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디젤 엔진에 얽매일 필요 없다. 힘세고 연비 좋고 더 조용한 GLC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눈을 돌려 보자
시승차를 받기 전에 나는 EV 모드로 140km/h를 달려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 계획은 모두 틀어졌다. GLC 350 e(이하 GLC)의 시동 버튼을 누르자 엔진이 벌떡 깨어났다. 계기반에 표시된 배터리 잔량은 겨우 3%였다. 결국 내연기관의 끈질긴 운명이 이번 시승에도 이어졌다. GLC 뒤에 붙은 ‘350’의 의미처럼 차는 제법 빠르게 치고 나갔다. 배터리는 얼마 없어도 116마력의 전기모터는 충분히 제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여러 번 경험했던 GLC 220 d와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디젤 엔진의 장기인 저속 토크마저 충분히 압도한다. 가뿐하게 출발하는 차를 몰면 언제나 기분이 상쾌하다. 조금의 스트레스 없이 차량 흐름을 따를 수 있으며 운전하기도 더 쉽다.
한편, 메르세데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EQ POWER’라고 부른다. GLC의 경쾌한 가속력을 고려했을 때 제법 그럴싸한 이름이다. 많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는 마치 혁신을 이룬 듯 독특한 스타일을 강조한다. 하지만 GLC는 필요한 부분만 강조하는, 절제된 하이브리드 스타일을 즐긴다. 헤드램프 속에 파란색 디테일 더하거나 파란색 브레이크 캘리퍼를 다는 식이다. 따라서 이차가 평범한 GLC인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내연기관 GLC와 쏙 빼닮았기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가 알아챌 일은 없다. 하지만 그가 운전을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메르세데스-벤츠를 꿰고 있다면, GLC의 진가를 알아볼 것이다.
높은 효율은 하이브리드의 숙명인 걸까? 많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연비 운전을 유도하기 위해 나뭇잎을 쌓거나 점수를 매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운전자를 다독인다. 그러나 GLC는 ‘햅틱 가속 페달’이라는 참신한 방법을 채택했다. 햅틱 가속 페달은 주행 상황에 따라 임의의 저항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동력 상태를 알린다. 예를 들어, 순수 전기 에너지로만 달리는 E-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발끝에 저항을 느낄 수 있다. 이 저항을 넘어 더 깊숙이 밟으면 엔진이 돌아간다. 즉 전기모터의 한계 시점을 페달로 표현하는 식이다. 햅틱 가속 페달은 앞차와 거리를 계산해 반응하기도 한다. 발밑에서 꿈틀거리며 불필요한 가속을 줄이고 효율적인 주행을 돕는다.
GLC는 하이브리드만의 특별한 네 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엔진과 모터가 유기적으로 동력을 다스리는 ‘하이브리드’,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E-모드’, 배터리의 충전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E-세이브’,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차지’ 구성이다. 나는 차지 모드의 필요성을 두고 잠시 고민했지만, 바닥나버린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차지 모드로 달렸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휴게소에도 들렸고, 동행한 사진 기자와 수다도 떠는 동안 GLC의 엔진은 쉬지 않고 돌았다. 충전 효율은 의외로 놀랍다. 약 30분을 주행하면서 40%를 넘게 채웠다. 비로소 E-모드로 최고속도에 도전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140km/h에 도달하진 못했다. 전기모터는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지만, 속도를 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GLC 43이라면 충분하고도 남았겠지만, GLC는 뻥 뚫린 도로와 지루한 시간을 요구했다. 그러나 GLC는 엔진의 도움을 받는 하이브리드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부드럽고 빠르게 달린다. GLC의 파워트레인은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엔진은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하며, 8.7kWh의 고전압 리튬이온 배터리로 모터를 돌린다. 전기모터의 성능도 눈길을 끈다. 최고출력 116마력과 34.7kg·m의 강력한 성능으로 엔진을 돕는다. GLC는 0→100km/h까지 5.9초 만에 돌파하며 요란한 소리 없이 빠르게 속도계를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복잡한 도심에서 사거리를 통과할 때 가장 민첩하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주저함이 없으며, ‘급가속 기능(Boost Effect)’을 활용하면 스테로이드를 맞은 전기모터가 차체를 밀어 댄다.
우리가 시승한 GLC는 350 e 4매틱 프리미엄으로 웬만한 편의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기본으로 올라간다. 이 패키지는 차간 거리를 조절하는 디스트로닉 플러스와 조향 어시스트, 브레이크 어시스트로 구성되어 운전을 즐기지 않는 사장님이나 피곤한 샐러리맨을 돕는다. 우리가 여러 시승기에서 얘기했듯이 메르세데스의 반자율주행 기능은 꽤 쓸만하다. 게다가 GLC에서 이 기능을 활용하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생 제동 및 글라이딩 기능을 최대로 활용해 효율성을 끌어낸다. 쉽게 말해, 누구나 연비왕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참고로 시승차의 연비는 10km/ℓ를 기록했다. GLC는 순수 전기 모드로 15km를 달릴 수 있으며,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하면 최대 2.5시간, 가정용 전원 소켓으로는 최대 4시간이 걸린다. 만약 당신이 GLC를 선택한다면 충전기를 꼭 설치해야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 당신이 위성도시에서 충전기를 갖추고 경제적인 출퇴근을 꿈꾸고 있다면 GLC 350 e 4매틱 프리미엄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