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의 배후
사막을 옮기는 바람을 보았다 자고 나면 사막의 등뼈가 휘어 있었다
사막 긴 등뼈의 굴곡이 움직인다 수족이 없는 사막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 것 같았다 생명의 알집 하나만 오염되어도 전체가 고비인 내 몸과 다르게 고비사막은 바람 외 어떤 생명도 키우지 않는다 생명이 가장 위험한 고비라는 것을 깨우친 후일 것이다
생명은 위험하고 성가시고 손이 많이 가는 성질을 가졌다
사막의 유일한 성분은 모래뿐 고비사막은 그것조차도 성가셔서 바람을 부려 먼지의 먹이로 줘 버린다
나는 이곳에서 그렇게나 궁금했던 내 후생의 거처를 확인한다 고비사막이 자신의 영토에서 모든 생명을 제거한 후 생명 이전의 것들만 배치한 덕분이다
생명이 되기 이전의 것들 생명이 될 필요가 없었던 것들 생명에서 급히 빠져나온 흔적도 없었다 생명은 중심을 지키기 위해 일생을 허비하는데 내가 확인한 고비사막은 자신에게 중심을 두지 않았고 아주 작은 중심이 생기는 순간 바람이 와서 금세 지워버렸다
2021년 『시와반시』 겨울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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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시산맥시문학상 심사평
시산맥시문학상은 시산맥 회원으로서 전년도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 중 1편을 응모하여 심의를 한다. 이는 시산맥 회원들의 창작 욕구를 높이고 회원의 단합을 위한 목적이 있다.
이번 해에는 130여 편의 시가 응모되었다. 예심을 맡은 김대호 시인, 전비담 시인은 응모된 작품을 읽고 예심 통과작을 각각 10편씩 추천하였다. 추천된 작품 중 가장 점수가 높은 8편과 발행인이 2편의 작품을 추천하여 10편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은 무기명 심사를 하였으며 다수의 심사위원을 위촉함으로서 공정성을 보장하였다.
본선 작품(가나다 순)
예심위원 추천
「사사로운 별」(이령)
「모린 톨로가이홀」(송용탁)
「분홍치킨」(조희진)
「접시와 사과」(지관순)
「영」(정재리)
「어떤 것도 없는 11월」(정성원)
「거미 씨의 생존법」(김사리)
「방탈출 게임」(최규리)
발행인 추천
「돌」(원도이)
「고비의 배후」(김대호)
위촉 드린 35명의 심사위원 중 28명이 심사를 해주셨다.
심사위원이 다수인 만큼 작품에 대한 다양한 취향이 장점이면서 단점이었다. 집계 결과 여러 편의 작품이 고르게 점수가 나왔다. 그중 4편으로 압축이 되었다. 「사사로운 별」(이령) 「거미 씨의 생존법」(김사리) 「돌」(원도이) 「고비의 배후」(김대호)이다. 심사위원들의 추천은 4편의 작품에 고르게 분산되었으면 최종적으로 「사사로운 별」(이령) 「고비의 배후」(김대호) 두 작품이 같은 점수를 받아 공동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수상작 김대호 시인의 「고비의 배후」는 사막의 생명에 대한 경외한 시선과 고비라는 언어가 가진 다의적인 의미, 그리고 “고비사막은/ 바람 외 어떤 생명도 키우지 않는다/ 생명이 가장 위험한 고비라는 것을 깨우친 후일 것이”라는 사유의 깊이가 시의 진정성을 맛보게 한다.
또 하나의 수상작인 이령 시인의 「사사로운 별」은 사사로운 발상의 전환들이 각 연에서 톡톡 끊어졌다가 이어진다. “정의를 섣불리 정의하지 않는 사사로운 별이 되겠다”는 시인의 시세계가 시 전편에 고르게 은하수처럼 펼쳐져 있다.
수상자에게는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하며, 이번에 아쉽게 수상을 하지 못한 8분의 작품도 앞으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응모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23년 제3회에는 더 많은 작품이 응모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심 심사위원 : 시인 강수 강재남 강주 권기만 김륭 김미희 김철홍 김필영 류인서 박분필 신지혜 안은숙 이송희 이용주 이재연 임혜신 전다형 정국희 정숙자 최연수 최정란 최지하 한용국 한혜영 평론가 김효숙 박민영 송용구 전철희(28) - 글(시산맥 발행인 문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