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공포글에리
출처 : 여성시대 공포글에리
평화로운 날이야. 교실에 앉아 선생님의 설명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수업은 정말 지루하고 시선이 방황하다 운동장이 보이는 창문 밖을 향해. 넓은 운동장 한 구석엔 체육시간인지 1학년 아이들이 모여있어.
따분함이 가시질않고, 문득 생각해버리지.
만약 괴물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몸집이 거대하고 힘이 굉장히 쎈, 그리고 흉측한 외관의 괴생물이 말이야.
- 수업 집중 안 해?
한참 괴물의 몸을 상상하다 선생님의 꾸중에 칠판을 바라봐. 얼핏 교문 앞에서 검은 그림자를 본 것 같지만.....
...
..........
그림자?
다시 고개를 돌려. 천천히 향한 시선의 끝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잡혀. 하지만........
인간의 그림자가 아니야.
꼭 방금 전 상상했던 괴물의 형태같아.
그 순간 거대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운동장 가운데로 달려들어. 비명소리와 함께 그것은 폭주하기 시작해.
그래, 저건 괴물이야.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 잔뜩 울리는 비명과 어느 새 운동장에 흩뿌려지는 붉은 자국..... 괴물의 등에 달린 촉수에 한 명씩 아이들이 잡히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서 사라져.
곧이어 복도에서도 비명이 들려. 아이들이 복도로 나오려는 걸, 선생님이 막는 소리가 들려.
- 다들 앉아! 수업하다 말고 어디를 가!
이런 상황에 공부가 될 리가 없지.
불만 가득한 아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우는 목소리가 섞여.
운동장에 아이들은 한 명도 남지 않았어. 선생님조차도 사라진 그 곳은 그저 조용할 뿐이야. 괴물은 얌전히 몸을 웅크리고 그곳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아. 선생님은 그걸 보더니 칠판을 두드려.
- 자, 집중해. 진도는 마저 나가야지.
이쯤되면 선생님도 참 독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니. 사는 게 먼저 아닌가? 화가 치솟아.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우리도 저 모양이 되면 어떡해.
당장 신고라도 해야할 것 아냐.
반 뒤에서 늘 게으름을 부리며 반항을 일삼던 남자아이가 불만을 터트려.
- 아, 이럴 때 도망 안 가고 무슨 공부에요!
이번만큼은 그 남자아이의 편을 들 수밖에 없어. 한두 명씩 동조하다, 결국 옆반과 다를 거 없이, 모든 아이들이 항의하기 시작해.
당장 공부를 그만두고 도망가야한다, 신고해야한다 의견이 많아. 그러다 갑자기 한 아이가 운동장을 보며 말해.
- 어... 사라졌다.
일순 교실엔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아. 선생님마저도 하얗게 질려 창가로 다가와. 고개를 내밀어 밖을 보면, 정말 운동장 가운데 있던 괴물이 사라져있어. 곧, 저 1층 아래에서 쨍그랑, 유리깨지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달려나가는 모습이 포착돼.
어....?
왜 건물에서 밖으로 달려나가지....?
아.
동시에 달려나가는 아이들 뒤로 괴물의 소리가 들려.
- 케에에에엑!!!!!!!!
차마 들어주기 힘든 소리야. 쇠를 긁는 듯한 비명소리와, 낮은 톤이 귀를 파먹는 기분이야. 온몸이 무언가에 묶인 듯 굳어서 꼼짝도 못하지.
- 도망쳐!
누군가 외쳐.
남자였나, 여자였나, 학생이었나, 선생님이었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다들 교실을 빠져나와 복도를 달려.
눈물이 앞을 가려.
혹시 방금 상상했던 것이 이루어진걸까?
하지만 난 이런 걸 원한 게 아닌데.
패닉상태가 되어 달리는 아이들 틈에 끼어. 같이 도망가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멈춰서.
뒤에서 모르는 아이들이 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부딪치며 멈추는 동시에, 우리는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밀려나. 그리고 곧 정적이 찾아오지.
- 좆됐다.....
누군가 속삭이듯 말해.
제정신을 차리고 본 앞에는, 괴물이 서 있어.
여기는 4층인데, 어떻게 벌써 여기까지 올라왔을까?
마른 침을 삼켜.
삐걱거리며 뒤를 돌아 다시 미친듯이 달려. 누군가 신호를 준 건 아니야. 하지만 다들 본능적으로 같은 순간에 도망가기 시작해.
옆에 스쳐간 아이들 중엔 발이 엉켜 넘어지는 아이들도 있어. 뒤에서는 끼에엑, 괴물이 내지르는 소리가 들려. 무언가 휙 발 앞으로 떨어져, 그만 넘어질 뻔 했지만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어. 하지만....
........
................
분명 스치듯 본 그것은 누군가의 잘린 손목이었어.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 서로를 밀치고, 누군가를 붙잡으며 넘어지고, 괴물을 향한 욕설을 멈추지 않아.
그렇게 간신히 운동장으로 빠져나오는데, 저 앞에 중무장한 군인들이 있어. 앞서 달려나가던 아이들이 환호하며 살려달라고 달려가. 그런데 그 순간....
탕.
탕.
탕.
탕.
앞서 달려가던 아이들이 총을 맞고 쓰러져. 고통에 몸을 바르작거리며 우는 아이들이 보여.
걸음을 멈추고 재빨리 몸을 낮춘 채 운동장의 식수대 뒤에 숨어. 얼어붙은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해. 몸에 피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야. 차갑게 식은 머리와, 너무 빠르게 뛰는 심장은 이질적으로 느껴져. 상황도 모르고 달려나오던 아이들이 시체를 보고 비명을 질러.
총을 맞아 죽어가는 아이들이 늘어가면서 도망가는 아이들은 나처럼 식수대 뒤로 숨거나 반대편 건물로 들어가. 비록 이어져 있는 건물이지만 괴물과는 반대편이니 안전하겠지. 내 옆에 숨은 한 여자아이가 지린내를 풍겨.
하얗게 질려 떨면서 소변을 본 여자아이가 울기 시작해. 나는 재빨리 물을 틀어 여자아이의 하체에 끼얹어. 지린내를 풍기면 괴물이 냄새를 맡고 따라올까 그게 걱정이야.
고맙다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조용히 건물을 살펴. 괴물은 운동장으로 나오지 않아.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걸까?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조용해진 운동장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보다 신호를 주고 받아. 대략 어느 순간에 건물로 들어가자는 신호야. 시간을 재고, 동시에 달려나가. 우리 뒤로 이어지는 총성에 낙오자가 생기지만,
그래도 꽤 많은 아이들이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돼. 어느 곳도 우리에게 안전한 곳은 없어.
그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는 다같이 옥상으로 올라가. 적어도 여기는 낫겠지. 탈출하기 쉽겠지. 학교 옥상은 특이하게도 2개가 있어. 각각 건물에 하나씩,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있지. 그 통로는 꼭 열기구마냥 지붕과 바닥 사이에 일정한 높이의 빈 공간이 있어.
괴물이 쫓아올까 빠른 속도로 이동해. 그러는 동안 살아있던 아이들이 몰려와 무리에 합류를 하지.
그렇게 꽤 많은 아이들이 옥상에 도착해. 옥상문을 잠그고 밖의 동태를 몰래 살펴.
학교 주위를 군인이 둘러싼 채 무장하고 서 있어. 여전히 운동장 쪽에서는 총성과 비명소리가 간간이 들려.
숨 죽이고 넙죽 엎드려 있던 아이들 중 한 명이 말을 꺼내.
- 우리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아?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해. 그에 힘을 얻은 아이가 몸을 낮춰 앉은 채 우리를 보며 말해.
- 살아있는 애들을 여기로 데려올 수색조를 만들고 여기 벽을 좀 더 세워서 방패를 만들 공사조를 만들자. 그리고 공사에 필요한 재료를 가져올 탐색조도 만들어야해. 물론 식량을 챙겨올 식사조도 있어야 하구.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게 가능할까?
의문이 생겨.
하지만 당장 더 좋은 아이디어는 없어. 결국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있는 팀으로 들어가. 한 팀당 10명이 다야. 그렇게 만들어진 팀들은 다른 아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옥상을 나가.
그리고 나는 수색조에 들어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옥상을 나와.
어쩌면 내 상상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일수도 있어. 묘한 죄책감이 속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어. 그러니까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해.
비장한 각오로 수색을 시작해.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게 걸어. 깨진 유리들이 빛을 반짝여. 참 이상하지.... 그게 아름다워보인다니 말이야.
- 저 밖의 군인들은 대체 뭘까?
한 아이가 속삭여. 그 말에 다른 아이가 말해.
- 글쎄. 우리를 살려줄 생각이 없단 건 잘 알겠더라.
다시금 정적.
할 말이 없어진 아이들 틈에 나는 숨을 죽이고 있어.
교실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시체를 피해 돌아다니고 헛구역질을 참아. 아이들이 보이지 않으면 빈 교실에서 야구방망이나, 빗자루 따위를 발견해 각자 하나씩 지니지.
그러다 청소함에 숨은 아이들을 발견하고, 교실 뒷편에 숨은 아이들을 또 발견하지.
생각보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많아 다행이야. 그렇게 1층까지 내려가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오는 길에, 안경을 쓴 남자가 불만을 토로해. 2층에서 발견되었던 아이야.
- 근데 꼭 1층까지 가야했어? 괴물이 거기 있었으면 어떡할 뻔했어?
그의 말에 1층에 있던 아이들이 입술을 깨물어. 불만 가득하지만 차마 반박은 못하는 것이, 본인들 스스로도 그리 생각한 모양이야.
그러다 3층에서 발견된 여자아이가 짜증을 내.
- 그 입 좀 닥쳐. 내려오지 않았으면 너도 발견될 일 없었어. 2층에서 발견된 새끼가 말이 많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안경남은 곧 빗자루를 든 채로 우뚝 멈춰 서.
- 뭐 해?
누군가 물어. 그러자 안경남이, 버럭 소리를 질러.
- 너네끼리 가!!!! 재수없는 새끼들. 너네랑은 안 간다!
- 조용히 해. 괴물이라도 오면...!
- 오라고 해!!!
안경남이 소리를 더 크게 질러. 그 말에 동조한 듯 몇몇 아이들도 안경남쪽으로 가서 서.
- 그래. 솔직히 1층은 오바였어.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지만 ... 저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조용히 방관하는 동안 그들은 의기양양해져서 시끄럽게 떠들어.
- 너네끼리 다 해처먹어 봐라~ 괴물에게 먹히기만 더 하겠냐?
그러면서 그들은 다른 곳에 피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우리는 귀찮아져서 그냥 그러라고 하지. 그렇게 10명의 아이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우리가 내려왔던 옥상의 건물이 아닌 반대편 원래의 건물로 들어와 옥상으로 올라가지.
다행스럽게도 운이 좋아 괴물에게 들키지 않고 옥상으로 올라오게 돼.
.............
그리고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반대편 아이들을 옥상 밑으로 내던지고 있는 괴물이 보여.
조용하다 했더니 옥상에 있어서 그랬던 거였어. 살아남은 몇몇 아이들은 통로를 통해 이쪽 옥상으로 건너와.
피투성이의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는 숨죽여 옥상에서 내려와.
우리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강당 쪽으로 이동해. 3층의 커다란 강당은 문이 튼튼해서 괜찮을지도 몰라.
대강당으로 이동하는 동안 정적만이 가득해.
복도를 걷는데 창문 너머로 뭔가 날아와 철퍽 유리에 붙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
............
처음 조를 나누었던 그 아이가, 목이 반쯤 잘려 붙어있어.
주르륵.
피로 한 획을 그으며, 떨어진 그 아이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어.
- 빨리 가자.
한 아이가 속삭이는 소리에 간신히 발걸음을 옮겨.
명복을 빌어줄 수조차 없는 이 상황에, 그저 암담해져.
강당으로 내려가는 길의, 계단에서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춰.
- 미친.
누군가 중얼거려.
계단엔 아까 전 헤어졌던 안경남의 목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어. 아무래도 이곳에 괴물이 있었나봐.
안경남을 죽인 이후 옥상으로 갔는지 몰라.
토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며 3층으로 와.
도착한 대강당에서 다들 안심하고 들어가.
문을 닫고 꼼꼼하게 잠그지. 커튼으로 창문을 다 가리고 피아노며 뭐며 조용히 옮겨 문을 가로막아. 혹시 모를 참사를 막기 위해.
그러고 나서야 우리는 천천히 구석에 각자 몰려앉아 휴식을 취해.
한동안은 정적만이 가득해.
한 아이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 배고프다..
그 말 한 마디는 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들 배가 고파졌거든.
하지만 식량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별로 없어. 기껏해야 가방 속 과자나 도시락이 전부야.
급식 대신 도시락 먹는 아이마저 없었다면 상황은 더 안 좋았겠지.
모아놓고 보니 간식도 밥도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그 전에 구출되면 좋겠지만.
그래도 불안감은 멈추지 않고 밀려오지.
다들 같은 마음일거야.
- 이거나 잘 나눠먹자.
한 아이의 말에 다들 동의해. 둥그렇게 모여앉아 식량을 정량으로 나눠.
조금씩 나눈 과자나 빵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긴장이 풀려. 다들 농담도 하고 작게 웃어가며 쉬어.
그 순간.
쿵쿵.
쿵쿵.
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
놀라서 숨이 멎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로의 눈치만 봐.
곧 이어, 목소리가 들려와.
- 너네 여기 있어? 혹시??? 얘들아... 문 좀 열어 봐. 살아있니??
아. 사람의 목소리.
반가움에 벌떡 일어나. 선생님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려 하는데, 갑자기 찝찝함이 몸을 감싸.
왠지 저 선생님을 안에 들여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야.
내 감이 그렇게 속삭여. 하지만 아이들에게 말해봤자 오히려 내게 안 좋은 여론만이 생길거야.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지만, 이미 아이들은 문을 열어버린 뒤야.
안 돼.
머릿속에 경고음만이 가득해.
재빨리 벽에 붙어 서. 그렇게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경계하고 열리는 문을 바라봐.
문이 열림과 동시에, 촉수에 복부가 뚫린 선생님이 들어와.
촉수는 여전히 선생님의 복부를 통과한 채야.
- 얘들아... 살...려, 줘.....
피를 토하며 중얼거린 선생님은 곧 산산조각이 나 흩어져.
괴물은 그대로 강당 안으로 뛰어들어와. 동시에 긴 촉수가 마치 꼬치를 만들듯 아이들의 몸을 줄줄이 관통하지.
비명소리와 함께 강당이 아수라장이 돼.
이제 더 도망갈 곳이 없어. 비참한 기분이 들지만 도망갈 틈은 아직 많아. 벽에 바짝 붙은 채로 강당을 나와.
나와 비슷하게 나온 아이들과 함께 다시 복도를 달려.
반대편 건물로 다시 이동한 채 컴퓨터실에 숨어. 혹시나 해서 문을 잠그고 컴퓨터를 켜 보지만, 작동하지 않아.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서.
우리가 도움을 청할 길은 없어.
핸드폰조차 전파가 터지질 않으니까 말이야.
- 우린 다 죽을 거야.
누군가 말하며 울음을 터트려. 그러더니 갑자기 창문을 열고 뛰어내려. 우리가 미처 말릴 틈도 없이.
비관적인 결말이지.
창문 너머 꿈틀거리던 몸이 멈춘 걸 보고 창문을 닫아. 미처 참지 못한 눈물이 툭 떨어져. 이제 어떡하면 좋지.
다들 울기에 바빠.
좋은 수가 생각나지 않아.
언제까지 여기에 갇혀있을 수는 없어.
어떻게 하면 탈출할 수 있을까?
군인들이 있지 않을만한 곳을 기억해내기 위해 집중해.
학교 건물 지도를 그려나가던 중에, 유레카! 좋은 곳을 발견해.
작은 개구멍인데, 이곳은 좁은 골목길과 연결되어 있어.
그리고 그 주변은 수풀과 나무가 많아 잘 보이지 않아. 골목길을 따라 나가면 공원과 산이 이어져있으니 이곳으로 가면 군인들을 따돌릴 수도 있을거야.
재빨리 아이들을 불러모아 차근차근 설명해.
이제 될 대로 되라지, 체념한 아이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자고 얘기해.
우리는 마지막으로 딱 한 번의 희망을 들고 그곳에 가기로 결정해.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꼼꼼히 살펴. 괴물은 어디서 뭘하고 있을까.
우리와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은 상태로, 괴물의 소식은 알 길이 없어.
- 여기다.
한 아이가 구멍을 가리켜.
우리는 몸을 웅크린 채로 주변을 살펴. 이 개구멍이 있는 곳은 구석진 곳이라 사각지대나 다름 없어. 그리고 옆에는 긴 기둥이 있어서 군인들이 우리를 보기란 쉽지 않을거야. 그리고 담벼락이 우리를 완벽히 가려주니까. 설마 저 담을 타고 올라와 우리를 쏘진 않겠지.
최대한 조용히 철장을 드러내고 그 틈으로 한 명씩 빠져나가. 마지막 아이까지 다 나온 뒤 학교를 돌아봐.
동시에
탕
탕
탕
탕
끼에에엑!
탕
탕
탕
탕
탕
탕
!
쿵!
여러 발의 총소리와 함께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려. 곧... 우리 앞으로 떨어진 괴물은 검푸른 피를 흘리며 꿈틀거리다 숨을 거두어.
미동없는 시체를 보다 우리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나와 공원 입구에 도착해.
그리고...
- 나온다!
탕
탕
- 감염되었든 안 되었든 일단 죽여!
탕.
공원에서 기다리던 군인들에 의해 아이들은 한명씩 숨을 거두어.
도망가도 소용없어.
이어서,
탕
......
내 가슴을 총알이 관통해.
울컥.
가슴에서 쏟아지는 피를 보다 군인을 봐.
....
....
........
아파
...........
무엇하러 힘들게 나왔을까.
느릿하게 눈을 한 번 깜빡이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쓰러지고 말아.
차가운 바닥에 엎드린 채 옆을 보면, 쓰러져 울고 있는 아이가 보여.
죽어가는 아이는 머리에 총을 한 번 더 맞고 숨을 거두지.
울컥.
입에서 피를 토해내.
아 진짜 끝이다.
이마에 겨눠진 총구를 바라봐.
탕.
이마에 화상이라도 입는 걸까........
동시에 총알은 이마를 관통하고, 내 숨은 멎어버리지.
.
.
.
.
.
- .......허억.
벌떡 상체를 일으켜.
깜빡 존 모양이야. 괜히 볼을 쓰다듬고 이마를 만지다가 칠판을 바라봐.
선생님도 아이들도 멀쩡히 잘 살아있어.
하하. 뭐야...
별 이상한 꿈을 다 꿨네.
괜히 헛웃음이 나와.
볼펜으로 중요하다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별을 그리다 말고, 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라본 정문에는...,
커다랗고 어두운 괴물의 그림자가 보여.
만약..어느 날 괴물의 습격을 받는다면 넌 어떨 것 같아?
-
한 번쯤 이런 상상해봤겠지 여시들ㅋㅋ
퍼갈 땐 출처 제대로 밝혀줘!
첫댓글 ㅅㅂ.. 바로 개구멍으로 통과해서 나간다.. 난 아파서 조퇴했던거임 암튼그럼ㅠ
아 이런 소설 넘넘 좋아ㅠㅠ 몰입도도 쩐다ㅠ
와..영화인줄 알았어...
몰입도 쩐다 이런 느낌 소설 개좋아ㅠㅠ 특히 위에 그림? 일러스트도 개취다ㅠㅠ 여시일러스트좀 나눠줄수없나요 하나같이 취저ㅠㅠㅠ
재밌다
짱재밌어ㅠㅠㅠ 몰입감 장난 아니다
할 존잼이다
몰입도 쩐다 진짜... 무서워ㅠㅠㅠ....
시바새키들 감염대면 너네부터 내가 다죽인다
와 여시 글 진짜 잘쓴다.... 진짜재밌게읽었어
어ㅏ 끝나니까 숨몰아셨어 ㅋㅋㅋㅋㅋㅋㅋ짱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