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이야기도 나오고 요즘 주식시장에서 HMM이 핫합니다. 1년 만에 무려 10배가 뛰었지요. 디씨 범주식 갤러리에서는 사장인 배재훈을 갤주로 추앙하고 난리입니다. 해운이 핫해진 것도 서브프라임 이후 무려 13년만입니다 (한진해운 매출이 10조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극렬 문빠와 민주당이 뭐만 하면 전 정부 탓하고 넘어지는 거나 180석 들고 중대기업재해법 하나 처리 못하고 야당 탓하는 건 기가 차는 수준이지만, 이 해운만큼은 '이전 정부가 싸지른 걸 문재인이 처리하고 있는' 형국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박 시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위기에 몰렸을 때 최선의 선택은 두 회사를 합병하는 거였습니다. 지금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합병론이 오가듯이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당시 관료들은 두 해운사 해봐야 물류량 11%밖에 책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얼핏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벌크(석탄, 철, 유류, LNG 등등)까지 전부 합친 겁니다. 컨테이너로 한정하면 비중이 훨씬 커집니다. 이해가 안간다면 지금 최대 선박인 HMM 알헤시라스가 20만톤인데, 유조선은 VLCC(Very Large Crude Carrier)가 30만톤, ULCC(Ultra Large Crude Carrier)는 50만톤+입니다. 유조선이랑 화물선 모아놓으면 컨선이 왜소해보이죠.
2) 그러나 컨테이너는 그 특성상 정기선서비스입니다. 즉, 기업이 해외 수출/생산을 위한 공급망을 구상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둘을 제외한 선사들의 주요 네트워크는 아시아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주 루트인 유럽/미주를 다루는 노선은 두 원양해운사 뿐이었죠. 특히 한진해운은 현대상선보다도 네트워크가 훨씬 많고, 컨테이너선도 많았습니다. (산업은행 지원 전까지 현상은 벌크도 하고 소형선도 많은, 해운에서 1.5군쯤 느낌이었습니다.)
3) 위와 같은 이유로 수에즈가 끼친 피해가 국제물류량 12%에 그치지 않고 한진해운 파산도 국가선복량 60% (65만 TEU) 소멸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을 다시 구상해야 하는 겁니다. 기존 운송 루트, 기존 운임 계약이 한 순간에 박살났고, 그러면 생산/판매 계획까지 다 꼬이게 됩니다. 이걸 복구하는 비정형자산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히 다양한 선사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리스크분산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순실이 누나에 의해 둘 중 하나, 그것도 조양호가 에스오일 지분 팔아치워가며 지원금 마련했고, 네트워크나 선복량도 훨씬 많은 한진해운 해체라는 상식 밖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조양호에겐 한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대한항공 부채 800%(...) 시절에 1300%를 넘나드는 한진해운을, 그마저도 개꿀 터미널사업은 최은영에게 갖다바치는 호구짓 해서라도 조중훈 시절의 육해공 종합수송 하고 싶어했는데 날아갔으니까요. 오죽하면 이때 터미널은 어떻게든 사들이고, 한진 (한진택배하는 그 회사입니다)이 연안 벌크선 몇 대라도 사들여서 최소한의 해운은 영위하겠다고 나섰으니까요.
아무튼 ㄹ혜는 503번방으로 쫓겨났고 최순실도 재판 받으며, 문재인과 해양수산부, 산업은행은 세계 최대급 선박 2만 4천 TEU급 HMM 알헤시라스급 12척 발주를 지원합니다.
사실 이때 논란이 있었습니다. 경제적 효용보다는 해운 재건과 불황을 겪던 조선을 지원하려는 당위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있었죠. 이건 좌우 가릴 거 없이 나왔죠. 세계적으로 선복량은 넘쳤고 해운 얼라이언스들이 선복량 공급 조절을 해도 용선하면 되서 과점기업들도 못건드리는, 가격이 도저히 안오르는 그런 상황에서 초대형선을 잇달아 발주하는 광폭행보를 한다? 지금이야 잘했지 당시에는 굉장히 리스키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건 현재진행형입니다. 코로나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집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물동량이 꼴았으나 하반기 들어 내구재 소비가 늘어나고, 특히 가구류 소비가 증가하며 화물 부피가 커지며 선복량 수요가 급증합니다. 더군다나, 수요는 그리 줄지 않았으나 각 터미널/선사들이 인력/방역 문제로 인하여 공급을 확 줄이게 되면서 해운 슈퍼 사이클이 터집니다.
여기서 해운 재건 정책이 힘을 받습니다. 원래 주요 미주 수출 노선은 상해 - 부산 - LA 노선입니다. 근데 중국의 제조업 회복과 미국의 경제 회복이 빨라서 중국 선사가 상해에서 자국 수요만 충족해도 컨선이 꽉차서 부산에서 추가 선적+환적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운임이 미친듯이 치솟았습니다. 2019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자국 국적 선사가 있으면 적체는 될지언정 수출을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급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대기업은 운임을 바리바리 내서라도 운송을 할 수 있습니다. 영 안되면 항공도 띄우고요. 근데 중소기업은 이게 힘들죠. 산은과 HMM은 5천~8천 TEU급 중형 선박을 투입해서 중소기업 수출을 지원합니다. 사실 전체적으로도 여전히 해운은 공급 과잉입니다. 노는 배 많아요. 근데 운임이 치솟는 상황에서 선사들이 그걸 풀 이유도 없고 인력 관리도 안됩니다. 근데 국적 선사가 있으니 자국 수출을 위해 이걸 풀 수가 있었죠.
이 점에서 해운은 문 정부의 공이 맞습니다. 일감 주고 산소호흡기 붙였다 이제 다시 중일 다 쳐바르고 원탑 된 조선도 그러겠네요. 물론 아직 지켜볼 문제도 있고(코로나 후), 이 효용을 체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주식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주가 3만 5천 유지 안된다고 화낼거고, HMM은 나 혼자 잘했다 할거고, 기업은 수출 적체와 늘어난 운임에 속이 타겠죠. 그러나 이마저도 없었으면 더욱 끔찍했을 겁니다.
그리고 선복량 45만TEU HMM을 이렇게 살렸는데, 애초에 더 많은 원양 네트워크와 65만TEU의 한진해운을 살리거나 아예 둘을 합병했다면 국민 세금을 아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이것만큼은 전 정권이 싸지른 뭣을 치우고 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503은 한국 해운 산업을 10년도 아니고 30년은 후퇴시켰으며, 이 피해는 수치로 환산될 수 없는 비정형자산의 손실로 지금도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영춘은 자기들이 살렸다고 해도 됩니다. 컨선 발주할 때 여론 생각해보면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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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어차피 해운기업들 본사 죄다 서울에 두고 있고 터미널이나 항만 입장에선 다른 선사로 갈아치우면 되니까요.
부산에 거대한 항만이 있지만 정작 부산은 공업도시에 가깝죠.
해당 정책으로 득을 본 것은 거제의 조선소들일 것입니다.
다만, 당시의 해운 붕괴가 국가 물류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게 큽니다.
이래도 ....문재앙 소리를 들어가며 정치해야함....아직도 한국은 스단방법 필요없이 결과만 얻고 남이 죽던말던 나 사는데 지장없음 만사가 상관없는이 투성이임...문잰 그래서 자기가 죽을수있단건 생각안함....
못한 건 못한 거고 잘한 건 잘한 것이나, 대한민국에서 그것이 온전히 평가받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울 것입니다
해양수산부를 누가 폐지하려하였는가? ㅎ
MB때 이뤄진 통폐합이 납득하기 어려운 게 대단히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해수부지요.
개인적으로 전 최악의 통폐합은 기재부였다 보고 있습니다. CEO 출신 사장이라는 양반이 왜 기획과 재정을 합쳐놓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둘 다 합쳐놓으니 국민들 자영업자들 죽든 말든 재정건전성만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싸이코패스들이 탄생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