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랑합니다!
10월 3일 토요일 오후, 말씀의 샘물을 만들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내 아버지 이기장 장로님 전화입니다. 전화 내용이 대충 이렇습니다.
“나다. 별일 없디? 너 혹시 이창건 장로님 세상 뜬 거 아네? 이창건 장로는 95세로 9월 몇일 이던가...아무튼 세상 떠서 교회장으로 장례했다. 내가 장례식에 갔었는데 예배 순서지에 이 장로가 어느 땐 뭘 했구, 어느 땐 뭘 했다구 년도 별로 약력이 죽- 나와 있더라. 그런데 나는 요즈음 어느 때 내가 뭘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딜 않아. 순서지는 김성보 집사가 가져갔는데 나중에 네가 오면 보여 줄 거다. 그리구 내가 살고 있는 여기 한나 양로원 설립자 한영제 장로도 지난 8월 중순에 세상 떴어. 나두 갈 때가 다 됐나부다.... 그럼 나중에 보자꾸나”
고 이창건 장로님은 딸만 다섯인데 그 아이들과 나는 중학교 때부터 잘 알고 지냈고(못 만난 지 30년은 되었다), 우리 아버지와는 “장로님이 좌하면 나는 우할 것이오, 장로님이 우하면 나는 좌할 것이외다” 할 만큼 아주 친한 사이입니다. 영락교회 원로 장로님들이 더러 더러 세상을 떴어도 별다른 말씀이 없으시더니 풀벌레 처량하게 우는 가을에 친한 친구가 세상을 뜨니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이럴 때 뭐라 말씀 드리는 것이 효도인가?
나는 훗날 내 아버지 약력 보다는 다음 5가지를 기록하려고 합니다.
1. 우리 아버지 이기장 장로님의 아들인 이정수 목사와 내 동생 이정필 집사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부모에 효도-가정-친척-이웃과의 대인관계를 진실하게 이끌어가신 아버지를 이 세상 그 누구 누구보다 존경합니다.
2. 우리 아버지 이기장 장로님은 평생 하나님과 교회를 사랑하여, 교회 직분에 문자 그대로 충성하였고(남선교회 회계 14년 동안 통장 금액이 항상 본디 있는 그대로 였다), 믿음의 동지들(유신회)과 중곡동 교회를 설립하였고, 교회의 부정적인 면은 밖에서는 물론 목사인 아들에게 까지도 입에 올린 적이 없습니다.
3. 우리 아버지 이기장 장로님은 평생 나름대로 하루 일과표대로 사시면서 하루 성경 3장, 찬송가 10곡을 찬양 하시어, 찬송가 80곡을 1절부터 4절까지 외워서 부르셨고, 절반 외우는 것까지 합하면 100곡을 암송하여 부르십니다.
4. 우리 아버지 이기장 장로님은 큰 돈은 없었지만 평생 남의 신세 안 지고, 남의 빚 안 지고, 절약하고 검소하여 당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베풀고 돕고 사십니다.
5. 우리 아버지 이기장 장로님은 모든 면에서 긍정적입니다. 평생 신앙 생활의 내공이 쌓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면에서는 상당한 고수라고 해도 좋습니다. 아버지, 강건하세요(진심으로!). 아버지, 사랑합니다(이것도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