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9월17일
추석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쌀을 씻어서 밥을 지었다. 햅쌀은 아니지만 갓 찧은 새 쌀이다. 어젯밤에 한 번 끓여놓은 탕국에 가스 불을 켰다. 계란 삶고 조기만 구우면 된다. 몇 달 전, 여름 기제사를 지낼 때 조기를 구운 것을 샀는데 맛이 없었다. 추석에는 직접 굽기로 했다, 밀가루를 묻히고 예열해서 조기를 굽기 시작했다.
김치냉장고에는 준비한 제수로 가득하다. 내가 혼자 다 준비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고 칭찬하고 싶어진다. 어쩌면 제수 준비하는 과정이 수행인지도 모른다. 동동거리며 푸닥거리면서 나름으로 열심히 이것저것 준비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올려놓고 보면 상이 빈약해 보인다. 제사 음식은 정해진 것이라서 시댁 풍습대로 시어머님에게 전수 한 그대로 준비한다.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과 반짝반짝 닦은 과일에 조금은 탄 듯 한 조기와 생밤 곶감 대추를 상에 올려놓았다. 아들 둘이 아버지를 도와서 차례상을 차렸다. 조상님들께 감사의 절을 올렸다. 올해도 가족이 건강하게 다 모여서 차례를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차례를 마친 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었다. 여전히 날씨는 대단하다. 폭염경보가 분자로 날아온다. 멋진 아들과 자상한 남편과 내가 만든 음식을 함께 먹으니 수고한 마음이 사라진다. 먹을 것이 풍부한 추석이다. 사랑도 자라고 있다. 각자 방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서 아들은 친구 만나러 나가고 작은 아들은 그림 작업을 한다. 남편은 차례용 술을 한 병 다 마시고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나서 영화를 본다. 소파에서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피로가 풀렸다.
그릇을 닦아서 통에 넣고 제기도 다시 상자에 넣어서 제자리에 넣었다. 상도 제자리에 넣고 이제는 끝이다. 정리가 된 거실을 보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기본이다. 다시 새롭게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