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알게 될 모두의 것들
이병률
사람들은 사랑을 오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심하게 구부러뜨리거나 질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요
나는 사랑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개인적입니다
언제나 좋은 맛이 나는 음식을 바라지는 않아요
맛이 없거나 입에 안 맞는 음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사랑과의 잘못은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꽃을 떨어뜨린 줄기가 땅을 파고들어 열매를 맺는 것이 땅콩입니다
그것을 줄기로 치느냐 뿌리로 치느냐 관점의 차이는 있습니다
사랑은 계속해서 내 앞에서 헷갈려 하지만요
사랑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난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은 이성적으로 나를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러기 떼의 숫자나 세고 돌아와도 되는 것입니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싫어합니다
마술사라는 직업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싫어합니다
싫어하는 것에는 없지만
좋아하는 것에 암호가 있다고 오래전부터 뻣뻣하게 믿어 왔습니다
사랑을 감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번 생의 암호를 풀 수 없을 텐데
어떻게 이러고 삽니까
사랑이 후방에라도 있는 겁니까
-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문학과지성사,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