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뭘까, 아주 보통의 행복? 류시화 시인이 배우 김혜자씨와 네팔로 여행을 갔다가
수도 카트만두 외곽에 있는 유적지를 방문했을 때 겪은 일이다.
김혜자가 한 노점상 앞에 걸음을 멈추더니 옆에 가 앉았다. 장신구를 펼쳐놓고 파는 여자였다. 유명한 관광지라 노점상이 많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나 했더니 아니었다. 장신구를 파는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다. 눈물은 그가 파는 싸구려 장신구들 위에 뚝뚝 떨어졌다.
놀랍게도 김혜자는 그 여자 옆에 앉아 손을 잡더니 함께 울기 시작했다. 노점상 여인은 울면서 김혜자를 바라봤다. 얼마 뒤 그 눈물은 웃음 섞인 울음으로 바뀌었고 이내 미소로 변했다. 김혜자는 팔찌 하나를 고른 뒤 노점상 여자의 손에 300달러를 쥐어주고 일어났다. 300달러는 그에게 한달 동안 일해도 만져 보기 힘든 큰 돈이었을 것이다. 장신구를 팔던 여자는 깜짝 놀라 김혜자를 쳐다봤다.
이 글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지은 '아주 보통의 행복'을 읽고 이 감정이 "행복"임을 알았다.
김혜자씨의 일화 속에 담긴 행복의 의미를 최교수의 책으로 풀어 정리해 봤다.
첫째, 행복은 '그냥'이다. 류시화가 김혜자에게 왜 노점상 여인에게 그런 큰 돈을 줬냐고 물었다. 김혜자씨는 "누구나 한번쯤은 횡재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잖아요"라고 말했다. 최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 행복(幸福)이란 단어의 한자 풀이 자체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려면 아무 날도 아닐 때,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선물을 하면 된다. 노점상 여인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몹시 힘들어 울었겠지만... 김혜자가 사실상 '그냥' 준 300달러에 행복했을 것이다. 그럼 김혜자는 행복했을까? 행복했을 것이다. 이유없이 그냥 줄 때, 그래서 상대방이 행복해 할 때 그 행복은 준 사람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둘째, 행복은 관심을 갖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김혜자는 여인의 눈물에 관심을 갖고 함께 울었다. 하지만 왜 우느냐고 묻지 않았다. 처음 보는 여자에게 그런 질문은 실례가 될 수 있다. 관심을 갖고 함께 울어주는 것까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경계"다. 최교수는 행복한 사람은 남의 평가나 비교에 간섭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타인을 간섭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한다.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기를 꺾는 쓴소리를 하지 않고 어른으로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타인의 행복을 적극적 으로 응원하되 "경계를 지킨다."
셋째, 행복은 남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아는 것이다. 류시화가 훗날 네팔에서 일화를 꺼냈을 때 김혜자는 말했다. "그 여자와 나는 아무 차이가 없어요. 그녀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원하고 작은 기적들을 원하고, 잠시라도 위안받기를 원하잖아요. 우리는 다 같아요."
최교수는 이를 "타인의 정신세계도 깊다"는 말로 표현한다. 최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을 자신에 비해 정신적인 동기가 약한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게을러 보이는 자녀에게 "생각이란 것을 하고 사냐"고 말하는 것, 월급만 많이 주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노숙자는 먹을 것과 잘 곳만 해결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이런 생각이 타인은 나보다 심미적 욕구, 자존적 욕구, 자기실현 욕구가 적을 것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타인을 나와 다른 존재, 더 나아가 나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는 이런 생각이 타인의 행복을 망가뜨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내가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나의 행복도 무너지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