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다른 환경에서 살던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끈으로 묶인 다음에는
시행착오나 다툼이 많았을 것이다.
남편과는 네 살 차이로 아직도 나는 오빠라고 부르지만
내년 1월에 우리 아기가 태어나면 달라지겠지.
막내에 늦둥이라 응석받이로 자랐고,
어렸을 때는 형편이 안 좋았다고 했지만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로서는 이해는 잘 되지 않았다.
대학이며 대학원 학비를 자신이 아르바이트해 생활했으며,
용돈도 물론 스스로 해결했단다.
독립심과 강한 생활력에 반해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성격 때문에
임신하고도 남편에게 청소며 설거지 등 집안일은
거의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어느 주말 저녁엔가 갑자기 족발이 먹고 싶어 시켰더니
소주를 한 병 서비스로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가진 부부만의 술자리였다.
나는 곁에서 안주만 집어먹고,
남편은 한 잔 두 잔 소주를 들이켰다.
술이 약한 남편은 한 병을 다 비우지도 못했는데도
홍당무가 되어 자야겠다는 것이다.
씻고 침대에 눕더니 술이 깨기 전에
노래를 불러 주고 싶다고 했다.
노래를 듣는 동안
'무드 없기로 소문난 사람인데, 술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노래를 하다 말고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회사에서 그날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고 왔을 때도
우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더니 자신이 너무 권위적인 것도 알고,
내게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했다.
언제나 강하고, 나이만큼 나보다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때로는 남자도 기댈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남편 그리고 가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무거울까?
오늘도 일이 많아 늦을 거라고 전화가 왔다.
남편은 혼자 있는 내가 무서울까봐 걱정하는데,
나는 오히려 늦게까지 일하는 남편이
피곤할까봐 더 걱정된다.
사랑해요! 여보.
-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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