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론(論)
늘푸른언덕
올해 2024년 1월 초,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대한민국 남녀 평균 수명이 또 다시 상승하여 인생 백세시대의 도래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 수명은 5년 만에 2.8세 증가한 86.3세, 여성은 2.2세 증가한 90.7세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90세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소식과 함께 명실공히 인생 100세 시대를 향해 한 걸음 더 진일보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 등에 기인하며 이로 인해 향후 사망률이 더욱 개선되어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를 돌파하는 날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문득 걱정거리 하나가 생깁니다.
그것은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기억력의 감퇴와 숨길 수 없는 꼰대 근성입니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신년 계획을 세우는데 올해 이루고 싶은 나의 모습들을 목표로 적어봅니다.
올해는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이루고 싶은 나의 모습 중 하나를 ‘꼰대 모습에서 벗어나기’로 정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꼰대의 증상은 인생의 주름살처럼 피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치매 방지를 위해 학습하듯이 꼰대의 특징을 살펴봄으로 꼰대가 되어가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늦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인생 백세까지 살아야 할 날들이 적잖이 남은 까닭에…
오늘의 화두 ‘꼰대’와 관련하여 아주 오래전의 인상적인 기억 하나를 소환합니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 새 학기가 시작되던 월요일 전체 조회시간에 우리 학교에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당시 두 분의 선생님께서 부임하셨는데 그 중 체육 선생으로 부임하신 분께서 자신을 소개하는데 그 소개가 너무나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OOO입니다.
저는 클래식보다 팝송을 더 좋아합니다….
아주 짧은 자신의 소개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팝송을 좋아한다는 선생님의 이미지였습니다.
젊은 우리들과 대화의 눈높이가 맞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그분의 탁월한 자기소개법을 통하여 당시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과 보수의 꼰대스러움을 바꿔버린 신선한 감동을 선사한 멘트였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흔히 쓰는 ‘꼰대’라는 말의 정확한 뜻을 알아봅니다.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로… 어원에 대하여는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와 프랑스어 ‘콩테(Comte)’에서 유래 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즉, 권위를 행사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에서 파생된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이 단어는 영국 BBC 방송의 2019년 9월 23일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오늘의 단어’로 ‘kkondae(꼰대)’를 소개하며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고 풀이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꼰대의 영어식 표현은 ‘Boomer’ 또는 ‘Old Fashioned Person’으로 ‘현재의 새로운 유행이나 기술발전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선호하고 이전 세대에서 더욱 편안함과 친숙함을 찾는 사람’ 정도로 해석합니다. 한편 ‘전통적인 가치관과 아름다운 문화유산 같은 것을 굳게 보전하려는 남다른 의지와 성향을 지닌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면도 존재합니다.
요즘 젊은이들 대화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의 성향을 분석한 MBTI의 16개 유형 중에서 가장 꼰대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융통성 제로의 유형으로 ‘ISTJ’를 꼽은 글을 흥미롭게 본 적이 있습니다.
또한 꼰대의 기질은 흔히 나이 든 사람에게 나타난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으며 젊은 MZ 세대들 중에서 나이 든 어른들은 모두 꼰대라고 치부하며 대화나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부류를 칭하여 특별히 ‘역꼰대’라고 정의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꼰대를 특성을 다음의 6하 원칙(5W 1H)의 언어적 습성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꽤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꼰대의 6하 원칙
1. 내가 누군 줄 알아? (Who)
2. 네가 뭘 안다고? (What)
3. 어딜 감히? (Where)
4. 나 때는 말이야… (When)
5. 어떻게 그걸 나한테? (How)
6. 이 나이에 내가 그걸? 왜?
꼰대로 살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나에게 꼰대의 성향이 있는지를 점검하는 게 순서인 듯합니다.
꼰대 성향을 점검하는 수많은 체크리스트들이 있는데 우선 쉽게 눈에 띄는 간단한 감별법 하나 소개합니다.
꼰대 감별법
1.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2. 대체로 말을 길게 한다
3. 판단의 언어, 지시의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
4. 자기가 아는 것 이상을 더 알려고 하지 않는다
5. 기승전 자기자랑이 대화의 전부다
6.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법을 모른다
7. 자신감은 센 반면 자존감은 낮다
8. 자신의 이익이 침범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9. 나이, 직위 등 표면적 서열관계에 집착한다
10. 다른 사람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자기를 의심하는 것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함으로 세상은 넓고 자신은 미천하다는 부족함과 겸허함을 깨닫는 것입니다.
2024년 신년 벽두에 제가 섬기는 교회 공동체 남선교회에서 한 해의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임원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당일 임원 워크숍 주요아젠다 중의 하나는 소통이었습니다.
우리 남선교회가 믿음의 공동체에서 신앙의 선배로서 젊은 세대들과 다양한 채널로 대화의 장을 열어보자는 신박한 의견이 제안되었습니다. 젊은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하여 그들과의 멘토링 제도를 실시해 보자는 야심찬(?) 실천 방안도 제기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젊은 남선교회 임원이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의도는 좋지만 요즘의 청년들은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이 다가오는 것을 꺼린다는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놀라운 이야기와 젊은 청년들은 함께 우리 믿음의 선배들을 영적 꼰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분명한 현실이라는 충격적인 말과 함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그들과 영적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영적 꼰대로서의 모습을 한 번쯤 점검해 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오랜 신앙생활을 통하여 우리들이 빠질 수 있는 영적 꼰대의 모습을 오늘의 화두인 꼰대의 특징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열거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가진 라떼 신앙입니다.
신앙의 연륜이 오래 되고 아직도 옛날 옛적에 받은 은혜에 얽매여 있거나 머물러 있기를 고집하는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신앙의 모습입니다.
다음으로 겉으로는 회칠한 무덤같이 경건의 모양을 하면서도 내면에는 영적 교만으로 가득 차 있는 영적 꼰대의 모습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부류일수록 신앙적으로 영성에 민감하여 자신이 얻은 영적 깨달음을 통하여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보다는 가르치려는 사람들의 유형입니다.
안타까운 영적 꼰대의 또 다른 모습은 믿음이 지나치게 확고한 유형에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은 절대적으로 맞고 다른 사람의 믿음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되었을 때 타협점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두 부류다 하늘로부터의 분명한 음성을 들었다고 확신하기에…
영적인 유연성이 상실된 안타까운 모습들입니다.
또한 자신들은 영적으로 민감하여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신앙을 오롯이 행한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지만 정작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실제로는 자신을 위한 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신앙을 행했거나 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영적 꼰대의 모습입니다.
또 다른 유형은 대개의 신앙공동체에서 빠질 수 있는 영적 꼰대의 모습으로 오랜 신앙의 연륜과 경험을 통하여 습득된 신앙 고수의 자세로 매주일 목회자들의 설교를 평가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옛날 율법의 잣대로 세련되게 가늠하던 율법학자나 바리새인들의 모습을 연상케합니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 나 스스로에게서도 발견됨을 반성하고 회개합니다.
끝으로 날마다 정결함을 사모하며 하늘에서 부어주시는 지혜를 구하며 세미한 음성에 귀 기울임으로 연단하여 새로움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게으른 영적 자아를 가진 사람들 속에서 발견되는 영적 꼰대의 모습입니다.
이제 우리 믿음의 공동체는 새로운 영적 도전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124년간의 믿음의 전통을 귀중한 신앙의 유물로 집착하며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능동적으로 부딪히며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와 영적인 균형을 이루어 자칫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다 함께 새로운 비전의 스토리를 써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혹여 내 안에 내재되어 암세포처럼 자라나고 있는 영적 꼰대의 모습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이러한 갈급한 문제에 대한 명쾌한 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립보서 2장 5절~8절
첫댓글 인생100세시대를 맞아 2024년 이루고 싶은 새해목표 중의 하나로
'꼰대 벗어나기'로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먼저 꼰대에 대하여 알아봅니다.
더 나아가 신앙 안에서 자칫 빠지기 쉬운 영적 꼰대에 대하여도 함께 묵상해봅니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