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한 복판의 무인도 혹은 깊은 아마존 정글 속 분위기를 자아내는 습지가 대한민국 곳곳에 숨겨져 있어요. 오묘한 기운이 감도는 습지로 인생 여행 한번 떠나볼까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6월 여행지 중 습지 4곳을 엄선했습니다.
◆ 국내 최고(最古) 자연 내륙 습지 - 우포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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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 우포늪은 우포(1.3㎢), 목포(0.53㎢), 사지포(0.36㎢), 쪽지벌(0.14㎢) 등 네 개의 늪으로 구성된 천연 습지입니다. 생성 시기는 약 8000만년 전. 낙동강과 낙동강의 지류 토평천이 범람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 면적만 2.313㎢로 국내 내륙 습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네요. 이 천연 공간에는 수리부엉이·따오기 등 천연기념물이나 가시연꽃·팔색조 등 멸종위기종 21종을 포함해 동식물 1500여 종이 살고 있어요. 방대한 생태학적 가치를 품고 있는 우포늪은 천연기념물 524호이자, 환경부로부터 지정된 습지보호지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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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을 한 바퀴 둘러 가는 우포늪생명길을 걸으며 생태탐방을 할 수 있습니다. 우포늪 주변 마을의 주민이 이용하던 임도를 정비해 탐방로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출발지점에서 약 1㎞ 떨어진 대대제방은 우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 잔물결 하나 없는 우포에선 백로와 왜가리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늪을 둘러싸고 있는 숲은 녹음이 짙다 못해 검푸른 빛을 냅니다. 우포의 수심은 평균 2m. 중요한 것은 물 아래 펄인데요. 펄 깊이는 수심의 두 배가 넘는 약 5m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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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쪽지벌과 우포 사이에 있는 사초군락을 우포늪생명길의 백미라 뽑고 싶습니다. 사초, 갈대와 억새 사이로 좁은 길이 나있어요. 길 위엔 바람에 부딪히는 갈대와 억새 우는 소리 그리고 풍뎅이 날갯짓 소리와 꾀꼬리가 울음만 울려 퍼집니다. 사초군락 근처엔 둘레가 50m 정도 되는 늪이 있어요.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물웅덩이는 주변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이름 모를 초록 식물이 카펫처럼 깔려 있는 늪에 한줄기 빛이 내리면 우포늪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답니다.
◆ 대한민국 람사르 습지 1호, 용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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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 대암산(1304m)에 자리 잡은 용늪은 국내 유일한 고층습원입니다. 고층습원이란 식물 군락이 발달한 산 위의 습지를 일컫는 것으로 그 학술적 자연생태학적 가치가 크다고 합니다. 용늪에 따라붙는 수식어만도 어마어마해요. 용늪을 포함한 대암산 전체는 천연기념물 246호, 용늪만도 따로 생태계보전지역이고요. 또 1997년 대한민국 최초 람사르협약 습지로도 등록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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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늪을 탐방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대암산 동쪽 인제군과 서쪽 양구군에서 각각 출발하는 방편인데요. 인제군 코스는 자동차로 용늪 입구까지 접근이 가능하다니 참고하세요. 용늪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탐방 데크를 사이에 두고 큰용늪과 작은용늪, 애기용늪이 있어요. 습지 전체 면적은 1.06㎢. 해발고도 1000m에 달하는 고지에 늪이 생긴 일은 4000~5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한반도의 반만년 역사와 그 나이가 비슷하네요. 특이한 지형과 기후 덕분에 끈끈이주걱과 비로용담, 삿갓사초 같은 희귀식물이 군락을 이뤘고 산양과 삵 같은 멸종 위기 동물도 이곳에 터전을 두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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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보전지역인 용늪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 인제군 생태관광 홈페이지(http://sum.inje.go.kr)와 양구생태식물원 홈페이지(www.yg-eco.kr)에서 미리 탐방을 신청할 수 있어요. 하루 탐방 허가 인원은 인제군 150명, 양구군 100명. 방문할 수 있는 날짜도 제한돼 있지요. 용늪 탐방 기간은 5월 16일~10월 31일이지만 날씨에 따라 변동 여부가 있으니 미리 확인하세요.
◆ 습지의 놀라운 재생능력, 운곡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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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버려 뒀더니 보물이 됐어요."
30년 만에 환골탈태한 전북 고창 운곡습지의 이야기입니다. 운곡습지는 우포늪이나 용늪처럼 어마어마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버려진 경작지가 고작 30년 만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될 정도의 자연으로 재탄생 한 놀라운 일이 발생한 건데요. 1981년 전남 영광에 한빛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이 결정 나고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운곡댐 건설이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운곡저수지가 생겨나면서 그곳에 자리한 운곡리와 용계리가 수몰됐고 사람이 떠난 자리를 다시 자연이 채우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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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IC에서 차로 약 8분 거리에 위치한 운곡습지. 쭉 뻗은 고속도로와 바투 붙은 운곡습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원시적입니다. 멸종 위기종 수달과 삵을 비롯한 860여 종의 생물이 운곡습지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운곡습지 탐방코스는 모두 4코스. 고인돌유적지 탐방안내소에서 1·3코스가, 친환경주차장에서 2·4코스가 시작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코스. 3.6㎞, 왕복 1시간 40분이 걸리는데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해 운곡습지생태연못, 생태둠벙을 거쳐 운곡람사르습지생태공원까지 이어지지요. 습지 탐방로는 한 사람이 지나갈 너비의 데크로드로 조성돼 있습니다. 좁은 길을 따라 어리연꽃, 낙지다리, 병꽃나무, 익모초, 노루오줌 등 이름도 생소한 온갖 녹색 식물로 가득 한 원시의 숲을 만난답니다. 생태둠벙으로 가는 길목에선 옛 마을 흔적도 볼 수 있다네요.
◆ 깊은 숲 속 생명수, 동백동산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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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동산 습지는 제주에서 네 번째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어요. 곶자왈 지대인 동백동산 안에 크고 작은 습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먼물깍이로 물이 귀했던 시절 이곳으로 마을 사람들이 이 깊은 곳까지 물을 길러 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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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동산의 탐방 코스는 약 5㎞로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출발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코스예요. 푸른 기운으로 가득한 숲길을 따라 걷는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데요. 용암이 빚은 바위 언덕과 그 틈을 비집고 자라난 생명력 강한 나무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먼물깍이는 잔잔한 연못처럼 생겼어요. 비바리뱀과 물장군, 긴꼬리딱새 등 멸종 위기 야생생물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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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요로 가득 찬 깊은 숲에서 인간은 철저하게 이방인이 됩니다. 3인 이상이면 해설사와 동행해 탐방할 수 있어요. 곶자왈의 생태와 이곳에 터전을 삼았던 사람과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간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죠. 숲이 워낙 우거져 해설사가 동행하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도 있답니다. 동백동산습지센터에 들러 코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출발해야 하는 이유죠. 동백동산 탐방 후엔 근처에 있는 선흘반못에 들러보길 추천드려요. 이맘때면 수련 꽃이 만발해 연못을 가득 채운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