 : (포크로 케잌을 반으로 나누고 있다, 웃으며) 아빠 갖다주려구. 아빤 혼자 밥 먹을꺼 아니야.
광도, 선주 : ! (보는데서)
씬34. 동만의 방 (N)
동만, 개다리 소반에 죽그릇과 간장종지 놓고, 이불 뒤집어 쓰고 앉아 끙끙 앓으며 죽 떠 먹고 있다. 청승 그 자체.
슬이 : (한손에 케잌 봉지 들고 환하게 들어서며) 아빠!
동만 : 어어...슬이야. (환해지다가, 뒷전에 서있는 선주 보며) 여긴 어쩐 일이야?
선주 : (괜히 머리 만지작거리며) 스,슬이가 데려다 달래서... 잠깐 왔어.
동만 : (냉정하게) 가 그럼. 슬인 내가 있다가 데려다 줄테니까.
선주 : ... (좀 섭섭하고)
슬이 : (아빠 이불 속으로 같이 들어오며 낄낄 웃는) 아빠. 나두 죽 먹을래.
동만 : (같이 이불 쓰고 앉아서) 어어. 감기 옮아서 안돼. (수저 막는데)
선주 : (불쌍해서) 죽은 제대루 끓여먹는거야? (힐끗 보며) 고기라두 갈아 넣지 왜.
동만 : (퉁명) 죽 끓여먹을 기운이 어딨어. 인스턴트야.
선주 : (독기 없는 말투) 요리사가 되서 잘 한다.
동만 : (역시 독기 없는 말투) 워낙 실력이 없어서 그런다 왜.
선주 : (결국 터지며) 사람 속 상하게 하는 방법두 여러 가지야 진짜. 아프면 아프다구 전화는 왜 못해. 손가락이 뿌러졌어?
동만 : 전화 안해주면 좋지 뭘 그래. 없는 듯이 살어 이 참에....
선주 : ... (그릇 뺏으며) 청승 떨지 말구 인줘... 다시 끓여줄게.
동만 : ... (보다가 좀 친절해져서) 아직 식사 안했으면 같이 해. 만들어줄게.
슬이 : 아까 광도 아저씨랑 우리집에서 같이 먹었어.
선주 : ! (슬이 봤다가 얼른 동만을 보고)
동만 : ... (고개 숙이며 벌써 우울하다)
씬35. 선이네 집 (N)
시봉 잠들어 있고, 선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들고 있다.
결국 하아....괴로운 한숨 내쉬며 일어나 앉는 선...전화기를 본다.
씬36. 태빈의 오피스텔 안 (N)
어둠 속. 침대에 등을 기댄채 반쯤 누운 자세로 앉아있는 태빈. 문득 전화기 쪽을 보다가 시계를 본다. 새벽 두시...
한손으로 마른 얼굴 쓸어내리며 한숨쉬다가, 일어나 겉옷 들고 나가는...
씬37. 거리 (N)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걸어오고 있는 태빈.
씬38. 다른 거리 (N)
후래쉬로 밤길 밝히며 괴로운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선.
씬39. 굴다리 (N)
굴다리 위에 와서 멈추는 선. 난간을 짚고 아래 쪽을 내려다본다.
그렇게 바라보다가 외면하고 가려는데 발길 떨어지지 않는...
그대로 천천히 자리에 쪼그리고 앉는 선.
선 : (희미하게 웃으며 혼잣말) 추억 할게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서 금방 잊을 수 있을 꺼라구 생각했는데...
그새 너무 많이 만들어버렸네...
선 참았던 눈물 천천히 차오르기 시작하고...
카메라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면, 적당한 곳에 기대서서 담배 피우고 있는 태빈의 모습...
서로의 존재 모르는 채 그렇게 서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F.O
씬40. 청담동 외경 (D)
씬41. 청담동 거실 (D)
신문 읽고 있는 민여사. 표정 굳으며 신문 거칠게 확 접어버리고는 두 눈 질끈 감는다.
효태 : (잠에서 막 깨서 나오다가 그런 누나 보며) 왜 그래? 어디 다리 무너졌대?
민여사 : (눈 감은 채로)
효태 : ? (해서 신문 들어서 주섬주섬 넘겨보다가) 무공해 식품에서 다량의 농약검출... 주식 회사 성진...
(하다가) !! 이,이게 어떻게 된거야?
민여사 : 충주 공장 김성식이 내 뒷통수를 쳤어.
효태 : 김성식이면 그 식용유 한드럼 삼킨거 처럼 느끼하게 생긴 놈 아냐? 식품기술개발팀장, 맞지?
(답답한) 아, 자세히 좀 얘기해봐 좀.
민여사 : 보면 몰라? 개발 비용 빼돌려 딴데 쓰구, 대신 농약이랑 성장촉진제를 사용한거잖아.
(누르며) 나쁜 놈. 이중 장부에, 개발팀 기밀까지 다른 회사에 팔아 넘겼어.
효태 : 그럼 충주 공장은 어떻게 되는거야? 가동중지야?
민여사 : (괜히 효태에게 퍼부우며) 가동 중지라니! 회사 망해라 망해라 축수하니!
효태 : 왜 나한테 신경질이야. 중심 인물이 일 저지르구 날랐는데 걱정 안되게 생겼어!
민여사 : (골치 아프고)
효태 : 그러게 내 그 자식 어쩐지 재수없다구 했잖아. 언젠간 누나 등쳐먹을 줄 알았다니까 내가.
민여사 : (확 째려보면)
효태 : (찌그러져서) 아... 그러게 내 사람 좀 만들어두지 그랬어. 태빈이 외삼촌이나 냅두지 왜 짤라.
그래두 그 양반이 젤 믿음직 했잖어.
민여사 : ...
효태 : (살피며) 누나...?
민여사 : (혼자 생각에) 이제.... 불러들일 때가 됐나보다.
효태 : ? 누구?
민여사 : ... (곰곰히,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다)
씬42. 태빈의 오피스텔 (D)
바닥에 빈 맥주캔이 뒹굴고 있고, 눈 뜬 채로 침대에 누워있는 태빈.
울리는 전화벨. 시선 조차 주지 않고 눈빛 살아서 생각해보고 있다.
엔서링 머신 돌아간다.
선 : (E) 나예요.
태빈 : (싸늘한 표정으로 시선만 옮겨 전화기 본다)
선 : (E) 가게 왜 안나와요. 일은 해야 될꺼 아니, (하는데)
태빈, 전화기 코드 확 당겨 뽑아버린다.
이때 초인종 소리, 돌아보는 태빈에서.
씬43. 칠리칠리 일각 (D)
선... 끊겨진 핸드폰 바라보며 무거워지는...
씬44. 태빈의 오피스텔 (D)
태빈과 민여사 마주 앉아있다.
민여사 : 낮에 지호 어머니 만났다.
태빈 : ? (본다)
민여사 : 두 사람...약혼 시키는게 어떻겠냐구, (하는데)
태빈 : (허, 웃어버린다)
민여사 : (보다가) 약혼하구, 당분간 넌 충주루 내려가서 공장 일 좀 배워.
태빈 : 얼마에 팔아넘기는 겁니까.
민여사 : (본다)
태빈 : 신문 봤습니다. 어머니 수준에 맞는 약혼 시키구, 일 배우라는 명목으루 충주 보내 여자관계 정리시키구,
값싼 노동력까지 제공 받으시겠다...? (비죽) 제가 지호랑 약혼 하면 어머니 회사에 도움이 좀 됩니까?
민여사 : ... (보다가, 진심으로) 회사일, 정식으루 너한테 도움을 청하는거다.
태빈 : 아, 그럼 가겐 자연히 삼촌 손에 넘어가겠군요. 그럼 일석삼조가 되는 건가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감히 그 계산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전.
민여사 : ... (보고)
태빈 : (일어나며) 출근해야 됩니다. 인사 따루 못 드려요. (욕실로 움직이는)
민여사 : ... (무거워지는)
씬45. 인하의 방 (저녁)
지호를 방으로 끌고 들어오는 인하.
인하 : (데려다 놓고 보며) 다시 말해봐. 뭘해? 약혼을 해?
지호 : (담담하게 보며) 뭐가 잘못됐어?
인하 : 바른대루 말해. 태빈이 어머니가 갑자기 서두르는 이유가 뭐야. 뭘 어떻게 한거야 너!
지호 : 이미 알구 있는거 같은데 뭘 물어.
인하 : (질리며) 너...
지호 : 선이씨가 직접 말할 때 까지 태빈 오빠한텐 말하지 말랬지? 그래서 아줌마 한테 했어. 어쨋든 약속은 지켰으니까 됐잖아.
(나가려는데)
인하 : (확 잡아 돌려세우며) 너 제정신이야? 미쳤어 너!
지호 : (흔들림없이 노려보며) 수술 있어. 병원 다시 나가봐야 돼. (나가고)
인하 : (미치겠는)
씬46. 스퀴시장 (D)
태빈, 땀에 흠뻑 젖어 공을 치고 있다.
화풀이 하듯 거칠게, 있는 힘껏 공을 치는 태빈. 생각할수록 이 모든 일이 기막히고 화가 난다.
어느 순간 라켓 던져버리고, 거친 호흡 내뱉으며 벽에 기대 주저 앉는다.
씬47. 칠리칠리 근처 거리 (저녁)
시봉과 함께 오전 근무 마치고 퇴근 중인 선.
시봉 : ... (선 살피다가 짐짓 밝게 선의 어깨 턱 치며) 일찍 끝났는데 간만에 꼼장어나 씹으면서 인생을 논해볼까?
선 : ... (웃으며 밝게) 그럴까?
시봉 : (환하게) 가자! (웃으며 가려다가 멈칫 하는)
선 ?해서 시봉의 시선 따라가보면 말끔해진 모습으로 출근하는 태빈.
선, 쿵 내려앉는 듯한.
태빈, 시선 느끼고도 보지 않고, 마치 없는 사람처럼 차갑게 스쳐지나간다.
선 그대로 서있다가 아프게 돌아보는...
그런 선을 안됐어서 바라보는 시봉.
씬48. 지호의 동물 병원 (N)
지호, 땀에 절은 모습으로 수술실에서 수술 마치고 나온다. 지치고 힘든 기색...
달옥 : (밝게) 수술 잘 끝났어?
지호 : ... (책상으로 와서 이마 짚고 가만히...있는)
달옥 : ... 왜 그래? 뭐가 잘못 됐어?
지호 : 죽었...어요.
달옥 : 세상에...이를 어째. 주인이 난리가 나겠네.
지호 : ... (우울하게 웃으며) 저 대신 주인 한테 연락 좀 해줄래요?
씬49. 인하의 방 (N)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인하. 네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고민하는 중이다.
혼란스럽다. 무거운 한숨 쉬며 문득 시계를 본다.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 시간...
씬50. 지호의 동물병원 (N)
들어서는 인하.
텅빈 실내... 눈으로 지호를 찾는 인하. 갔나...? 싶어서 한숨 쉬며 돌아서다가 어떤 느낌에 멈칫 서는 인하.
책상 아래.. 멍하니 책상에 등 기대고, 한쪽 다리 쭉 펴고 퍼질러 앉아 있는 지호.
인하 : ... (안쓰럽게) 데리루 왔어. 집에서 걱정해 임마...
지호 : ... (보지 않은 채로 꼼짝 않고 앉아 눈물 고이는)
인하 : ... (맘 아픈)
씬51. 태빈의 오피스텔 앞 (N)
와서 멈추는 인하의 차. 잠시 그대로 운전대 잡고 앉아 갈등하고 있다.
똑똑똑 창문을 노크 하는 소리.
인하, 돌아보면, 태빈이 피식 웃으며 서있다.
씬52. 태빈의 오피스텔 안 (N)
들어오는 태빈과 인하.
태빈 : 맥주 할래?
인하 : 태빈아.
태빈 : ? (보면)
인하 : (먼저 앉으며) 앉아봐. 할 말이 있어.
태빈 : ...? (앉으며) 뭔데?
인하 : ... (보며) 지호랑 너, (하는데)
태빈 : 약혼 한댄다. (피식 웃으며) 나 약혼하구 충주루 내려간대. 가게 관두구 회사일 하게 됐대.
인하 : ...
태빈 : 우습지 않냐? 내 인생의 스케쥴을 남이 대신 짜준다는거. 한 번두 내 뜻대루 인생이 움직여주질 않는다는거.
인하 : 선이씨랑은... 어떠니 요즘.
태빈 : 한방 먹었다. 옛날에 내가 여자들 한테 수없이 했던 말을 개한테 똑같이 돌려받았어.
성가시대, 싫증나구 시시해졌대. 관두잰다.
인하 : ...
태빈 : 간만에 세상이 내 중심으루 돌아준다 했다 내가. 한 번 꼬인 인생이 어디 쉽게 풀리겠냐?
(일어서며) 나 결혼은 언제 한다든? 언제 죽는데? (주방 쪽으로 가려는데)
인하 : (앉은 채로 가만히 잡는다) 다시 한 번 물을게.
태빈 : ? (보면)
인하 : 만일 누군가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야 된다면... 넌 그 사람 한테 뭘 해줄수 있겠니?
태빈 : 무슨...소리야. 그 얘긴 왜 또 꺼내는건데.
인하 :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서서히 눈이 멀어져 간다면, 평생 그 사람 눈이 되줄 자신 있니? 아파하지 않을 자신 있어?
태빈 : ! (불안한) 무슨 소리냐구 묻잖아!
인하 : 대답해. 선이씨 한테 상처주지 않을 자신있어? 너, 아파하지 않을 자신 있어?
태빈 : ! (쿵하는, 인하의 멱살 왈칵 잡아 일으켜세우며) 무슨 말인지 똑바로 말해!
인하 : 대답 부터 해! 아파 하지 않을 자신있어!
태빈 : 무슨 소리야. 무슨 뜻이야!
인하 : 선이씨... 지금 시력을 잃어가구 있어. 언젠가는 안 보이게 돼.
태빈 : !! (띵해지고)
인하 : 그 사람 절대 너한테 말 안할꺼구, 지호나 어머니 통해서 듣는거보단 내가 말하는게 날 꺼 같아서 말 하는 거야.
태빈 : (O.L) 언제 부터 알고 있었어. 언제야! 언제 부터야!
인하 : ...(차분하게) 정환이 한테 가서 물어. 선이씨 병이 어떤건지 정확하게, 하나두 빠짐 없이 들어.
지호든, 선이씨든... 그리구 나서 결정해.
태빈 : !!! (띵해지는, 어느순간 퍼뜩 정신 들며 뛰쳐나가는)
인하 : (무거운 한숨, 따라서 뛰어 나가는)
씬53. 태빈의 오피스텔 앞 (N)
문 열고 뛰쳐나오는 태빈.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달려나가고.
‘태빈아!’ 뒤이어 뛰어나오는 인하. 쫓아간다.
씬54. 태빈의 오피스텔 건물 앞 (N)
뛰어나와 차로 가는 태빈, 멍한 표정으로 차문 여는데 물론 안열린다. 키를 안가지고 나왔다.
그대로 뛰어가는 태빈이고,
쫓아나오다가 멈춰서서 두 눈 질끈 감아버리는 인하.
씬55. 거리 (N)
멍한 표정으로 뛰고 있는 태빈. 그 모습 위로 F.C되는,
선 :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죠? 나는 매일매일 눈앞이 깜깜해요. 사는게 깜깜한 어둠 속 같아... (10부에서)
선 : 그럼 나... 보이는 동안만....보이는 동안만 사랑할께요. (8부에서)
선 : (붙들 듯 안으며) 쉽게 사랑한 만큼, 쉽게 버릴 수두 있죠? 그렇죠? (11부에서)
선 : 보이는 동안만 사랑한다구 했죠? 이제 당신이 안보여요. 시시해졌어요. (11부에서)
현재. 달리고 있는 태빈. 눈가가 붉어지고 있다.
씬56. 태빈의 오피스텔 안 (N)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서는 인하. 그대로 할 일을 잊은 듯 가만히... 서있다.
문득 수화기를 들고 번호 찍는 인하.
인하 : 안과에 안정환 선생님 좀, (하다가) 어...정환이니? 좀 있다 태빈이가 그 쪽으루 갈거야...
저번에 내가 물었던거...태빈이 한테 자세히 설명 좀 해줘... (사이) 그래...중요한 일이야.
씬57. 포장마차 (N)
시봉과 함께 술 마시고 있는 선. 자기 잔 들어 쭈욱 마신다. 쓰다.
시봉 : (안쓰러운) 천천히 마셔...취하겠다...
선 : (혼자 웃으며) 이상하다? 왜 안 취하지? 취했으면 좋겠는데...
시봉 : 벌써 취했구만 뭘.
선 : (고개 숙여지며) 아니야 이상해...하나두 안 취해. 머리는 더 맑아지구, 심장은... (했다가 멈추고 피식 웃으며) 고장났나...?
아까 보다 더 아퍼...
시봉 : ... (안쓰럽고)
선 : 어떡하지?
시봉 : 뭐가.
선 : (울컥해서) 보고 싶어...
시봉 : 언니이...
선 : 벌써 보고 싶어지는데...나중엔 어떡하지? 벌써 그리운데 (울먹해서) 나중엔 어떡해...
시봉 : ... (보다가 속상해서 마시는)
씬58. 정환의 병원 야외 (N)
정환의 멱살을 잡아 그대로 벽에 갖다 붙이는 태빈.
태빈 : (눈빛 무섭게 살아 움직이며) 다시 말해봐. 뭐? 뭐가 없어? 치료방법이 없어?
정환 : 태빈아.
태빈 : 너 이 흰 가운이 부끄럽지두 않냐? 의사랍시구 개폼 잡구 다니면서 하는 일이 뭐야! 니 들이 하는 일이 뭐야 도대체!
정환 : 김태빈!
태빈 : (O.L) 생각해 내. 당장 생각해 내! (눈가 붉어지는 데서)
씬59. 선이네 집 앞 길 (N)
걸어오는 선과 시봉인데, 멈칫 그 자리에 서는 시봉.
선 ? 해서 시봉의 시선을 따라가보면, 선이네 집 계단에 고개 숙이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 태빈.
선 애틋해져서 가슴이 내려앉는...
어느순간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는 태빈.
시봉 : (보다가) 어, 내 정신 좀 봐. 지갑을 놔두구 왔네? 얼른 갔다 올께. 언니 먼저 들어가라. (자리 피해주고)
태빈 : ... (자리에서 일어나는)
선 : ... (보다가, 마음 다잡고 가는, 태빈을 스쳐 문으로 가는데)
태빈 : (가만히 잡는, 보지 않고) 다시 말해봐.
선 : ... (괴롭고)
태빈 : 헤어지자구... 이쯤에서 끝내자구... 다시 말해 봐.
선 : ... (뒤 돌아 선 채로 찢어지는)
태빈 : (돌려세워 시선 맞추고 선이의 눈을 보는... 울컥해지는 심정이고) 말해봐. 이제 내가 안보인다구... 날 떠날 수 있다구...
선 : ... (붉어진 태빈의 눈가 보며 마음 아픈, 그 시선 받아내지 못하고 눈물 확 고여서 돌아서는데)
태빈 : (울컥해서 손 잡으며) 난 이제 눈 감아두 니가 보여.
선 : ! (멈칫 서고)
태빈 : 밥 먹다가, 일 하다가, 잠을 자다가, 길을 걷다가... 문득문득 니가 보여.
선 : (뒤 돌아선 채로 아프게 눈 감는다)
태빈 : 날 떠날 수 있어? 이쯤에서 정말 끝낼 수 있어?
선, 더는 못참고 가려는데,
선이를 돌려세우는 태빈. 그대로 선이의 입술에 강렬하게 입맞추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