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았던 자리는 좋은 분위기였다 술에 취한 탁자 옆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폭설의 기원은 모르지만 혀가 쏟을 말을 대충 눌러 놓으니 여기저기 튀기는 물방울의 속내를 감춘 눈처럼 앉은자리에서 사람들의 불만은 기울어갔고 그냥 듣기만 하는 자세에도 추위 속 말은 갈수록 꼬여갔고 얼어붙은 귀는 커지기 어려워서 안부 따윈 아랑곳없는 채권 증명서의 내용을 듣는 것 같았다 처음 만난 이에게 주는 후한 평가에서 나도 모르게 뒤에서부터 옷이 젖은 적이 있었지 추운 날씨 예보는 변함없는데 이것을 사람 사는 문제로 대충 미루는 사이 으레 그랬던 것처럼 말할 수 없는 말들을 너무 쉽게 말하는 말들로 형상기억 합금처럼 돌아오는 나쁜 먼 꿈들은 국화쥐손처럼 베베꼬이며 자리 잡는다 녹으면 아무것도 아닐 줄 알았던 눈이 차가운 얼룩이 되는 연유를 어디서부터 인지 말하려다 어지러운 악보가 떠올라 그만뒀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울 풍경의 결말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구름 밑은 여전히 질퍽거려 무성영화가 생각난다
첫댓글 국화쥐손(꽃이름)
국화 쥔 손으로 편집 오류입니다
네, 수정했습니다.
@이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