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 메카’ 구미시,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유치 도전장
[첨단 산단이 산업지도 바꾼다]
구미국가산단에 반도체 기업 밀집… SK실트론-LG이노텍 등 투자 늘려
대구경북신공항 예정지와 가까워… 반도체 항공 수출 물류 경쟁력 확보
산학연 협력해 반도체 인력 양성
4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에서 열린 반도체 특성화대학 업무협약식에서 관계자들이 협약서를 들어보이며 박수치고 있다. 구미시 제공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경북 구미시가 반도체를 매개로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구미시는 2월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 특화단지(첨단특화단지) 선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시의 역량을 총동원해 유치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구미시는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 생산 중심의 특화단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완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수도권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영열 구미시 신산업정책과장은 6일 “구미는 산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완비하고 있다. 첨단특화단지로 지정될 경우 정부의 국정 성과를 단기간에 낼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 ‘전자산업 메카’에서 ‘반도체 소부장 1번지’로
구미시는 ‘전자산업의 메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1969년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크고 작은 전자기업이 입주하며 한국 전자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속속 수도권 또는 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다소 명성이 바래졌다.
구미시는 옛 영광을 되찾을 ‘비장의 무기’로 반도체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기업의 잇따른 투자도 성사됐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은 2026년까지 2조3000억 원을 구미사업장에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LG이노텍은 1조4000억 원을 투자해 올해까지 반도체용 기판인 FC-BGA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카메라 모듈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최근 3년 동안 반도체 기업이 구미에 투자한 금액은 총 5조 원에 달한다.
● 풍부한 물적·인적 자원 최고의 인프라
첨단특화단지에 필수적인 전문 인력 양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구미시는 반도체 기업의 만성적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학연과 함께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산학연 협력을 통해 2031년까지 전문 인력 2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포스텍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경북대, 금오공대, 대구가톨릭대, 구미전자공고 등이 인력 양성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 구미시는 4일 경북 구미 금오공대에서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손길동 LG이노텍 전무, 이영철 삼성SDI 상무 등 반도체 대기업 임원들과 반도체 중소기업 대표, 금오공대, 영남대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반도체 특성화대학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금오공대와 영남대는 미래 모빌리티 반도체특성화대학 사업단을 꾸리고 교육부가 주관하는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원사업 공모에 신청할 예정이다.
물적 인프라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미는 기존 국가산업단지와 함께 곧 착공하는 5단지 산업용지(280만 ㎡, 약 85만 평) 등을 확보한 상태다.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적인 풍부한 공업용수도 갖췄다. 현재 공업용수 공급 가능치의 23%밖에 쓰고 있지 않아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가능하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예정지로부터 직선 거리로 10㎞ 이내에 인접해 있어 항공을 통한 물류 경쟁력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기업이 밀집해 있다는 점도 구미의 강점이다. 현재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12인치 웨이퍼 부문 세계 3위 업체인 SK실트론을 비롯해 통신반도체 기판 분야 세계 1위의 LG이노텍, 쿼츠웨어 세계 1위 업체 원익큐엔씨 등 반도체 기업 344곳이 자리 잡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이처럼 반도체 기업이 밀집한 곳은 구미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 정재계 인사들의 구미 사랑
정계와 재계 고위 인사들도 구미시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7일 구미산단 내 삼성전자 구미 스마트시티와 구미전자공고를 찾았다. 이 회장은 구미전자공고에서 학생들과 ‘기술 인재로서의 꿈’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젊은 기술 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다. 현장 혁신을 책임질 기술 인재들을 항상 응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월 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위해 구미를 찾았다. 이날 윤 대통령 방문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주요 장관들이 동행했다. 구미시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첨단특화단지 지정에 힘을 실어달라고 적극 요청했다.
국민의힘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인 구자근, 김영식 의원은 올 1월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미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유치 국회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11명과 반도체 전문가 및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대한민국 산업 발전을 이끈 구미시는 노하우와 미래 성장 가능성 등 모든 면에서 이미 준비돼 있다. 반도체 산업 초격차 달성을 위한 신속한 성과 도출이 가능한 곳”이라며 첨단특화단지 입지로서의 장점을 거듭 강조했다.
구미=명민준 기자
“영남권으로 반도체 벨트 확장해 성장동력 마련”
[첨단 산단이 산업지도 바꾼다]
김장호 구미시장 인터뷰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은 4일 경북 구미시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첨단특화단지 유치를 통해 지역 균형 발전과 반도체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구미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구미시 제공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 특화단지(첨단특화단지) 유치를 통해 정부가 추구하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의 롤모델을 만들겠습니다.”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은 4일 경북 구미시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미가 반도체 첨단특화단지로 지정되면 K반도체 벨트가 영남권으로 확장되면서 국토 균형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첨단특화단지는 대기업 수도권 이전 등으로 위기에 빠진 구미를 비롯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에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줄 것”이라며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필사의 각오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구미시가 첨단특화단지 성공모델을 구축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구미시의 소재 부품 산업과 수도권의 디바이스·장비산업을 연계해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을 형성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인 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 및 전력 반도체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강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최근 반도체 전문 인력이 정주할 생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자녀들의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젊은층 인구를 잡기 위한 복안을 만들고 있다. 김 시장은 “반도체 첨단특화단지를 유치하면 새로운 인구가 유입될텐데, 그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지속가능한 첨단특화산단을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먼저 지역 내 명문학교 육성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 진학지원센터를 설치해 지역 학생도 서울 유명 교육기관과 같은 수준의 진학지도 서비스를 받게 할 계획이다. 시 예산을 지원해 진학지도 비용을 저렴하게 낮추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김 시장은 “우수한 진학 성과를 올린 학교나, 우수 교사들에게 기존에 없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지역 내 교직원들과 차례로 만나 교육 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구미시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김 시장은 최근 국비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일 서울 국회를 방문해 구미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구자근, 김영식 의원을 만나고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김 시장은 “구미의 발전을 위해 첨단특화단지 지정뿐 아니라 기회발전특구 지정, 신공항 시대 대비 광역교통망 확충, 2025년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유치, 대한민국 문화도시 지정 등 굵직한 현안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명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