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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주의
Postcolonialism
문학비평용어사전
탈식민주의는 대단히 포괄적인 개념이어서 광범위한 분야를 포함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제국주의 시대 이후, 독립을 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제국주의의 잔재를 탐색해서 그것들의 정체를 드러내고 극복하자는 문예사조이다. 그래서 탈식민주의는 현재를 또 다른 형태의 식민지적 상황으로 파악하고, 제국주의적인 억압구조로부터의 해방의 추구, 제국이 부여한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정체성의 수립, 그리고 더 나아가 불가시적인 문화적, 경제적 제국주의에 대한 경계를 제안한다. 즉 식민주의가 주로 지리적 식민지 그 자체에 주된 관심이 있다면, 탈식민주의는 문화적 또는 정신적 식민지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식민지 경험을 해본 상황에서 탈식민주의는 지구상의 대부분의 나라에 해당되는 강력한 호소력을 가진 문예사조이다. 탈식민주의는 특히 제국주의가 끝난 20세기 중반 이후, 식민지 상황에서 벗어난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카리브해 국가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지만, 동시에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처럼 소위 제2 백인 영어권 국가들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더 나아가, 탈식민주의는 다인종국가인 미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으며, 영국의 문화적 식민지로부터 벗어나려 했다는 점에서 19세기 미국문학 역시 탈식민주의 문학으로 논의되고 있다.
탈식민주의의 첫 번째 형태는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처럼 신대륙의 토착성과 자신들의 유럽적 유산 사이의 조화와 상충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다. 위 나라들은 백인이 주류이고 영어를 사용하면서도 과거에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지금도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는 주변부로 남아있는 나라들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교양의 전범으로 자리 잡은 정통 영문학(English Studies)에 저항하는 위 국가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소문자를 사용해 'english'라고 표기하며, 제국의 정전 텍스트들을 패러디하고 해체하는 소위 '되받아 쓰기(write back)' 전략을 채택한다. 탈식민주의의 교과서로 평가되는 『제국의 되받아 쓰기(The Empire Writes Back)』는 바로 그런 시각으로 기술된 책들이다.
탈식민주의의 두 번째 형태는 아프리카나 서인도제도처럼 비백인/비서구 국가들처럼 인종적, 문화적 차이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탈식민주의 초기형태는 에메 세제르나 레오폴드 셍고르의 네그리뛰드 운동으로 나타났지만, 흑인성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오히려 백인들이 만들어놓은 흑인에 대한 전형 틀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문제를 수반했다. 그러므로 본격적인 탈식민주의는 그보다 한 세대 후 작가들인 나이지리아의 월 소잉카(Wole Soyinka), 케냐의 은구기 와 시옹오(Ngugi wa Thi'ongo), 트리니다드 출신의 V.S. 나이폴(Naipaul), 그리고 인도계인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 등에 의해 전개되었다.
탈식민주의의 세 번째 형태는 국가와 국가 또는 인종과 인종 사이의 관계와 차이를 비교 문화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서인도제도, 중남미 등 모든 대륙과 나라들이 속하게 되는데, 예컨대 남아공의 나딘 고디머(Nadine Godimer)나 존 쿳시(John Coetzee), 캐나다의 티모시 핀들리(Timothy Findley), 서인도제도의 진 리이스(Jean Rhys) 같은 작가들과,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휴스턴 베이커(Houston A. Baker), 호미 바바(Homi Bhaba) 같은 비평가들은 모두 여기에 속한다.
탈식민주의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부상함에 따라, 지난 수년간 노벨문학상, 부커상, 또는 공쿠르상 같은 세계적인 주요문학상들이 탈식민주의 계열의 작가들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탈식민주의는 비백인 작가들과 비평가들이 주도한 최초의 문예사조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며, 그로 인해 유색인들의 문학적 및 학문적 지위가 크게 격상되었고, 비백인들의 논문과 저서들이 비로소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 1980년대의 민족문학과 민중문학이 탈식민주의 문학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한국 특유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탈식민주의는 문화제국주의, 다문화주의, 문화연구, 페미니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운동 등과 연계해 정신적, 문화적 식민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주성을 바르게 수립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는 문예사조이다.(김성곤)
참고문헌>6확장영역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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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ver.me/5UGmlYUQ
탈식민주의
문화연구의핵심개념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 연구들은 영국 문화연구의 계보와는 차이가 있지만 인종, 민족, 제국에 대한 문제 틀을 포스트구조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서구 중심주의를 해체하고 타자성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며 비판 패러다임 내에서 중요한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 탈식민주의 연구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탈식민주의의 정의
1990년대 이래 인문사회학의 비판적 패러다임에서 주목받고 있는 탈식민주의 연구는 계보와 정체성, 그리고 정치적 효과에 관한 논쟁이 여러 층위와 방면에 걸쳐 전개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명칭 문제이며 또 하나는 포스트콜로니얼 연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의 문제다. 이 두 가지는 상호 연관되어 있다.
사실상 탈식민주의의 정체성과 계보를 둘러싼 논란은 포스트의 의미를 둘러싸고 제3세계의 민족주의 마르크스주의 계열과 제1세계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구조주의 영향을 받은 포스트콜로니얼 학자들 사이에 현재까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논쟁점을 요약해 본다면 포스트콜로니얼리즘(postcolonialism)이라는 명칭에서 포스트를 초극으로 해석하는 경우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의 종식과 함께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그러나 제3세계의 경우 정치적으로는 탈식민화되었지만 경제적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식민지 상태에 머물고 있어 초극으로서의 포스트콜로니얼이라는 표현은 모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명칭의 의미를 신식민적 현실에서 정신의 탈식민화를 실천하려는 저항 의지의 표현으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는 주장이다(이경원, 2000; 김지운 외, 2011).
이와 같이 포스트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담론의 정체성과 역할의 지형도가 달라질 수 있고, 탈식민주의 연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탈식민주의 비평가 무어-길버트(Moore-Gilbert)는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의 등장을 탈식민주의 출발점이 아닌 분기점으로 보고 오리엔탈리즘 이전을 탈식민주의 비평, 그 이후를 탈식민주의 이론으로 구분한다.
무어-길버트가 의미하는 탈식민주의 비평은 아프리카와 서인도제도의 반식민적 민족문학에다가 뉴질랜드, 캐나다를 무대로 한 영연방 문학을 포함한다. 이러한 ‘탈식민주의’ 비평은 급진적 반체제 운동이나 좌익 테러리즘과도 연관된 제3세계의 자생적이고 주체적인 독립운동이었다(김지운 외, 2011).
탈식민주의 이론
이러한 ‘탈식민주의 비평’이 유럽의 고급 이론과 만나 빚어낸 것이 바로 탈식민주의 이론이다. 탈식민주의 이론은 서구 이론과 출판 자본의 개입으로 이루어져 탈식민주의 이론은 탈식민주의 비평의 확장인 동시에 서구의 학술지 지면을 점유하며 주류 학문에 속한 탈식민주의 비평의 변질이라고 비판한다.
이 분야에는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바바(Hommi Bhabha), 스피박(Gayatri Spivak)처럼 서구 중심부에서 활동하는 제3세계 출신의 이민 지식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주도한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 이론은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고 있다.
포스트구조주의의 해체와 전복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차이와 다원성의 담론에 힘입어 근본주의적 입장, 강한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중심성을 해체하려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지배민족 대 피지배 민족, 지배계급 대 피지배계급으로만 식민을 설명할 수 없어 그 경계를 해체하려는 탈식민주의 이론의 주요한 이론적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김지운 외, 2011).
주요 학자들
이 글에서는 포스트모던 문화연구의 연장선에서 무엇보다 탈식민주의 이론을 정립한 주요 학자들인 사이드, 바바, 스피박의 논의들을 간략히 소개한다. 사이드(Said, 1978)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탈식민주의가 체계적인 담론으로 자리 잡는 분기점이 되었다.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은 한마디로 서구의 눈으로 본 동양의 정체성 형성이며 서양의 자기 이미지를 우월한 문명으로 강화하는 일종의 책략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은 정치적인 권력과 직접적인 대응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종다양한 권력과 불균등한 교환관계 속에서 생산, 확산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서구인이 보는 동양의 모습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재생산되면서 직접적인 지배나 경제적인 우의의 실현이 아니더라도 서구인의 우월성, 동양의 신비화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예로써 서구의 시각으로 동양인 스스로가 자신을 형상화하고 재현하는 모습이다. 이때 주체는 말할 수 없거나 말할 기회를 박탈당한 하위 주체로 여겨지며, 자신의 모습을 타인 입장에서 보는 것에 길들여진다. 즉,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지 못하며 서구인의 시각에서 자신을 이야기하거나 형상화하고 표현하는 것이다(김상률 외, 2006).
다음으로 바바(Bhabha, 1994)의 논의를 살펴보기로 하자. 바바는 사이드가 말했던 식민주의 담론의 일관성, 연속성, 보편성을 비판한다. 바바에게 식민주의 담론 속에 담긴 동양은 일관되지도 않았고 정체가 명료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바바의 탈식민주의 이론에서 핵심 용어는 혼성성(hybridity)이다. 식민주의 담론은 혼성성을 띠며 피지배자는 혼성성을 띤 담론을 따르는 동시에 자신의 문화, 언어에 맞추어 혼합 재구성하는 데 혼성성을 활용한다. 따라서 바바가 볼 때 혼성성은 지배의 도구이면서도 저항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원용진, 2010).
스피박(Spivak, 1988)의 탈식민주의 논의는 재현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즉, 서양에 의해 제대로 재현되지 못한 제3세계를 강조하면서 과연 제3세계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재현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제3세계 여성은 누구에 의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지 질문하면서, 서양의 타자라는 담론으로 망라되는 피집단 속에서도 결코 동질화될 수 없는 이질성과 차이에 주목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3세계 내 타자인 여성에 주목하지 않는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연구는 주변이나 타자에 대한 연구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평가
이상과 같은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연구들은 앞서 영국 전통의 문화연구와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부분 문화연구와 포스트콜로니얼 문제 틀이 중첩되어 있으며 다양한 포스트콜로니얼 연구들이 문화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연구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탈식민주의 연구는 확장되는 추세에 있다. 오늘날 식민주의는 앞서 류춘희(2009)가 지적하듯이 단순히 제국주의와 같은 어떤 역사적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억압 상황을 의미하는 용어로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식민지인의 상황을 뜻하던 ‘식민화된 상태’가 21세기에는 자유와 권리와 평등을 박탈당한 모든 상황을 뜻하는 말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탈식민주의 이념은 모든 사람에게 억압의 이념이 존속하는 한 탈식민주의 담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늘날 문화연구와 탈식민주의 연구는 상당히 비슷한 문제의식과 문제 틀을 공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김지운 외, 2011).
참고문헌>12확장영역 접기
김지운 · 방정배 · 정재철 · 김승수 · 이기형(2011년) 『비판커뮤니케이션: 비판이론 · 정치경제 · 문화연구』.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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