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 3,1-5; 루카 11,5-13
+ 오소서, 성령님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매우 강경한 어조로 갈라티아 사람들을 나무라는데요, 그들이 복음을 믿으라는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율법을 지켜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을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베드로 사도가 유다인들의 눈치를 보고 다른 민족 출신 신자들과 거리를 둔 일을 강하게 질책했었는데, 갈라티아인들 역시 그러한 유혹에 빠져서 유다인들이 지키던 율법을 지키려 했던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러한 행위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하는 일이라 말하며, 성령께서 시작하신 일을 인간의 힘으로 마치려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비유를 드십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벗이 있는데, 한밤중에 그 벗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여보게, 빵 세 개만 꾸어주게. 내 벗이 길을 가다가 나에게 들렀는데 내놓을 것이 없네.’”
당시에는 배달의 민족도 없고, 편의점도 없었기 때문에 밤에 손님이 찾아오면 갑자기 내놓을 음식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빵이 남았을 만한 친구를 찾아간 것인데요, 친구는 대답합니다. “나를 괴롭히지 말게. 벌써 문을 닫아걸고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네. 그러니 지금 일어나서 건네줄 수가 없네.” 당시 많은 집에는 방이 한 칸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꺼내려 하면 식구들을 다 깨울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 사람이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 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예수님은 가르쳐 주신 것인데요, ‘항구하게’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청하여라’는 기도하라는 초대입니다. ‘찾아라’는 하느님과 그분의 뜻을 추구하라는 초대입니다. ‘두드려라’는 하느님의 현존과 하느님의 축복 안으로 나오라는 초대입니다.
그 다음 말씀이 중요한데요,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청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씀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예수님 말씀은 ‘무엇이든지’가 아니라 ‘누구든지’입니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즉 무엇이든 다 이루어 주신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청하고, 찾고, 두드려야 할까요?
어제의 복음 말씀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어제, 예수님은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무엇을 청해야 하는지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드러나시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고,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과 저희의 죄에 대한 용서와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 우리가 청할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벗이 한밤중에 열심히 청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친구가 일용할 양식입니다. 즉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마태오 복음에서 “너희는 먼저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항구하게 청할 것은 이처럼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이며, 또한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고 계시듯 성령입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우리가 간절히 청해야 할 것은 주님의 기도,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 성령이라 하겠는데요, 이는 각각 다른 대상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에서 청하는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이루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의 복음 말씀을 잘 실천하고 있을까요? 실천하고 있습니다. 바로 묵주기도를 드릴 때, 우리는 하느님께 반복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라고,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시라고, 그리고 그런 우리의 지향을 성모님께서 잘 전구해 주시라고 끊임없이, 낮이든 밤이든, 청하고, 찾고, 두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기도의 내용을 말씀하셨다면, 오늘 복음에서는 기도의 방법을 말씀하십니다. 기도의 내용은 주님의 기도입니다. 기도의 방법은 항구하게 청하는 것입니다.
다만, 한밤중에 염치불구하고 벗에게 청하듯, 대담하게, 항구하게, 그리고 꼭 들어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청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그 일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참생명, 영원한 생명을 주기 때문입니다.
윌리엄 홀먼 헌트, 끈질긴 이웃, 1895
출처: File:Importunate neighbour.jpg -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