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 눈부신 죄…고층빌딩에 드리운 ‘소송 그림자’
송도힐스테이트·북항 G7 등 부산 통유리 외벽 시공 급증
- 아이파크 2억배상 판결 이어
- 빛 반사 피해 소송 잇따를듯
부산지역 곳곳에 건물 외벽을 통유리로 시공하는 ‘커튼월 공법’의 고층 건축물이 늘어나면서 햇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빛 공해’를 유발하는 커튼월 공법에 대한 규제 기준이 없고 시민의 눈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 역시 없다. 하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면서 줄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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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에 건물 외벽을 통유리로 시공하는 ‘커튼월 공법’의 고층 건축물이 늘어나면서 햇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커튼월 공법으로 지어진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북항 G7, 해운대아이파크. 국제신문DB |
지난 3월 대법원은 해운대 아이파크 건물 외벽의 빛 반사를 이유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게 2억 원가량을 인근 피해 주민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건물 외벽 유리에 반사된 햇빛으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생활 방해가 인정된다”며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네이버도 비슷한 소송에 휘말려 있다. 2010년 2월 분당에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한 ‘글라스 타워’ 사옥을 지으면서 인근 주민 74명이 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냈다. 10년을 끌어 온 소송은 지난달 3일 대법원이 네이버가 승소한 2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주민이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부산에서도 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진다. 5일 서구에 따르면 내년 5월 준공을 앞둔 송도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인근 주민의 최근 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송도힐스테이트 C동 3, 4라인과 200m 거리를 두고 정면으로 마주한 암남동주민센터 인근 주민은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30분까지 눈 뜨기가 힘들 정도로 빛 반사에 시달린다. 이 시간대에는 집안 거실 안쪽까지 건물 유리에 반사된 빛이 들어와 커튼을 치고 지내야 할 정도라는 것이 주민 측의 주장이다.
주민은 구에 커튼월 공법 재검토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규제할 방법이 딱히 없다. 구 관계자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 반사 법 규정은 있지만 햇빛 반사와 관련한 규제나 피해 보상 등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에 고층 아파트와 레지던스가 들어서면서 커튼월 공법에 따른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도힐스테이트를 포함해 초고층건물인 해운대 엘시티와 아이파크, 북항 G7 등도 커튼월 공법으로 시공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중앙동으로 출퇴근하는 김모(41) 씨는 “해질녘에 G7 건물의 빛 반사가 심해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선글라스를 꼭 낀다”면서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을 때도 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동아대 서금홍(건축학과) 교수는 “단열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복층 유리를 쓰면서 빛 반사 피해가 늘었다. 반사를 일으키는 유리 면적을 줄이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커튼월 공법
건물 외벽을 커튼 치듯이 철골 외벽 사이에 유리를 끼워 넣는 공법. 비용이 비싸지만 외관적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