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아는 만큼 즐겁고 의미를 향유할 수 있나 봅니다
모르는 식물이 정말 많은데 알 길이 없으니 궁굼하고 답답합니다
제가 배우고 느끼는 부분과 현지인과 이야기 한 것을 한담 삼아 적어 보렵니다
아래 사진은 우리나라에도 산야에 흔한 잡초로써 참 재미있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큰개불알꽃'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꽃이 피고서 열매 꼬투리가 밑에 만들어지는데(약 10시방향에 열매꼬투리가 있음)
꼬투리를 벗겨보면 툭 튀어나온게 꼭 개불알처럼 생겨서 우리 조상들이 그리 이름 붙였나 봅니다.
여기 현지인에게 우리나라에선 'flower with the dog's balls'이라고 그냥 내가 직역하여 이름지어서
우리나라에서 그리 부른다 하니까 웃으며 뒤로 넘어지대요.
세계적인 사과육종가인 빈센트 박사는 사과밖에 모르고 이런 잡초이름은 잘 모른대요. ㅎ
여기서 제가 한달간 기거하는 동안 신기한 것은 모든 가정이 정원을 가지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오렌지, grapefruit(오렌지처럼 생겼는데 좀 크기가 크고 씁쓸 단맛이 나서 음료로 가공됨), 레몬, 만다린(우리나라 제주감귤 같은 것) 을 모두 골고루 심어서 둔다는 것입니다. 우리같으면 심었으니 싱싱할때 잘 맛있게 따먹을텐데 간혹 따먹을뿐 따먹지도 않고 바닥에 그냥 나뒹굴어 썩어져 갑니다. 제눈에 이제 꽃을 머금고 있는 navel orange가 들어왔습니다. 배꼽처럼 과실꼭지가 벌려져 있다고 해서 네이블오렌지인데 우리나라 제주에도 일부 있긴 있습니다. 문제는 요즘 이곳에 '가루이'라고 하는데 whitefly가 유입되어 나무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주인이 그러더군요. 뉴질랜드는 맨날 호주만 가지고 난리입니다. 호주에서 날아왔다고 그러네요.
위에 있는 잡초도 호주에서 왔다고 그러고... 생물은 움직이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움직이는 생물중에 농업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병해충잡초를 못들어오게 검역을 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렌지나무 속에 새집이 잇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새집 안을 촬영한 것인데 아마 작은 새 종류로 딱새종류인 듯 한데...
알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어서 앞으로 어미가 누구인지 확인해 볼 작정입니다. 오렌지 나무안에 새집이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 곳곳에 새들이 저의 손을 내밀면 사진찍을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새집은 있지만 고양이가 건들고 지나가는 사람도 건들고 그래서 대부분 우리 눈에 안보이는 곳에 새집을 짓는 것이 다반사인데... (까치집도 저 나무 끝쪽에 사람들이 건들면 건들수록 높이 둥지를 틀잖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새끼의 성장모습을 쭉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네요.
아마 이 알들도 20일 전후가 지나면 바로 날개에 힘을 넣어 날아갈 것입니다
다음은 숙소 바로 앞 실개천입니다.
실개천 주위로 국화과 꽃들이 피어있고 좀 더 위쪽은 유카라는 관엽식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초등학교 근처에 가면 끝이 뾰족해서 찔리는 아픈 그런 딱딱한 식물입니다. 여긴 그렇게 딱딱하지 않고 굉장히 부드러운 유카로 변했고 꽃대가 거의 2m에 이를 만큼 커다랗습니다. 대부분 이렇게 크다 보니 요즘 이 식물을 이용하여 천연 살균제를 만드는 연구를 여기서 하고 있다네요.
실제로 사과과수원에 뿌렸더니 살균효과가 좋아서 앞으로 유기재배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 생각이랍니다
다음은 아름들이 호두나무가 있고 그 안에서는 예전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았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주인 아들과 딸들이 놀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는데, 가만히 보면 밑에 그네도 튼튼하게 만들어 두고 나무 타고 올라가라고 사다리도 만들어 두고 또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나무그늘에 앉아 놀수 있도록 배려를 해 둔 것이었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뛰놀고 느끼라고 배려하는 부모의 마음을 호두나무를 보고 알았습니다.
이젠 부쩍 커버린 애들을 출가시킨 세월만큼이나 사다리나 나무쉽터가 낡아버렸지만 아름다운 추억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 하더군요. 예전 영국이 이곳을 지배할 적에 이런 아름들이 나무를 영국본토의 목재로 사용하려고 많이 베어가버렸답니다. 그래서 산에는 황랼하게 민둥산이 많아서 어디든 착취의 흔적은 여기저기 발견되더군요. 그러나 그런 착취의 손길을 안전하게 벗어나 여기까지 장수한 호두나무... 뭔가 느낌이 많이 오는데 정리가 잘 안되는 그 느낌... 호두나무 그늘이 자꾸 진해져 가고 있네요. 잎사귀가 점점 커져가고 햇순이 게속나오고 있거든요
여긴 저의 침실 앞쪽 화단입니다
두평정도의 공간인데 철쭉, 동백, 수국을 심어두었더군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한달동안 지냈는데 창가에서 언제나 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철쭉이 6가지 다른 품종으로 개화기를 달리해서 심어두었기 때문이죠. 아무 11월 상순까지는 철쭉꽃을 계속 감상하고 그 이후엔 수국의 어린 꽃을 볼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철쭉안에는 또 새둥지가 있는데...
꽃도 꽃이지만 침실에서 손을 뻗으면 새둥지가 있다는 것은 잊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여러 생물이 어우러져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평범한 것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린 이 평범한 것을 모르고 생물다양성을 잃어버린 상태가 평범한 것으로 최면되어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정말 뭐라 표현할수 없는 평화로움이 느껴지네요..ㅎ 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
축복받은 자연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