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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의 날 (동성 32회 동문)
존경하는 동성 제 32회 동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오늘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동성고등학교 제 32회 동문들의 특별 행사로서 이 세상에 살 동안 동창생으로서 삶의 의지가 되었다가, 이제는 고인이 된 동문들을 기억하면서 그분들이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 속에 영원한 안식에 들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우리도 언젠가는 이 세상을 하직할 날이 있음을 깨닫고 남은 여생을 보다 보람 있고 행복하게 살다가 죽음을 잘 맞이하고 또한 죽음 이후에 영원한 삶에 들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로마의 어느 공동 묘지 앞에는 라틴어로 “hodie mihi, cras tibi" 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뜻으로서, 죽은 사람을 관에 넣어 묘지에 묻으러 가는 사람들에게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하는 경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오늘은 내가 죽어 이 무덤에 묻히지만, 내일은 나를 묻으러 오는 당신이 죽어 바로 이 곳을 찾아 올 것이라는 충고입니다. 32회 동문들께서도 학창시절 함께 했던 많은 동문들이 이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나는 아직 살아 있지만 나도 역시 그 길을 가야하는 것이 사람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아직 죽음이 멀리 있으니 천천히 죽음 준비를 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죽음은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성서에서는 ‘그 날과 시간은 아무도 모르니 항상 준비하라’(마태 25, 13)고 가르쳐 줍니다. 죽음에 대해서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법칙이 3가지가 있습니다. 즉, 첫째,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이며, 둘째, 언제 어떻게 죽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 사람의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어떤 교훈을 준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삶을 산 사람의 죽음은 그 죽음을 통해 사람들을 올바르게 살게 하고 구원하는 힘을 주며, 악한 일을 하다가 죽은 사람의 죽음은 결코 그러한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줍니다. 그리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넘어가는 관문일 뿐이며, 또한 신앙 안에서 그리워하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던 그 분, 즉 하느님을 뵙게 되는 통과절차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하여 영원한 삶을 사는 참 행복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님 보호 하에 사랑을 받고 성장하였고, 또한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길동무들이 되었고, 또한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형성하고 사회 안에서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얻었고, 그러한 바탕 안에서 남에게 유익이 되는 좋은 일을 하고 이 세상을 살지만, 우리의 인생이 단지 죽음으로 끝나버린다면 그 얼마나 허망한 것이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우리 인간에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하느님의 섭리이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우리 인간은 결코 죽음으로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릴 그러한 가치 없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사랑 속에서 창조된 존재이기에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산 사람은 하느님 안에 영원한 생명이 지속됨을 믿습니다. 오늘 지혜서에는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 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지혜 3, 1-3) 보통 의인들은 악인들의 음모에 희생되거나 권력자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억울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뭘 그렇게 살 필요가 있는가 하고 의아해하지만, 하느님은 그러한 의인을 돌보시며 평화와 안식을 주십니다. 그리고 역사는 그러한 의인의 길을 길이 찬양하며, 참 생명의 길임을 가르쳐줍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에서 말씀하시기를, 하느님께 대한 불순종은 이 세상에 죽음을 가져오지만, 의로운 행위는 이 세상에 생명을 가져오며,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는 의로움이 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로마 5, 17-21). 이 세상은 죄의 세력과 죽음의 세력이 위세를 떨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하며 결국에 가서는 의로운 행위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큰 힘을 형성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생명을 향한 본성으로서 그 궁극적인 것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삶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고 그것은 다시 죽음이 없는 영원한 삶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희망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이 있음으로 우리 인간의 삶은 진지해지며, 이 세상에서의 선행과 악행에 의해 죽음 이후에 영원한 삶과 영원한 죽음의 길이 있으니, 영원한 삶을 선택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입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권고대로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하느님을 믿고 따르며, 정의와 사랑을 위해 고생하고 무거운 짐을 지지만 예수님은 그 멍에를 가볍게 해주시고 위로를 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보다 앞서간 동성 32회 동문들을 기억하면서 그분들이 남기신 아름다운 선행을 기리고 또 그분들이 이제는 하느님의 안식에 참여하여 평화를 누리길 기도하면서, 또한 우리도 생명의 삶이 있는 동안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선행을 실천하여 죽음 이후에 영원한 삶으로 들어가는 지혜로운 삶을 살도록 결심합시다. 아멘.
2009년 11월 10일, 동성고등학교 종교관 성당에서, 교장 김웅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