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가 육체라면, 음악이 영혼이라면
양안다
나는 꿈에서 쫓겨난 사람이구나.
밀물에 떠내려온 유리병처럼…… 육체가 망가지도록 춤출 때마다
나의 영혼은 병 속의 편지처럼 떨고 있었습니다.
지난 애인이 실종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지요.
병든 새들이 끊임없이 지저귀는 소리.
날개도 없이 슬픔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
아직 사랑할 힘이 남아 있던 시절.
때때로 잠든 너를 보며 죽고 싶다는 생각을 삼키기도 했지.
너는 자면서도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
해일이 오면 우리
온몸으로 받아낼 수 있을까.
사랑은 공중그네와 같다고 말한 곡예사는 관객들 앞에서 으스러졌다.
깔깔깔 쇼의 일부인 줄 알고 몸을 젖히며 웃어댔지.
폭우가 쏟아지면 창문을 두드리는 음악이 들린다.
그리고 숨소리.
눈 감은 네가 고요히 떨리는 걸 바라보면서.
너는 살아 있구나. 지금 너는 나와 함께 있구나.
꿈에선 행복을 느꼈어?
손가락으로 뺨을 눌러보면 네가 살아 있다.
그러나 잠든 너를 보며 죽고 싶은 생각을 삼킨 건 나였지.
젖은 마음을 우비처럼 껴입고 오래 울었다.
*
마지막 꿈입니다. 이국의 풍차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초원입니다.
당신은 나를 가두지. 가슴팍에서 나는 익사합니다. 나는 죽었어요.
죽은 나를 껴안고
당신이 울잖아요. 죽으려면 나가 죽으라고 말하더군요.
마음 안에서 시들지 말고 꺼지라고
소리를 지르니까요. 총성이 울리면
숲에서 추방당하는 새 떼.
꿈 무덤에 꽂은 칼자루. 어쩌면 나는 네가 부르다만 노래입니다.
찢어진 악보입니다. 폭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꽃 덤불입니다. 성대 잃은 새.
꿈 바깥으로 달려갑니다. 우리의 합주가 끝나니까
관객들은 손뼉 치며 환호하고요.
음악이 여기서 멎습니다.
그런데 부서진 건 나 혼자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