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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사람
미술계 최고의 인플루언서, BTS의 RM이 다녀갔다는 헤르난 바스(Hernan Bas) 개인전. 한 번 관람하고도 또다시 가서 보게 된다는 ‘N차 관람’으로 성황을 이룬 전시입니다. 이런 전시 기획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요?
국내를 넘어 세계 미술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핫’한 미술관, 스페이스K의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를 만났습니다. 그는 다니엘 리히터(2022), 저스틴 모티머(2020)의 한국 첫 개인전을 비롯해 헤르난 바스(2021), 네오라우흐 & 로사로이(2021) 등 세계적 수준의 전시를 코로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했죠. 〈아트&머니 시즌2 “그림, 그게 돈이 됩니까?〉 4회에서는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와 함께 투자 가치 있는 그림을 알아보는 안목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지금 꼭 해야겠냐”던 헤르난 바스 전, ‘N차 관람’ 성공 이유 있어
✓ 신규 관람객 불러들인 ‘집사 인증’ 아이디어
✓ 미술시장 침체기 당연한 단계… 맛 봤다면 언제든 돌아올 것
✓ 서울에서 ‘갤러리 투어’ 이렇게 하면 된다
✓ 작품을 컬렉팅하기 전에 작가의 ‘이것’ 파악해야
※아래 텍스트는 영상 스크립트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전시 기획의 철학
지금 전시장을 저희가 쭉 둘러보고 왔습니다. 아주 대단한 개인전이 또 오늘부터 열리는 것 같아요. 사실 개인적으로 제가 이곳, 스페이스K를 좋아하는 이유는 믿을 수 없이 좋은 전시 기획 때문입니다. 헤르난 바스(Hernan Bas)라든지 라이언 갠더(Ryan Gander) 또 네오 라우흐(Neo Rauch)와 로사 로이(Rosa Loy), 이근민, 그리고 최근에 제이디 차(Zadie Xa)까지. 이런 어마어마한 전시는 어떻게 기획되는 건가요?
우리가 애써 모른 척하거나, 아니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시하거나 서로 갈등이 되는 부분들을 넛지(nudge) 형태로 터치해 가볍게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결하는, 다채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가들을 위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가 전시했던 작가분들도 한편으로는 정신적·신체적 장애를 가졌거나 혹은 성소수자라든가 이념이 좀 다른, 소셜리즘 안에서 청춘을 보냈다거나 서브 컬처에 있었던 작가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시장에서 요가 수업을 진행하시기도 했어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제가 요가복을 입을 용기가 나지 않아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신선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기획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미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간의 갈등을 부드럽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고요.
스페이스K 미술관 같은 경우 처음에는 회사의 로비에서 시작됐습니다. 처음 개관했을 당시에는 “임신한 아내가 회사에 놀러 왔다가 (로비에 있는) 저 작품을 보고 놀랐다. 어떻게 할 거냐?”는 항의부터 “그렇게 어렵게 번 회삿돈을 저기다 쓰냐?”는 항의까지 많이 듣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아트랩’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누드 크로키라든가 지갑 만들기 그리고 실크스크린 등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이 점점 더 미술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게 됐고요. 그 이후에는 두상 조각 같은 게 전시장이나 로비에 놓여 있으면 사람들끼리 “이제 연말인데 저거 곧 구조조정을 상징하는 거 아니야?” 이러면서 막 웃기도 하고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저거 우리 딸 방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이런 얘기들도 많이 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미술과 가까워지는구나’ 하고 생각했고요. 미술이 시간은 좀 걸리지만 사람의 마음과 시각을 여는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2022년 봄, 스페이스K는 '미술관 요가 수업'을 개최했다.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는 이런 이벤트 기획을 통해 사람들이 미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스페이스K 마곡’이 오픈되면서 대형 작가들의 전시를 굉장히 많이 기획하시게 됐는데, 특히 저희가 이 전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헤르난 바스’ 전시 같은 경우에는 세 달간 총 2만 70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대성공이었습니다. 저도 전시하는 동안 두 번이나 왔었거든요. 큐레이터님은 혹시 이렇게 많은 관심을 예상하셨는지요?
헤르난 바스 작품 전시를 할 때가 2021년 2월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아주 엄격하게 방역 수칙을 요구받았습니다. 회사에서도 ‘우리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괜히 이쪽에서 좀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니 지금 꼭 열어야겠냐?’는 우려도 있었고, ‘물류 비용이 이렇게 높은데 전시하면 좀 너무 위험하지 않냐’는 의견을 많이 받았습니다. 당연히 오목한 현실 때문에 한 석 달 전시할 동안 한 2000분 정도 와주면 고맙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영화라든가, 공연이라든가 밀집 지역에서 벌어지는 문화활동을 할 기회가 부족했던 부분들도 있었기 때문에 미술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한국 사회에 붐이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코비드 기간이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할 때였고요. 작가 작품도 엄청나게 좋았지만,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조차도 작가에게 좋은 피드백을 해줬기 때문에 헤르난 바스 자체를 다시 또 미술계에서 재평가하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고요.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가로 평가받는 헤르난 바스의 개인전(2021) 전경. 스페이스K
헤르난 바스의 전시가 이루어질 때는 이미 그다음 또 다다음 전시들, 그러니까 라이언 갠더라든지 네오 라우흐, 로사 로이의 전시가 이미 기획돼 있었을 텐데요. 이런 세계적인 수준의 기획들이 계속해 이루어질 때 혹시 다음 전시 기획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셨는지요?
헤르난 바스는 약간 대중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면서 작품성이 있는 작가였어요. 다음 전시인 라이언 갠더 같은 경우는 개념미술가입니다. 우리가 보통 시각미술은 눈으로 감상하고 즉각적으로 어떤 반응이 오잖아요. 근데 개념미술 같은 경우는 이 사람이 이것을 만든 콘셉트, 의도를 알아야 하고 그래서 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를 거쳐 이해된 상태에서 작품을 다시 바라보는 그런 형태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상대적으로 시각적인 부분들이 낮고, 게다가 작가가 색맹입니다. 조금 모노톤의 작품이 많았고요. 엄청 훌륭한 작가이고 의미 있는 작가인데 그런 부분들이 앞의 전시와 비교되면 곤란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또 전시 기간에 ‘세계 고양이의 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 작품 중에도 고양이 작품이 있었어요. 그 부분을 생각해 ‘세계 고양이의 날’ 이벤트를 열게 되었어요. ‘집사 인증’을 하는 분들에게는 티켓값의 50%를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의외로 한 번도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전시 공간에 가본 적이 없는 신규 미술 관람객이 아주 많이 찾아주셔서 아주 고무적인 숫자로, 거의 1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들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개념 미술가인 라이언 갠더 전시(2021) 전경. 스페이스K
이곳 미술관은 특히 공간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전시 때마다 공간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는 늘 전시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화제가 돼요.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공간에 아주 작은 작품을 전시하시는 유머러스함이라든지 이런 디스플레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좀 궁금합니다.
디스플레이할 때 어떤 맥락이라든가, 재미, 그리고 이 장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아주 심각한 이야기를 보다가도 웃음이 피식 나올 수 있는, 관람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드리고자 장소 특정적인 작품들을 함께 제작 의뢰하거나 그런 작품을 찾거나 하는 등 그런 부분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스페이스K 미술관 2층에서는 1층 전시 전경을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미술시장 한 번 맛본 사람들 언제든 다시 올 것
코로나 때 아트페어의 열기들이 사실 어마어마했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코로나가 끝난 현재에는 약간 좀 침체돼 보이기도 하네요. 이런 현상들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사실은 한국 미술시장 자체가 4000억원에서 5000억원 박스권 안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있었거든요. 화랑협회 주관의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가 작년부터 같이 아트페어를 공동 개최하게 되었어요. 그때를 기점으로 양적 완화가 많았고 다양한 코인으로 돈을 번 신흥 부자들도 많았고요. 그리고 메타버스를 이용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성장했죠. 그러면서 이제 새롭게 미술시장에 그런 자본이 많이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1조원을 달성하게 된 거죠. 모든 산업이 그렇습니다. 성장하려면 한 번은 커져야 해요. 그것이 거품이든, 어떤 거든 당연히 거품이 빠지는 건 순서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들어왔다가 바로 리세일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텐데, 한번 신규 유입된 사람들은 다시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고 한번 해봤기 때문에 들어올 거로 생각하고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남·삼청·청담 등 군집된 갤러리 같이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
예술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 또한 많아지고 있습니다. 큐레이터님께서 미술세계에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과 컬렉터 분들에게 갤러리나 미술관을 좀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일단은 집 근처에 있는 국공립 미술관을 먼저 가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지난 ‘서울아트위크’ 때 파티(갤러리 나이트·Gallery Night)가 이루어진 곳이 ‘한남 나이트’라는 곳이 있었고, ‘삼청 나이트’가 있었고, ‘청담 나이트’가 있죠. 이 나이트가 분리된 것처럼 이 갤러리들이 그래도 군집돼 있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하루하루씩 날짜를 잡아서 주변에 있는 갤러리들을 검색해서 가시는 것도 좋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술이 어떤 거고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지?’라고 하면 키아프를 비롯한 한국의 다양한 아트페어에 가서 한 번에 많은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내가 원래 이런 거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여기서 이런 걸 자꾸 보니까 이런 게 내 취향이네’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도 지속 가능한 미술 사랑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작가의 작품 컬렉팅해야
꿀팁이네요.
큐레이터님께서도 작품을 컬렉팅하실 텐데요. 컬렉팅하실 때 ‘나는 이런 작품을 컬렉팅한다’ 이런 팁들이 좀 있을까요?
젊은 작가들이 작업실의 임대료를 못 내서 나가야 한다고 할 때 돈을 좀 보내준다든지 하는 그런 쪽으로 거의 시작했고, 옥션에 가끔씩 회사가 어려워져서 한 번에 작품들이 나오거나 아니면 컬렉터들이 내놓는 것 중에 미술사적으로 되게 의미가 있는데 너무 헐값에 막 나가는 것들은 좀 흩뿌려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제가 모아두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향후 어떤 날 그런 것들이 제 프라이빗 컬렉션으로 어디에 기증될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이라 그런 거 위주로 좀 일단은 컬렉션을 하고 있습니다.
‘미술 신(scene)에 대한 사랑이 베이스가 돼서 컬렉팅하신다’ 이런 느낌이 좀 있네요. ‘이런 작품들을 컬렉팅해라’ 하는 꿀팁을 혹시 주실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작가를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가의 인터뷰라든가 어떤 생활 방식 같은 것을 봤을 때 ‘지속 가능한가?’ 그것이 가장 1번인 것 같아요. 시작하는 컬렉터들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전시할 때도 어디 괜찮은 퍼블릭 쇼에, 단체전에 참여한 경력이 많다든가 이런 부분들을 체크해 연구해 보시고 구매하시면 아무래도 좀 더 지속 가능하게 컬렉팅하지 않겠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중의 호응보다 마음의 변화를 주는 전시를 하는 것이 목표
앞으로 기획하시고 싶은 전시들은 또 어떤 것이 있는지도 사실 굉장히 궁금합니다.
대중들의 호응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한편으로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는, 그 불편함이 우리 미술관에 왔을 때 더 뭉툭해지는 것, 그런 것을 만들 수 있는 전시를 좀 더 생각해서 그런 작가 발굴과 지원을 통해 좀 더 전시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은 사는 것도, 파는 것도 모두 선물이 돼
제가 마지막으로 좀 짓궂은 질문 하나 좀 드려보겠습니다. 그림을 산다는 것이 과연 돈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림을 산다는 것이 돈이 될 수 있습니다. 미술은 특이하게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즐기고도 어느 날 우연히 봤더니 이것이 이제 나를 떠날 때가 된 그런 경우를 만나게 된다는 특징이 있어요. 또 다른 선물이랄까요? 그래서 철저하게 이 작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이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오늘 집에 가서 내 침대 위에 있는 그 그림을 보고 이불 홑청을 딱 덮고 자면 내가 너무 행복할 것 같아’라는 생각을 가지는 그런 작품들을 사시면 실패란 절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아트&머니: 시즌2 “그림, 그게 돈이 됩니까”>
미술작품 투자를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카더라’식 이야기만 듣고 무턱대고 투자했다가 된통 당하기도 합니다. 통찰력을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어떤 작품이 나에게 좋은 작품인지 고민하는 시간도 있어야 합니다.
〈아트&머니: 시즌2 “그림, 그게 돈이 됩니까”〉에서는 갤러리스트, 옥션사, 작가 등 한국 미술시장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 미술 투자에 대한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시리즈를 마칠 무렵엔 미술품 투자에 대한 나름의 감을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진행은 단국대 예술대학 김지훈 교수가 맡았습니다.
“그림, 그게 돈이 됩니까?” 그들의 답변에 주목해 주세요.
📌싣는 순서
① 권지안 | 작가, 가수
② 황달성 | 한국화랑협회장
③ 이학준 | 크리스티코리아 대표
④ 이장욱 | 스페이스K 수석 큐레이터
⑤ 김태중 | 작가
⑥ 김소연 | 미국시가감정사(AAA)
⑦ 하지원 | 작가, 배우
⑧ 정성윤 |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
⑨ 공상구 | 마이아트옥션 대표
⑩ 김민지 | Art&Tech 아트 칼럼니스트
(※ 순서는 바뀔 수 있습니다)
에디터
관심
중앙일보 PD
중앙일보 김지선입니다.
관심
중앙일보 PD
중앙일보 우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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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예술대학 동양화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