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만나는 진짜 미식
수행과 철학이 깃든 한 끼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 끼 식사가 단순한 끼니를 넘어 수행과 철학을 담은 경험이 될 수 있을까. 사찰음식은 화려한 양념 없이도 깊은 맛을 내며, 건강과 정신적 평온까지 선사하는 특별한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진짜 맛집은 절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찰음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라남도 장성의 백양사는 한국 사찰음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출처 :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정관 스님이 선보이는 사찰음식은 단순한 채식 요리를 넘어 수행과 철학이 깃든 음식 문화로 인정받으며, 국내외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사찰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동물성 식재료와 강한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가르침을 바탕으로 육식을 금하며,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한국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향신료) 같은 오신채도 넣지 않는다.
이는 강한 향과 자극적인 맛이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만을 사용하며, 최소한의 조리법으로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사찰에서 전통적으로 행해지는 식사법인 ‘발우공양’ 역시 사찰음식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발우공양은 나무그릇인 발우에 음식을 담아 조용히 식사하는 의식으로, 부처님의 수행 전통에서 유래했다.
출처 :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밥, 국, 반찬을 담는 네 개의 발우를 사용하는데, 이는 온 우주를 담는 그릇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음식은 필요한 만큼만 담아 낭비를 줄이고, 마지막에는 김치 한 조각과 물을 이용해 그릇을 깨끗이 씻어 마신다.
음식에 대한 감사와 절제, 수행의 의미가 담긴 이 방식은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러한 사찰음식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백양사다. 내장산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이 사찰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백제 무왕 때 창건된 백양사는 가을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지만,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이 머무는 곳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출처 : 백양사 인스타그램
이곳에서는 단순한 채식 요리를 넘어, 수행의 한 과정으로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특히 백양사 천진암에서는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정관 스님은 2015년 뉴욕타임스에 ‘요리하는 철학자’로 소개되었으며, 2017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에 출연하며 전 세계 미식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천진암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고,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음식’으로 사찰음식이 재조명되었다.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 체험은 매월 1일 다음 달 일정이 오픈되며, 빠르게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출처 :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참가자들은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님의 강연과 시연을 통해 사찰음식의 철학과 조리법을 배운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최소한의 조리법으로 활용해 만든 음식은 건강과 깊은 맛을 동시에 선사한다.
사찰음식은 오랜 시간 발효한 된장과 청국장, 산에서 직접 채취한 나물, 자연 건조한 버섯과 과일 등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사용하여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맞춘다.
최근 건강한 식생활과 정신적 힐링을 추구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사찰음식 체험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 백양사 인스타그램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철학을 배우고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경험이 주는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다.
백양사를 비롯한 전국 여러 사찰에서도 사찰음식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사찰음식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은 여행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고요한 산사에서 자연을 벗 삼아 명상하고, 정갈한 한 끼를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여행.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미식이 아니라, 단순함 속에서 진정한 만족을 찾는 것이 아닐까.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