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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삼련화(三蓮花)
하늘로 피어오른 세 떨기 하얀 연꽃
세존이 품었다면 청옥(靑玉)으로 바뀔턴데
미소 띤 동자승 업고 먼 한강만 지그시
* 삼각산(三角山 836.5m); 북한산의 이칭(異稱)이다. 약 천 년 전부터 불러오던 다정한 이름이다. 삼각이란 백운봉(대), 인수봉, 만경봉(대)을 말하는데, 만경봉 대신 노적봉(露積峰)을 넣기도 한다. 마치 어린애를 업은 모양이라 하여, 부아악(負兒岳)으로도 불려졌다. 고려 시대 오순(吳洵, 1306~?)의 시에, ‘하늘로 높이 솟은 세 떨기 푸른 연꽃’(聳空三朶碧芙蓉-용공삼타벽부용). 또 공민왕 때의 충신 석탄(石灘) 이존오(李存吾 1341~1371)는 ‘세 송이 꽃 같은 기묘한 봉우리 멀리 하늘에 닿았는데’(三朶奇峰迴接天-삼타기봉회접천)라고 읊었다.
* 조선 태조 이성계의 등백운봉(登白雲峰) 칠언절구; 引手攀蘿上碧峰(인수반라상벽봉) 손 뻗어 넝쿨 잡고 푸른 봉우리에 올랐네, 一庵高臥白雲中(일암고와백운중) 암자 하나 흰 구름 사이 높이 누웠는데, 若將眼界爲吾土(약장안계위오토) 만약 눈 미치는 곳이 내 땅이 될 수 있다면, 楚越江南豈不容(초월강남기불용) 강남 땅 초, 월나라인들 어찌 마다 하리오. 출처가 불분명해, 후일 다른 이가 태조를 칭송키 위해 지은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시문에 능하지 않았을 뿐더러, 실제로 백운대에 오른 기록이 없다.
* 《詩山》 제44호(2004년 가을호) 삼각산(북한산) 시조 1수.
* 졸저 『명승보』 제22번(158면 이하). ‘삼각산10경’ 10수 시조 참조.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 산음가 명암명곡열전 2-1~3,(462~463면) 삼각산 3수 등 총 14수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306(249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2. 황해추색(黃海秋色)
-오서산 일락(烏棲山 日落)
해조음 반주 따라 되새 떼는 포물선을
성냥불 그어대는 갈대숲의 광기에
불타는 수평선 넘어 금까마귀 잠기다
* 오서산(790,8m); 충남 보령 청양. 전체적으로 검게 보이며 억새가 일품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서해낙조는 참으로 눈부시다. 매 일요일 광천장날에는 토굴새우젓, 어리굴젓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나와 첫 순정인 홍련 같은 여인 J와 16년 만에 우연히 재회(2001년)한 후, 곧 바로 헤어져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산이다.
* 동해의 일출은 장엄한 시요, 서해의 일락은 아늑한 산문이다.(반산 어록 3-32)
* 금까마귀(金烏); 태양 즉, 해에 산다는 세발 달린 까마귀(三足烏)를 이름.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제69 쪽 ‘오서산(烏棲山) 아리랑’-오서산 시조 참조.
* 《도봉문학》 제4호 (2006년).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422(32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3. 호수에 떨어진 수선(水仙)
배꼽을 드러낸 채 하늘 오른 푸른 선녀
박씨랴 고운 치열(齒列) 설중사우(雪中四友) 박였다만
창백한 나르키소스 의암호로 투신 중
* 삼악산(三岳山 645m); 강원 춘천. 폭(瀑), 암(岩), 송(松), 수(水)가 빼어난 작아도 알찬 산이다. 동으로 의암호, 남으로 북한강을 끼고 있다. 주봉인 용화봉(龍華峰)밑으로 636봉, 635봉, 무명봉이 박씨처럼 가지런히 박여있다. 겨울철 등선폭포와 호수에 비친 설산을 보라!
* 설중사우; 겨울에도 감상할 수 있는 꽃 네 가지, 옥매(玉梅), 납매(臘梅), 산다화(山茶花), 수선.
* 나르키소스(Narcissus 일명 나르시스); 희랍 신화에 나오는 미남 청년. 요정 에코(Eco)의 애끓는 사랑을 거절한 저주로, 샘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 샘물의 요정으로 알고, 짝사랑하다 물에 빠져 죽음. 이때 흘린 피가 수선(narcissus)으로 피었다 함. 자애증(自愛症-나르시즘)의 연원.
* 월간 《詩書畵》 제2호 (2006년 10월호) 시조 2수.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산영 1-311번(25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 《동방문학》 제95호(2020년 10~11월) 특집 '자살' 관련 시조 2수.
24. 답설파(踏雪坡)
뽀드득 숫눈길에 솔그리메 걸어오니
잡힐 듯 삶의 표적 반사광에 흩어지고
도원향(桃園鄕) 눈앞인데도 망령들만 어른대
* 망령산(望嶺山 395.5m); 강원 홍천군 북방면. 설릉 위 오래 된 소나무 한 그루 근사하며, 정상은 군부대 철조망이 있다. 멀리 북으로 연엽산, 구절산, 대룡산 등 명산이 복사꽃빛을 띈다. 생의 표적이 잡힐 듯하다가, 눈빛의 굴절로 흩어져 잡다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 그리메; 그림자의 옛말. 좋은 詩語인데 잘 쓰이지 않는다.
* 답설 명시;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덮인 들판을 밟아 깔 때에도/ 모름지기 그 발길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 이니라! 서산대사(1520~1604)의 시로 추정한다. 후일 산운(山雲) 이양연(李亮淵, 1771-1853?)이, 제3구 제2자 日을 朝로, 제4구 제2자 作을 爲로 차운한 시가 발견되었다.
* 《마포문학》 제3호 (2006년) 시조 3수.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178(16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5. 세월을 쏜 사내
마술사 카펫일까 푹신한 갈비능선
별똥별 닭을 쫓듯 푸른 눈〔靑雪〕의 성채(城砦) 위로
팽팽히 시위를 당겨 콤플렉스 날렸지
* 천보산릉(天寶山稜); 경기 양주시 회천읍 북천보산(423m)에서, 의정부시 금오동 남천보산(336.8m)까지 이어지는 도상 약 20km(9시간 소요)의 시계(市界)에 걸친 궁형(弓形)의 소산맥이다. 멋진 성바위는 남쪽 백석이고개 가까이 있고, 보물로 유명한 회암사지(檜巖寺址)는 북쪽 근처에 있다. 긴 능선은 기복이 약간 있으며 간간이 솔갈비가 깔려 부드럽다. 차도와 공원묘지가 나타나 짜증이 나고 지루하다. 북산이 주산(主山)이다.
* 남한에서 제일 큰 싸리나무;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나이가 많은 싸리(1945년 8월 15전후 해방돌이, 수관폭 6.9m, 높이 3.4m)를 발견하여 보호수로 지정, 산림유전자원으로 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뿌리부근에서 4개의 줄기가 갈라져서 자라며, 수형이 사방으로 고르게 잘 발달되어 매우 아름답고, 주변에는 줄기 직경 4~6cm의 후계목이 20~3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금오동 천보산 남사면 능선에 위치(해발 약 150m, 37°46′1.57″, 127°04′3.62″). 2006.8.16 보도기사.
* 설유사덕(雪有四德); 눈을 찬미한 네 가지 덕, 곧 평등, 우정, 평화. 화해.
* 세상을 살아오면서 쌓인 콤플렉스를 확 날려버려라!
* 《마포문학》 제3호 (2006년) 시조 3수.
* 졸저 『한국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530(39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6. 산성회한(山城悔恨)
해송 숲 띠 이내는 산성을 감아 돌고
고향 잃은 기러기 눈진흙에 점찍을 때
귓밥을 베는 갈대밭 서리꽃이 폈나니
* 희리산(329m); 충남 서천, 주봉은 문수봉. 자연휴양림이 있고, 해송이 95%를 차지한다. 산성과 서해 쪽 조망이 좋다. 춘장대해수욕장, 갈대밭이 무성한 금강하구언(河口堰)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희이산(希夷山), 희제산(希弟山)으로도 부른다. 希夷는 당말~북송 때 도사 진단(陳慱)의 호이다.
* 설니홍조(雪泥鴻爪); 눈 위의 기러기 발자국. 곧 눈이 녹으면 없어진다는 뜻으로, ‘인생이 무상하고 아무런 흔적’이 없음을 비유.(소동파의 和子由에서)
* 갈대; 처음 나올 때는 ‘가라’, 커지면 ‘노(蘆)’, 다 자라라면 ‘위(葦)’라 함. 갈대의 땅속 어린 순은 노순(蘆荀) 또는 위아(葦芽)라 한다. 육질이 두텁고 연하며 맛이 부드러워, 예부터 귀한 요리에 쓰였다. 뿌리(노근-蘆根)는 해열, 배뇨, 살균 작용을 함.
* 서리꽃(霜花); 서리를 꽃에 견주어 부름. 또는 백발에 견주어 부름.
* 귀밑머리가 어느새 서리로 변했느냐? 무심한 세월아!
* 안사덕(雁四德); 기러기가 지닌 신(信), 예(禮), 절(節), 지(智). 추우면 중국 남쪽 형양(衡陽-지금의 호남성)에 멈추고, 따뜻해지면 다시 북쪽 안문(雁門-지금의 산서성 대현)으로 돌아가니 신이오. 날 때 차례를 지켜 앞에서 울면 뒤에서 화답하니 예요.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구하지 않으니 절이오. 밤이 되면 무리를 지어 자되 한 마리는 경계를 하고, 낮이 되면 입에다 갈대를 머금어 그물을 피해가니 지혜가 있다(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조용헌 살롱 101면).
* 《마포문학》 제3호 (2006년) 시조 3수.
* 《산성문학》 제5호(2020년 여름) 시조 7수.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628(45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 《농민문학》 제127호(2024년 가을) 테마기획 ‘갈대’ 단시조 1수.
27. 주목(朱木)의 인고(忍苦)
척추를 베는 삭풍(朔風) 천제단(天祭壇)에 뒹구는데
피 뿌린 용의 눈물 상고대로 피어나고
내장을 다 비운 주목 천년 버틴 인고여
* 태백산(太白山 1,567m); 강원 태백. 장군봉이 주봉으로 한반도의 척추다. 이 산은 주목이 아주 근사한 사철 명산으로, 겨울바람이 매섭다. 표고 1,470m 남한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샘물 용정(龍井)은 마치 용의 눈물이 고여 있듯, 한 겨울에도 얼지 않아 신비스럽다. 그 옆에는 비운의 왕 단종비각이 있다.
* 인내의 미학이 없는 오늘, 우리는 ‘살아 천년(生千年), 죽어 천년(死千年)’의 주목을 통해, 혹독한 자기성찰과 비움, 그리고 끈질긴 참을성을 배운다.
* 상고대는 서리가 얼어 피는 것을 말하며, 잎과 가지에 그냥 쌓인 눈꽃〔雪花〕과는 다르다.
* 2016년 8월 22일 한국의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총면적은 70.1㎢으로 태백산을 중심으로 강원도 태백시, 영월군, 정선군, 경북 봉화군에 걸쳐 있다. 1989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의 17.44㎢보다 4배 정도 확대된 규모다. 깃대종은 주목과 열목어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574(419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8. 한객답설(閑客踏雪)
박달이 손 흔들 제 한객은 잰 걸음을
목을 뺀 자라바위 비브람 창 물어뜯고
항라(亢羅)를 벗어 버린 능(稜) 은하수가 깔렸어
* 북배산(北培山 867m); 경기 가평, 강원 춘천. 푸르고 시원한 여름능선보다 설릉이 더 아름답다. 길옆 큰 박달나무가 좋고, 암릉구간에는 괜찮은 바위가 더러 있다. 그 쪽 계관산, 가덕산, 삿갓봉과 종주도 가능하다.
* 비브람; 원래는 알프스 지방 신발창 제조회사 이름인데, 밑창의 마찰력이 좋고 워낙 유명하다 보니 등산화 이름으로(보통 동계용 가죽화) 부르기도 한다. 한국의 유명한 수제등산화는 서울의 을지로 3가 ‘송림제화’와, 미아리고개 ‘알퐁소 제화점’이다.
* 항라; 명주 모시 따위로 짠 피륙인데, 성기고 구멍이 뚫려서 여름옷감으로 알맞음.
* 物外閑人 一日淸閑 一日仙(물외한인 일일청한 일일선); 세속의 번거로움을 잊은 사람은, 날마다 맑고 한가해, 매일 신선이 된다. 즉 물욕을 벗어난 한가한 사람의 아취(雅趣).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273(22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9. 불 토한 뫼
빙화(氷花) 핀 싸리나무 능선에 쏟아진 별
눈동자 찔러대는 은비늘 짓밟으려
들메끈 바짝 조이자 불을 토한 검은 용
* 대룡산(大龍山 899m); 강원 춘천. 거대한 흑룡이 용틀임 하는 기상이다. 이른 아침 등산길에 반짝반짝 반사되는 설광(雪光)은 정말 눈부시다. 얼음꽃 핀 싸리나무엔 샛별이 무수히 달려있다.
* 신들메는 들메끈(또는 신발끈)의 비표준어이다. 유명소설가들이 잘 모르고 더러 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119(12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0. 백마(白馬) 탄 왕자
심설을 차고 올라 달리노라 그대에게
단 한번 채찍질에 갈기 세운 저 능선
동해에 경랑(鯨浪) 일거든 백마 탄줄 아시라
* 기마봉(騎馬峰 383m);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 근처. 겨울에 눈이 많이 쌓이는 산으로, 말이 막 뛰쳐나가려는 형상이다. 기골이 장대한 자식이 태어나 역적이 될까 두려워 부모가 죽여 버렸는데, 아이가 3일간 봉우리에서 울다 말이 되어 심해로 빠졌다는 전설이 있다. 옛 사회의 억압정치와 모순된 신분구조를 풍자했다.
* 경랑; 큰 물결, 또는 고래가 헤엄치는 데서 일어나는 물결. 바뀌어 많은 사람이 일제히 외치는 소리, 예컨대 “야호” 등의 비유로 쓰임.
* 탄주지어 부유지류 홍곡고비 부집오지 하즉 기극원야(呑舟之魚 不游枝流 鴻鵠高飛 不集汚池 何則 其極遠也); 배를 삼키는 큰 물고기는 작은 갈래의 흐름에서는 헤엄치지(놀지) 않고, 홍곡(鴻鵠, 큰 기러기와 고니)은 높이 날지만, 더러운 못에는 내려 앉지(모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도달할 곳이 먼 까닭이다.(列子 楊朱篇). 탄주지어란, 큰 인물 또는, 큰 포부를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86(105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1. 근주자적(近朱者赤)
서리 낀 빨간 벼루 그대를 갈아볼까
붉은 먹물 튕겨오면 이 몸 따라 물들 턴데
청심(淸心)을 갈고 닦음에 산(山)만한 먹 있으리
* 연석산(硯石山 925m); 전북 진안 완주. 먼데서 보면 벼루처럼 생겼는데, 인근 시평마을과 연동마을 등에서는 예부터 많은 학자가 배출되었다고 한다.
* 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近墨者黑); 주(朱)를 가까이하면 붉은 물이 들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짐. ‘선인과 사귀면 선해지고, 악인과 사귀면 악해짐’의 비유.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411(31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2. 동심회귀(童心回歸)
남청옥(藍靑玉) 세 봉우리 조릿대로 꿰어온 뒤
한나절 구름 가린 주자천(朱子川)에 끌러놓고
아련한 동심에 젖어 구슬치기 하련다
* 운장산(雲長山 1,126m); 전북 진안 완주. 노령산맥의 주봉으로 동봉, 중봉, 서봉 3개 봉우리로 구성되었으며, 조릿대(산죽)군락이 좋다. 옛 이름이 주줄산(珠崒山)이다. 산의 북동쪽 주자천계곡(12km)에 하루 1~2시간만 햇볕이 들어온다는 운일암(雲日岩), 반일암(半日岩) 등 명소가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451(340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3. 시기심을 베다
자궁을 품었듯이 봉긋 핀 푸른 연화(蓮花)
만길 절애(絶崖) 위로 봉화연기 모락일 제
심보 속 숨은 자객(刺客)을 순식간에 베버려
* 만인산(萬仞山 537m); 대전광역시 동구. 연꽃을 닮았으며, 조선 태조와 정종의 태(胎)를 묻었다는 설이 있다. 휴양림이 좋고, 2km 떨어진 정기봉(正起峰 580m)으로 봉화를 전함.
* 인(仞)이란 고대(古代) 길이를 재는 단위로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8척에 해당한다. 높이를 가리킬 때에는 아주 높은 봉우리를 뜻하나, 때에 따라 아득히 깊은 골짜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171(16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4. 봉황무
돌이끼 짙은 향훈(香薰) 빙계(氷溪)엔 명지바람
공룡이 기어오른 아찔한 남벽 위로
용암이 분출하는 양 저 봉황의 활갯짓
* 비봉산(飛鳳山 671.8m); 경북 의성. 마주보는 금성산(金城山 530.1m)과 함께 말발굽 형태로, 봉황이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풍수상 옥녀산발형(玉女散髮形)으로 본다. 이곳 의성분지(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를 포함, 한반도 내에서 지질학상 가치가 높은 산이다. 잘 보존해야 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287(23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5. 타임머신을 타고
산길이 제 건가 뭐 세금 내란 보득솔
현무암 부처손은 담치 마냥 다닥다닥
짙푸른 백악기(白堊期) 동산 공룡들의 돌잔치
* 금성산(金城山 530.1m); 경북 의성. 마주 보는 비봉산과 같이, 약 7천백만 년 전 한반도에 공룡이 번성했던 백악기 칼데라로 형성된 화산지형으로, 말이 누운 형국이다. 등산로의 소나무가 좋다. 게르마늄이 풍부한 인근의 빙계(氷溪)와 옥색의 온천, 토산물 의성마늘 등이 화산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용암과 응회암으로 구성된 경관이 뛰어난 숨은 산인데,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이상 ‘자연사 기행’ 최영선 지음 한겨레신문사 1995년도 판 50면 참조).
* 부처손; 부처손과의 여러해살이풀. 산지의 바위 위에 나며, 지혈, 탈항에 효과가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78(9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6. 옴 오른 산
연보라 구름 일군 오동꽃 봉황이여
성대에 옴이 올라 맑은 소리 못 내느니
선율은 흐르지 않고 쇳소리만 귓전에
* 명봉산(鳴鳳山 618.4m) 강원 원주 문막. ‘섬강(蟾江)을 바라보고 우는 봉황’의 기상으로, 정상보다 599봉이 훨씬 조망이 뛰어나다. 경관이 좋은 남쪽자락은 골프장(36홀 약 백만 평)이 차지해, 명당 염불암은 딴 데로 갔다. 같이 있던 늠름한 거목 세 그루도 행방을 모른 채, 클럽의 금속성만 들린다.
* 월간 《詩書畵》제3호 (2006년 11월) 시조 2수.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189(17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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