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도어를 열어보니 계란이 몇개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혼자서 식사를 할 때엔 반찬이라도 준비돼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할 땐 귀찮기도 해서 라면으로 때울 때가 많다.
라면을 끓일 때는 계란이라도 하나 넣으면 맛이 달라진다.
세월호사고때 현장으로 내려간 장관이 라면 먹다가 목이 날아가자
마치 자신이 갈릴레오나 된듯 "계란도 넣지 않았는데..."라고 했다나
우리 아파트에는 단지내에 딸린 상가가 있지만 재래시장에 비해 값이 조금 비싼 편이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씩 장사들이 들어와 화요장이 선다.
상가에선 싫어하겠지만 작년에 주민투표로 유지냐, 없애느냐를 결정하는 데
유지하자는 쪽이 많아서 계속되고 있다. 생선,김치,과일,반찬가게,핫도그,떡,수도꼭지
등등 차에 싣고와서 어린이 놀이터 주위에 전을 낮동안만 차렸다가 철수한다.
어제 오후에 구청에서 주는 재난지원금 카드(5만원주입)를 들고 인근 농협에 가서
쌀(지리산메뚜기쌀20Kg:56000원) 1푸대와 신안산 천일염(10Kg:18000원)을 구입하여
카트에 싣고 끌고 오다가 화요장터에 들러 계란 한 판(6천원)을 샀다.
얼마전 코로나가 확산되자 아파트 지하상가에 내려갔더니 라면과 계란이 다 팔리고 없었다.
제법 크다고 한 코스트코에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일본과 미국에서도 생필품 사재기가 유행되자
우리나라에선 사재기가 없었다고 신문에 엉터리 기사가 나기도 하였다.
냉장고 문을 열고 계란을 집어 넣고 나니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어릴 땐 시골에서 암탉을 한 마리 키웠는데 알 낳고 나면 '꼬끼요!' 하고 울었다.
그러면 밭에 일을 하다가도 달려가 알을 낳은 곳에 가서 손에 따뜻함이 전해지는 계란을 주워 쌀 뒤주 속에 넣어 놓았다.
여남은개가 모이면 장에 갖다 팔기 위해서였다. 온기가 느껴지는 계란을 손에 쥐면 깨어 먹고 싶었지만 침을 삼키며 꾹 참았다. 일년에 봄과 가을에 소풍 갈 때 계란 하나 삶고 사이다 한 병 사서 도시락 싸서 갖고 갈 때나 맛 볼수 있었다.
저녁 때 집사람이 일을 마치고 오면서 시장에 들러 계란을 두 판이나 사왔다. 자기도 계란이 떨어진 줄로 알고
사 온 것이다. 갑자기 계란 부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