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https://hygall.com/212575805
내가 처음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봤을 때, 난 그게 또다른 영업 전화인 줄 알았다. 내 친구인 일마가 핸드폰을 바꿨기 때문에, 혹시나 싶어 전화를 받았을 뿐이었다.
"여보세요?"
누군가 수화기 넘어로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 제외하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난 얼굴을 찌푸린 뒤, 다시한 번 물어보았다. "여보세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아니면 내가 크루즈 여행에 당첨되었다고 지껄이는 장난전화인건가요?"
난 조용히 웃는 소릴 들었다. 그리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 엄마"
난 거의 기절할 뻔 했다. 난 실제로 바닥 위로 허물어졌다.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자, 수화기가 내 손가락 사이로 거의 빠져나갈 뻔 했다. 벽을 뒤덮고 있는 캔드라의 사진들을 보자 가슴이 저릿했다. 행복했던 12살짜리 아이가 거기에 있었다. 실종되기 몇 달 전의 모습들로 가득히.
난 수화기를 다시 집어들기 전에 침을 한 번 삼켰다. "이거...이거 장난 전화 인가요?" 내가 물었다.
수화기 반대편의 여자아이가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이거, 음 , 아뇨. 이거 장난전화 아니에요. 나 캔드라에요. 증거가 필요하다면 으으으으으음...우리 그 마술사를 보러 갔던 날 기억해요? 그 마술사가 날 무대 위로 불러냈던거? 그 때 난 아마 여섯 살 정도 되었을 거에요. 그는 내 주머니에서 색테이프를 꺼냈죠. 난 그저 애완토끼를 받고 싶었어요. 그가 토끼를 색테이프 위에서 사라지게 했을 때, 난 울음을 터뜨렸죠. 엄마는 무대 위에 올라와서 날 데려간 다음, 아이스크림을 사주면서 위로해 줬어요. 난 딸기맛을 먹었고, 엄마는 쿠키 앤 크림 맛이었죠. 그날 정말 그립네요"
난 떨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캔드라...너 괜찮니? 너...도데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벌써 8년이나 지났어, 난...난...네가..."
"난 괜찮아요. 아마도요" 캔드라는 한숨을 내쉬었고, 난 수화길 타고 아이가 꼼지락 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 사진을 보내 줄게요. 받았나요? 어제 밤에 찍은 거에요"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고, 난 수신함의 사진을 보았다.
후드에 얼굴의 반이 가려져 있긴 했지만, 난 그게 캔드라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얼굴 옆에 브이자를 하고 있었고, 난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이건 캔드라였다.
난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거실의 소파로 가서 앉았다. "어떻게...지금까지 뭘 하고 지냈니? 혹시 가출했던 거니, 아니면 납치당했던 거야?" 아침에 일어나 딸이 사라진 걸 발견했던 그 아침은, 내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었다.
"가출했어요. 캘리포니아까지 갔죠, 어찌어찌" 캔드라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지금까지 어떤 끔찍한 일들을 했는지 못믿을 거에요. 험한 말 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세상에, 난 정말 오랫동안 돌아오고 싶었어요. 그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던 거에요, 아시겠어요?"
"언제든지 집에 와도 좋단다. 너...너 지금 집에 오는 중이니?"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요. 저녁 즈음에 도착할 거 같아요. 혹시 이사 간거에요? 안갔죠?"
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내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아니. 네 아빠는 이사를 가고 싶어했지만, 난 그럴 수 없었어. 네가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지금까지 어떻게 지낸거니?"
"오, 그건 참 긴 이야기에요" 난 캔드라가 전화를 다른 손으로 바꿔쥐는걸 들었다. "집에 도착하면, 모든 이야길 다 해줄게요.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부분만 이야기 해줘도 될까요? 나 아직도 거의 음.. 한시간이나 버스를 기다려야 해요. 난 기다리는거 싫어요. 엄마랑 이야기 하면 좀 나을거 같았았어요. 운좋게도, 아직 엄마 번호가 기억 나더라구요"
"너한테 그 번호를 꼭 외우라고 했던게 바로 이런 일이 있을까봐서란다, 아가야" 난 눈물을 훔쳤고, 갑작스럽게 내 영혼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뭐든지 말해주렴. 모든 이야길 듣고 싶구나"
그리고 캔드라는 이야길 해 주었다. 어떻게 캘리포니아의 좋은 부부를 만나서 정착하고, 집안일을 돕고 그들의 아기를 돌보며 그 집에 머물렀는지. 그녀가 15살이 되었을 때, 캔드라는 검정고시를 치르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캔드라는 온갖 주(State)를 다돌아 다녔다. 그녀는 사랑에 빠졌고, 비참한 실연을 겪었다. 길거리, 골목길 모퉁이에서 5성 호텔까지-진짜 화끈하고 이상하게 꼬인 늙은 남자가 선물해 준 거란다-, 잠을 잘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잠들었다. 웨이터로 알바를 했고, 소매치기도 하고, 잠시 머물 곳에선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캔드라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았다. 단 한번도.
캔드라가 두명의 매춘부와 그녀들의 보디가드와 함께 어떻게 호텔 방을 나눠 쓰게 되었는지 반쯤 이야기 하고 있을 때, 그녀는 이야기를 멈췄다. "젠장! 버스가 왔어요, 가봐야 해요. 저녁 여섯시쯤 집에 도착할 거에요"
"저녁 준비를 해 놓을까? 네가 제일 좋아했던 요리재료들이 많이 있단다" 허니 갈릭 치킨과 쌀밥. 아이는 삼시 세끼 그걸 먹을수도 있다고 했다.
"아뇨, 가는 길에 먹을래요. 좀 있다 봐요! 사랑해요, 엄마!"
전화가 끊어지고, 한참 동안, 난 정적 속에서 앉아 있었다.
그리곤, 일어나 집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난 비치 보이스 음악을 틀어놓고 온 사방의 먼지를 털어내고, 설겆이를 몽땅 해치웠다. 오랫동안, 이렇게 자유로운 기분이 든 건 처음이었다. 난 캔드라의 방에 들어갈 때, 잠깐 멈칫 했을 뿐이었다.
아이가 집을 나간 이후로, 난 그 방에 들어가 본적이 없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침대도 아직 조립이 안된 상태였고, 아이의 책상 위에 놔둔 빈 어항엔 먼지가 조용히 쌓여있었다. 난 소매를 걷어부치고 작업을 시작했다. 시트를 세탁기에 던져넣고, 어항도 닦아 놓았다. 내가 침대를 다시 만들어 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여보? 캔드라의 방에서 뭐하는 거에요?"
난 그랙한테 전화하는 걸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난 내 남편을 보기 위해 돌아섰다. 방 안을 둘러보는 그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난 웃음을 터뜨리며 눈물을 다시 훔쳤다. "오늘 전화를 하나 받았어요. 캔드라에게서요" 내가 말했다.
그랙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가 말했다.
"애가 살아있대요, 그랙!" 난 웃음을 터뜨리며 머릴 저었다. "그저 애가 돌아오기 전에 집안 청소를 좀 해놓고 싶었어요. 조금 있다가 저녁 준비를 하려고-"
"캔드라는 집에 오고 있지 않아요, 로렌, 아이는 실종되었어요, 알잖아요"
난 미소를 머금었다. "들어봐요, 난 그게 캔드라인걸 알 수 있어요. 한시간 동안이나 통화 했는걸. 심지어 나한테 셀카도 보내 줬어, 볼래요?" 난 내 핸드폰을 꺼내 그랙에게 내밀었다.
그는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난 그의 눈이 한번 커졌다 다시 가늘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거 장난전화에요, 아주 끔찍한 놈이야. 누군가 당신을 놀리고 있는 거라구요" 그는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이렇게 찍으면 아무나 우리 딸 흉내를 낼 수 있어요. 벌써 8년이나 되었다구요! 왜이렇게 전화하는데 오래 걸렸을거 같아요? 이유를 말해 줄게요, 왜냐하면 이건 캔드라가 아니기 때문이야"
고조되었던 이전의 기분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난 캔드라하고 통화 했어요. 난 바보가 아니라구요, 그건 우리 딸-"
"보여주죠" 그랙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이게 누구든지간에, 이놈들을 꼭 죽여버리겠어!"
"그랙!" 난 그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지만, 그는 몸을 흔들어 내 손을 피했다.
신호음이 두어번 울리고, 캔드라가 받았다. "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 난 캔드라의 목소리 뒤로 버스의 소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랙의 얼굴이 창백한 하얀 색에서 검붉은 색으로 그늘지기 시작했다. "네놈이 누구든지간에, 그만 두는게 좋을거야, 당장! 그러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 그리고-"
캔드라의 웃음이 그랙의 말을 잘랐다. 웃음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오, 안녕, 아빠. 제기랄, 당신을 집에서 패죽이려 했는데. 깜짝 선물처럼 말야. 말해봐요, 아빠, 사랑하는 아빠, 왜 그렇게 이사를 가고 싶어했어요? 왜 내가 죽었다고 그렇게 확신했죠? 아, 잠깐...왜냐면 당신이 날 죽였기 때문이잖아, 안그래요, 아빠?"
그랙은 입을 다물었다. 난 남편을 바라보았다. "캔드라가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기다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더이상 이야기를 하는걸 참을 수 없을것 같네요" 캔드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 알아요?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우울증을 앓으면, 그 아이를 지켜줘야 해요. 뭐가 문제인지 물어봐 주는것 처럼 말이에요. 내 말은, 엄마는 노력했죠,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어. 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자, 당신은 화를 냈지. 그리고 날 게으르다고 했어, 나 때문에 부끄럽다고 말야. 당신은 내가 가치없는 쓰레기가 될거라고 말했지"
난 고개를 흔들었다. "저게 정말이야? 그랙! 제발, 아무 말이나 해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이야, 쟤는 그냥-"
"내가 도서관에서 울고있는 상태로 발견된 날을 기억해? 당신은 학교로 불려왔지, 그리고 나에게 자기 일을 다시 한번만 이딴 '헛짓거리'로 방해하면, 날 죽을때까지 팬다고 위협했잖아. 난 너무나 겁에 질렸어. 엄마에게도 말 할 수 없었지. 그래서 난 가출하려 했던거야. 하지만 당신은 날 막아섰지..."
캔드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을 하나 더 보내겠어, 이번엔 오랫동안 자세히 보길 바래"
난 덜덜 떨면서 사진이 전송되길 기다렸다.
캔드라의 얼굴 전체가 나온 사진이 보였고, 난 구역질이 나왔다. 이게 캔드라라는 건 이제 확실해 졌다. 하지만 모든게 잘못되어 보였다. 그녀의 피부는 창백한 녹색이었고, 옛날 연갈색이었던 한쪽 눈은 밝에 빛나는 빨간 구슬처럼 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끔찍한 부분은 그녀의 뺨이었다- 그건 마치 썩어서 떨어져 나간 것 처럼 보였다. 안쪽의 변색되어버린 뼈와 이빨을 드러내면서. 난 입 안쪽에 난 캔드라의 어금니도 볼 수 있었다.
"당신은 날 죽을 때 까지 구타했어, 아빠. 마침내 이성을 잃어버렸고, 날 죽을 때 까지 팼지. 바로 우리 집 뒷뜰에서 말야. 당신은 공포에 질렸지. 그리곤 당신 친구가 운전하는 트럭을 불렀고, 그 트럭기사는 날 화물칸에 던져넣고 캘리포니아까지 내 시체를 옮겼어. 그는 날 구덩이에 던져넣고는, 모든 일을 끝마쳤다고 생각했어. 나라를 통째로 가로지른 곳에 버려져 있는 작은 여자아이의 시체. 난 거기 홀로 남겨졌지. 하지만 난 발견되었어, 아빠. 당신 친구는 날 제대로 숨겨놓지 못했거든"
캔드라는 잠시 멈추고 숨을 골랐다. "날 찾아낸 사람들의 이름은 사브리나와 엘레노어야. 그들은 내 시체를 찾았고, 그들의 집으로 날 데려갔어. 난 너무나 무서웠어, 너무나 혼란스러웠어.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지. 그들은 죽기전, 내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줬어, 마치 그럭저럭 보통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지...이것저것 몸의 일부가 뒤틀리긴 했지만, 부활하기 전에 새미트럭 화물칸에서 며칠동안 썩으면,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럴 리 없어" 그랙이 마침내 말을 내뱉었다. "이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냐"
"오, 하지만 일어나고 있는걸. 왜 내가 집에 돌아오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궁금하지 않아?" 캔드라가 다시 킥킥대었다. 그 소리는 내 피부에 온통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난 여전히 당신이 무서웠기 때문이야. 그래. 난 당신 얼굴이 무서웠어. 어쩌면, 난 그때 일어난 일이 내 잘못이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어쩌면 내가 더 열심히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니, 난 마침내 받아들였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말야. 그건 당신 잘못이지. 당신이 날 죽였어. 난 단지 도움이 필요한 것 뿐이었는데, 당신은 씨발 날 죽여버렸잖아!"
"그건...그건 사고였어..."
그랙의 한마디에, 내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난 캔드라의 책상 위에 있던 램프를 집어들었다. 그랙은 돌아섰지만, 내가 휘두른 램프에 머리를 얻어맞았다. 램프는 산산히 부서졌고 그랙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핸드폰이 깨진 유리조각 위로 떨어졌다.
"엄마?! 엄마, 괜찮아요?!"
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램프로 네 아비의 머리를 후려쳤다" 내가 말했다.
"세상에, 엄마, 그놈을 죽였어요?"
난 허물어진 남편의 몸 옆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아직 숨을 쉬고 있구나. 그러니까, 아직 죽이진 않았단다"
캔드라가 휘파람을 불었다. "좋아요, 왜냐면, 그건 내가 찜했거든요.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지하실에 던져 놓으세요. 버스가 이제 마을로 들어서네요. 30분이면 집에 도착할 거 같아요. 사랑해요!" 그녀는 핸드폰을 끊었고, 난 정신을 잃은 내 남편 옆에 홀로 앉아 있었다.
지금까지, 난 남편의 분노를 받아낸 건 나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는 단 한번도 주먹을 쓴 적이 없었다. 그냥 말 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들은 너무나 끔찍해서 마치 내가 흉측한 괴물이 된 것 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마치 우리 딸이 사라진게 내 잘못인 것 처럼.
캔드라는 이제 몇 분 뒤에 도착한다. 그랙은 지하실에 갇혀있다. 그가 내보내 달라고 비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는 거기 그대로 있을 것이다, 우리 딸이 집에 돌아오는 걸 봐야 하거든.
첫댓글 미친새끼....
자이스
똑같이 당해야됨
아름다운 결말이다..
해피엔딩
미친놈진짜...
성님 화끈하시내요,,,,
최고다...
환영 플래카드는 제가 걸겠습니다
감동적인 글 잘 봤습니다
자이스~~~~~~
모녀끼리 해피엔딩만 남았네^^
띵작이내요.,,
자이스~
감동적인 글 잘 보앗습니다 총총,,, ......𖤐
요새 이런글 많이올라와서 넘 좋음
감동적이네요 ..
굿.
한국인이 사랑하는 명작 50선에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꽃길은 제가 깔겠습니다
굿
해피엔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