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는 풀만 먹나? 물론 아니다. 채식주의자 중에는 생명체로부터 채취하는 벌꿀이나 우유도 피하는 '비건', 우유와 치즈 같은 유제품은 먹지만 계란은 피하는 '락토', 유제품과 계란까지는 허용하는 '락토오보', 여기에 생선까지도 먹는 '페스코' 등이 있다. 국내 채식주의자들은 대부분 '락토'나 '락토오보'에 해당된다.
채식자들을 위한 식품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요즘엔 '비건' 같은 골수 채식주의자라 하더라도 '고기'를 맛 볼 수 있게 됐다. 밀이나 콩, 두부, 버섯 따위로 만드는 '식물성 고기'다.
재료는 엄연히 식물성이지만 모양이나 색깔, 맛이나 질감이 영락없이 고기를 닮은 이 육류 대체 식품은 채식 붐을 타고 일반인 사이에도 건강식으로 인기다.
식물성 고기의 원료는 크게 밀가루와 콩, 두 가지. 밀가루 반죽을 찬 물에 넣고 계속 주무르면 찰고무처럼 질긴 점액질(글루텐)만 남게 되는데, 이를 얼렸다 사용하는 것을 '밀고기',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것을 '콩고기'(베지버거)라고 부른다.
웬만한 채식 전문식당에 가면 밀고기 탕수육이나 돈가스, 밀고기 장조림이나 잡채, 콩고기로 만든 햄이나 소시지 요리 등을 맛 볼 수 있다. '베지푸드' 같은 전문업체는 인터넷 등을 통해 육류대체 식품을 팔고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2001한국인 이렇게산다] 10. 채식하는 사람들
사람이빨 보세요 어디 고기먹으라고 네모로 생겼나요?
잔인한 살육과 도축의 포악성, 비만이나 성인병을 유발하는 건강의 적, 육식. 그 오래된 인류의 '폐습'을 우리네 식탁에서 몰아내자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다. 채식주의자.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치는 육식'('배스킨 라빈스'상속자 존 로빈스의 저서명) 대신 그들은 식탁의 자연주의, 채식을 선택했다.
멀리 보릿고개를 넘어 적어도 식탁에서만큼은 서구의 풍요를 따라잡은 2001년 한국. 질병의 유형이나 발생, 식생활의 패턴이 갈수록 서구를 닮아가는 이 땅에서도 채식주의는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건강식으로, 환경오염이나 동물학대와 같은 윤리적 문제를 낳고 있는 육식의 안티 테제로 힘을 얻고 있다.
종교적 이유와는 무관하게 채식만을 고집하는 순수 동호인 모임도 활발하고, 채식 전문식당도 늘고 있다. PC통신 하이텔(vega)이나 천리안(vege), 인터넷 포털 다음(채식사랑, 지구사랑), 프리챌(생명채식동호회) 등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공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의 'SM채식 뷔페'를 비롯해 '시골생활 건강식당' '산골채식 건강식당''뉴스타트 건강식당' 등 전문점들도 성업 중이다.
"사람의 네모난 이빨을 잘 보세요. 사자나 표범 같은 육식 동물과는 달리 풀을 끊어먹기에 적합하게 생겼잖아요."채식운동단체 '푸른생명 채식연합'의 회원인 이승섭(33ㆍ베지푸드 대표)씨는 동물성 식품은 계란이나 우유도 입에 대지 않는 골수 채식주의자이다.
채식을 처음 시작한 것은 대학교 4학년 때인 1993년 5월. 당시만 해도 고기반찬이 없으면 밥도 잘 먹으려 들지 않았던 평범한 젊은이였다. 학교 앞에서 자취 생활을 하던 이씨는 어느날 밤 "달그락 달그락"신경을 긁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부엌을 샅샅이 살피던 그는 소스라치며 놀랐다. 된장찌개 감으로 저녁나절 사다 놓은 조개들이 하나 둘씩 입을 벌리며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느끼게 해 준 이날 '사건' 이후로 그는 채식을 결심했다.
푸성귀만 먹다 보니 처음엔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영양부족으로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만 같았다. 직장에 들어간 뒤에는 회식 자리마다 동료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채식 습관이 오래될수록 몸은 점점 가뿐해졌고,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생겨났다.
소문난 골초에 애주가였지만 채식을 하면서 술과 담배는 자연스럽게 끊게 됐다. "입맛이 극도로 예민해지고 순해지면서 혀부터 독성 있는 기호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권유로 뒤늦게 채식을 시작한 아내는 임신기간 중 고기와 생선 대신 우유와 곡물, 야채와 과일만으로 영양을 섭취했지만 3.2㎏의 정상체중을 가진 딸 지혜를 순산했다. 일곱 살이 된 지혜는 오늘까지 잔병치레 한 번 없이 건강하다.
이씨는 99년 1월 콩 소시지나 콩 햄버거, 밀고기 등을 만들어 보급하는 채식 전문업체 '베지푸드(www.vegefood.co.kr)'를 설립했다. 생명에 대한 외경에서 출발한 채식습관이 이제 생업이 된 셈이다.
"채식이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혀에서 육식의 기억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이제부턴 대중의 기호와 입맛에 맞는 다양한 채식 제품을 개발해 채식의 저변확대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왜 채식인가? 채식 운동가들은 건강과 환경, 윤리의 세 측면에서 채식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육식은 암이나 고혈압, 심장병 같은 성인병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산림훼손이나 식수오염 따위의 환경문제를 만들고, 소중한 생명을 학대하고 살육하는 윤리적 문제까지 얽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하이텔 채식동호회는 채식의 취지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한 근이 채 못 되는 소고기를 얻기 위해선 7㎏의 곡물과 콩, 그리고 1만 톤의 물이 필요하다. 1,350㎏의 콩과 옥수수는 22인분의 식사량이 되지만 소에게 먹여 고기와 우유를 얻을 땐 겨우 한 사람이 먹을 만한 양에 불과하다.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해 육식을 계속할 것인가."
평생 한번도 날갯짓을 해보지 못하고 알만 낳는 양계장의 닭들, 스트레스 때문에 동료의 꼬리를 물어 뜯는 돼지들, 끊임없는 우유 생산으로 유선염에 시달리는 젖소들.. 오로지 인간의 식습관을 충족시키기 위해 처참히 희생당하고 있는 사육장의 가축들 역시 채식주의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채식주의자라는 대만에 비하면 우리의 채식운동은 아직 걸음마 단계. 제7일 안식일교회나 불교 등 일부 종교인들까지 포함하더라도 순수 채식인구는 40만~50만 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광우병이나 구제역 등 지구촌 곳곳에서 출몰하는 세기말적 역병의 영향으로 채식에 눈을 돌리는 잠재인구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채식주의자들은 오늘도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채식에 관한 모든것"
SBS 오늘부터 다큐 '채식의 힘' 15회 방송
음식 문화를 본격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안방을 찾아간다. 26일부터 SBS '생방송 모닝 와이드' 를 통해 15회에 걸쳐 방송될 '채식의 힘!'(윤동혁 연출)은 채식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보고서라고 할 만큼 치밀한 취재가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다.
윤동혁 PD는 "서양에선 육류 중심의 식탁문화가 채식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역으로 육식문화가 지배적인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균형적인 식탁문화를 조성하고 채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 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제작팀은 4개월에 걸쳐 채식만을 하고 있는 인도 자이나교 사원과 채소와 곡식만으로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본 히로시마의 컨트리 그레인빵집, 채식문화 운동이 활발한 미국의 뉴욕과 하와이, 유기채소 산업이 급성장하는 호주 시드니의 채식문화를 취재했다.
그리고 양고기 등 육류가 식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몽골과 건강, 수명 등을 비교했다.
국내 편에서는 채식을 하는 사람과 채식으로 병을 극복한 사람들을 만나본다. 76세에 채식을 시작해 암을 극복한 신현수(100)씨, 어렸을 때부터 채식을 해 머리가 좋아졌다고 주장하는 조혜란(18)양, 채식만을 먹으며 생활하는 강원 원주시 귀례면의 채식단체, 미국의 채식주의자협의회 회장 루스 하드리히박사 등을 소개한다. 1987년 엔도르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상구박사 채식론의 허와 실도 짚었다.
윤동혁 PD는 "채식을 주장하는 사람도 의견이 갖가지다. 민간요법으로 채식을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소개해 시청자들이 채식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채식하면 암사망률 낮아(의학토픽)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주의자들보다 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40%나 낮다고 영국과 뉴질랜드의 의학연구원들이 최근 보고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의 짐맨교수팀은 브리티시 메디컬저널 최신호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채식주의자들이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도 육식주의자들보다 훨씬 낮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육류를 먹지 않는 사람들은 심장병과 암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질병으로 인한 표준사망률에 있어 육식주의자들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짐맨 교수는 그와 동료연구원들이 다양한 부류의 채식주의자 6천명과 육식주의자 5천명을 대상으로 흡연·체중등의 요인을 감안해 지난 12년간 암, 심장병 및 기타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짐맨박사는 채식주의자들이 육식주의자들보다 건강한 이유를 확실히 알 수는없으나 주로 음식 때문인듯 하다면서 『채식주의자들은 채소·과일·곡류·콩 및 견과류를 다량 섭취하며 이들 음식에는 포화지방이 적고 불포화지방과 탄수화물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채식주의자들이 비타민 B12를 제외하고 육식주의자들보다 여러 종류의 비타민을 훨씬 많이 섭취하는 반면 철분과 아연의 섭취량은 훨씬 낮다고 밝히면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준도 채식주의자들이 훨씬 낮다고 덧붙였다.
○유방암 유발 유전자 발견
○…유방암의 약 40%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유전자가 미국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병원 암센터의 이메트 슈미트박사는 이 유전자는 사이클린―D1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유방암환자중 40%는 이 유전자가 분비하는 단백질이 「너무 과다」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슈미트박사는 이 유전자를 12마리의 실험쥐에 주입한 결과 이중 8마리에서 유방암이 발생했다고 밝혔다.【런던·워싱턴=외신종합연합】
장길이/채식민족 장/구미인 단/입증
◎일 교수,올챙이 먹이 실험서 밝혀/식물식그룹 성장속도 빠르고 창자도 튼튼
우리나라나 일본등 전통적으로 채식위주의 식생활을 해온 민족의 장이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구미인의 장보다 길다는 설이 최근 올챙이를 대상으로 한실험에서 간접적으로 입증됐다.
일본아사히신문은 최근 고시엔(갑자원)대학 영양학부의 소가메(십귀호웅)교수(생물학)가 올챙이에게 각각 동물성먹이와 식물성먹이를 주는 실험을 한 결과 먹이의 종류에 따라 창자의 길이가 크게 차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보도했다.
소가메교수는 올챙이를 10마리씩 3개그룹으로 나누어 그룹별로 먹이를 식물성과 동물성을 구별해 주고 성장과정을 관찰했다. 즉 1그룹에는 살짝 데친 시금치만을, 2그룹에는 살아있는 실지렁이를, 그리고 3그룹에게는 시금치와 실지렁이를 섞은 먹이를 주었다. 실험기간은 올챙이가 개구리알에서 막부화돼나온 때부터 개구리가 되기직전까지 2개월간이었다.
성장결과를 비교한 결과 시금치만을 먹은 1그룹 올챙이들은 쑥쑥 자란 반면 실지렁이만을 먹은 2그룹은 발육상태가 신통치 않았다. 10마리의 평균길이를 보면 1그룹이 15㎜인데 2그룹은 10㎜에 불과했다. 또 창자의 길이도 개구리로 변화하기직전의 단계에서 1그룹이 평균 1백48㎜로 몸길이의 10배에 가까운 반면 2그룹은 32㎜로 3배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길이뿐아니라 창자의 색깔이나 모양도 달랐다. 식물식을 한 올챙이의 창자는 검은 회색이고 굵기는 가늘었지만 매우 질기며 튼튼했다. 이에 비해 육식 올챙이들의 창자색은 크림색으로 굵기는 하지만 쉽게 잘라졌다.【김의태기자】
무리한 다이어트·채식 담석증 부른다
○…무리한 다이어트나 심한 채식은 심장병과 골다공증의 원인이 되는 담석증의 발병률도 크게 높여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학 전문지인 메디컬 트리뷴 최신호는 비만체질의 사람이 영양학적 균형을 도외시한채 지나친 다이어트로 체중을 갑자기 줄이면 담석증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밝혔다.
특히 하루 6백cal, 지방3g으로 식이요법을 실시한 사람의 50%가량은 담석증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방을 너무 적게 섭취하면 지방소화를 위해 간에서 이미 만들어진 담즙이빠져나가지 못하고 담낭안에 괴어있다 담석으로 변한다고 전문지는 말했다.
○저타르담배도 해독 마찬가지
○…타르와 니코틴 함유량이 적은 담배도 인체에 미치는 해독은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멕시코대학의 데이비드 쿨타스교수는 최근 2백98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타액과 호흡을 조사한 결과 흡연에 따른 체내 일산화탄소량은 타르함량이 낮은 담배와 일반담배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쿨타스교수는 『담배를 얼마나 많이 피우느냐가 문제이지 담배에 함유된 타르의 양은 중요치 않다』면서 타르의 함량이 낮은 담배가 덜해롭다는 선전은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로스앤젤레스=외신 종합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