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낙원』은 인간이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생과 사, 의식과 인지능력의 한계를 기술로 사고 팔 수 있는 세계를 그린 소설이다. BCI(Brain-Computer Interface), AI, 메타버스 등이 날로 발전하는 시대에 『기억의 낙원』이 상상한 미래는 어쩌면 코앞에 당도했을지도 모른다. 인지과학자이자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이기도 한 작가는 그러한 세계를 과학적으로 착실하게 설계해나가며 기억 조작 상품을 살 수밖에 없는 인물들과 그들의 고민을 핍진성 있게 보여준다.
시한부 아내의 괴로웠던 삶을 행복한 꿈으로 마무리하려는 남편, 꿈이 없는 아이를 의사로 만들려는 부모, 자신의 가족을 파괴한 사람에게 복수하려는 여자, 가난한 이의 외국어 능력을 자식에게 이식하려는 부자 아빠. 죽은 아내를 메타버스 사후 세계에서 만나려는 남자. 그 뒤에는 인간의 욕망을 거래하려는 거대 조직 ‘더 컴퍼니’가 있다.
더 컴퍼니의 실질적 운영을 이끄는 장 교수의 추천으로 여기에 합류한 주인공 하람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이들의 뒤를 신문기자 소이와 ‘가이아’라는 비밀단체가 바짝 쫓는다. 더 컴퍼니의 불법과 치유, 살인과 회복을 넘나드는 행보와 그들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펼치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기억과 의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세계는 과연 낙원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