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42년 오후 2시 10분. 조합원 36명 중 스물 다섯 사람이 운영위원회의실에 모였다. 분회 사무장인 김영철 선생이 연수 시작허기 앞서 나한테 1분 소리를 해도라고 헌다. 에라 모르겄다. 고재성이 사전에 빼는 법은 없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벗고 놀~자 땡!” “와하하핳....”
분회장인 이준호 선생이 인사말을 헌다.
“아아, 우리 학교에서 제일 좋은 마이크입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이 학교에는 1년 반 근무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3년째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많이 달랐는데 머지않아 중학교도 고등학교와 같아질까 걱정입니다. 올 여름방학 때부터 보충수업을 시작한답니다. 물론 희망 학생에 한해서 한다는 전제를 달고는 있습니다만, 이러다가 중고등학교 구분이 없어지는 게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적 기금을 조합원 대비 가장 많이 내줘서 고맙다고 헌다. 학교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지만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데 힘 모으잔다. 분회 모임은 저녁 9시 반까지, 1부는 연수, 2부는 MBC 공개홀에서 갖는다고 헌다.
“끝나는 시간까지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짝짝짝짝....”
김영철 선생이 정찬길 지회장허고 김나리 교선부장을 소개헌다. 지회장이 격려사를 헌다.
“윤증현 장관이, 기업이 잘 돼야 일자리를 창출해서 국민한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1/4분기 부자들 종부세를 깎아줘서 8조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부자는 감세해주고 서민들한테 전가하고 있습니다. 전기세를 3.9% 올리고, 도시가스는 7.9% 올린답니다.”
2100개의 학교에서 무상교육을 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3조, 대학등록금 절반으로 줄이는 데 5조란다. 부자들 감세하지 않으믄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단다. 4대강 살리기라고 거짓말을 늘어놓음시로 4대강 죽이기를 자행하고 있는 삽질정부의 위선을 비판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비열한 행태에 대해 나무란다. 정부가 교사시국선언을 불법으로 몰아 징계를 하려는 작태에 맞서 2차 교사시국선언을 조직하고 이후 전교조 일정에 힘 있게 따라줄 것을 부탁헌다.
2시 25분. 김나리 교선부장이 미래형 교육과정에 대해 발제를 헌다.
“안녕하십니까? 지회 교선부장을 맡고 있는 청호중하교 김나립니다. (박수) 수업시간에 목소리가 하도 커서 아이들이 잠자기 힘들다고들 합니다.” “호호, 하하....”
“마이크 없이 편하게 말씀드릴랍니다. 교과개발위원회에서 펴낸 자료를 요약했습니다.(중략) 미래형교육과정을 대운하에 비유합니다. 8차교육과정의 목표는 글로벌 인재양성이랍니다. 엘리트교육을 시켜서 수학, 영어만 집중하고 교과목을 통폐합하려고 합니다.”
이장오 선생님이 투명물잔에 보리차 비스꼬롬한 것을 김나리 선생한테 갖다준다.
‘아, 멋져부러!’
교장인사권을 20%나 줘불믄 교장 눈치보기가 횡횡할 것이고, 박사학위 소지자가 비정규직으로 들어올 거란다. 반일제, 격일제 교사들도 생겨날 거란다. 그의 말은 거침없이 쏟아진다. 차말로 기차화통을 삶아묵었능가 목소리가 쩌렁쩌렁허다. 아그들 원망을 이해허겄다. 등록금을 자율책정하고 민사고, 자사고, 마이스터교, 사교육없는 학교, 학력향상 중점학교, 자연학교 들을 만들고 교장공모제를 늘인단다.
“평가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답니다. 학업성취도 평가한 것을 정보공시하고 교원평가해서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려합니다. 고등학교 수능체계가 변합니다. 저는 이 자료를 보면서 전투적인 마음이 일었습니다. (일동웃음) 분노감이 치밀어올랐습니다. 귀족자녀만 자녀입니까? (교사) 자존감을 걸고서 통과시키면 안 되겠습니다. 미래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같이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와아아아..”
김영철 선생이 말을 잇는다.
“행정실 인사까지 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좋은 교장이 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교장이 오면 우리 신분에 위협을 받게 됩니다. 한 때 승진을 위해서 대학원에 다니셨는데 인자 대학원 다니지 말아야겠죠? 혼자 박사학위 받으면 안 되지 않겠어요?” “하하, 호호....”
잠시 쉬었다가 고재성이가 발제를 헌다. 학생인권에 관해서다. 학벌없는 사회 광주모임(준) 박고형준 동지가 보내준 자료를 미리 나눠드렸다.
“미래형교육과정이 아니라 학생 학살형교육과정이그만요? 아그덜 죽이는 교육과정이 통과되불믄 학생인권은 더 무시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제목이 영 선정적이지라? 광주청소년 인권단체에서 보내준 자료를 거의 그대로 실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음마? 영 거시기허네?’ 했는디요. 찬챙히(천천히) 읽어봉게 다 맞는 말이등만요? <두발, 복장규제는 성희롱이다>는 제목의 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학교가, 교사들이 규제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반박해놓고 있습니다.”
두발자유화냐 두발자율화냐 험시로, 두발과 복장에 대한 우리학교 학생회의 결정이 학교장의 의견인지 학생의 의견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자율이란 미명 아래 아이들이 스스로 옥죄는 결정을 해놨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악이지만 두발은 ‘자유’여야 헌다.
체벌에 대한 얘기로 넘어간다.
“부끄런 고백 하나 헐랍니다. 제가 창평고등학교 있을 때는 무식한 폭력교사였습니다. 밀걸레 세 개가 부러져야 매를 놨습니다. 그런디 복직하고서는 일체 안 댔습니다. 정 못 됐다싶으믄 대가리를 받아붑니다. 같이 아파불자고.” “호호, 하하....”
“근디 인자는 그것마저도 안 합니다. 우리 이쁜 노정심 선생님, 이미순 선생님, 이유형님, 신영미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때리시믄 제 가슴이 아팠습니다. 인자 그 고운 손으로 아이들 안 때리시믄 좋겄습니다.” “아하하핳....”
“글믄 대안은 뭐냐?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합니다. 요즘 우리학교 벌점제를 하고 있는디요. 문제가 많습니다. 안 하믄 쓰겄습니다. 고백 하나 더 헐랍니다. 우리 조민선 선생님이 아이들 전화기 뺏어서 저한테 주시잖습니까? 글믄 그날로 줘버립니다. 물론 예의 얘기는 하고 줍니다만.”
끝으로 제안 두 가지를 했다. 김성률 동지한테서 배운, 수업시간에 허락 구하지 말고 화장실 다녀오게 하자는 것 하나허고 복도 투명유리창을 반투명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자고 했다.
“저는 교실에서 아이들허고 연애(*^^*)허고 있는 모습을 감시당하고 싶지 않거든요?”
먼저 복도유리창에 관해 야그가 오간다.
유** : 축제 때 붙였는데 그대로 두었다. 나중에 교감선생님이, “보는 것이 장학이다.”고
떼라고 해서 떼었다.
황** :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자율학습 때는 필요하다.
이** : 불편하기는 하지만 필요하다고 본다. (교사가)풀어질 수 있다.
조** : 하루에 세 번씩이나 돈다. 기분 나쁘다.
신** : 덮개를 만들면 어떨까? (웃음)
조00 : 생각의 차이. 매일 공개수업 하는 학교도 있다. 운동장 없는 학교도 있다.
문제를 공유하는 선에서 야그를 맺는다. 이 번에는 상벌제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분회장 : 중학교에 있을 때 상벌제를 도입한 적 있다. 체벌은 안 된다는 여론에 따라 여학교에
도입을 했는데 실효성이 없었다. 상벌제를 한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학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맞다. 두발, 용모, 복장, 소지품 검사 등은
인권과 관련된 문제다.
김** : 우리 학교는 벌점을 남용하고 있다. 월말이면 상점을 받기 위해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닌다.(웃음)
조00 : 90%이상 내가 준다. 다른 학교는 40점 이상이면 사회봉사명령 내려버린다. 우리 학
교는 많이 완화해서 처리한다. 생기부에 등제도 안 한다.
‘그래. 학교는 범죄자 양성소다!’
김** : 상벌제는 비인간적이다. 수동형 인간으로 만들어버린다.
분회장 : 심부름을 시키는데 상점 주느냐고 묻습니다.
조00 : 내년 (상점제)예산을 늘리겠다.
고재성 : 정권이나 지배계급의 더러운 음모다. 체제순응형 인간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다.
4시 10분. 김영철 선생이 정리를 헐라고 헌다.
“어쩔까요? 이 정도에서 마칠까요?”
“미래형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처를 헐 것인가 얘기를 좀 해야허지 않을까요?”
“기득권을 가진 모든 교사가 나서야 합니다. 2차 시국선언도 더 대대적으로 펼쳐야 하고요. 이렇게 가다가는 희망퇴직이란 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모든 학교가 입시공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국영수사과만 남고 나머지 과목은 사라질 것입니다. 국영수 선생님들이 앞장서서 싸워주셔야 합니다.”
“목포는 사립비율이 높은데 선도학교 한다고 오바하지 않을까 소름이 끼칩니다. 앞이 캄캄합니다. 5년 전, 서울에 전근을 가신 선생님 한 분이 교사의 권위는 사라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내신 평가뿐이랍니다. 시험도 교사가 내지 않습니다. 채점은 컴퓨터가 합니다. 교장초빙제 6명 중 2명만 내부형이고 나머지는 외부인사랍니다. 2차 서명, 힘드시겠지만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입니다. 법과 규정이 잘못되었다면 바로잡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앙거계시던 이승철 선생님이 손을 드신다.
“한 마디만 드릴랍니다. 저는 예술고에서 해직되어서 7년 만에 복직했습니다. 우리 고선생님도 창평고에서 해직되어서 5년 동안 고생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로 단결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가 와르르 무너집니다. 시국선언, 아무 것도 아닙니다. 서로 단결합시다.”
“와아....”
4시 30분. 분회장이 연수종료를 알린다.
“예, 힘찬 말씀 고맙습니다. 이상으로 분회 연수를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