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걸어 걸어 달마도를 그리며(달마고도 20230620)
불교 선종의 창시자 달마.....그렇게 안다.
달마의 모습을 그린 달마도를 바라보노라면 그렇다.
짙고 굵은 선에 꺾임이 없는 저돌적이며 용맹스런 기상
달마산을 찾을 때마다 그런 그 기상을 찾으며 걸었다.
오늘은 달마산이 아니고 달마고도, 그 이름이 멋지다!
구도(?)의 그 길에서 모바일 인증을 받으며 17.7km
기슴 설레는 계획에 조금은 기대가 컸음이야!
그렇게 맞이한 오늘이었다.
그런데 오늘의 일기예보로 예약취소가 발생!
다시 한번 더 꼼꼼히 살펴보니 비소식은 있었다.
기대가 큰 만큼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맛보면서 맞이한 오늘
출발은 좋았다. 달마고도 1코스 큰바람재를 지나는데
그리어 요란한 관음봉의 모습이 출렁출렁.....저길 놓치다니!
하지만 달마고도 돌너덜 거대한 돌파도에 빠져 지나가는데
빗방울이 하나 둘...설마 내가 가는데...까짓 꺼....가자!
관음암터에서 달마고도 1코스 완주 QR인증, 즐겨 인증!
다시 문수암터를 향하는데 빗줄기가 강해지기 시작
비에 젖으나 땀에 적으나 그게 그거라고 여기면서도 우의 착용
QR인증을 위해 또 성명, 생년월일에 전번까지
달마고도를 걸으며 빗줄기를 피해 바라보는 해남 풍경
해맑은 해변 풍경을 즐기다가 바라보는 산정의 거기
저걸 놓치다니....우람한 바위의 기세, 그걸 걸어야 하는데!
노지랑골, 도지랑골, QR인증을 할 때마다 성명, 생년월일에 전번까지
비에 젖은 손에 핸드폰 화면까지 손을 말라고, 핸드폰을 닦기를 반복!
고도를 돌면서 쉬라는 걸까.... 끝까지 좀스럽게 반복 요구하다니
분명 뭔가 잘못됐거나 의도적인 골탕 먹이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너덜에서의 QR인증 후 더 이상 무의미한 짓은 그만두었다.
평소 하던 대로 그저 산정을 기어올라야 하는데 골 빈 짓(?)이었다.
의미를 붙여 감성을 유혹할 수도 있고 속아 줄 수도 있겠지!
주럭 주러럭 비를 맞으며 걸었다. 대공사중인 미황사를 쭉 둘러보며
저기 달마산을 바라보며 그랬다. 다음엔 산이다. 그래도 산이다.
운탄고도에서는 백운산 마천봉이 있어 열나게 걸었던 즐거움!
잠시 도솔암을 오르며 걸어본 비안개 속에서의 촉촉한 산길
강우 예보 때문에 예약 취소한 분을 생각해보며
어쨌든 주어진 상황에 그래도 만족함이로다.
이리저리 떠돌다 와도 달마고도 후미 완주자들은 미도착
QR인증 및 완주등록 때문에 몇 회원이 지체되리라
비에 젖은 옷.... 상의는 제대로 준비했는데...젖은 바지!
강우 예보에도 소홀한 강우 대비였음이 드러났다.
배낭을 줄여보려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 그랬음이야!
그러는 중에 후미 달마고도 완주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속속 도착!
그래 도착하며 그 즐거워하는 표정이 순수함과 함께 아름다웠음이야!
나도 맨 처음 한라산 등정했을 때 받은 등정인증서의 즐거움
코타키나발루에서 받은 등정인증카드가 얼마나 신났었느냐!
후지산 단독 산행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스스로 구매한 인증기념품!
세상은 그저 그렇게 사는 건데... 작은 일이건 큰 일이 건 거뻐하라!
기쁨은 스스로의 창작물이라고 생각하며 기쁨을 만들어 내거라!
누구의 탓이 아니라 인생은 오로지 내 탓이란다.
다만 그래 누가 더 가진 척, 아는 척, 힘 센 척을 하면 어떠냐!
주어진 몫대로 사는 거란다. 누구를 탓하는 일일랑 NO!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불씨에 불을 붙이거라.
설령 그 불에 모든 게 다 타버리는 일이 있어도 좋다.
빗길을 뚫고 뜷으며 달마고도를 걸으면서 달마도를 그린다!
즐거운 인생은 일장춘몽이라지만 악연의 글레도 그렇다.
그래 인생은 一切唯心造! 내 안에 極樂이 있음이로다.
계묘년 20230620 달마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