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귀농귀촌에도 적성이 있다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청소년에게 필수인 진로적성 검사
귀농귀촌 희망자에게도 필요하다
본인의 적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전원 생활을 동경해서 농촌에 간다거나 혹시나 돈이 될까 땅부터 사두는 이들은 결국은 후회한다. 귀농귀촌에도 엄연히 적성이 존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귀농에 관심 있는 분들이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귀농귀촌에도 적성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귀농귀촌 희망자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먼저 적성검사를 해야 하나 싶다. 적성이 중요하다.
진로적성이라는 것을 아시는가? 요즈음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아실 거다. 손주 손녀가 중학생 정도가 된다면 알아둘만한 게 진로 적성이다. 중학교 1학년 시기는 학교에서 수업이 자유학기제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자유학기제란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의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진로체험이나 프로젝트, 실험, 실습, 공작, 독서 토론, 역할극 등과 같은 체험 중심의 수업을 1학기나 2학기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는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적성을 알아보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필자는 매우 유용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업을 학교에서 진행하지 않으니까 이때 과외를 집중적으로 시키는 부모들이 많단다. 남들 공부 안할 때 우리 아이 공부시키겠다는 것이다. 새로 선출된 지자체 교육감들 중에 자유학기제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다수 있다고 한다.
필자가 자유학기제를 좋아하는 이유는 학생 시절에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적어도 몇 개월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진로 적성에 대하여 학생 시절 고민한 적이 없다. 진로 적성 검사를 시험 치르듯이 고등학교 때 해 본 기억은 나는데 그 결과를 가지고 나를 상담해 준 사람은 없었으니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 그러니 대학 진학을 위해 문과를 갈지 이과를 갈지 고민할 때 도움받은 적이 없고, 입시 준비하며 전공 학과를 고를 때도 혼자 했다. 주변에서는 오로지 돈이 되는 학과나 폼이 나는 학과를 유망학과라고 추천할 뿐이지, 당사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궁금해 하지 않았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본인이 진짜 농촌을 좋아하는지, 시골에서 살 준비가 되었는지,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한 채 준비한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절대로 화훼 분야를 할 수가 없다. 피부가 약한 사람은 풀에 스치기만 해도 부어오르니 밭일은 멀리해야 한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이는 닭 한 마리는커녕 개도 제대로 못 키운다.
본인의 적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전원 생활을 동경해서 간다거나 혹시나 돈이 될까 땅부터 사두는 이들은 결국은 후회한다. 귀농귀촌에도 엄연히 적성이 존재한다.
모든 직업에 ‘지식’ ‘태도’, ‘기술’이 필요하듯이 귀농귀촌에도 지식과 기술, 태도가 있다. 인생 후반전에 어떤 선수로 뛰어야 할지 결정함에 있어서 귀농귀촌 선수로 뛰려면 당연히 적성 검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미리 준비하고 학습하고 연구하여 결정하였든, 놀러 갔다가 충동적으로 귀농귀촌을 결심하였든, 동기는 다양하여도 적성에 맞는다면 선수로 뛰어 볼 만하다.
몇가지 질문을 던져 보겠다. 물론 은퇴를 하였거나 은퇴를 예정한 이들이 본 칼럼의 주된 고객이겠지만 젊은 사람도 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에서 권하는 귀농귀촌 적성검사 항목이다. 하나 하나 체크해 보자.
1. 부부간 혹은 가족간에 합의가 되었는가?
2. 최소 2~3년간 버틸 자금이 수중에 있는가?
3. 지역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파악되었는가?
4. 농촌에 내려갈 특별한 이유를 찾아냈는가?
5,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가?
귀농귀촌 적성검사 항목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은 가족간의 합의다. 물론 귀농귀촌을 계기로 홀로서기를 꿈꾸는 이가 있긴 하지만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으므로 혼자 시골로 내려가고 나머지 가족들은 도시에 있으면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 /픽사베이
역시나 가족간의 합의가 중요하다. 물론 귀농귀촌을 계기로 홀로서기를 꿈꾸는 이를 보기는 했다만 일부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으므로 혼자 시골로 내려가고 나머지 가족들은 도시에 있으면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 행복하자고 귀농귀촌을 했는데 굳이 가족들이 반대하는 걸 밀어붙일 것은 아닌 듯 하다.
문항 2번을 보니 역시나 자금이 있어야 함을 알려준다. 농촌이건 어촌이건 산촌이건 지역으로 내려가 산다는 것은 도시에서 보다 수입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극히 일부의 부농 신화는 믿지 말아야 한다. 일부의 성공이 모두의 성공인 것처럼 미화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적어도 3년을 버틸 생활자금을 확보하고 이주해야 한다. 특히 영농을 주로 하는 귀농은 창업 자금과 운전 자금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살아봐야 알게 되는 것이 많다. 어설프게 소문만 듣고 교육만 받아서는 모르는 것이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였다 하더라도 도시에 가서 10년 이상 살다가 오면 그는 ‘외지인’ 소리를 듣는다. 아무리 여기가 고향이어도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고향도 변한다. 소위 족보가 변한다. 지난 10년간 군수와 국회의원이 바뀐 만큼 인맥도 변했다.
3번 문항은 스스로 농촌에 내려갈 이유가 있는지 물어보란다. 즉, 내가 도시 생활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과 같다. 시골 생활을 오래도록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면 개인적인 사연이 하나씩 있다. 귀농귀촌을 해야만 하는 사연이 없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필자는 경제적인 이유로 도시를 떠나 지역으로 가는 사람들에게는 반반의 우려와 격려를 보낸다. 시골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지닌 사람들도 먹고 살 길이 있다. 지금도 식량을 나누는 문화가 있는 곳이 농촌 사회라서 먹고 사는 걱정이 덜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각오가 있냐고 묻는 것은 어려움이 닥칠 것이 분명하니까 묻는 것이다.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이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인생이란 지지고 볶고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힌트를 드린다면 여기서 어려움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아니다. 문제에서 나온 어려움이란 인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말한다. 원시인과 외계인의 만남이 주민들과 귀농귀촌인의 만남이다. 늘 살던 방식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참된 전원생활이 다가온다. 도시의 개인주의는 도시에서나 좋은 가치이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은 지역의 삶이다.
적성검사를 해 보았는데 하나라도 자신이 없으면 다시 생각해 보시라. 다만, 귀농귀촌의 적성은 후천적으로 개발이 되고 변화할 수 있는 적성이므로 재도전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아시면 좋겠다. 귀농귀촌의 삶은 경제적 성공을 위한 삶이 아니라 정신적 성공을 위한 삶이다. 귀농귀촌을 하신다면 부디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삶을 찾아 행복하길 바란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출처 여성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