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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군악동우회
 
 
 
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군악동우) 스크랩 실버극장 취재기
서봉석 추천 0 조회 463 15.04.03 09:5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실버전용 시니어극장이 있다?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에 카메라를 들고 찾아 나섰다.

서울시내에만 3곳의 시니어 극장이 있다해서 수소문해보니 종로2가 낙원상가 허리우드 극장, 을지로 3가와 충무로 사이의 명보극장, 그리고 서대문 농협 옆에 있는 문화일보 빌딩의 청춘극장 3곳이다.

 

우선 몇살부터가 시니어인지 궁금했다.

저 실버극장에 입장이 가능한 나이는 몇살부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55세, 1959년생부터이다.

물론 명복극장처럼 시니어와 함께 오는 동반자도 같은 혜택을 주기는 하지만 원칙은 59년생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는지 물어보니 척 봐서 나이가 안될것 같으면 몇살이냐고 확인한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그냥 보아서도 알만한 어르신들이기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필자가 낙원상가 4층 허리우드극장의 실버극장을 찾아간곳은 공교롭게도 토요일이었다.

55세이상 어르신들이 365일 2천원에 영화를 보실 수 있는 영화관....이라는 안내간판을 확인하고 매표소로 갔다.

그런데 오늘은 토요일인지라 마지막 상영은 취소되고 그대신 공연이 있다며 입장료는 3천원이다.

이름하여 '그때 그시절 쑈'... 그 옛날 천막극장이나 시민회관 무대에서 진행되던 쑈쑈쑈같은 공연이다.

물론 화려한 무대 장치나 백댄서, 악단은 보이지 않고 사회자와 출연자 2명뿐인 무대...

그래도 녹음된 반주음악과 무대를 휘젓는 형형색색의 조명효과로 장내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두리번거리며 둘러보니 300석 남짓하다는 실내좌석은 거의 만석이었다.

 

변사의 톤으로 진행하는 사회자... 관광지 각설이 타령의 주인공쯤 되어 보이는 출연자

적당한 반말과 욕설, 60년대 코미디를 슬쩍 믹스해서 관중을 웃겨보려는 무대매너가 어르신들을 향수에 젖게 하는가보다

생각보다 노래를 잘 했고, 또 열심히 한다.

그런가했더니 출연진이 교체된다. 과거 국민가수로 인가몰이를 하던 대전부르스의 여주인공 안영해씨

객석의 어르신들보다 너 나이드신듯한데 열과 성을 다해 노래한다. 관중들 반응은 뜨겁다못해 끓어 넘친다.

 

1층 로비에 예전에는 LP디스크를 틀어주던 DJ 다방이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조촐한 매점이 하나...

그리고 실버극장 안내 포스터와 각종 보도자료, 사진등이 도배되어 있다.

그래도 화장실이나 이곳저곳 구석구석이 제법 깨끗 깔끔하다.

안내지에는 11월 상영프로그램이 날자별로 상영시간과 함께 상세하게 적혀져 있다.

아프리카의 여왕(11. 1~4일), 12명의 성난사람들(11.5~7일), 해바라기(11.8~11일), 별들의 고향(11.12~14일)....

매일 4회 상영인데 한달에 한두번 토요일에는 쑈를 공연하여 입장료가 3천원으로 오르는데 매진사례가 이어진다고 한다.

 

같이 오신 남자 어르신 두분과 대화를 나눠보았다.

- 자주 오시는지? '영화는 국산영화 할때 위주로 온다. 쑈는 한달에 한번 하는데 예약해야한다. 꽉꽉 찬다.'

- 다른 실버극장에도 가시는지? '서울에만 3곳이 있는데 이곳이 젤 낫다. 크기도 하고 사람도 많고 재미있다.'

- 상영프로를 어찌 아나? '프로그램을 미리 받아서 살펴본다.'

- 요금 2천원이 적당한지? '싼거지. 서울시에서 보조해주기에 가능하다고 안다.'

- 부인이나 여자친구는 안계신가?  '...'

 

<종로2가 낙원상가 4층이 허리우드 실버극장이다...>

 

<4층으로 올라가니 극장이 보인다. 프로그램이 상세하게 붙어있다.>

 

 

<실내는 생각보다 깔끔하다.  공연중이어서인지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때 그시절 쑈' 공연 모습... 무대 장치는 없이 사회자와 출연자뿐이다.>

 

 

<오늘의 쑈 포스터... 지창수 특별 大공연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띈다.>

 

<실버극장과 관련한 언론보도물을 몇개 붙여놓았다. 김은주(女)대표 기사도 보이는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실버극장들마다 단순 영화상영이나 공연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지만 현실에는 많이 부족한것 또한 사실이니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나 이처럼 볼거리 제공은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더불어서 먹거리 놀거리 쉴거리등이 함께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래도 허리우드 극장 주변은 원래 노인들이 많이 찾던 파고다 공원이 있고 그 뒷편으로는 저렴한 식사나 술 한잔 할수 있는 돼지머리, 곱창, 순대등을 파는 허름한 식당이 많아서 어느정도 먹거리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생활수준이나 문화수준에 비추어 그 격이 많이 떨어지는것 또한 사실이고, 그렇다보니 중상류층 시니어들까지도 포함한 문화공간으로 발돋음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해보여서 결국 슬램화된 지역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예전처럼 LP디스크도 틀어주고 향기 그윽한 커피나 차를 파는 공간도 부활하여 별다방 콩다방 못지않은 그런 곳이 되면 좋겠으며 더불어서 저렴하고도 깔끔한 먹거리와 쉼터, 만남과 사교의 장이 함께 유지되는 체계적인 공간구성이 못내 아쉽다.

 

<허리우드 극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늘어선 악기수리점과 식당들... 돼지머리, 곱창, 순대등을 판다.

  한 식당은 '우거지 얼큰탕 2천원'을 써붙였다. 들여다보니 대부분이 혼자서 드시는 남성어르신들뿐이다.>

 

 

 

며칠후 명보극장으로 갔다.

13:00시부터 '무기여 잘있거라'를 상영하는데 역시 입장료는 2천원

다만 실버와 함께 오는 연령미달자(?)도 2천원에 입장할수 있으며, 올해 5월 1일 개관하였다.

 

명보극장이라면 영화배우 신영균씨가 생각난다.

물어보니 신영균씨는 전재산을 영화재단을 설립하여 기부하였고 안성기씨가 재단 사장이란다.

가끔씩 얼굴이 보인다는 직원들 설명...

신영균 예술문화재단에서 실버극장을 운영하는듯하며 임대수익금으로 영화인 자녀들 장학금도 준다고 한다.

 

그런데 명보극장이 예전의 그 榮華(영화)는 다 어디갔는지?

7층짜리 번듯한 현대식 건물의 6층이 실버극장인데 아래로 5층까지는 변변한 상업시설이 없다.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대형식당으로 쓰인다는데 어째 엉성하다.

1층 커피숍은 문닫은지 오래이고 한눈에 보아도 쇠락한 모습이다. 너무 아쉽다. 어째서일까?

지하에는 일반인을 상대로한 공연장이고 7층은 사무실이란다.

 

<명보극장 전경... 지금처럼 멀티플렉스들이 등장하기전까지는 정말 명화의 전당이었다.

 건물 1층입구, 실버극장은 6층이다. 5층까지는 이 좋은 빌딩이 허허롭게 비어있거나 엉성하기만하여 안타까웠다.>

 

 

<엘레베이터로 6층에 오르니 바로 실버극장이다. 로비에는 의자 몇개와 저렴한 차를 파는 매점이 있다.

  하람홀은 '하늘이 내리신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실버극장 이전부터의 이름이라고...>

 

 

<흑백영화 '무기여 잘있거라'가 상영중이다. 200석쯤 되는 객석의 절반 넘게 찼다. 평일 낮시간으로는 많은 편이다.>

 

명보극장 주변은 먹거리가 별로 없어보인다.

안내문에는 패키지상품으로 1만원이면 영화+식사+커피를 함께 할수 있다고 하였는데 식사를 담당할 아래층 식당과 아직 협약이 안되어 시행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극장 밖은 충무로에 흔한 소규모 인쇄소가 많고, 일반 음식점들뿐이어서 낙원상가 주변처럼 저렴하게 먹을수 있는곳은 없었다.

아직은 볼거리만 제공하고 있는 아쉬움이 크다.

 

극장에서는 전화번호를 주시면 매번 극장행사를 멧세지로 알려준다고 하며, 김치 담그기 행사나 여행상품을 홍보하는등 나름대로 추가적인 놀거리 개발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서대문에 있는 청춘극장으로 갔다.

우선 위치 찾기가 쉽지 않았다.

원래 서대문 로타리 옛 화양극장 자리에 있었는데 건물이 팔리면서 연신내쪽으로 옮겼다가 지난 3월부터 다시 서대문으로 옮겨왔는데, 화양극장이 헐리면서 실버극장이 없어지는것을 안타까워하는 민심과 여론(?)에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옛 동양극장 자리에 세워진 문화일보 빌딩 공연장이 실버극장 '청춘극장'이다.

 

<서대문 농협빌딩 옆 문화일보 빌딩에 있다.  강북삼성병원과 4.19회관 맞은편이다.

  그런데 저 문화일보 빌딩 정면 현관으로 들어가면 안된다. 오른쪽으로 돌아 뒷편 주차장을 가다보면 공연홀이 나온다.>

 

 

 

<오른쪽을 돌아 올라가면 나타나는 문화일보 홀... 들어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원래 이곳은 문화일보 홀이다.

최초의 우리나라 대중 공연장이었던 동양극장의 자리이며, 실버극장과 관계없이 각종 공연이 있던 곳이다.

다만 매일 10시, 13시, 15시 3회에 걸쳐 실버극장으로 운영하며, 저녁시간에는 일반 공연이 진행된다.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10시, 12시 2회상영이며 3회 시간대에는 역시 공연이 펼쳐진다. (일요일은 휴관)

 

또한 가까운 강북삼성병원등에서 매주 수요일 낮에 혈압체크등 노인들 건강을 상담해주는 봉사활동을 펴고 있었으며

입장권을 제시하면 자판기 커피 한잔과 과자 한봉지를 무료로 나누어 주어 로비에서 먹고 입장하게 하고 있었다.

 

<수요일 점심시간에는 가까운 병원에서 나와서 혈압측정, 건강검진등 봉사활동을 한다.

  로비 매점에서는 입장권 소지자에서 무료로 커피와 과자 한봉씩 준다.>

 

 

실내는 200석 규모의 단촐한 규모였으며 시작전에 직원이 간단한 영화상식, 감독과 주연배우, 줄거리 설명등을 해주곤 하였다.

낙원동 허리우드나 명보극장에 비하여는 관객이 적어 보였다.

이 근처는 노인들이 이용할만한 저렴한 식당이나 편의시설이 없어 그런듯하다.

 

이날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1949년作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였는데 역시 흑백영화였다.

그래도 아카데미 주연여우상과 음악상을 받았으며 주인공이 주고받는 노래 '사랑의 기쁨(JOY OF LOVE)'는 익숙한 음악이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오래된 영화일수 밖에 없고

외국영화가 대부분인지라 한국영화만 찾아온다는 어르신들도 있었으며, 화면은 비교적 깨끗하였으나 자막의 경우 맞춤법이 틀리는등 조금은 엉성해보였다. 그러나 영화관 시설과 운영, 감상여건등은 합격점 이상이었다.

다만 일부 관객들이 오버 리액션이 거슬렸고 일부는 코를 골고 주무시거나 상영중 대화가 지나쳐 산만한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영화뿐아니라 각종 공연이나 가요제등 흥미유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였으며 직원들 역시 실버층으로 편성하여 편안한 접대와 응대, 안내가 좋아보였다.

다만, 지나치게 오래된 영화위주의 선정과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의 아쉬움은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때문인듯 싶었으며 낮시간 공연이 끝난후 저녁시간 놀거리가 없는 문제와 값싸고 다양한 먹거리 제공의 아이디어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저소득층 실버를 염두에 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만족하지 말고, 중상류층의 시니어들 소위 말하는 신중년들의 새로운 문화공간과 프로그램 개발로 노인하면 떠오르는 초췌함과 빈곤, 남성위주의 현장 분위기등을 극복할수 있는 다양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예컨대 각종 문화교실과 오락, 체육시설을 확대하고 놀고 먹고 즐기는 모든것이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원-스톱 원-플레이스 문화공간이 탄생할 날이 기대해본다.

 

 

참고)

영화상영만을 놓고 본다면 위 실버극장들 말고도 공짜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인데 매일 3회꼴로 2개의 상영관에서 각기 다른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수 있다.

시설도 훌륭하고 영화박물관등 부대시설도 잘 되어 있는데 다만 위치가 너무 멀어서 접근서이 좋지못한 단점이 있다.

그래서 현재는 가까운 지역 주민들이나 불편한 위치임에도 기꺼이 찾아다니는 매니아층이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영상자료원 => http://www.koreafil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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