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편집부 사정으로 못 나갔던 동화읽는어른모임 소개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여전히 편집부 사정이 나아지진 않았지만, 지역의 살아있는 모습을 담아내는 일은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기에. 또 다시 편집부 사정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상반기 계획까지 잡았다. 일단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그 뒤로 먼 지역까지 나가기로. 그 첫 번째는 수도권 지역 가운데 가장 최근인 지난 해 12월 20일 동화읽는어른모임에 가입을 한 장호원 '이야기 동네'다.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막연히 도자기로 유명한 '이천'만을 떠올리며 길을 나섰다. 이천을 기준으로 시간 계산도 하고. 그런데 어떻게 된 거지? 이천을 지난지 한참인 것 같은데 버스는 계속 달린다. 시간은 늦었는데. 결국 모임 시간을 20분쯤 넘겨 장호원 터미널에 도착했다. 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니, 친절히 차를 몰고 마중을 나오셨다.
모임은 어린이전문서점 '초방'에서 갖고 있었다. 이미 아홉분이 모여 복사된 토론 자료를 앞에 두고 계셨다. 장호원 '이야기 동네'의 회원은 모두 10명(박영미, 우재숙, 이윤희, 김은기, 김은숙, 한상미, 황의월, 윤화선, 김진숙, 이미숙)이다. 이 날은 사정상 두 분이 빠지시고, 모임에 대해 알고 싶어 참관하신 한 분이 나오셨다.
토론한 책은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였다. 어린 왕자의 모습 속에서 아이들의 세세한 모습을 잡아내는 것은 아무래도 '엄마'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어른들이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지만 이해하는 이가 없자 아이가 어른의 수준에 맞추었다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아이의 태도를 보고 그렇게 느꼈어요. 이럴 때 어른 같아 봐요. 한 대 쥐어 박고 난리가 났겠죠. 그런데 아이는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는 거예요."
"뱀이 코끼리를 삼킨 그림 있잖아요. 제가 우리 얘한테 이게 무슨 그림 같으냐고 물어봤더니 코끼리 같다고 하는 거예요. 앞부분이 코 같고 뒷부분이 코끼리 같데요. 어른한테는 그냥 모자 같아 보이는데요. 아이들이 더 잘 보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아이들 책이지만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빗대어 한 것 같아요. 정말 꼭 읽어봐야 할 책이예요."
토론에 참가한 모두가 어른들의 순수하지 않은 마음 - 숫자로 계산되는 것을 좋아하고, 겉치레로 훌륭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 - 을 반성(!)한다.
토론이 끝나고 다음 시간에 읽을 책을 정했다. 공부할 책은 미리 정해놓지 않고 그때 그때 정해서 본다고 한다. 다음에 볼 책은 저학년 창작인 친구 없이는 못 살아 (산하).
모임은 2주 뒤 수요일이다. 원래 모임은 주마다 목요일에 가졌었는데, 시간이 잘 맞질 않아서 2주에 한 번씩 보기로 했단다. 취재를 간 날은 금요일(3월 14일)이었는데, 요즘이 새학기라서 바빠서 임시로 바꾼 거라고 한다.
모임이 끝나자 아이가 집에 올 시간이라서 몇 분이 바쁘게 나가신다. 그러고 보니 아이를 데리고 오신 분이 아무도 없었다. 회원 자녀 가운데 가장 어린 아이가 3살. 다른 아이들은 전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모임 주소록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게 되었다. 분명히 이천 동화읽는어른 '이야기 동네'라고 써 있는데 회원 열 분 가운데 정확하게 반인 다섯 분의 주소가 충북 음성군으로 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그곳에서 걸어서 5분만 가면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그 다리만 건너면 충북 음성군 감곡면이라고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천 장호원', '감곡 장호원' 해서 모두 '장호원'이라 불렀다고 한다. 장호원이 경기도 끝 부분이라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정말 뜻밖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올 때 이천을 지나고도 한참을 더 왔던 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
모임이 끝나고 식사와 차을 같이 하며 모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원래 동화 모임은 95년 8월에 시작했다고 한다. 96년 7월에는 2기 모임도 생기고. 그런데 자체적으로 모임을 하다 보니 한계를 많이 느껴서 동화읽는어른모임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올해부터는 모임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 동네' 식구들은 요 몇 달간 무척 바쁘게 살았음을 알 수 있었다. 동화읽는어른모임에도 가입하고, 모임도 정비하고, 새 학년 새 학기까지.
하지만 다들 너무나 씩씩해 보인다. 또 사람을 푸근하게 안아주는 인정도 물씬난다. 하긴, 두 지역을 품에 안고 살아오신 분들인데……. ▣(정리:오진원)
첫댓글 어머나,,, 이 자료는 어디서 가져오신 거에요? 우리 모임을 처음 꾸린 1기와 2기 선배님들 이야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