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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모토 이사오는 말을 참으며 반생을 돌아본다 = 2020년 1월 13일 도쿄에서 찍은 사진/2023.05.11마이니치 신문 도쿄 본사 사진영상보도센터
과거 일본 최고 야구 선수였던 재일교포 장훈씨는 “언제까지 일본에 ‘사과하라’ ‘돈 내라’ 반복해야 하느냐. 부끄럽다”고 했다. 장씨는 “그때는 우리가 약해서 나라를 뺏겼지만 이젠 자부심을 갖고 일본과 대등하게 손잡고 이웃나라로 가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인 장씨는 많은 회유에도 끝까지 한국 국적을 지킨 사람이다. 그런 그가 “나는 한국인이고 내 조국이니까 하는 말”이라며 가슴에 담아온 고언(苦言)을 던진 것이다. 장씨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많은 우리 국민도 이제 한국은 선진국이 됐는데 언제까지 일본과 비정상적 관계를 끌고 가면서 ‘사과하라’ ‘돈 내놔라’ 할 것이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외세 침략을 받고 식민지가 됐던 나라들은 많다. 하지만 우리처럼 80년 동안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나라는 없다. 베트남은 프랑스 통치와 일본군 진주, 미국과 전쟁 등으로 국민 800만명을 잃었다. 하지만 상대국에 배상 요구 대신 “미래를 위해 협력하자”고 했다. 김대중 정부가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 학살 의혹’에 대한 보상 의사를 밝히자 ‘필요 없다’고 했다. 독일과 러시아의 침공으로 560만명이 숨진 폴란드는 독일과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과거는 잊지 않되 미래로 간 것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는 징용 피해자 보상이 명백히 명시돼 있고 보상도 했다. 노무현 정부도 ‘일본에 다시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때 문재인 전 대통령도 참여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자 반일 몰이에 이용했다. 위안부 합의도 사실상 파기했다. 윤석열 정부가 어렵게 징용 대위 변제 방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은 ‘굴종 외교’라고 비난하기 바쁘다.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오로지 국민 감정을 자극해 정치 이득을 볼 계산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6위 수출 대국이고 1인당 GDP는 일본과 비슷하다. 국가경쟁력 순위는 일본에 앞섰다. 일본에선 “이러다 한국에 뒤진다”는 우려가 높다. 그런 우리가 끝없이 ‘돈 내라’고 하면 국제 사회가 어떻게 보겠나. 역사의 교훈은 잊지 말되 피해의식에선 벗어나야 한다. 그럴 때가 됐다. 반일 몰이를 돈벌이와 정치에 이용하는 세력도 이제 그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