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이 드디어 대한민국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초로 UFC 타이틀에 도전하게 되었다. 오는 8월 4일 적지 브라질에서 극강의 챔피언 호세 알도를 상대로 건곤일척의 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정찬성은 평범한 격투기 선수가 아니다. 그는 진정 특별한 파이터이며 세계가 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정찬성이 미국원정으로 치른 모든 경기는 대박 그 자체였다.
레너드 가르시아와의 WEC 데뷔전은 종합격투기 사상 최대의 난타전중 하나였다. 이 경기는 2010년 WEC 올해의 경기로 선정되었다. 전세계의 종합격투기 팬들이 이 경기를 두고 1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명승부라고 극찬과 호평의 릴레이를 펼쳤다. UFC의 CEO인 데이나 화이트 역시 이 경기 이후 정찬성에게 굉장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UFC 공식 행사에 정찬성을 계속 호출했다.
UFC로 옮겨와 벌어졌던 가르시아와의 2차전에서는 트위스터라는 환상적인 비기로 상대를 항복시켰다. 이것은 UFC 최초로 터진 트위스터였고 이를 통해 정찬성은 그날의 서브미션 오브 더 나이트를 수상했으며 이 장면은 2011년을 대표하는 서브미션으로 선정되었다. 이 역시 대형사고였다.
마크 호미닉전 또한 기가막힌 승부였다. 그는 알도의 강타를 계속 먹으면서도 끝까지 버텼고 5라운드에서는 알도를 눕히고 상위포지션을 차지한후 파운딩을 매려치며 막판 대공세를 퍼부었을 정도로 맷집좋고 끈질긴 파이터였다 정찬성은 그런 어려운 상대를경기시작 7초만에 카운터 라이트 일격과 파운딩 폭격으로 잠재웠다. 이 경기는 UFC 140의 'KO오브 더 나이트'였다. 수많은 국내외 전문가들(필자도 포함)이 호미닉에세는 안된다라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고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안되는쪽은 호미닉이었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더스틴 포이리어 전에서도 정찬성의 놀라운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포이리어는 신체조건과 운동능력, 그리고 기술의 삼박자를 갖춘 준재였다. 하지만 정찬성은 그를 전방위로 압박하며 4라운드에 깔끔하게 피니쉬 했다. 이 경기는 그날의 메인 이벤트였다. 한국인 최초로 UFC 대회의 헤드라이너가 되고 그 경기에서 최고의 장면을 팬들에게 선물하면서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까지 가지고 간 그의 퍼포먼스는 국내 종합격투기 팬들에게는 정말 큰 선물이 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그날 경기의 중계영상을 잘 보면, 미국인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코리안 좀비를 연호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자주 포착된다. 특히 아직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국인 꼬마가 정찬성에게 열광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찬성은 국내보다 메이저 무대, 즉 미국에서 더욱 더 환영받는 선수다. 앞서 밝힌바와 같이 UFC의 수장인 데이나 화이트는 정찬성만 보면 싱글벙글이고 웬만한 선수들보다 더 인지도가 높은 옥타곤 걸 아리아니 셀레스티도 정찬성에 대해서 언제나 호의적이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단지 격투기가 아니다. 정찬성은 UFC를 통해 미국, 혹은 세계에 한국인의 끈질긴 근성과 한다면 하는 화끈한 스타일을 온몸으로 광고하는 중이다. 그의 UFC 도전사는 ‘국위선양’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옥타곤의 '싸이'다.
정찬성은 군 미필자다. 87년생으로 만 26세인 그는 가까운 장래에 병역을 치르게 될 것이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에게 병역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군대란 다 같은 의미이겠지만 일반적인 직장에서 장기전의 인생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남자들과 젊은 시절 잠시 동안을 활용해 활로를 뚫어야 하는 프로 스포츠 선수와는 입장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야구나 축구 등의 인기 스포츠라든지 태권도 같은 올림픽 종목에 투신한 선수들의 경우도 해당 스포츠를 군대 내에서도 단련할 수 있도록 배려된 몇 가지 장치, 즉 경찰청 야구팀이나 상무 스포츠단 같은 것들이 있기에 프로로써의 날카로움을 그나마 유지는 할 기회가 있다.
현재 프로 격투기 선수들에게는 공익으로 빼주는 것이 거의 유일한 혜택이다. 잘 풀리면 공익, 아니면 현역인 것이 현재의 상황으로, 물론 공익으로 빠진 것만 해도 매우 감사한 일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내는 결과가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이둘희 선수와 박원식 선수를 꼽을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공익 근무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해 치른 첫 경기에서 졌다. 두 선수 모두 말은 그렇게 하지 않지만 보는 입장에서, 팬의 관점에서 '병역을 치르는 동안 경기력에 손상이 온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을 떨치기는 힘들다.
격투기 선수들의 전성기는 화려하지만 짧다, 그리고 파이터들의 삶은 일종의 고행이다. 그들은 얻어맞고 던져지고 관절이 꺽이며 목이 졸린다, 눈가에는 열상의 흉터가 쌓이고 콧잔등이 주저앉고 돌아가며 입술 및 치아에도 문제가 생긴다. 관절손상, 인대 파열, 골절 같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부상을 거의 달고 산다. 게다가 경기를 앞두고서는 며칠사이에 체중의 (엄밀히 말하면 체내 수분의) 10~20% 가량을 줄이는 극단적인 감량을 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신장은 적든 크든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런 일단의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이 헤엄치는 비참한 고통의 바다에서 김동현과 정찬성, 양동이 같은 대어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강경호(미필)와 임현규(군필)도 UFC와의 계약을 체결하고 벨트 사냥에 나섰다. 이 정도의 악조건 속에서 그렇게 훌륭한 선수들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신기한 현상이다.
종합격투기 파이터들에게 경제적 보상을 팍팍 밀어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팬층도 얇고 미디어의 관심도 적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의 후원도 제한적이고 UFC로 진출한 극소수의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삶이 고달프다. 대부분의 종합격투기 파이터들은 꿈을 위해 시간을 쪼개 일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다. 돈은 차차 해결한다손 치더라도 병역문제 부분에서의 개선은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의견이 있다.
군은 전투력의 고취를 위해 목숨을 거는 집단이다. 종합 격투기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군과 종합 격투기는 사상적으로, 실질적으로 너무나 잘 어울린다. 비록 현대전에서 맨손 격투의 중요도는 사실상 상징적인 의미 이외에는 없다고들 말을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군대에서 맨손 격투술을 군인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태권도나 특공무술 같은것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시대의 알만한 남성들중 절대 다수가 태권도에 비해 종합격투기가 월등히 효과적인 맨손 무술이라는것을 인지하고 있다. 미국 해병대의 경우 UFC와 결연을 맺고 유수의 UFC 파이터들과 지도자들을 초빙해 병사들을 조련한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이 조류에 동참하고 있다.
만약 군에서 격투기 교관을 태권도가 아닌 종합격투가로 선발한다면, 물론 태권도계에는 좋지 않은 상황이 될것이다. 그러나 태권도의 경우, 사정을 보아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굳이 군이 도와주지 않더라도 (군에서 태권도계로 흘러들어가는 승급비용등의 자금은 어마어마한 수준일것이다) 충분히 부유하며 처참하게 부패해있다. 전모 관장의 자살건을 보면 태권도계가 가진 문제와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들에게는 올림픽이 있고 그것을 밑천으로 태권도계 핵심부의 권력층은 기득권을 형성해 힘없는 일선 지도자들과 선수들을 좌절시키며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문제의 당사자들을 해임한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해놓고 일주일만에 그들을 다시 복직시켰다. 왜 군은 그런 썩어빠진 집단과 아직도 손을 잡고 있는가?
군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태권도와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 또한 군인들의 맨손격투능력 증강을 위해서라도 태권도 보다는 종합격투기를 채용해야 한다. 또한, 끔찍한 악조건 속에서도 끊임없이 전진해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대한민국 종합격투기 파이터들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주기 위해서도 군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군이야 말로 종합격투계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군 역시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내일 또한명의 우수한 종합격투기 선수가 로드 FC 12에서 앤드류스 나카하라를 상대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입대하게 된다. 팀 매드의 배명호다. 그는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마카오에서는 유명한 파이터이다. 마카오를 베이스로 세력을 확장중인 레젼드 FC의 웰터급 챔피언인 그는 뉴질랜드산 전챔피언을 꺽고 타이틀을 획득한 후 중국의 기대주 리징량을 꺽고 타이틀 1차방어를 달성했다. 리징량은 중국이 주목하는 우수한 그래플러다. 엄청난 체구와 힘을 가진 선수이며 이 선수를 위해 중국에서 외국인 지도자를 초빙했을정도로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두선수의 경기를 중심으로 LFC에서 특별 프로모션 영상을 제작하기까지 했다. 즉 배명호 역시, 자신의 영역에서 대한민국의 명예를 걸고 강력한 상대들과 사투를 벌이던 훌륭한 파이터였다는 것이다. 이제 그는 자신의 세계를 떠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려 한다. 대한민국의 남성으로써 입대하여 멸사봉공한다는것, 그것은 신성하다. 허나, 신성이 그의 경기력을 얼마나 앗아갈지, 복무기간동안 그가 자신의 꿈으로 부터 얼마나 멀어질지, 절대다수의 격투팬들이 안타까운 눈길로 배명호를 바라보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만약 군이 격투기 팀을 운용하고, 군 내부의 격투기 팀이 군인들에게 종합격투기를 가르치며, 또 소속 선수들이 경기를 어느정도 뛸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면, 우리는 배명호를 금방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배명호의 다음경기를 관전하는것은 최소 2년하고도 수개월 후가 될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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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현실성이 없음. 일단 군과 태권도/특공무술의 유착관계를 떠나서 대규모의 인원을 빠른시간에 지도할수 있는 품새 방식의 지도. 비교적 간단한 동작들로 이루어진 무술체계를 봤을때 종합격투기는 특수한부대에서 몇몇의 군인을 상대로는 괜찮을수 있음.
안 그래도 엊그제 농담반 진담반으로 상무에 격투기팀 만들면 어떠냐고 회원들한테 말했는데ㅋㅋ현실성이 없긴 매한가지지만 선수들 군문제가 조금 해결됐으면 하는 생각에서..ㅋ
니가 군대 가보면 알겠지만 단증없는 사람들에게 태권도시간은 죽음이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