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에 치달은 두 사람에게 남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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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김재연 기자) 순수함. 그게 이선재(유아인 분)와 오혜원(김희애 분)의 관계를 지탱해주던 거였어. 물질적 교류가 오가지 않아도, '들키지 않을 것'이란 약속 하나만으로도 서로의 관계를 공고히 하기에 충분했지. 하지만 선재와 혜원의 관계는 불륜이지. 순수함으로 무장하고 철옹성을 세울 것 같았던 두 사람의 관계, 동생들도 사실 순수하지 않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10회에선 이 모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어. 서로를 향하는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도 순수하지만 시작점부터가 불순하다는 건 감출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균열이 생겼어. '밀회'는 선재와 혜원이 서로의 손을 맞잡자마자 관계의 모순을 들먹이며 둘을 바닥으로 추락시킬 모양이야. 그 바닥이란 건 아마도 두 사람의 내면에서 비롯되겠지. 애초에 '밀회'속 사회는 이러한 불륜과 같은 것들에 어떤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지 않은 세계이니까. 혜원과 선재의 행색이 '밀회'속 물질적 욕망에 물든 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버린 지금 두 사람은 더욱 바닥으로 고꾸라질 것만 같아. 지난 15일에 방영된 JTBC 월화 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10회에서는 서한재단과 서한대학의 사람들이 혜원과 선재 사이를 눈치챈듯한 모습이 그려졌어. 강준형(박혁권 분)은 자신이 선재와 혜원의 관계를 어렴풋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내비쳤어. 이에 사랑의 달콤함에만 빠져 있던 혜원과 선재는 자신의 위치를 깨달은 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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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방송에서 그려진 선재의 연주회는 선재가 을의 신분을 청산, 갑의 세계로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어. 선재는 더는 숨을 수 없는 사람이 됐지. 서한음대 곳곳엔 선재의 음악회 포스터가 붙어있고, 모두 그의 출발을 축하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어. 한성숙(심혜진 분)은 선재에게 연주복을 선물했고 준형은 경험이 없는 선재가 실황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피아노과와 기악과 학생들로 하여금 선재의 연주회를 관람하게 했어. 연주회가 성황리에 끝난 후 혜원과 선재는 남은 여운을 즐겼지. 사무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연주회의 영상을 돌려보며 그때의 순간을 되새김질했어. 혜원은 선재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선재의 진입이 선사하는 알싸한 긴장감과 동시에 피어오르는 행복감을 만끽했어. 선재는 혜원을 이끌고 1회에서 선재가 혜원을 목격했던, CCTV가 없어 사각지대인 곳에 혜원을 데리고 가 그때의 순간을 떠올렸어. 이후 두 사람은 그곳에서 서로 끌어 안고 키스했어. 8회에서 음성만으로 둘의 동침을 묘사했던 것과 달리 아주 적나라하게. 하지만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았어. 서로의 감정에 취해있는 순간 준형의 다급한 목소리가 연주 홀을 가득 메웠거든. 연주회가 끝난 후 준형은 사라진 선재와 혜원을 찾아다녔어. CCTV 화면을 확인하러 관계자실에 들어가기도 하고 연주 홀 곳곳을 누볐지. 꽤 조심히 움직였어. 발소리를 줄이고 살금살금. 일전에 선재의 집 앞을 어슬렁거리던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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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검찰 조사가 들어왔다는 서영우(김혜은 분)의 문자를 받자 준형은 다급해졌어. 겁에 질렸지. 아내의 외도를 발견하던 때보다 더 당황해 했어. 서한재단에 빌붙어 견고하게 쌓아올리려던 자신의 입지가 무너질 위기니까. 그는 홀 중앙으로 뚜벅뚜벅 걸어갔어. 혜원과 선재가 눈치챌 만큼. 그리고 혜원에게 소리쳤어. "오혜원. 빨리 한남동 가. 검찰에서 나왔대. 당신 찾는대. 제발 가." 그의 외침은 절정에 올라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행복감으로 붕 떠 있던 선재와 혜원을 바닥으로 내리꽂았지. 준형뿐만이 아니야. 서한 재단, 서한 음대 쪽 사람들은 대부분 선재와 혜원의 묘한 기류를 이미 눈치채고 있어. 선재에게 "쌍꺼풀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오실장이 반대하더라? 오실장은 네 얼굴이 썩 마음에 드나 봐", "네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니? 선재는 네 작품인데"라고 말하던 한성숙이라든가, 선재와 혜원이 매칭 안 된다는 내연남의 말에 "두 사람 같이 있을 때를 봐야 한다"던 영우, 혜원의 비서가 뒤풀이에 오지 않는 혜원을 찾으려 하자 "삼자대면"하게 놔두라는 성숙의 수행비서인 혜원의 친구까지. 이후 성숙은 비서에게 물었어. "쟤 혹시 연애하니?"라고. 이에 비서는 "심증입니다. 오실장은 친구들사이에서 거의 연애불구자로 통합니다만, 요즘 어쩐지"라 답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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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거리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완전히 수면 위로 떠올랐어. 더는 밀애가 아니야. 이제 '밀회'속 사람들은 선재와 혜원을 어떻게 대할까? 선재와 혜원을 질타할까? 글쎄. 언니는 왠지 두 사람을 괴롭히는 건 외부의 질타가 아니라 두 사람의 내면으로부터 일 것 같아. 선재와 혜원을 찾던 준형의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던 건 두 사람의 관계를 들춰내 몰아내려던 게 아니지 않을까. 연주회가 성황리에 끝나자 준형은 "이선재가 교수님이 도약하는 데에 큰 발판이 될 겁니다"던 역술인의 말을 떠올렸지. 둘을 질타하려 했다면 애초에 들춰냈었겠지. 한남동을 들렀다가 집에 돌아온 혜원에게 준형은 선재에 대해선 언급 않고 "내가 당신 찾아다닌 거 알아? 어떻게 알고 한남동을 갔어?"라고만 할 뿐. 혜원을 향한 준형의 힐난은 유리잔을 던지는 거에 그치는 것만 봐도 그래. 하지만 혜원과 선재는 달라. 더러운 욕망으로 점철된 세계 속에서 순수함으로 무장하고 서로를 갈망하던 혜원과 선재는 그 발판부터가 불순하다는 걸 생각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여실히 깨달았지. 우리 역시 그 불순함을 목격하게 됐어. 한남동으로 향하기 전 혜원으로 하여금 자신의 사무실을 둘러보다가 상념에 잠겼어. 집으로 돌아와 계단위에 한참을 앉아있던 선재도 마찬가지. 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애초부터 '밀회'는 선재와 혜원의 밀애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어. 서로를 열망하다가 파멸하게 되는 인간군상을 그리려는 게 아닐까란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 '밀회'속 선재와 헤원의 고고하고 순수한 사랑은 퇴색됐고 사랑을 할수록 더러움으로 물들 거라는 사실만이 남았어. 선재와 혜원의 사랑이 안고 있는 모순점. 절정에 치달은 두 사람에게 이젠 추락만이 남은 것 같은 '밀회'. 언니는 벌써 겁이나. 두 사람은 결국 전복돼 파멸에 이르게 될까? 잃었던 순수함을 회복할 수 있을까?
[방송정보] 프로그램명: 드라마 '밀회' 편성: JTBC 월, 화 오후 9시 45분~ 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출연: 김희애, 유아인, 박혁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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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 [언니네TV] 리뷰가 좋더라구요^^
네^^저두요.내가 생각하는 시선과 비슷한것 같아서 공감이 많이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