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기지개를 펴는 봄. 날씨가 따뜻해지자 컨버터블과 스포츠카 중고차 수요가 늘고 거래도 활기를 띤다. 스포츠카 구입시 특히 눈여겨 볼 점과 주의할 점을 알아보자.
스포츠카 중에서도 컨버터블은 요즘처럼 날이 풀릴 때 수요가 늘어나며 겨우내 잠자던 매물이 쏟아져 나온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화끈한 성능, 민첩한 조종성 등을 저마다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중고차 시장에 나온 매물 중 모든 게 완벽한 차는 없다. 물론 수리비를 더하더라도 신차보다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또렷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옥석을 잘 가렸을 때 얘기다. 올 봄 컨버터블과 스포츠카를 장만하려는 독자들을 위해 합리적인 구매 방법을 가이드한다.
충동구매는 금물
멋진 스포츠카를 사야겠다고 맘먹고부터 기대와 설렘으로 조급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뒷감당을 잊은 채 무언가에 ‘꽂혀 지르는’ 충동구매는 금물이다. 중고차 보는 안목이 없다면 차를 잘 아는 지인과 동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고차를 사고 후회하는 행동은 대부분 충동구매에서 비롯된다. 판매자에게 따져봐야 고스란히 자기 손해로 돌아온다.
스포츠카는 사고차가 대부분이다
사고 수리이력이 전혀 없는 것을 무사고라 생각하기 쉽지만 엄연한 착각이다. 특히 스포츠카는 완전 무사고차 찾기가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 과격하게 다루는 운전자들 특성상 사고율이 승용차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사고 이력도 중요하지만 골격에 치명적인 사고가 아니라면 어떻게 잘 고쳤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무사고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좋다. 보통 복잡한 형상의 외장 패널의 경우, 판금 도색보다 패널을 교체한 차가 더 깔끔하다.
보험이력 없다고 무사고는 아니다
스포츠카는 사고율이 높아 보험료가 비싸다. 특히 자기자동차담보의 경우 일반 세단형에 비해 최소 두 배에 해당하는 보험료가 책정된다. 이 때문에 많은 스포츠카 오너들이 자기자동차담보를 빼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들은 사고가 나면 오너가 직접 비용을 들여 수리하게 된다. 보험금 지급이 없으므로 보험이력에 사고수리 기록도 남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이력조회는 참고만 하고 실제 차 상태를 살펴본 뒤 사고유무를 파악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또한 관리가 엉망인 완전 무사고보단 단순 교체 이력이 있어도 깔끔하게 수리·관리된 차가 더 낫다. 그래서 차는 직접 봐야 한다. 밝은 햇빛 아래서 보는 것이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인공조명이라도 차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살피는 게 바람직하다. 외장 패널 수리 부위가 매끄럽지 않은지 등 전체적인 마무리를 확실히 점검할 수 있으며, 엔진룸 내부의 프레임 사고를 살펴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보험이력 조회는 사고 비용, 사용이력 등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간낭비 줄여줄 보험이력조회
보험이력조회는 사전에 차 상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전손이나 침수, 도난 또는 피해 및 가해 등 거액의 사고 수리비용뿐 아니라, 렌터카나 영업용 및 관용 사용이력까지 조회할 수 있다. 기피하는 이력이 있는 차들은 싸게 사더라도 되팔 때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카 히스토리도 한계는 있다. 어디까지나 보험 처리한 사고내역만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카는 자기자동차담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 보험금 지급이력 없이 자비로 수리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 가액이 클 땐 내용을 확인
고성능 스포츠카 매물을 조회해 보면 피해액이 몇 백만원, 나아가 몇 천만원에 달하는 차도 있다. 보험 가액엔 수리 부품과 공임, 렌트 비용이 포함돼 있고 최근에는 부품들이 모듈화되면서 수리 대신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사고 내용과 횟수를 살펴보자. 수리 상태를 자신하는 매물은 대부분 내역이나 사진 자료를 갖추고 있다. 제아무리 액수보단 사고 내용을 본다고 하지만 차 값에 버금가는 수리비 이력이 뜨는 차는 거르는 편이 좋다.
부품 가격으로 유지비를 계산해보자
스포츠카는 승용차에 비해 유지비가 비싸다. 타이어도 여름용 UHP를 사용하고 과격한 주행을 즐기는 만큼 각종 오일교환 주기도 빠르다. 보증수리 잔존 여부에 상관없이 입문이 망설여지는 이유다. 구입 후 유지 보수비용을 알아보고 싶다면 수입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부품 권장 소비자가격 조회 서비스를 이용해보자. 아울러 동호회에서 같은 데서 오너들의 수리비 지출 내역을 참고하는 것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참고로 수리비는 부품 값과 공임을 합친 것이므로 구조가 독특하거나 복잡한 차는 그만큼 공임도 비싸진다.
연식과 등록일을 확인하자
자동차는 보통 8월 이후부터 다음해 연식을 생산한다. 이렇게 최초등록일이 연식보다 앞서는 경우를 ‘각자’라고 하고 반대의 경우를 ‘역각자’라고 한다. 역각자는 직수입 차나 재고 차처럼 특수한 사정에 의해 등록일과 연식이 뒤바뀐 경우다. 연식에 따라 변속기나 개선 사양이 다르거나 아예 다른 모델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엔진룸 안에 찍혀 있는 차대번호를 통해 실제 연식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에 부착된 튜닝부품들로 전 오너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장착된 부품이 오너의 성향을 말한다.
휠과 타이어, 보디 키트, 서스펜션 등으로 전 오너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성능에 걸맞은 고성능 타이어와 소모성 부품이 달려 있다면 적어도 사자마자 예상치 못한 고장을 겪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서킷에서의 가혹한 주행에 노출됐으리라 짐작할 만한 부품들이 부착된 차들은 하체 쪽 컨디션 저하가 우려되므로 이 역시 기피대상이다.
냉간시 아이들링은 엔진의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조건이다
솔직한 엔진 컨디션을 보여줄 냉간 시동
자동차는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작동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엔진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도 시동을 걸면 수많은 센서와 컨트롤 유닛의 피드백을 통해 정상 작동 조건에 최대한 가깝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냉간시 아이들링은 엔진의 상태를 가장 가감 없이 보여주는 조건이다. 진동, 소리, 냄새나 매연, 공회전이 불안정하거나 차 바닥 또는 엔진룸 내부에 흐르거나 스미는 액체 등 특이사항은 없는지 운행 전후 몇 분간 지켜보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다. 참고로 스포츠카들이 초기 시동 때 회전수가 높아졌다 정상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외기 온도에 따라 길어야 30초 안팎이다.
컨버터블은 공조시스템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열선 및 통풍 시트, 에어컨과 히터의 작동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에어컨 및 오디오 시스템의 중요성
공조기와 오디오 시스템은 컨버터블 탑승자의 쾌적함을 더하는 장비다. 오픈 에어링을 다양한 날씨 조건에서 즐기기 위해선 에어컨과 히터 및 열선과 시트 통풍 기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중고차 구매에 앞서 이 같은 기능들이 정상 작동하는지 꼭 살펴보자. 고성능 스포츠카는 엔진과 변속기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공조 시스템의 의존도가 승용차에 비해 높다. 풍량과 온도 조절, 외기 및 내부 순환 단속이 원활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엔진룸 내부의 누수나 누유 등으로 인한 퀴퀴한 냄새의 유입 여부를 살펴봄으로써 차의 컨디션까지 확인할 수 있다.
톱과 패브릭 상태가 나쁜 매물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시운전 및 전후 톱 개폐 상태 확인
컨버터블 스포츠카는 차의 특성상 잡소리가 심하고 승차감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특히 연식이 오래 될수록 그럴 확률이 높다. 사람에 따라 적당히 참고 탈 수도 있지만 못 견디는 경우도 많다. 내가 정 붙이고 잘 탈 수 있을지, 그리고 사고이력이 있다면 제대로 수리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라도 시운전은 필수다. 특히 컨버터블 톱을 저속주행에서 여닫을 수 있는 차라면 해당 조건에서 작동해보고 여닫히는 데 매끄럽지 않거나 멈추는 증상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톱 표면과 내장재가 바랜 차는 피하자
톱을 작동하는 기구와 톱을 구성하는 패브릭과 실은 컨버터블에서 가장 값비싼 부분 중 하나다. 부분 수리나 교체가 어려운 까닭에 톱이 망가졌다면 중고시세를 훌쩍 뛰어넘거나 차값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리비를 내야 할 경우도 있다. 따라서 상태가 안 좋은 컨버터블은 되도록 피하는 게 맞다. 패브릭 톱 표면 색 바램 현상이 있는 차, 측후면 도어와 윈도 실이 경화돼 갈라지거나 뜯긴 차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주로 야외에 주차하거나 유지보수를 게을리 한 경우다.
수입 스포츠카는 제조사 보증기간이 남은 차를 구매하는 편이 유리하다이 유리하다
보증 잔존 및 유효여부 확인
수입 스포츠카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입 시점에 제조사 보증수리가 가능한 차를 구매하자. 보통 연식과 주행거리 중 선도래 조건을 적용하기에 연식이 짧아도 주행거리가 많으면 보증수리를 받을 수 없다. 드물지만 연식과 주행거리가 모두 해당되더라도 보증수리를 못 받을 때도 있다. 자동차 회사에서 명시한 관리 요령을 지키지 않았거나 개조를 한 경우들이다. 이런 차들은 보증이 거부되기도 하니 구입 시 메이커나 수입사에 보증수리 잔존 및 가능 여부를 확인하자.
경고등이 뜨는 차는 가급적 정식센터에 입고시켜 컨디션을 파악하자
경고등은 경중에 상관없다
요즘 차는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문제까지 경고를 띄운다. 일시적으로 떴다 사라지는 것부터 정비소에서 확인 후 소거할 때까지 주행에 제한이 걸리는 경고까지 다양하다. 특히 고성능 스포츠카일수록 더 예민하다. 간단한 문제면 다행이지만 중대 결함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으니 전문 업체에 의뢰해 확인하자. 범용과 전용 진단기는 고장 코드를 읽고 해석하는 수준이 다르다. 간혹 어설프게 소거했다가 큰 고장으로 낭패를 보는 일도 생기므로 되도록 정식 센터에 입고해 세부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