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태어날 때 뜬 눈을 죽고 난 후에도 감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깨어있으라는 의미로 목어, 목탁, 풍경이 물고기로 형상화되어 있답니다. 목어는 처음에는 잉어 형상으로 만들어졌지만, 점차 용의 머리에 물고기의 몸을 갖춘 형태로 바뀌게 되었답니다. 중국의 전설에 잉어가 황하의 용문이라는 거센 협곡을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는 걸 절집에서 차용하여 중생이 수행을 통해 깨달은 부처님이 된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랍니다. 이 목어가 일상의 법구로 사용되고, 휴대하기 편한 형태로 작게 변한 것이 목탁입니다. 목탁의 양쪽에 있는 둥근 구멍은 물고기의 두 눈이고 두 구멍을 연결한 직선 홈은 물고기의 입이며, 손잡이 부분은 물고기의 꼬리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꼬리 부분이 휴대하기 편한 고리형태로 바뀌었지만, 중국이나 일본은 지느러미 형태를 새겨 넣은 것이 많답니다. 풍경의 바람판은 탁설이라고 하는데, 아주 드물게 연꽃 모양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물고기 모양입니다. 수행자들이 물고기처럼 부지런히 움직이고, 눈을 감지 않는 것처럼 수행에 정진하라는 의미랍니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육지 동물처럼 발달한 눈꺼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일부 물고기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투명한 막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눈을 감고 뜨는 기능을 하지 않습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생활하기에 먼지, 이물질, 바람, 강한 빛 등으로부터 눈을 보호할 필요가 없어 눈꺼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잠을 자는 방식도 인간이나 다른 육지 동물과 다릅니다. 물고기는 완전히 잠들지 않고 뇌의 일부만을 휴식 상태로 전환합니다. 이러한 수면 방식은 눈을 감지 않고도 포식자로부터 경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리가 항상 깨어 있으라는 의미로 차용되어 목어, 목탁이 된 것이지요.
물고기처럼, 이를 차용한 목어, 목탁의 의미처럼 우리 삶이 진정 깨어있는 정신으로 밝고 맑게,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요즘 정치판을 보면 물고기 앞에서 부끄러워집니다. 의식이 온전히 깨어 있다면, 조금만이라도 수오지심을 가진다면 정치꾼들의 요즘과 같은 행태는 많이 줄어들 터인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개개인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눈을 바로 떠야 합니다. 정치꾼들이 더 이상 착각, 착시에 빠지지 않게. 아래 모셔 온 글에서처럼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또한 그런 사람들과 함께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라는 믿음을 가져 보렵니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모셔 온 글)=======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쫒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는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김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