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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26일 11시 16분] | ||
대한민국 축구방송, 축구중계의 산증인이라 할 허연회(51) MBC 스포츠제작부장을 2006년 7월 20일 여의도 MBC 본사 6층 스포츠국 회의실에서 만났다. - 신문선, 차범근, 차두리 등 스타 축구 해설자들을 많이 발굴하셨지요?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중계를 마치고 신문선 씨와 입국하는데 공항에서 아무도 신문선을 몰라보더라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도 스타가 나오는 드라마가 뜨니까, 축구중계도 해설자와 아나운서를 스타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신문선 씨를 스타로 띄우기 위한 마케팅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부터 줄곧 신문선 해설위원의 MBC가 시청률 1위를 했죠."
"그렇죠. 두 사람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MBC에서 활약하다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SBS로 이적했죠."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차범근 감독이 독일에서 귀국해서 국내 프로 축구팀 현대 감독을 처음 맡고난 뒤 쉬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축구 프로그램을 하자고 제안해서 1년간 방송을 했죠. 그 프로그램을 하던 중에 프랑스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발탁됐어요. 그때 차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아야 하느냐고 물어 오길래 제가 '무슨 소리냐? 유럽에서 열리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 한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프랑스 월드컵에서 성적이 부진하다고 한 게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중도하차 당했잖아요. 월드컵 열리기 전에는 '차범근을 대통령 시키자'는 말도 나왔었는데, 정작 감독에서 잘리니까 드골 공항에 차 감독 조심해서 귀국하라고 배웅 나온 사람이 나 한사람밖에 없었어요."
- 그 당시는 마침 송재익-신문선 콤비가 SBS에 고액을 받고 이적을 했을 때였죠? "고액연봉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문선 씨와 MBC 간에 재계약에 어려움이 있을 때, '제가 차범근을 데려 오겠습니다'라고 얘기했어요. 회사에서는 차범근 카드를 고민하다가 결국 오케이해서 2001년에 차 감독과 계약을 했죠."
"신문선 씨는 청산유수인데 차 감독은 말투가 어눌하죠. 그래서 1년간 차 감독과 새벽 시간대에 유럽 축구 중계방송을 하면서 월드컵 예행연습을 했어요. 우리 팀도 열심히 했고, 차 감독도 열심히 연구하고 모니터도 했어요. 그렇게 고생하다보니 차 감독도 방송의 메커니즘을 깨우치기 시작했어요. 그 양반 장점이 뭐냐 하면, 무얼 하든 일단 맡으면 정말 열심히 한다는 거예요."
"2002 월드컵이 끝나고 난 뒤에도 차 감독과 MBC는 계속 계약기간 중이었어요. 그런데 차 감독이 프로 축구팀 감독으로 가야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차범근, 허정무, 황선홍 등 한국이 배출한 스타 선수들을 방송국의 해설자로 묶어놔서는 우리나라 축구발전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적극 찬성했고, 대신 계약조건에 2006년 월드컵에도 MBC에서 해설한다는 조건을 넣고, 남자 대 남자로서 악수를 한번하고 헤어졌어요. 저는 우리 해설자를 수원삼성 감독으로 양보를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월드컵을 앞두고 MBC에서 특종보도 한 '삼성 비자금 X 파일' 사건이 터진 거예요. 삼성에서 일하는 차 감독 입장이 곤란해 진거죠."
"차범근 감독 해설이 2002년도에 시청률 1위를 했고, 파괴력이 있으니까 다른 방송사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죠. 어디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한 방송사는 우리보다 좋은 조건, 거액을 제시했다고 하고, 또 다른 방송사에서는 수원삼성 구단에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을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보내면 되느냐'며 압력을 가해서 MBC와 계약을 못하게 방해를 했죠."
"그런 부담 때문에 보스니아와의 평가전부터 해설하기로 한 걸 그 다음 경기부터로 연기했죠."
"독일 갔다 와서도 차 감독 성적이 나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그 소식 듣고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내가 춤을 출거 같이 기뻤어요."
"월드컵 대표팀 엔트리 발표하는 날 차 감독 집에 위로하러 갔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차 감독 부부에게 위로를 받고 나왔어요. 그리고 그날 독일에 있던 두리와 통화했는데, '아저씨, 제가 얼마나 대표팀이 되길 바랐는데...' 하면서 울먹이더라고요. 나도 자식 키우는 사람이라 그 심정 알죠. 독일에서 열리는, 그것도 두리가 뛰고 있는 프랑크푸르트 경기장에서 다른 선수들 적응하는 걸 도와주는 일만 하더라도 필요한 선수인데 왜 안 뽑았는지 이해를 못하겠더라고요. 두리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때 이야기를 들을 때는 괴로웠는데 두리가 그걸 극복하고 발랄하게 해설하는 걸 보면서, 그놈이 가정교육을 참 잘 받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애초에는 두리가 독일 선수들에 대해 아주 잘 아니까 독일 대 코스타리카의 개막전, 대표팀 경험이 있으니까 한국 팀 경기, 그리고 결승전에만 차범근 감독과 함께 투입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나머지 경기에 호흡이 잘맞는 서형욱 해설위원과 투 톱으로 기용할 계획이었죠. 그런데 의외로 개막전 해설을 너무 잘한데다 여론도 좋아서 방침을 바꾼 거예요. 대신 차 감독과 김성주 아나운서가 투 톱을 하고, 두리는 선수소개하는 역할 정도만 주문했어요. 우리나라 해설자 중에서 선수 개개인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두리가 제일 많거든요. 두리가 사적으로 만나보면 아주 재미있게 얘기를 잘해요. 평소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개막전에 과감히 투입을 한건데 선수소개 이상의 역할을 해줘서 너무 고맙죠. 두리 꿈이 나중에 저널리스트, 방송 MC되는 거예요. 그래서 대학전공도 신문방송과로 한거죠."
"우리 해설자라서 그런 게 아니고 FIFA 규정에 의해서 그거는 오프사이드입니다. 두리가 '이건 사기다'라고 한 것은 선수입장에서 억울하고 흥분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지만, 아무튼 차분하게 내용을 따져보면 오프사이드가 맞습니다. 신문선 씨가 임은주 MBC 해설위원에게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반론을 해보라고 했고, 임은주 씨도 저에게 '반론을 할까요?'라고 묻길래 하지 말라고 했어요. 말도 안 되는 거 갖고 던졌는데, 개인적으로 만나서 설명해 줄 수는 있지만 MBC 해설위원이 일일이 대답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보스니아 전 끝나고 사태가 그렇게 심각한지 모르고 퇴근을 했는데 아침에 조간신문을 보니까 네티즌들이 난리가 났다고 하고, 즉시 회사에 나와서 게시판을 보니까 장난이 아니더군요. 2002년도에 신문선 씨가 지단 선수에 대해서 해설을 잘 못해서 SBS가 완전히 가버렸는데, 조수미 노래 때문에 2006년도에는 MBC가 완전히 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바로 언론을 통해서 해명을 했어요. 우리가 잘못한 거는 맞다, 하지만 우리의 의도는 이거였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고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 졌어요. 당시에는 4년 동안 공들인 게 이거 하나 때문에 가는 구나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 저는 그날 상암에서 경기를 보고 집에 와서 재방송을 보면서 '으악' 했는데, 당초 기획은 문제가 없었다는 말씀인가요? 저는 의도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데요? "원래 의도하고 다르게 나간 거죠. 방송사고가 난거니까 시청자들은 결과만 보고, 의도는 알 수가 없는 거예요. 조수미 씨가 부른 노래 너무너무 좋아요. 가사 들어보면 정말 애국심이 생기는 노래라니까요. 우리가 골을 넣고 난 뒤에 이 노래를 들으면 모든 시청자들이 감동해 눈물까지 흘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도는 무엇이었냐 하면, 골이 들어가고 나서 중계진의 흥분어린 멘트와 관객들의 환호도 다 끝난 뒤에, 슬로비디오가 나오면서 중계진이 골 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해 줄때 배경음악으로 깔아주려고 했어요. 골 넣은 선수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 이 노래의 마지막 부분인 '빛나리라~'가 들리면서 다시 현장으로. 그렇게 됐으면 정말 눈물난다니까요. 우리 선수들이 아름다워 보이고 애국심이 샘솟죠. 그런데 월드컵 한 달 전부터 조정실 장비가 HD로 전환이 되었어요. 그 장비가 예민하고 손에 안 익다 보니까 엔지니어가 조작을 잘못해서 정작 노래 소리는 크게 올라가버리고, 중계진 소리는 안나와 버린 거죠. 저는 당시에 김태영 해설위원 소리가 잘 안 나오길래 그거 챙기느라 바빠서 그 상황이 제대로 되었는지 체크 못하고 기획했던 의도대로 잘 된 줄 알고 퇴근을 한거죠."
"난 아직도 조수미 씨 노래를 백 뮤직으로 제대로 못 깐 게 아쉬워요."
"그때 네티즌들이 화가 나서 '어느 대가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냐'라는 글을 올린 걸 봤는데, 그게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어요. 근데 아직도 난 아쉬워요. 그걸 못 했다는 게 아쉽고."
"엄청나게 긴장했던 건 맞지만, 제가 가장 긴장했던 때는 따로 있었어요. 예전에 국내 프로 축구 중계를 하는데, 아나운서가 2시 경기를 3시로 착각하고 2시 반 경에야 왔어요. 그래서 신문선 해설위원이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하는 오프닝을 하고 혼자서 15분인가 20분간 아나운서 없이 중계를 했어요. 그러다 토요일 오후에 마침 본사에서 숙직하고 있던 임주완 아나운서를 급히 불러서, 신문선 씨는 울산 현장에서 해설하고, 임주완 아나운서는 서울 스튜디오에서 모니터 보면서 중계했어요. 그렇게 응급조치를 하다보니까 전반전 다 끝날 때 중계 아나운서가 오더라고. 그래서 하프타임 때 아나운서 바꿔서 중계를 계속했죠. 그때 나 정말 회사 짤리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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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계 끝날 때 '축구는 ㅁ이다'라고 자막을 보여주는 서비스는 반응이 좋았죠?
"그건 처음부터 기획된 거예요. 라디오 부장이 아이디어를 줬는데, 미리 그 경기의 테마를 정해놓자는 것이었죠. '축구는 우정이다', '축구는 전쟁이다'. '골이다', '픽션이다' 이렇게 정해놓고 테마에 맞는 그림을 붙이자는 아이디어였는데, 그 경기 끝나자마자 그 경기에 맞는 테마를 붙이는 방식으로 우리가 변형을 했어요. 첫 경기부터 했는데 스위스 전 때 '축구는 오늘 죽었다'가 화제거리가 되면서 떴지요. 그런데 화제거리가 된 후부터는 테마를 정하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워졌어요. '축구는 죽었다'도 너무 강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오늘'을 붙였던 거고요. 그런데 경기에 따라서는 테마는 대략 정해서 그림은 붙여 놓았는데 방송 1분전, 40초전까지 카피를 결정 못해서 20~30초 내에 의견을 모아서 방송한 경우도 있었어요. 음악도 반응이 좋았는데 음악담당자도 '축구는 오늘 죽었다' 이후에는 신경을 쓰기 시작하더라고요."
- '축구는 ㅁ이다' 같은 경우는 경기 중이 아니라 경기가 다 끝난 뒤에 하는 거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저는 경기중에는 기교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허 부장님은 적극적으로 엔터테인먼트화 해서 시청자들의 흥분을 고조시키자는 입장이군요?
"매니아들의 입장과 일반대중, 시청자들의 입장은 다르다고 봅니다. 저는 후자를 생각하지요."
- MBC 얘기를 많이 했으니 타사의 월드컵 방송 얘기를 해볼까요? KBS에서 미디어 서버를 통해서 보여준 다른 앵글의 화면은 좋던데요? 저는 하프타임 때는 KBS로 채널을 돌려서 꼭 챙겨봤습니다만.
"글쎄요. 저는 미디어 서버에서 보여주는 화면이 특별한 게 없었다고 생각해요. 미디어 서버 화면을 구입하는데 1억원을 지불했다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 화면을 제공했냐 하면 아니라고 보는거죠."
- 이번 월드컵 거리응원전이 너무 상업화됐다는 비판이 많은데, 방송사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 아닙니까?
"거리응원 쇼는 스포츠국과 협의는 하지만 예능 쪽에서 관장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과잉이었다고 생각하고, 2010년에는 다른 포맷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청에서 노래 부르던 가수가 바로 상암으로 이동해서 똑같은 노래를 부르니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었죠."
- 월드컵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K 리그 얘기로 넘어가 볼까요?.
"하나만 더 얘기할게요. 제가 차범근 감독하고 10년이 넘게 일하면서 그 양반한테 배운 게 있어요. 차 감독이 선수생활을 할 때에 게임에 이겼더라도 후반전 끝나고 운동장 빠져나올 때 아직 자기 몸에 힘이 남아있으면 기분이 나빴대요. 반대로 경기는 졌더라도 체력이 완전소진되면 기분이 좋더래. 나는 그걸 배워서 2002년에도 2006년도에도 그렇게 했어. 2006년 월드컵에 우리가 16강 탈락하고 난 뒤에 몸살이 나서 아침에 일어나질 못할 때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그걸 이해를 하겠더라고. 이번 월드컵 시청률 목표를 KBS, SBS 합친 것보다 5 퍼센트 더 올리겠다고 세웠는데 10 퍼센트 더 올라갔어. 하지만 그것보다 기분이 좋은 게, 내가 최선을 다했구나, 정말 다 바쳤구나, 이제는 회사에서 나를 잘라도 섭섭하지 않겠다.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자. 이게 차범근에게 배운 거예요."
- 제가 봐도 차범근은 정말 대단하고 희한한 인물이에요.
"차 감독은 계약을 할 때 보면, 결정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데 한다 안 한다 결정한 후에는 안 한다 그러면 깨끗이 안 하는 거고, 한다 그러면 1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요. 밤잠 안자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자기가 갖고 있는 인적자원을 총동원해서 최선을 다해요. 그래서 이번 월드컵에도 개막전 때 독일 감독 인터뷰, 토고 전 때 주요선수들, 감독 인터뷰를 우리만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시청자들은 매일 저녁 10시에 MBC에 차범근, 차두리, 김성주 얼굴 나오면 그런가 보다 하지만 정말 강행군했어요. 그 넓은 독일 땅 각지에서 열리는 경기장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아니면 불가능해요. 현지 방송 끝나면 11시, 차타고 이동하면 12시, 다음날 중계할 장소로 중계진을 싣고 차 감독이 직접 운전해서 5시간 이상을 가는 거야. 새벽에 도착해 호텔에 들어가서 쉬었다가 샤워하고 운동장가서 중계하는 거예요."
- 몇 명이 움직였나요?
"차감독, 차두리, 김성주, PD, 엔지니어, 가이드 이렇게 6명이 움직였지요. 기차타고 가기도하고. 조별 리그 열리는 14일간 매일 그렇게 했어요. 그리고는 2시간 동안 긴장해서 방송해야하고 또 다음 경기 준비해야하고. 타사에서도 칭찬을 했어요."
- 다른 방송사에서는 그렇게 한거 아닌가요?
"중간에서 몇 번 빠졌죠. 조별 리그 14일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중계한 건 차범근, 차두리, 김성주 팀뿐이에요. 그러니까 다른 방송사에서 난리가 난거죠. 차범근은 매일 나오는데 뭐하는 거냐고 하면서."
- 타 방송사 월드컵 중계에 대해 언급을 하신다면?
"다들 열심히 했지요."
- 월드컵 중계를 공중파 3사가 동시중계 하는 건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얘기도 있는데, 개선되어야 하지 않나요?
"논의하고 있습니다. 방송협회 스포츠 분과에서 1차 회의를 했어요. 일본식으로 순차방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최소한 한 경기에 두 개 방송사가 하던가, 한 방송사씩 돌아가면서 중계하는 방식 등을 연구하자는 거죠. 월드컵뿐만 아니라 빠르면 올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 게임부터 적용이 될 것 같아요."
-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가 MBC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월드컵에서 잘하려면 국가대표가 잘 되어야 하고 국가대표가 잘하려면 K 리그가 잘 되어야 하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물난리가 나면 재난방송을 하는데 지금 한국축구, K 리그도 재난상황 아닙니까? 아까 프로 축구가 발전하려면 여러 방송사가 중계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MBC에서는 왜 K 리그 중계를 안 하는 거죠?
"중계할 수 있는 자격은 있지요. 계약은 해놓은 상태고, 전기리그 때도 한번 했어요. 후기 리그에 들어가면 우리가 최대한 중계방송을 하려고 해요. 우리가 중계방송 할 때 시청률도 잘 나와야하니까, 선수들도 재밌는 경기를 해줘야하죠.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죠. 중계계획도 있지만 프로 축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정규편성하려고 해요. 지금까지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중계방송하는 식으로 그냥 경기 주요장면만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 준비하는 프로그램은 '이경규가 간다'처럼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재미를 느끼게끔 MBC가 선봉에 나서겠다는 각오로 준비 중이에요. 후기 리그부터 시작할 계획인데, 작가 팀도 출발해서 지금 포맷, MC 등을 선정하고 있어요."
-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요.
"MC를 두 팀으로 운영해서 두 개 구장을 담당케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이정민 아나운서, 개그맨 이경규 씨, 신지연 아나운서, 개그맨 정형돈 씨, 서형욱 해설위원, 김태영 해설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어요.
- 방송 요일과 시간대, 시간도 중요할 텐데요?
"월요일 밤 12시 반부터 50분 또는 일요일 밤 12시 반부터 50분 중에서 편성 쪽하고 협의해야죠. 되도록 그 전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벌어진 경기를 틀겠다는 계획이에요. 기존 프르그램과는 다른 각도로 구성을 해서 K 리그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는 프로그램으로 만들려고 해요. 우리 팀이 만들면 재미있게 만드니까 기대해도 좋습니다."
- 방송 3사가 K 리그 중계권을 다 갖고 있으니 3사가 돌아가면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중계하는 방안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검토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시청률이죠."
- 방송 3사가 월드컵이나 대한민국 축구 때문에 시청료와 광고매출을 얻었는데, 벌어들인 만큼 투자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얘기와 같죠. 중계를 안 하니까 시청률이 안나온다, 시청률이 안나오니까 중계를 못한다. 하지만 저는 절대적으로 중계를 해야 시청률이 나온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송으로 재미있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끊임없이 중계를 해야 손님이 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편성 쪽을 계속 설득하고 있어요."
- K 리그를 중계할 때 카메라 대수가 국가대표팀 경기에 비해 너무 적고 기술도 떨어지기 때문에 재미없어 보인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국가대표팀 경기에는 관중이 꽉 차죠. 그러면 카메라가 어디를 잡던지 그림이 좋아요. 그런데 K 리그 경기에 똑같은 대수를 놓으면 오히려 역효과에요. 선수를 보여줄 때 배경이 되는 텅 빈 관중석. 오히려 안 나와서 득 되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카메라가 다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있어요."
- 대체로 관중은 본부석 쪽에 많은데 본부석 쪽은 거의 안 보여주고 항상 반대편 쪽 썰렁한 관중석을 비추는 건 왜 그런가요?
"역광 때문에 안돼요. 우리나라 경기장은 본부석이 그늘지게 설계해놨기 때문이죠."
- 선수출신 해설자와 서형욱, 한준희, 박문성 등 비 선수출신 축구전문가들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를테면 서형욱 해설위원이 유럽 축구를 중계하면 어울리는데, 국내 프로 축구 리그를 중계하면 안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빨리 깨져야할 고정관념인데, 이번 월드컵 중계의 유행이 바로 유럽 축구를 많이 아는 젊은 해설자들을 기용했다는 점이에요. 한국 팀 경기나 밤 10시 중계는 선수생활을 하고, 지도자 경력을 거친 차범근 감독 같은 해설자가 전체 시청자에게 경기전체를 짚어주는 게 필요하지만, 새벽 1시나 4시 경기까지 챙겨보는 사람들은 매니아들이라고 봐야죠. 그런 시청자들은 해외축구에 정통한 해설자를 선호하죠. 선수출신, 감독출신들이 비 선수 출신들에게 해설자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면 이 사람들만큼 공부를 해야 해요."
-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 김주성 씨 등 그 훌륭한 선수들이 말을 잘 못하고 정보에 어두우니 참 안타깝죠. 축구실력만큼 해설실력도 키우려면 선수시절만큼 노력해야겠지요?
"앞서 말했듯이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차 감독이 1년 동안 해설연습을 했어요. 차범근 감독이 메인 해설자로 버텨주기 때문에 두리가 서브로 할 수 있는 거예요. 서형욱이 메인으로 있기 때문에 두리를 투 톱으로 붙일 생각을 한거고요. 스타 선수출신들은 스타 해설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아주 잘 갖추고 있어요. 출발할 때 이미 90퍼센트를 얻고 들어가지만 나머지 10퍼센트를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 이번 월드컵 앞두고도 홍콩 칼스버그 컵 경기를 3사가 동시에 중계했는데 하는데, 크로아티아 팀 선수들이 우리 진영으로 공격을 해오는데, 서형욱 위원은 선수들에 대해서 꿰고 있으니까 선수 이름을 말하면서 청산유수로 중계하는데, 모 방송사의 해설자는 크로아티아 선수들을 모르니까 우리나라 수비수 이름을 중심으로 중계를 하더라고요. 선수 이름 하나도 매니아 시청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해요."
- 그런 점에서는 차범근 해설위원 이후에는 선수출신이면서 갖고 있는 정보도 방대한 차두리 해설위원이 단연 차세대 기대주군요.
"1순위죠. 하지만 2010년 월드컵에는 두리가 해설보다는 선수로 뛰어야지요. 차두리 뿐만 아니라 지금 태극전사들 중에서 은퇴하면 정말 뛰어난 해설자들이 될 거라고 기대해요. 방송사 마다 안정환, 이영표, 서정원 등을 잡으려고 할 거에요. 이 선수들은 말도 잘하고 직접 유럽 여러 리그에서 뛰었기 때문에 정보의 양과 깊이가 엄청나요. 앞으로 피나는 선발경쟁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서형욱, 한준희, 박문성이 긴장하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지요."
-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앞서 말한 매주 50분짜리 K 리그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정규편성하고, 매니아용이 아닌 전체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성공시켜야죠. 앞선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더 나오게 잘 만들어서 더 많은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시간대로 내려올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는 유소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MBC 유소년축구재단을 만들었고, 2006년 월드컵이 끝나고는 프로 리그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예요. 차범근 감독에게 배운 거를 실천하고, K 리그를 살리기 위해 MBC가 앞장서게 하는 게 할 일이에요."
- 지금까지 축구중계를 해오면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는다면, 역시 차범근 선수인가요?
"차범근이죠. 차 감독 만나면 밤새 축구 얘기만 해요. 옛날 얘기도 많이 하죠. 자기가 부상당해서 축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그걸 극복한 얘기도 하고..."
- 차범근을 제외하고 꼽는다면?
"선홍이, 상철이. 제가 축구 PD를 맡아서 국가대표 평가전을 중계하는데 앳된 선수가 골을 넣더라고요. 그 선수가 황선홍. 유상철은 뛰어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발탁이 안 됐어요. 그래서 국내감독 두 사람한테 데려가서 테스트를 시켰는데 선수도 아니라며 퇴짜를 맞았어요.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다가 비쇼베츠 감독에게 소개해 줬는데 선발되었어요. 비쇼베츠 감독이 좋은 선수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했지요. 그 이후에 유상철 선수가 승승장구할 때 제일 보람을 느꼈죠. 제가 아끼던 선수들이 지금은 각 방송사에 해설자로 포진하고 있으니까 제가 든든해요. 그리고 해설자로서 신문선, 차범근, 차두리도 빼놓을 수 없죠."
- 다음 월드컵이 기대되네요.
"2010년도 월드컵 구상은 이미 다 나왔어요. 이번 독일 월드컵하고 시간대가 같으니까 예행연습을 한 셈이라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면 되는 거죠. 그때의 시대변화에 맞춰 과연 어떤 포맷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것인지 준비해야죠."
글=한창민, 사진=김목수
첫댓글 뭔가 방송 쪽 일 하시는 분으로써 시청률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과 의지를 갖고 계신 분이네요. 하지만 중간에 차둘 선수 얘기가 나와서 ^^
방송 일 하는 사람으로서 시청률에 대한 엄청난 부담은 아니 가질 수 없는 것이지요. 시청률= 광고 (수익)이 방송사의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상부에서 압력이 엄청 납니다. 스포츠 중계도 돈 되는 것만 골라서 하는게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계속 '나 짤리면 어떻게~' 이러시는게 왠지 재밌네요^^ 정말 많이 노력하시는거 같아 보기 좋아요~
K리그 쪽은 다 계획계획 뿐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