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억 13.
콩서리를 하면서 춘돌이의 기발한 아이디어 막대기로 땅을 치면서 "범버꾸 범버꾸" 하면서 콩을 먹게하고 자기는 "냥냥"하면서 먹는다. 아마도 이 장면은 이 고장에 이미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소설속에 도입을 한것같다. 두래판에서 별미의 음식을 먹을때도,간식을 먹을때도 이미 흔히들 사용하고 있은 것으로 기억된다.
높새 바람이 불기시작하면 아이들은 기를쓰고 연을 날렸다.
가오리연, 문어연 ,솔개연, 방구연,...연의 재미는 역시 연싸움에 있었다.
당사에다 아교를 먹여 새금파리를 가루를 내어 만든실 “사”로 팡패에 감는다. 자칫 손을 베게가 쉽다. 연을 직접 만들어 띄워 놀아보지 못한 세대들은 그 재미나 현장감을 모를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전자오락 게임을 모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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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온지 50년이 넘어 잘 알 수는 없으나 유년속에 머문 해맑은 얼굴들을 기억하며 그 이름들을 추억의 마음비에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괄호속 숫자는 지금(2021)의 한국 나이다.
윤태(78남)-성격이 모난데 없이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맏형타입, ,(당촌거주)
경왕(78남)-외톨이형 어리숙 해 보여도 속이따로 있음.순진형,(평산거주)
옥연(78여)-필자의 이쁜 6촌누이 (인천거주)
수근(77남)-농막,옥이의 오빠. 정이 많고 분위기를 리더하며 어깃장을 좋아함,(부산거주)
인자(77여)-수근과 사촌, 말이 없고 차분함(울산거주)
끝필(77여)-촌수가 높은 아지매뻘 보살피기를 좋아함.(대구거주)
부태(77남)-언제나 고향을 사모하는 일인.(서울거주)
득순(76여)-화퉁하고 천방지축 속깊은 덜렁이,(부산거주)
복순(76여)-방앗간집딸 다정형,명랑,공주끼가 있음.(부산거주)
술연(76여)-이웃 아줌마 같은 (울주 금단거주)
낙이(76남)-필자. 수옥의 오빠 (강원 춘천거주)
출이(75여)-경환의 동생, 점방집, 마당발,무슨일에나 리더역활, 등산 매니아 (부산거주)
옥이(74여)-수근동생 농막주 다정다감 속깊은 순진형.(백동거주)
을순(73여)-어릴 때 눈이크 눈굵다이 별명,말없는 봉사형.(부산거주)
귀옥(73여)-명랑하고 어울리길 잘하나 잘 오지 못함 (인천거주)
말순(73여)-유년기 이후로는 소식모름.
몇몇 더 있긴 하는지 기억이 가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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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선자1(78여)-필자의 사촌누이 소먹이기 명수,
경환 (78남)-출이오빠 골목대장격(위암?)
선자2(76여)-조용한 친화력 (알츠하이므)
병철 (76남)-결혼 후 (심장마비)
주관 (75남)-고등 재학중 (심장마비)
수옥 (73여)-필자의 동생 (췌장암)
먼저 간 고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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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호 가량의 작은 당촌마을 아이들(?)모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잘 살아온 것 같아 감사하다.
유년의 한시절, 매일 토담집 골방이나 소먹이기, 나무하기, 미역감기 천렵,등으로 이스라엘의 키부츠처럼 공동체 끈끈한 생활의 심성들이 형성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특이한 것은 연애를 한 커플이 없었다. 그 이유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다는 아니지만 남매가 많았고 사촌 혹은 친척으로 엮겨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편지라도 주고 받았다면 다음날이면 사단이 나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애커플은 없었고 오직 친구로써만 유지되었고 뒤에 결혼을 해 가서도 부산거주 몇몇의 정기적 모임을 해온 관계로 유년의 끈끈한 우정애가 지금까지 유지 되어온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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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들을 생각할 적마다 유안진님의 지란지교를 떠 올린다.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
입은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친구,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키는...
그러나 어느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 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芝蘭)이 돋아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만나 지리라.(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