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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미드사이즈 비즈니스 세단 A6이 4년 만에 새 단장을 했다. 현행 모델은 지난 2011년 데뷔한 4세대(C7). ‘아우디 100’이라는 이름을 썼던 선대 모델까지 더하면 7세대에 해당한다. A6은 아우디 차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추 모델이다. 또한, A6이 속한 수입 중대형차 시장은 국내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이기도 하다. 경쟁모델로는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 매우 뛰어난 차들이 있다.
부분 변경된 신형 A6은 18종에 달하는 방대한 라인업으로 국내에 출시됐다. 엔진은 실린더 수와 배기량에 따라 크게 직렬 4기통 2.0L 휘발유와 디젤, V6 3.0L 휘발유와 디젤 등 4가지가 있다. V6 3.0L 디젤 엔진에는 세팅을 달리한 3가지(40 TDI, 50 TDI, 55 TDI)가 있어 엔진 수는 총 6개다. 변속기는 모델에 따라 8단 자동(팁트로닉)이나 7단 듀얼클러치(S 트로닉)가 짝을 이룬다.
가속력을 기준으로 35, 40, 50 등의 숫자를 붙이는 아우디의 모델 표기법(아우디는 ‘다이내믹 배지’라고 부른다)은 여전히 잘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 신형 A6에는 성능이 다른 세 가지 3.0 TDI 엔진이 있기 때문에 이전의 배기량 기준 명명법이었다면 정확한 표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우디의 새 표기법에 대해 수긍하게 된다.
신형 A6은 35 TDI를 제외하곤 모두 네바퀴굴림이며, 최고출력은 190마력(35 TDI)부터 333마력(50 TFSI), 최대토크는 37.8kg·m(40 TFSI)부터 66.3kg·m(55 TDI)까지 있다. 각 모델은 제품 콘셉트 및 사양에 따라 컴포트, 프리미엄, 스포트 세 가지 트림으로 나뉘고, 가격대는 6천250만원(35 TDI 컴포트)부터 9천400만원(55 TDI 콰트로 스포트)까지다. 시승차는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8천730만원)에 럭셔리 패키지(250만원)와 테크니컬 패키지(270만원)를 더한 9천250만원 사양이다.
신형 A6은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앞뒤 범퍼 디자인이 바뀌었고, 신규 디자인 휠이 적용됐다. 우선 앞을 살펴보면, 이전보다 넓고 용맹해 보인다. 헤드램프의 외형은 이전과 같지만, 안쪽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졌다. 가느다란 두 줄의 LED 주간주행등(DRL)은 광도가 일정치 않았던 이전 DRL에 비해 빛이 훨씬 선명하다. 육각형의 싱글 프레임 그릴은 각 모서리가 날카로워졌고, 크롬 라인을 넣어 고급스럽고 멀리서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범퍼는 이전보다 각진 형태로 다듬었다. 결과적으로 더욱 멋진 표정을 가진 얼굴이 됐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테일램프도 외형은 이전과 같다. 하지만 내부 구성을 완전히 바꾸고 어둡게 처리해 이전보다 스포티한 인상이다. 앞뒤 램프에는 방향지시등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순차적으로 흐르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을 적용했다. 다른 운전자가 보면 부러워할 장치로, LED 조명기술에서 앞선 프리미엄 메이커다운 시도이기도 하다. 두루뭉술했던 뒤 범퍼는 각진 형태로 다듬었고, 배기파이프도 납작한 사각형으로 바꿨다. 옆모습은 수면에 나온 고래처럼 우아하고 느긋한 인상이다.
페이스리프트가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개선이 아닌 개악(改惡)이 되어버릴 때도 종종 있다. 특히, 아우디 A6처럼 오리지널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섣불리 손댔다가 도리어 원작을 망쳐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 그러나 A6의 디자인 변경은 성공적이다. 사실 아우디 디자이너들은 큰 면은 건들이지 않았다. 보닛과 각 펜더, 도어 패널, 트렁크 등 금속 프레스 공정이 필요한 부분은 그대로 뒀다. 그럼에도 작은 부분들을 솜씨 좋게 다듬어 원작이 가졌던 장점을 더욱 강화하고, 아울러 새로운 인상도 이끌어냈다.
겉모양에 비해 실내 변화는 크지 않다. 매력적인 레이아웃, 훌륭한 소재와 만듦새, 뛰어난 조립품질은 여전하다. 시승차는 색상과 소재를 엄선한 ‘아우디 디자인 셀렉션’이 적용돼 일반 모델에 비해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베이지색에 가까운 밝은 회색의 실내는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나무장식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우면서 따스한 느낌을 준다.
앞좌석에는 열선과 통풍 기능과 함께, 전동식으로 작동하는 요추 지지대와 옆구리 및 허벅지 지지 쿠션을 갖췄다. 다섯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마사지 기능(럭셔리 패키지에 포함)도 있다. 만족감이 큰 앞좌석에 비해 뒷자리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시트 길이가 짧고 등받이 각도도 애매해서 편안한 소파에 파묻히듯 앉은 느낌보다는 걸터앉은 느낌이다. 차 크기에 비하면 다리 공간과 머리 공간도 넉넉하지 못하다.
실내 변화의 하이라이트는 디자인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에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성능을 높인 2세대 MIB(모듈러 인포테인먼트 플랫폼)로 진화했고, 이와 함께 새로운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도 적용했다. TPEG 기능이 들어간 덕분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반영해 경로를 안내한다. 이를테면 “정체구간 전 마지막 출구입니다”라고 안내하는 식이다. 한때 수입차 메이커의 순정 내비게이션은 계륵 같은 존재였지만, 신형 A6에 들어간 새로운 내비게이션은 쓸 만하다.
이제는 대시보드의 8인치 디스플레이 외에 계기판 중앙의 큼직한 7인치 LCD 화면에도 지도를 표시한다. 이전에는 약도처럼 간략화한 경로 정보를 표시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확대·축소가 가능하고 건물도 표현된 화려한 그래픽의 3D 지도로 나온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간략한 경로 정보를 표시하고, 계기판에는 자세한 지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운전 중에 시선이 분산되지 않는다.
목적지 검색은 MMI 컨트롤러나 터치패드, 또는 음성명령으로 가능하다. 주소 입력 시 MMI 컨트롤러는 여전히 번거롭고, 필기 입력은 매우 성가셔서 운전 중에는 전혀 쓸모없다. 그런데 우리말 음성 인식이 기대 이상이다. 물론, 자연스런 대화형 문장은 인식하지 못한다. 정해진 명령으로 말해야 하며, 발음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인식률은 생각 외로 높은 편. 운전하면서 굳이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차의 주요 기능을 조작하는 데 제법 유용하다. 특히,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할 때 편리했다.
시동이 걸렸을 때 디젤차 특유의 진동과 소음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허나 4기통 디젤 엔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엔진은 신형 V6 3.0L 터보 디젤. 유로6 기준을 충족하며, 최고출력은 272마력으로 이전보다 27마력 강력해졌다. 그럼에도 1km당 CO₂ 배출량은 23g 줄었다. 최대토크는 59.2kg·m으로 이전과 같지만, 발생시점이 1,750rpm에서 1,250rpm으로 크게 앞당겨 저회전 응답성을 높였다.
가속페달에 발을 살포시 얹기만 해도 두툼한 토크가 즉각 뿜어져 나오고, 지칠 줄 모르는 기세로 호쾌한 가속이 이어진다. 0→시속 100km 가속을 5.5초에 끝내고, 최고시속은 250km에서 제한된다. 넉넉한 파워 덕분에 1.9톤을 약간 웃도는 무게를 실감하기 어렵다.
주행 중에는 디젤차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게 될 만큼 엔진은 조용하고 매끄럽게 돌아간다. 엔진이 내는 목소리는 특별히 개성 있거나 흥을 돋우는 수준은 아니어도 듣기에 나쁘지는 않다. 이중 방음 유리를 적용해 고속으로 주행할 때도 실내가 매우 쾌적하고, 고급차답게 바깥세상으로부터 격리된 느낌을 준다. 7단 듀얼클러치 S 트로닉은 빠르고 부드럽게 높은 단수로 옮겨가며 네 바퀴를 굴린다. 시속 100km로 항속할 때 엔진회전계 바늘은 겨우 1,400rpm을 가리킨다.
변속기는 시원스레 달릴 때는 만족스럽지만, 2단 이하에 물린 상태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선 다소 울컥거림이 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 특유의 직결감과 기계적 매력을 선호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고급차다운 부드러운 승차감을 바란다면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이며, 여기에 넓은 휠 하우스를 꽉 채운 커다란 20인치 휠과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가 더해져 저속에서는 승차감이 다소 거칠다. 허나 고속에서는 안정적이고 묵직한 움직임을 보인다. 스티어링은 정확하지만 개성이 담겨 있지는 않고, 가변 기어가 적용되지 않아서 요즘 기준으로는 조금 구식으로 느껴진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는 다섯 가지 주행 모드(효율, 승차감, 자동, 다이내믹, 개별)를 지원한다. 주행 모드에 따라 엔진, 변속기, 스티어링 무게가 바뀌며, 서스펜션 세팅은 바뀌지 않는다. ‘승차감’은 한글화 이전에 ‘컴포트’였던 것으로, 엔진과 변속기 반응이 느긋하게 바뀐다. ‘개별’ 메뉴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의 성향도 승차감이나 다이내믹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ACC는 전반적으로 우수하게 작동하지만, 가감속이 다소 자연스럽지 못하고, 간혹 옆 차선에서 달리는 차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도 있다.
시승차에 적용된 테크니컬 패키지에는 차선 이탈 방지장치(액티브 래인 어시스트), 360° 카메라(서라운드 뷰 카메라),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포함된다. ACC와 액티브 래인 어시스트를 동시에 켜두면 제법 반(半)자율주행 기분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야간에는 인식률이 다소 떨어져서 차선을 놓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풍부한 안전·편의 장비를 갖춘 고급차임에도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자동 감광식 사이드미러나 사각지대 경고장치가 빠진 점은 아쉽다.
메르세데스-벤츠 CLS클래스의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은 어두운 곳에서 시동을 걸면 조명기술을 한껏 뽐내는 화려한 세레모니를 펼친다. 반면, 신형 A6의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자연스러운 작동에 보다 초점을 맞춘 인상으로 시종일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야간에 매트릭스 LED 작동 여부를 의식하지 않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선진 기술을 실감하는 재미가 부족한 면도 있다.
아우디 A6 50 TDI 콰트로의 주요 경쟁모델로는 BMW 530d x드라이브 M 스포트 패키지와 메르세데스-벤츠 E350 블루텍 4매틱이 있다. A6 50 TDI의 가격은 8천330만원(컴포트)부터 시작해 8천920만원인 530d나 8천960만원인 E350 블루텍보다 저렴하다. 또한, 최고출력이 272마력으로 258마력인 5시리즈나 E클래스보다 강력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복합연비는 12.5km/L(도심 11.3km/L, 고속도로 14.4km/L)로 530d(14.3km/L)보다는 떨어지고, E350 블루텍(12.6km/L)과는 비슷하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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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가끔보이더라구요...진짜 디자인은 어느 모델보다 진보된듯한 느낌...지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