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티켓 13장이 배정된 유럽은 9개 조로 나뉘어 예선을 치르고 있다.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팀인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축구 전통의 강호인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잉글랜드 등이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10월 16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1승1무1패(승점4)로 7조 3위에 머물러 있다. 세르비아와 리투아니아가 3승1패(승점9)로 조 선두를 다투고 있다. 아직 예선 초반이긴 하지만 프랑스의 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유임
프랑스는 유로 2008 C조 조별리그에서 1무2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레몽 도메네크(56) 프랑스 감독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이탈리아전에서 0-2로 진 뒤 “앞으로도 대표팀 감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내 계획은 한 가지뿐이다. 오늘 저녁에 에스텔레 데니스에게 청혼하는 것”이라고 대답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에스텔레 데니스는 프랑스의 유명한 TV 앵커로 도메네크 감독과 염문설을 뿌려 왔다.
유로 2008이 끝난 뒤 감독 경질설이 설득력 있게 제기됐지만 프랑스축구협회는 지난 7월 3일 이사회 결정을 통해 도메네크 감독에게 힘을 실었다.
도메네크 감독 유임안을 놓고 진행된 이사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19명 가운데 18명이 사령탑 교체에 반대표를 던졌다. 나머지 한 명은 도메네크 감독의 교체를 원했던 게 아니라 이날 이사회에 불참했다.
프랑스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도메네크 감독을 경질하자”는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축구협회의 의지는 확고하다. 10월 13일 파리에서 열린 이사회에 도메네크 감독 해임안이 다시 상정됐지만 프랑스축구협회는 “감독 교체는 없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장-피에르 에스칼레트 프랑스축구협회 회장은 “시작이 좋지는 않지만 유럽예선 도중 감독 경질은 범죄 행위와 다름없다”며 도메네크 감독을 감싸 안았다.
불안
도메네크 감독의 경질 여론이 힘을 얻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9월 7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남아공월드컵 유럽 7조 예선이 빈에서 열렸다.
프랑스는 티에리 앙리(31,바르셀로나)와 떠오르는 신예 공격수 카림 벤제마(21,올림피크 리옹)를 투톱으로 내세웠으나 전반 9분 오스트리아의 마르크 얀코(21,잘츠부르크)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중앙 수비수인 필립 멕세(26,AS 로마)의 큰 실수가 있었다. 프랑스는 미드필드 다툼에서 밀리며 볼 점유율에서도 뒤졌다.
오랫동안 체코대표팀을 이끌던 카렐 브루크너(69)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오스트리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프랑스는 전반 42분 레네 아우프하우저(32,잘츠부르크)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크게 흔들렸다.
후반 공격적으로 나선 프랑스는 15분 시드니 고부(29,올림피크 리옹)의 만회골로 반격에 나서는 듯 했지만 적극적인 공격 가담은 또 다른 화를 불렀다. 프랑스는 후반 28분 오스트리아에 페널티킥 골을 내줬다.
다급해진 도메네크 감독은 니콜라 아넬카(29,첼시)를 투입했지만 결국 1-3으로 완패했다. 한 수 아래라는 오스트리아전 패배는 프랑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도메네크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예전의 프랑스는 수비가 강했다. 유로 2008 예선 12경기에서는 5실점을 기록했다. 에릭 아비달(29,바르셀로나), 윌리암 갈라스(31,아스날), 릴리앙 튀랑(36,은퇴), 윌리 사뇰(31,바이에른 뮌헨)이 포백을 구성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패트릭 비에이라(32,인테르 밀란)와 클로드 마케렐레(35,파리 생제르망)가 나섰다. 이들 가운데 튀랑은 A매치 142경기 출전을 끝으로 은퇴했고 마케렐레도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 주던 비에이라는 오랜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는 유로 2008에서 수비진에 큰 구멍이 생기자 세대교체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메네크 감독은 젊은 피를 수혈하며 강도 높은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갈라스와 아비달을 뺀 수비수를 모두 바꿨다.
파트리세 에브라(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가엘 클리시(23,아스날)가 왼쪽 수비수로 번갈아 뛰고 있고 바카리 사냐(25,아스날)는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중앙 수비는 기존의 갈라스와 오른쪽 수비수에서 자리를 옮긴 아비달을 중심으로 멕세와 장-알랭 붐송(29,올림피크 리옹)이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직까지 도메네크 감독은 프랑스의 수비 불안 문제를 속 시원하게 풀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예선 3경기에서 6골을 내줬다. 중앙수비수들의 실수가 잦았다.
무엇보다 측면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아직은 호흡이 맞지 않는 중앙수비수들에게 큰 부담이 됐다. 새로운 얼굴들로 수비진을 채우고 있지만 아직은 조직력이 여물지 않았다.
희망
프랑스는 10월 12일 열린 유럽예선 3차전 루마니아와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프랑스는 볼 점유율에서 4대6으로 끌려 다녔다. 루마니아에게 전반 6분과 17분 연속골을 내줄 때만해도 절망적이었다.
2골을 먼저 넣은 루마니아는 수비를 두껍게 세웠고 프랑스는 오스트리아전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부상에서 돌아온 프랭크 리베리(25,바이에른 뮌헨)와 신예 요앙 구르퀴프(22,보르도)가 있었다.
유로 2008을 통해 지네딘 지단(36,은퇴)의 뒤를 잇는 주축 선수로 거듭난 리베리는 프랑스의 확실한 공격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구르퀴프는 보르도로 임대된 뒤 출전 경기 수를 늘리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프랑스는 리베리의 페널티킥 골과 구르퀴프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4-2-3-1 전형의 측면 날개로 나선 리베리는 수비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파고들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구르퀴프는 감각적인 패스와 슈팅으로 프랑스 공격의 파괴력을 높였다.
프랑스는 날카로워진 공격에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유럽예선 3경기에서 5골을 넣었고 평가전을 포함한 최근 5경기에서는 11골을 쓸어 담았다. 앙리와 아넬카가 나서는 공격진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8라운드까지 진행된 프랑스 리그1에서 6골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벤제마도 상대팀에게 경계 대상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과 유로 2008을 통해 A매치 경험을 쌓은 플로랑 말루다(28,첼시)와 고부도 프랑스 공격진에 무게감을 더한다.
프랑스는 10월 15일 열린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다시 한번 화력을 과시했다. 선제골을 내주며 여전히 수비 불안을 털어 내지 못했지만 앙리(2골)와 벤제마의 연속골로 3-1 승리를 거뒀다.
감독 교체설이 끊이지 않지만 도메네크 감독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도메네크 감독의 임기는 2010년까지다.
도메네크 감독은 “감독 교체와 관련된 일은 내 일이 아니다. 프랑스를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SPORTS2.0 제 126호(발행일 10월 20일) 기사
김병기 기자
ⓒmedia2.0 Inc.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시 법적 제재를 받습니다.
try {
naver_news_20080201_div.style.fontSize = fontSize + "px";
} catch(e) {
}
*출처 : 네이버뉴스 - SPORTS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