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명석의 내 인생의 책
① 1984 / 조지 오웰
첵 덮은 후 잔상은 꽤 진했다. / 2010년 쯤 이 책을 읽었다. LG트윈스 코치시절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은 뒤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1984>를 찾게 됐다. 이 책의 잔상은 꽤 진했다.
책을 쓴 시기가 1946~1948년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책의 메시지와 세상이 오버랩되는 측면이 늘어나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미래를 향한 예지력까지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잠시 책 속으로 들어가보면, 1984년 세상은 오세아니아·유라시아·동아시아라는 삼대 전체주의 국가에 의해서 지배된다. 주인공 윈스턴은 극단적 전체주의를 만들어가는 오세아니아에서 문서를 조작하는 외부 당원이다. 전체주의 강화를 위해 '텔레스크린'이나 사상경찰을 통해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일을 하는데 전체주의에 회의를 가지게 돼 당에 반발한다. 결국 내부 당원에 의해 사상경찰에 체포되고 모진 고문과 세뇌를 당한다. 그 여파로 연인 줄리아마저 배신하고 당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게 된다. 인간의 가치를 상실한 윈스턴의 종말은 총살형이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1984>의 모습이 담겨 있는 듯하다. 수많은 루트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CCTV를 통해서 알게 모르ㅜ게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 자유를 갈망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면의 모습은 또 다른 게 현대인의 삶이 아닌가 싶다.
<1084>는 그저 시대의 유행에 따라 흘러가는 책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보는 지침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작가 조지 오윃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치 부여를 하지 않고,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야구해설위원 / 2014.09.11. 수요일자 경향신문 1면에서 옮겨 적음 /
② 죽은 시인의 사회 / 클라인바움
스포츠 지도자라면 일독을 /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2004년 LG트윈스 코치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다. 그 전 메이저리그 해서을 할 때만 해도 그저 틈틈이 찾아보는 수준이었지만, 코치가 된 뒤로는 누군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에 수험생처럼 책을 읽었다. '질주일에 2권', '1년에 100권'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싶기도 하다. 녹차를 재탕하듯 조금 더 내용을 곱씹으며 그 맛을 제대로 음미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여러 차례 꺼내 본 책 중 하나가 <죽은 시인의 사회>이다. 이 책은 영화로도 널리 알려졌는데 주연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최근 자살하면서 재차 회자되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선수 지도 방법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 '카르페 디엠', 즉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이 너무도 선명히 남아 있다.
미국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존 키팅 선생이 부임해 입시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만난다. 그는 "인간은 언젠가 죽기 때문에 미래에 속박되지 말고 지금의 삶에 충실해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가르친다. 이는 명문대를 향해 무작정 뛰어야 하는 우리 학생들의 삶에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전해졌다.
야구장에서도 그랬다.ㅣ 당장의 성적만을 위해서, 선수가 아닌 나를 위한 훈련을 진행한 것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해준 책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소통하기 위해 선수들과 교감하는 일을 생각하게 됐다. 2011년 당시 두산 김경문 감독이 사쾨하고 난 뒤 관중석의 한 분이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이 역시 책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교육관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코치의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 야구해설위원 / 2014.09.10. 수요일자 경향신문 1면에서 옮겨 적음 /
③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읽을 때마다 다른, 묘한 매력 / <어린 왕자>라는 책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널리 알려진 책이다. 필자 또한 서너 번은 읽었다. 이 책에 여러 차례 손이 간 것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의 매력은 그렇게 매번 달랐다.
주인공의 비행기가 황량한 사막에 불시착한다. 그리고 어린 왕자와의 만남으로 스토리는 시작된다. 이후 쏟아지는 가슴을 녹이는 대화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 마음을 얻는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같은 영혼 비타민이 되는 대사들이 여러 에피소드와 어우러져 펼쳐진다.
이 책을 펼 때면 긑 모르고 사막을 달리던 중 오아시스를 만나는 것 같았다.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순수한 마음을 다시 느끼며 정신적 치유도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어른들의 동화라고 하는 이유도 일그면 읽을수록 더욱 분명히 알게 된다.
여느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프로야구를 하는 사람도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않다. 1년 내내 경쟁을 해야 하고, 거의 매일 승패의 갈림길에 올라야 한다. 선수로 마운드에 설 때, 코치가 돼 마운드로 올라가는 선수 등을 바라볼 때 늘 승부 속에 살아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그리워질 때 다시 생각나는 책이 <어린 왕자>다.
저자 생텍쥐페리의 섬세한 관찰력을 통해 삶의 본질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너무도 빨리 변하는 이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으로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여러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기도 하다. / 2014.09.12. 금요일자 경향신문 2면에서 옮겨 적음 / 야구해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