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워렌 (Warren) 과 마샬 (Marshall) 에 의해 처음 발견되고 정체가밝혀진 지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 발견은 소화기 질환의 병태 생리 및 치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워렌과 마샬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발견으로 2005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 점막의 점액층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urease라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강한 위산 속에서도 스스로를 보호하며, 조직 내로 파고 들어가지는 않지만 면역반응으로 여러 가지 항체를 만듭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일생 동안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만성위염과 관련된 소화불량, 위암, 또는 점막관련 림프종 (MALT 림프종)으로 인하여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같은 지역이라도 나라에 따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유병률(有病率 : 어떤 시점에 일정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그 지역 인구에 대한 병자 수의 비율)이 다르고 사회경제적인 여건에도 차이가 많아서 각 나라마다 그 지역의 사정에 부합되는 진단과 치료지침이 요구됩니다.
2. 우리나라 성인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의 70~80%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이미 감염되어 있어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약 30%의 성인이 감염되어 있고, 우리나라와 함께 위암의 발생률이 높은 일본에서는 성인의 약 65%가 감염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감염률은 연령에 따라 증가합니다.
우리나라의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감염률은 20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여 40대에 최고치 79.8%에 도달하였다가 그 이후에는 약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상부 위장관 증세가 없는 2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감염률이 75.8%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3.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암에 미치는 영향
1994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사람의 위암에 대한 제 1군 발암물질 (group 1 carcinogen, 명백한 발암물질)로 분류 하였습니다. 1군 발암물질은 명백하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입증되었다는 의미인데, 대표적인 예가 흡연입니다.
그 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암과 점막관련 림프종 (MALT 림프종)의 발생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발암기전 면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주로 암촉진인자로 작용하는데, 암개시인자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역학 연구 결과 오랜 기간 이 균에 감염되어 있으면 위암 발생이 증가한다고 보고 되었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경우에는 감염이 되지 않은 경우에 비해 2.36배만큼 위암의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위험도를 좀 더 높게 보고하는 연구에서는 약 3~6배 가량 위암의 발생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일본의 한 연구(우에무라(Uemura) 등), 2001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양성인 사람 1,246명과 음성인 사람 280명을 7~8년간 추적 관찰하였습니다. 그 결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양성인 사람 가운데 36명(2.9%)이 위암에 걸렸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음성인 사람 중에서는 위암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 되었습니다.
1) 위암의 위치에 따른 영향 : 위 분문부 이외의 위암에서 위험
위암의 위치에 따라 위험성이 다른데, 위 분문부에 발생하는 위암의 경우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에 의해 증가하지 않고 위 분문부 이외의 부위에 발생하는 위암의 경우는 그 위험성이 2.97배 증가 합니다.
2) 감염 기간에 따른 영향 : 감염기간이 길수록 위험
감염 기간도 위암 발생률에 영향을 주는데, 감염 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에는 위암 위험률이 2배 정도인데 반해, 10~14년은 4~5배, 14년 이상은 8~9배 정도 증가합니다. 이는 감염기간이 길수록 위암 위험률이 높은 것을 의미합니다.
3) 감염 연령에 따른 영향 : 어린 나이에 감염될수록 위험
어린 나이에 감염되면 위축성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위암 발생이 많을 것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4) 감염된 개인에 따른 영향 : 개인차가 있다
한편 개인에 따른 차이도 있어 transforming growth factor-ß type II receptor, interleukin-1 ß 와 myeloperoxidase등에 대한 유전자 다형성 (genetic polymorphism)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위암 발생이 많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즉, 균의 독성보다 사람의 유전적 요인이 위암 발생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5) 감염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주에 따른 영향 : CagA 양성인 균주가 더 위험
위암 발생에는 균주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CagA 양성인 균주가 위암에 대한 위험성을 더욱 더 높이는데 이 균주에 의한 감염은 미국, 유럽보다 우리나라, 일본에서 눈에 띄게 많습니다.
4.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하는 것이 위암을 예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설명을 읽고 나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하면 위암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합니다.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하는 것의 효용성에 대해 아직 이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모든 사람들이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 제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일치된 의견이 없습니다.
다음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의 치료대상에 대한 설명입니다.
1) 어떤 사람들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의 치료를 받아야 할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한번 감염되면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면 이론적으로 항생제로 치료하여 박멸하여야 연관된 질환을 막을 수 있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환자 대부분은 아무 증상이 없지만, 일부 환자는 소화성 궤양, 위림프종 등 심각한 질환을 앓기도 하는 등 결과가 매우 다양합니다.
현재의 치료법은 매우 효과적이지만 환자의 순응도를 필요로 하고 항생제의 내성, 비용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를 치료할 것인지 하는 치료 적응증을 선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하는 것이 좋다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소화성 궤양환자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하는 것이 좋다는 증거는
첫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거하면 소화성 궤양의 재발을 줄일 수 있어 위산분비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항생제만으로도 궤양이 치료되며, 둘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함께 증가한 가스트린이나 펩시노겐치가 제균 후에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2)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치료의 원칙을 정하려는 노력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박멸요법은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되었으나, 치료 적응증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치료방침을 정하기 위해 여러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가장 먼저 1994년 2월 미국 국립보건원 (NIH)에서, 이어 유럽국가들이 모여 결성한 학회에서 통일된 의견을 만들었고, 1997년에는 미국의 소화기학회에서도 회의가 열렸습니다. 또 같은 해 8월에 아시아-태평양 국가 학자들이 모여 수렴된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대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연구회에서 수 차례 회의를 거쳐 합의사항을 도출 했습니다.
3) 대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연구회의 합의
1998년 대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연구회에서는 치료 적응증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현 시점에 타당한 치료 대상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반흔을 포함한 모든 소화성 궤양환자, 위의 저악성도 B-세포 MALT 림프종 환자, 조기위암의 내시경적 절제후 환자들” 이라고 합의 하였습니다.
1- 조기위암의 내시경적 절제술 후
이중 위암과 관련하여 조기위암의 내시경적 절제 후의 경우를 살펴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역학적 조사에서 위선암과의 연관성이 입증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어 있는 사람은 위암 발생의 위험성이 약 3.3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1994년 세계보건기구 (WHO) 에 의해 1군 발암인자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를 치료하면 위암을 줄일 수 있다는 무작위 전향적인 대조연구는 없는 실정입니다.
최근 일본의 우에무라 박사팀은 조기위암의 내시경적 절제술을 한 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한 박멸요법을 시행한 경우, 조기위암의 재발률이 박멸요법을 받지 않은 경우에 비해 눈에 띄게 낮다고 보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조기위암의 내시경적 절제 후에는 위암 재발을 예방하기 위하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 그러나 더 많은 추시 결과가 필요합니다.
위암에 대한 위아전절제술이나 전절제술 후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치료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연구 결과가 없는 실정입니다.
2-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해야 할까?
위암환자의 10~15%가 위암의 가족력이 있고 위암환자의 형제 자매에게 위암의 발생률이 2~3배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의 위험인자로 생각되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치료가 고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연구 결과가 없는 실정입니다.
즉, 위암 환자의 가족에게서 위암 발생 위험률이 높다고 해도 그것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때문이라는 증거가 없으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하면 위암의 발생이 감소한다는 결정적 증거도 아직 없습니다.
따라서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의 치료 대상으로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위암의 발생률이 높은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할 때 위암의 가족력이 있으면서 환자가 강력히 치료를 원하는 경우에는 심각한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마샬 박사의 의견 (Dr Marshall’s Opinion) : www.helico.com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직까지 위암의 예방을 위해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실정이어서 감염이 되어있는 모든 국민들에게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발견하고 그 동안 많은 연구를 해온 마샬 박사의 의견은 다릅니다.
1- 마샬박사는 위암 발생의 위험이 높은 인종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한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만약 감염이 되어있다면 이를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여기에 해당하는 나라는 일본, 중국, 한국, 러시아 그리고 콜롬비아이다라고 명시 하였습니다.
2-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한 감염 여부를 조사해서 감염되었다면 치료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3-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사람은 증상이 있건 없건. 그리고 위장관 질환이 있건 없건 간에 모두 치료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4- 그러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률이 낮고, 위암 발생이 낮은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모든 국민에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여부를 검사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5. 위암에 걸린 환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해야 할까?
이미 위암에 걸린 환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해도 위암의 치료 경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앞서 말한 조기위암의 내시경적 절제술 이후가 아니라면 위암환자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치료할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