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63]王勃(왕발)의 詩 13수
郊興(교흥) 교외의 흥취
空園歌獨酌(공원가독작), 텅빈 동산에 노래부르며 홀로 술을 마시고,
春日賦閑居(춘일부한거). 봄날 한가로운 삶을 노래하네.
澤蘭侵小徑(택란침소경), 쉽싸리가 오솔길로 침범하고,
河柳覆長渠)하류복장거). 강가의 버들은 긴 도랑을 뒤덮었네.
雨去花光濕(우거화광습), 비가 그치니 꽃빛이 젖고,
風歸葉影疏(풍귀엽영소). 바람 그치니 잎사귀 모습이 성기다.
山人不惜醉(산인불석취), 산인은 술에 취하기를 아까와 않지만,
唯畏綠尊虛(유외록존허). 오직 푸른 술잔이 비는 것을 걱정하네.
澤蘭(택란)= 쉽싸리 , 꿀풀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높이 1미터 내외이고 사각형이다.
잎은 피침형으로 서로 마주나고,
6~8월에 백색의 단성화가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주로 습지에서 자라는데, 연한 부분은 식용으로 사용하고
성숙한 것은 약용으로 사용한다.
<교외의 동산에서 곧바로 시를 읊다(郊園卽事)>
烟霞春旦賞(연하춘단상), 안개와 놀은 봄날 아침에 감상하고,
松竹故年心(송죽고년심). 송죽은 옛날의 마음을 생각케 하네
斷山疑畵障(단산의화장), 끊어진 산은 획을 그어서 막은 듯 하고,
懸溜瀉鳴琴(현류사명금).허공에 걸린 급류는 거문고 소리를 내며 쏟아지네.
草遍南亭合(초편남정합), 풀이 두루 퍼졌다가 남쪽 정자에서 합쳐지고,
花開北院深(화개북원심). 꽃이 피니 북쪽 정원이 더욱 깊다.
閑居饒酒賦(한거요주부)한가로이 살다보니 여유롭게 술마시며 시를 짓는데,
隨興欲抽簪(수흥욕추잠). 흥에 따라 관직을 그만두고 싶어라.
<聖泉宴>
披襟乘石蹬(피금승석등), 가슴을 풀어헤치고 바윗길을 오르네,
列籍俯春泉(열적부춘천). 장부를 늘어놓고 봄샘을 굽어보네.
蘭氣熏山酌(난기훈산작), 난향이 산에서 마시는 술잔을 물들이고,
松聲韻野弦(송성운야현).
솔바람소리는 들판에서 뜯는 거문고연주를 더욱 운치있게 하네.
影飄垂葉外(영표수엽외), 그림자는 퍼져 잎사귀 밖으로 드리우고,
香度落花前(향도낙화전). 향기는 낙화 앞으로 옮겨가네.
興洽林塘晚(흥흡림당만), 저녁에 숲과 연못에 흥이 넘쳐나고,
重岩起夕烟(중암기석연). 겹겹이 쌓인 바위로 저녁 안개가 일어나네.
滕王閣詩(등왕각시)
滕王高閣臨江渚(등왕고각임강저),
높은 등왕각은 강가에 임해있고,
佩玉鳴鸞罷歌舞(패옥명란파가무);
패옥소리와 난새소리 울리며 노래와 춤을 추네.
畵棟朝飛南浦雲(화동조비남포운),
그림같은 용마루는 아침에 남포의 구름위로 날아오르고,
珠簾暮卷西山雨(주렴모권서산우);
주렴은 저녁에 서산의 비를 말아 오르네.
閑雲潭影日悠悠(한운담영일유유),
한가로운 구름과 소에 비친 모습은 날마다 여유롭고,
物換星移幾度秋(물환성이기도추);
경물이 바뀌고 별자리가 옮겨가며 몇 번의 가을을 보냈던가!
閣中帝子今何在(각중제자금하재),
등왕각에 있던 황손은 지금 어디에 있나?
檻外長江空自流(함외장강공자류)!
난간 밖 장강은 공연히 저절로 흐르는데.
봄날 교외로 나와(春日還郊)
閑情兼嘿語(한정겸묵어), 한가한 마음에 말은 묵묵,
携杖赴岩泉(휴장부암천). 지팡이 짚고 바위샘으로 갔네.
草綠萦新帶(초록영신대), 초록이 새 허리띠 처럼 엉켰고,
榆青綴古錢(유청철고전). 느릅나무 푸른 싹은 옛 동전처럼 맺혔네.
魚床侵岸水(어상침안수), 강바닥은 강언덕을 침식하고,
鳥路入山烟(조로입산연). 새만 다니는 길은 안개묻힌 산속으로 이어지네.
還題平子賦(환제평자부)
돌아와 장형(張衡)의 <歸田賦>를 흉내 내어 지으니,
花樹滿春田(화수만춘전). 꽃과 나무가 봄밭에 가득하네.
봄 동산에 술을 놓고 시를 짓다(對酒春園作)
投簪下山閣(투잠하산각), 벼슬을 그만두고 산각으로 내려와,
携酒對河梁(휴주대하량). 술을 들고 강가의 다리에서 이별하네.
狹水牽長鏡(협수견장경), 좁은 강은 길고 긴 거울을 안고 있는 듯,
高花送斷香(고화송단향). 높은 곳의 꽃은 끊어진 향기를 전해오네.
繁鶯歌似曲(번앵가사곡), 번거로운 앵무새는 가곡처럼 노래하고,
疏蝶舞成行(소엽무성항). 드문드문한 나비는 줄을 지어 춤추네.
自然催一醉(자연최일취), 자연히 술에 취하도록 재촉하니,
非但閱年光(비단열년광). 비단 세월을 깨달아서만은 아니라네.
산방에서 저녁에 일어나(山扉夜坐)
抱琴開野室(포금개야실), 거문고 안고 거친 방을 나와,
携酒對情人(휴주대정인). 술을 가지고 정인을 대하네.
林塘花月下(임당화월하), 숲과 연못가에 꽃이 핀 달빛 아래,
別似一家春(별사일가춘). 한 집안의 봄날과 아주 닮았네.
봄동산(春園)
山泉兩處晚(산천양처만), 산과 물 두 곳엔 해질녘,
花柳一園春(화류일원춘). 꽃과 버드나무 가득한 동산의 봄경치.
還持千日醉(환지천일취), 천일 동안 취해서,
共作百年人(공작백년인). 함께 백년을 사는 사람이 되자꾸나!
은거하는 곳에서 홀로 마시며(林泉獨飮)
丘壑經涂賞(구학경도상), 언덕과 골짜기 가는 길에서 감상하고,
花柳遇時春(화류우시춘). 꽃과 버드나무는 때를 만나니 봄이라네.
相逢今不醉(상봉금불취), 서로 만났지만 지금은 술에 취하지 않으니,
物色自輕人(물색자경인). 봄경치로 인해 우정이 자연히 가벼워졌기 때문이라네.
타향에서 흥취를 풀어냄(他鄕叙興)
綴葉歸烟晚(철엽귀연만), 잎사귀를 장식하는 안개 낀 저녁무렵,
乘花落照春(흥화낙조춘). 꽃을 틈타 해가 떨어지는 봄날.
邊城琴酒處(변성금주처), 변성은 거문고를 타고 술마시는 곳,
俱是越鄕人(구시월향인). 짝한 사람은 월땅이 고향 사람.
<九日>
九日重陽節(구일중양절), 구월구일 중양절,
開門有菊花(개문유국화). 문을 여니 국화 피었네.
不知來送酒(부지래송주), 누가 술을 부쳐왔는지 모르지만,
若個是陶家(약개시도가). 아마도 도씨네 이겠지.
蜀中九日>(《纪事》作和邵大震, 一作蜀中九日登玄武山旅眺.)
九月九日望鄕臺(구월구일망향대), 구월구일 망향대,
他席他鄕送客杯(타석타향송객배).
타향 다른 자리에서 나그네를 전송하는 술잔드네.
人情已厭南中苦(인정이염남중고),
사람의 마음은 이미 남쪽의 고생이 지겨운데,
鴻雁那從北地來(안홍나종북지래). 피난민은 북쪽에서 찾아오네.
九日懷封元寂
九月郊原望(구월교원망), 구월에 교외로 나가 바라보니,
平野遍霜威(평야편상위). 평야엔 두루 서리가 위엄을 부리네.
蘭氣添新酌(난기첨신작), 난향기가 새 술잔에 더하고,
花香染别衣(화향염별의). 꽃향기는 특별한 옷을 물들이네.
九秋良會少(구추양회소), 구월 가을철은 좋은 모임은 적고,
千里敵人稀(천리적인희). 천리에 적을 만든 사람은 드무네.
今日龍山外(금일용산외), 오늘 용산 밖으로 나오니,
當憶雁書舊(당억안서구). 친구의 편지가 그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