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사랑 못난이] 10
1. 씬. 쌍과부촌 룸.
9회에서 연결로.
여자1 : 처음 뵙겠습니다.
친구2 : 야, 수준 진짜 죽인다. (킥킥거리는 분위기로)
친구1 : 야, 그래도 쟤는 반반하다 뭐.
동주 : (무심하게 고개 돌리는데)
인사하고 고개 들던 차연과 눈이 부딪히고.
차연 : (굳어지는)
동주 :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보는데서)
차연 : (시선을 돌리는)
동주 : (굳어진 표정으로 술을 따라 마시는)
친구1 : 동주 얘 쟤들 보더니 술 받나보다. (일어서서) 자, 자 아주머니들 이리들 와서 앉으시고....
여자1 : 어머, 사장님, 저희 아줌마 아니예요.
친구2 : (킥킥거리며) 어유, 그러세요? 애들 과외비 벌러 나오신 분들 같은데....
친구1 : (차연을 자기 옆자리에 앉히고, 다른 여자들은 동주와 친구2 옆에 앉히는)
여자1 : (동주 옆에 앉아 동주의 팔에 매달리며)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동주 : (팔을 뿌리치고, 술만 따라 마시는)
여자1 : 제가 따를게요. (술병을 잡으면, 동주 술병을 뺏어 잔에 술을 부어 쭉 마시는)
차연 : (친구1에게 술을 따라주는)
친구1 : 저번에 왔을 때는 못 본 거 같은데....
차연 : 오늘 처음 나왔어요.
친구1 : 와, 신참이시네. (어깨에 팔 두르며) 처음이라 서툴텐데 내가 하나하나 가르쳐줄게.
동주 : (친구1에게 어깨 잡혀 있는 차연을 보다가) 술 한잔 따르지. (술잔을 내미는)
여자1 : 제가 따른다니까요, 사장님은.....
동주 : 넌 됐구, 새로나온 애, 너 여기 한잔 따라보라니까.
친구1 : (동주 눈치 보고) 자식, 아, 그래, 좋다. 너 저리로 가. 저분 유명한 양반이니까 잘 모셔.
여자2 : 어떻게 유명하신 분인데요?
친구1 : 엔터테인먼트계의 황태자시다, 저 분이. 잘 보이면 또 모른다. 저 분이 니들 영화에 출연 시켜주실지.
여자2 : 어머, 어머, 정말이예요? 저 영화배우가 꿈이었는데.
친구1 : (킬킬거리며) 아줌마는 좀 참으시구요. 새로운 애, 너 뭐하냐? 높으신 분께서 이쁘게 보셨는데. 눈치껏 좀 해라. 눈치껏.
(차연 팔 잡아 일으켜서, 동주 옆에 주저앉히는)
동주 : (비웃는 표정으로 술잔을 내밀면)
차연 : (입술을 꼭 깨물고, 술을 따르면서) 이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동주 : (술을 쭉 마시는)
시간 경과. 차연, 마이크 잡고 노래하고 있는. 여자들, 친구 1,2 얼싸 안고 춤추고 있는.
동주, 자리에 앉아 술만 마시고 있는.
친구1 : 야, 동주야, 뭐하냐? 나와서 네 파트너 기분 좀 맞춰주고 그래라.
동주 : (노래하는 차연을 바라보는)
차연 : (열심히 노래하고 있는)
여자2 : (친구2에게) 안주 하나 더 시킬까요?
친구2 : 얜 안주에 걸신이 들렸나. 금방 시켜놓은 거에 손도 안 댔는데 웬 안주타령이야.
여자2 : 그러지 마시구요, 사장님.
친구2 : 아, 진짜 궁상스러워서. (여자2 밀쳐내고, 차연 옆으로 가서 얼싸 안으며) 동주야? 체인징 파트너 좀 하자.
얘가 노래도 좀 되고, 괜찮네. 너 얘랑 놀기 싫으면 내가 놀아도 되지?
동주 : (술만 마시는)
친구2 : (노래하는 차연의 엉덩이 툭툭 치면서) 야, 힙선 죽이고. 너 이런 데 있긴 아깝다.
차연 : (뒤로 약간 몸을 빼는데)
친구2 : 이 오빠한테 잘 보여봐. 누가 아냐? 오빠가 맛이 가서 아파트 하나 얻어줄지.
여자1 : 어머, 오빠, 난 어때요?
친구2 : 얘들 진짜 궁상스럽게 구네. (차연에게 술을 먹이면서) 자, 술도 한잔씩 마셔가면서. 넌 노래방 왔냐, 죽자고 노래만 부르게.
차연, 노래하면서 억지로 술을 마시는데.
친구2 : 자, 자 우리 찐하게 놀려면 (술병을 차연의 입에 들이붙다시피 하는) 알딸딸해져야 진짜 재밌는 쇼도 보여주고 그러지.
(차연의 앞가슴으로 술이 쏟아지고)
친구2 : (차연의 가슴을 더듬으며) 아이고, 술 쏟아졌네.
동주 : (술잔을 바닥에 던지는)
모두 놀라서 동주를 보는데.
동주 : (일어서서 차연 앞으로 다가와 차연의 팔을 거칠게 잡고 끌고 나가는)
친구1 : 야, 동주야? 너 왜 그래? (친구2에게) 넌 눈치도 없이, 체인징 파트너는 왜 한다구 난리냐.
친구2 : 내가 뭘....
2. 씬. 쌍과부촌 복도.
동주, 차연의 팔을 잡고 끌고 나오는.
차연 : 왜 이래요?
동주 : (끌고 나가려고 하면)
차연 : (확 뿌리치며) 왜 이러냐니까요?
동주 : (화가 나서 차연을 벽에 거칠게 몰아붙이는) 그 놈이 너한테 이런 짓까지 시키디?
차연 : 이 짓이 뭐가 어때서? 당신이 상관 할 일 아니잖아?
동주 : 너 진짜 바닥이구나.
차연 : 나 바닥인 거 이제 알았어? 바닥이라서 같이 살기 싫다고 쫓아냈으면 됐지, 왜 남 영업 방해하고 난리야?
친구1,2 여자들 나오는.
친구2 : 야, 동주야, 미안하다. 내가 실수 했으니까 기분 풀고, 들어가서 제대로 놀아보자.
차연 : (마치 노련한 호스테스인냥 동주 빤히 보면서) 그러세요? 사장님?
호태, 술 쟁반 들고 룸에서 나오다가, 옥신각신 하고 있는 동주와 차연을 보는.
차연 : 기분 푸시고 들어가세요, 제가 제대로 한번 놀아드릴게요. 팁은 많이 주실 거죠?
동주 : (호스테스 행세에 화가 치솟아서 차연의 뺨을 갈기는)
차연 : (빤히 보는)
친구1 : 야, 동주야, 왜 이러냐?
친구2 : 아, 자식, 진짜 불받았나보네. 미안하다니까.
차연 : 어머, 팁 대신 깽값 주고 싶으신가보네.
동주 : (다시 손을 드는데, 그 손을 잡는 호태의 손. 돌아보는)
호태 : 뭐하는 겁니까? (그제서야 동주라는 거 알아보고) 다, 당신.....
동주 : (호태와 차연을 번갈아보는)
차연 : (호태에게) 넌 저리가 있어.
호태 : 위자료도 안주고 내쫓았으면 됐지, 왜 사람을 때리고 지랄이야, 지랄이.
동주 : (주먹으로 호태의 얼굴을 내지르는)
호태 : (비틀하는)
차연 : (호태 앞을 막아서며 동주에게 소리 지르는) 왜 이래? 당신이 뭔데? 얠 때려? 당신이 뭐냐구? 당신이 뭐야?
호태 : (차연 어깨 잡고) 차연이 넌 빠져 있어. 이 자식하고 오늘 끝장을 내야겠다.
동주 : 꼴값들 하고 있네.
호태 : 뭐야? 이 새끼야? 꼴값?
친구1 : 야, 지배인 불러와. 마담 어딨어? 마담? 아무리 싸구려라도 그렇지, 손님한테 이게 무슨 행패야?
친구2 : 이것들이, 우리가 누군줄 알고.
호태 : (동주에게 발길질 하면서) 니들이 누군지 내가 알게 뭐야?
친구1,2 호태를 잡는데. 그 사이.
동주 : (주먹으로 다시 호태의 얼굴을 때리고)
호태, 코피가 터지고.
차연 : (동주의 가슴을 밀쳐내며) 이 나쁜 새끼들. 니들이 뭔데? 니들이 뭐야? (울면서 호태의 코피 닦아주면서)
넌 빠져있라고 했지.
호태 : 아, 오늘 피까지 보는구나. 그래, 좋다. 어디 끝까지 한번 가보자 이건가 본데.
동주 : (달려드는 호태 다시 주먹질 하면서) 이 그지같은 새끼야. 기둥 서방 노릇하려면 똑바로 해.
니 여자 이런데까지 내놓고 싶냐?
호태 : (동주에게 달려들려고 하는데)
차연 : 그만해, 호태야. (호태 잡고 매달리면서) 상대할 가치도 없는 인간이야. 그러니까 그만해.
호태 : (우는 차연을 멍하니 보는)
차연 : (호태 잡고) 하지마, 호태야. 응? 그만해.
동주 : (그런 차연을 멍하니 보다가, 걸어가는)
친구1 : (따라가면서) 야, 그냥 가면 어떡하냐?
친구2 : 그래, 동주야, 저런 것들은 뜨거운 맛을 좀 보여줘야해.
친구1 : 저런 것들은 콩밥을 먹어야 정신을 차리지. 뭐 저런 것들이 다 있냐.
동주 : 내 두 번째 마누라하고, 기둥서방이다.
친구1,2 기가 막혀서 보는데, 동주 걸어가고.
호태 : (씩씩거리면서) 너 이 새끼, 거기 안서. (따라가려고 하면)
차연 : (호태 잡으면서) 제발.....제발.....호태야.
3. 씬. 룸.
마담 화가 나서 앉아있고, 그 앞에 호태, 차연 서있는.
호태, 코피 나고, 얼굴이 엉망인 상태로.
마담 : 니들 뭐하는 것들이야? 니들이 내 장사 망치려고 작심들 했어?
호태 : 저 그 놈이 먼저 차연이를.....
마담 : 시끄러. 나 니들 같은 것들 필요 없으니까 당장 나가. 당장.
4. 씬. 병원 스테이션.(밤)
차연, 스테이션 앞에 서있는, 수정 거즈, 솜, 연고 주면서.
수정 : 얼마나 다치셨는데요? 응급실로 가셔야 하는 거 아니예요?
차연 : 그 정도는 아니예요. 조금 까지기만 했거든요. 이거면 충분해요. (받아서 돌아서는데)
보숙 : (다가오며) 두리 코피 난대?
수정 : 두리 아빠가 다쳤대.
5. 씬. 병원 일각. (밤)
차연, 호태의 얼굴에 연고 발라주고, 코는 솜으로 막고 있고.
호태 : 얼굴에 기스 많이 났지? 치사한 새끼. 반지 낀 손으로 쳐. 내가 안경만 꼈으면 그 자식은 살인 미수야, 살인 미수.
차연 : 입 좀 다물고 있어.
호태 : 그 새끼 치사한 줄은 내가 진작부터 알아봤지만, 친구놈들한테 잡고 있게 하고, 주먹질을 하냐. 그 친구 놈들만 없었어도,
그 자식은 오늘 화장터로 가는 건데.
차연 : 미친놈. 돈 많은 놈이 뭐하러 화장터를 가냐?
호태 : 하긴 그런 놈들은 죽어도 호화 묘지로 들어갈거야. 우리 같이 없이 사는 인간들이야 죽으면 묻힐 한 뼘 땅도 없지만.
차연 : 나불거리지 좀 말고 가만 좀 있으라니까. (입가에 로션 발라주고)
호태 : 야, 근데 내가 네 기둥서방이냐?
차연 : (주먹으로 호태 머리통 갈기는)
호태 : 넌 환자를.....
6. 씬. 동주의 사무실.(밤)
동주, 창 앞에 서있는.
노래하면서 친구2가 몸을 더듬는 것도 참아내고 있는 차연의 모습. 달려드는 호태의 모습. 호태를 감싸는 차연의 모습이 스치는.
동주 : (손바닥으로 창문을 치고, 고개를 숙이는)
7. 씬. 병원 복도.(밤)
호태, 차연 걸어오는.
차연 : 들어가라니까. 그 꼴 두리한테 보여주고 싶냐?
호태 : 지금은 우리 두리 자고 있을 시간이잖냐. 우리 두리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가려고 그런다.
오늘같이 꿀꿀한 날은 우리 두리 얼굴이 약이다. 아, 이빨 시큰거리네.
수정, 보숙 걸어오는.
보숙 : 어머나, 두리 아버님? 왜 그러세요?
호태 : 아, 네.
수정 : 많이 다치셨나봐요?
호태 : 네, 좀.
수정 : 어쩌다가, 싸우셨어요? 설마..... (차연을 보고) 저번에도 좀 맞으시는 거 같더니.
호태 : 아, 아닙니다. 이 친구가 깡패놈들한테 봉변을 당하고 있어서....
보숙 : 어머, 몇 명이랑 싸우셨는데요?
호태 : 세 놈하고 정식으로 붙어서....
차연 : (한심하게 보고 걸어가는)
보숙 : 세명이랑요? 깡패 세명은 쉽지 않으셨을텐데.
호태 : 제가 호신술을 좀 익힌 게 있어서.
보숙 : 어쩐지, 제가요, 두리 아빠 힘 좀 쓰시는 타입 같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수정 : 그 놈들은 어떻게 됐어요?
호태 : 걔들은 모르긴 몰라도 한 석달 병원 신세 좀 져야 할 겁니다.
8. 씬. 병실.(밤)
두리, 잠들어 있는. 차연, 두리 머리 쓰다듬으면서.
차연 : 엄마, 잘렸다. 그렇게 팍팍 자르면 노동법에 걸리는데.....(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호태, 들어오는.
차연 : 무협지 다 썼냐?
호태 : 내가 일부러 그런 거야. 간호사님이 나한테 호감을 가져야 우리 두리한테 신경을 더 써줄 거 아니냐?
차연 : 머리 쓰느라 힘들겠다.
호태 : 니가 몰라서 그렇지 여자들한테는 내가 좀 먹어주는 스타일 아니냐?
아까 그 몸집 좋은 간호사는 아무래도 나한테 딴 맘이 좀 있는 거 같던데.
차연 : 집에 좀 가라.
호태 : 오늘은 니가 잘못 한 거야.
차연 : (보면)
호태 : 그 자식이 맘 놓고 패게 만들지 왜 말렸냐? 그럼 치료비 조로 왕창 뜯어낼 수 있었는데.
차연 : (어이가 없고)
호태 : 그런 놈한테 돈 뜯어내는 방법이 그것 말고 또 있냐?
차연 : 아예 자해공갈단으로 나설래?
호태 : 자해는 그게 왜.....
차연 : 우리 바닥으로는 살아도 치사하게는 살지 말자.
호태 : 그건 치사한 게 아니구.....
차연 : 나 그 사람하고 다시 얽히는 거 싫다.
호태 : (물끄러미 보는)
9. 씬. 옥상.(밤)
올라오는 호태.
호태 : 기집애. 그 놈이면 그 놈이지, 그 사람은 뭐야. 그래도 부부로 살았다고 대우는 해주고 싶은가보지. 아, 밸도 없는 기집애.
10. 씬. 옥탑방.(밤)
호태, 문을 열면, 대통 라면냄비 들고 돌아서는.
대통 : 아니, 동생 어떻게 된 거야? 같이 퇴근하려고 쌍과부촌에 갔더니 잘렸다대.
호태 : (라면 냄비 들여다보며) 도대체 몇 개나 끓인 거예요?
대통 : 어? 어, 세 개.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더니 출출해서.
호태 : (젓가락 들고 다가앉는데)
대통 : 아니, 동생 얼굴은 왜 또 그모양이야? 누나한테 맞았어?
호태 : (라면을 먹으려고 하면)
대통 : (냄비 위로 몸 숙이면서) 동생은 그냥 끓여먹지, 난 딱 내 정량을 끓여서....
호태 : 진짜 치사해서. (일어나서 냄비에 물 받으며) 참, 뭐 하나 물어보겠는데....
대통 : (얼른 라면 먹으면서) 뭐?
호태 : 장기 어떤 거 팔았어요? 무지하게 먹어대는 걸로 봐선 위는 아닌 거 같고.
도망 다닐 때 뛰는 걸로 봐선 폐나 뭐 그런 쪽도 아닌 거 같고. 코 골고 자는 걸로 봐선 심장이 나빠서 헉헉거리지도 않고.
대통 : 뭘 새삼스럽게 그런 건 알려고 그래.
호태 : 내가 좀 알아봐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요. 장기 하나 떼내도 댁처럼 멀쩡하면 뭐 못할 것도 없어보이고.
대통 : .....
호태 : 도대체 어딜 떼어 팔았냐니까요?
대통 : (라면만 열심히 먹으면서 딴청하는)
호태 : (달려들어서 대통 웃옷 확 들어보면서) 여기에 이런 상처가 났으면 뭘 팔아도 판 거 같은데......
대통 : 동생?
호태 : 어디로 알아보면 돼요? 나도 알았으면 싶은데.....
대통 : 동생 이거......맹장 수술한 자국인데.....
호태 : (입 벌어지고)
대통 : 그거 동생이 몰라서 그런데 불법이야. 장기 밀매 같은 건 법으로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 거라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 나라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짓을 하면 안되는 거잖아?
호태 : (발로 대통 밀어내며 젓가락 들고) 라면 댁이 끓여먹어.
11. 씬. 동주의 집 거실.(밤)
할머니 우는 소리.
할머니E : 진가야, 진가야.
12. 씬. 동주모의 방.(밤)
동주모, 침대에 누워 자고 있다가 이불 걷어내며 일어나 앉는.
동주모 : (머리 쥐어뜯으며) 저 소리 때문에 자꾸 귀신 꿈 꾸는 거 봐.
할머니 흐느끼는 소리.
할머니E : 진가야. 진가야.
13. 씬. 할머니 방.(밤)
할머니 울면서 앉아있는.
할머니 : 금방 갔다 온다고 하더니 왜 안오냐? 진가야. 진가야. 나 배고픈데 어디 가서 안오냐? 내가 이젠 욕도 안할 건데.....
진가야. 나한테서 냄새 나는데..... 저년들은 힘들다고 목간도 안시켜주는데......
14. 씬. 거실.(밤)
동주모, 화가 나서 잠옷 차림으로 방에서 나오는. 그 와중에도 할머니 방에선 흐느끼는 소리 들려오고.
동주모 : 아줌마? 아줌마? (톤 높여서) 아줌마? 무슨 잠귀가 이렇게 어두워. (발악하듯이) 아줌마?
아줌마, 놀라서 부엌에서 나오는. 눈 부비면서.
동주모 : 그렇게 불렀는데 안들려요?
아줌마 : 할머님 우시는 소리 때문에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솜으로 막고 잤더니.
동주모 : 할머님 밥 좀 드리세요.
아줌마 : 지금요?
동주모 : 그래야, 잠을 잘 거 아니예요?
15. 씬. 동주모 방.(밤)
동주모, 들어와서 잠옷 가운을 벗는데.
동주모 : 그 사기꾼 년 있을 땐 어머니한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서 그거 하난 편했는데....
와장창 그릇 깨지는 소리.
동주모 : 이건 또 뭐야.
16. 씬. 할머니 방.(밤)
동주모 문 열고 들어오면. 아줌마 어쩔 줄 모르고 서있고.
할머니 화가나서 그릇 마구 집어던지는. 밥상이 쏟아져 엉망진창이다.
할머니 : 이년들아, 내가 식충이냐? 식충이야? 시도 때도 없이 처먹이고, 배 터져 죽으라고 고사들 지내냐? 이년들아?
동주모 : (난감한 표정으로)
17. 씬. 동주의 사무실.(아침)
동주,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는. 수혁, 들어오는.
수혁 : (놀라고) 동주야?
동주 : (눈 뜨는)
수혁 : 왜 여기서 자?
동주 : (일어나 앉는. 옷도 찢어져 있고 엉망이다)
수혁 : 옷은 또 왜 그렇구?
동주 : (피식 웃으며) 여자 없이 사는 티 내느라 그렇지 뭐.
수혁 : (앞에 앉는.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주 : 왜?
수혁 : 너 이렇게 흔들리는 거.....
동주 : (보면)
수혁 : 형규 자식 죽었을 때 이후론 처음이다.
동주 : 술이 좀 과했던 것 뿐이야.
수혁 : 승혜씨랑 살면서 힘들 때도 너 그정도까지 마시진 않았어.
동주 : .....
수혁 : 인연이 아니었으면 잊어버려라.
동주 : 미친 놈. 내가 그깐 여자 때문에 이러는 거 같냐?
수혁 : 너한테 제일 큰 약점이 뭔 줄 아냐? 잊어버려야 할 때 못잊는다는 거.
동주 : .....
18. 씬. 병원 전경.(낮)
19. 씬. 병실.(낮)
인영, 할머니 환자복 입히고 있는. 그 옆에 동현, 동주모, 서있는.
할머니 : 진가년 데려오라는데 네 년은 또 뭐야?
동현 : (난처한 표정으로) 나가보세요. 제가 할게요.
인영 : (인사하고 나가는)
동현 : (환자복 단추 채워주면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동주모에게) 어떻게든 새 간병인을 구하셨어야지.
동주모 : 하루도 못견디고 다들 도망 치는데 어떡하니. 내 눈 밑에 다크 서클 생긴 거 봐라. 잠을 재워줘야 살지.
할머니 : 진가년 찾아와, 진가년.
동주모 : 제발 그 년 얘기 좀 그만하세요.
할머니 : 나 죽는다고 해. 나 죽으려고 하니까 얼른 와서 보라고 하라니까.
동주모 : 어머님이 돌아가셔도 그 년은 다시 안불러들여요.
할머니 : (동현 손 덥썩 잡으며) 네 놈이 좀 찾아와라. 네 에미는 내 말 귓등으로도 안들어. 네 새 형수 좀 찾아와. 나 딴 년들은 싫여.
그 진가년이 있어야 해. 진가년 정이 많아서 나 죽는다고 하면 올거다. 그러니까 네가 좀 찾아봐. 네 새 형수 좀.....
동주모 : (버럭) 얘 형수가 어디 있다고 이러세요.
20. 씬. 음식점.(낮)
차연, 열심히 서빙하고 있는.
21. 씬. 나이트 클럽 앞.(밤)
대통, 술에 취한 손님 부축해서 나오면. 호태, 차 앞에 세우고, 손님 부축해서 차에 태우는.
대통 : 대방동까지 잘 모셔.
호태 : 네, 네,
대통 : 사장님 편히 들어가십쇼.
손님 : (만원짜리 꺼내 대통에게 주는)
대통 : 아이고, 감사합니다, 사장님. (호태에게) 잘 모셔. 팁 좀 나올거야.
호태 : 알았어요.
대통 : 그래도 나하고 붙어사니까 이런 자리도 얻어걸리는 거잖아. 그러니까 부탁인데.
호태 : (보면)
대통 : 내 라면 뺏어먹고 그러지 마. 나 그런 거 진짜 싫어하거든.
호태 : (얼른 차에 타는)
22. 씬. 음식점.(밤)
승혜, 김비서, 직원 1,2,3 앉아있는.
승혜 : 야근 하고 겨우 이런 거 먹으면 되겠어요?
직원1 : 야근 할 땐 국밥이 최곱니다.
차연, 물컵 쟁반 들고 다가오는.
차연 : 어서 오세요. (하다가 승혜를 보는)
승혜 : (놀라고)
23. 씬. 음식점.(밤)
승혜, 계산하고 있는. 주인 돈 받으면서.
주인 : 마지막 손님이라서 고기 넉넉하게 넣어드렸는데 맛있으셨나 모르겠네요.
승혜 : 네, 맛있었어요. (돌아보면, 차연, 빈그릇 치우고 있는)
24. 씬. 음식점 앞.(밤)
차연, 음식점에서 나오는. 승혜, 차에서 내리는.
차연 : (보는)
25. 씬. 포장마차.(밤)
승혜, 차연 소주잔 앞에 놓고 앉아있는.
승혜 : 생각해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더라구요.
차연 : (보면)
승혜 : 두 사람이 우리 이혼에 자원 봉사 했다는 말이요.
차연 : (픽 웃고, 소주 마시는)
승혜 : 고단하죠?
차연 : 사는 게 다 그렇죠 뭐.
승혜 : 일자리를 좀 알아봐줄 수도 있는데....
차연 : 왜요?
승혜 : 도둑이 제 발 저린 심정이겠죠. 차연씨 나 때문에 신동주라는 남자와 이혼까지 하게 됐던 거구.
차연 : 그런 거면 이거면 됐어요. (소주 잔 들어 보이며)
시간 경과.
차연 : (흥얼거리는 느낌으로 노래하는)
승혜 : 차연씨 노래 잘하네요.
차연 : (노래 끝내고, 소주 마시고)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왜 그랬어요?
승혜 : (보고)
차연 : 신동주 친구라는 비서분한테 대충 얘기 들었어요. 두 사람 악연에 대해서.
승혜 : ......
차연 : 가난한 애인 버렸다면서요?
승혜 : (쓰게 미소 짓는)
차연 :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사랑하면 돈 좀 없어도 버리고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사랑이라는 게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승혜 : .....
차연 : 아무리 집안 어른들이 강압을 했든 뭘 했든, 자기가 버려서 죽은 애인 친구하고 결혼까지 하고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승혜 : 아니죠.
차연 : (보면)
승혜 : 그러면 안되는 거죠. 차연씨 말이 맞아요.
차연 : (눈 꿈뻑이면서 보는)
승혜 : 그런데 이상한 건요, 인생이라는 게 사람을 막 그런 쪽으로 밀어갈 때가 있더라구요.
차연 : 내가요,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댁이요. 많이 배우고 고상하고 말하는 것도 디게 똑똑해 보이고.
절대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거든요.
승혜 : 고맙네요.
차연 : 그래서요, 댁이 진짜 더 못마땅해요. 인생이다 뭐다 어려운 말로 어물쩡 변명 하는 것도 마음에 안들고.....
승혜 : 나도 내가 마음에 안들어요.
차연 : (물끄러미 보는)
승혜 : 피부 관리 같은 거 해본 적 있어요? 아는 선배 언니가 강남에서 꽤 큰 피부관리실을 하는데 안마 일도 해보고 했으니까.....
차연 : 저요. 댁들하고 다시 얽히는 거 싫거든요. (일어서며) 술 잘 마셨어요. (돌아서는)
26. 씬. 병원 일각.(밤)
차연, 앉아있는.
차연 : 미쳤어, 미쳤어. 이게 왠 떡이냐 하고 얼른 네 그러겠습니다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꼴에 댁들하고 다시 얽히는 거 싫거든요. 웃긴다, 진차연. 네가 지금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냐. (머리 흔들며) 아, 몰라, 몰라.
그냥 싫은 걸 어떡해, 그 여자하고 얽히면 안될 거 같은데 어쩌냐구. (가슴 쓸어내리며) 진짜 이상하네.
왜 그 여자만 보면 미안하고 이러냐. 내가 지 남편 뺏아 산 것도 아닌데. 즈네가 그러자고 해서 그런 건데....
27. 씬. 스테이션 앞.(밤)
차연, 보숙, 수정에게 캔 음료 하나씩 주는.
차연 : 애만 맡겨놓고 정말 죄송해요. 별 거 아니지만 제 성의니까.
수정 :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보숙 : 두리 아빠는 바쁘신가 봐요, 밤엔 꼭 들리시더니.
수정 : 진짜 왜 그래? 두리 아빠한테 진짜 관심 있는 거 아니야?
보숙 : 얜, 맨날 보던 분이 안보이니까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내가 설마 애까지 있는 남자한테.....(입 다물고)
차연 : 그럼 수고들 하세요. (걸어가는) 참 여자들 속은 알 수가 없지. 이호태 그런 자식도 남자라구. (하면서 걸어가는데)
할머니, 병실 문을 기어서 나오는.
할머니 : 이년들아, 다들 어딜 간겨? 아무도 없어? 아무도....
차연 : (놀라서) 할머니?
할머니 : 진가야?
28. 씬. 병실.(밤)
할머니, 옷 갈아입히는 차연.
차연 : 그렇게 기어 나오시면 어떡해요. 싸셨으면 여기 이 단추를 누르셔야죠. 그러면 간호사들이....
할머니 : (차연 손 덥썩 잡으며) 이제 온겨? 아주 온겨? 심부름 다 하고 온겨?
차연 : .....
할머니 : 진가야? 내가 욕해서 싫냐? 내가 자꾸 머리끄댕이 잡고 그래서 싫은겨? 그래서 도망 간겨?
차연 : .....
할머니 : 내가 욕 안하면 되잖여. 욕도 안하고 머리끄댕이도 안잡고 그러면 되잖여? 그러니까 도망가지 마.
그 나쁜 년들이 날 방에다 가둬두고, 밥도 안주고, 오줌 싸도 옷도 안 갈아입혀 주고.....
차연 : (울먹해지는) 우리 할머니 고생하셨나보네.
할머니 : 고생 말도 못해. 그러니까 네 년이 심부름 갔다가 얼릉 얼릉 와야지. 내가 지금 욕 했냐?
들어오는 동현.
동현 : ....
차연 : (어색하게 인사하는)
동현 : 형 들를지도 모르는데 그만 나가보시죠.
차연 : 할머니, 저 물 좀 떠가지고 올게요.
할머니 : (차연 잡으며) 또 도망가려구? 못가. 못가.
차연 : 할머니, 잠깐만이요. 잠깐이면....
동주모, 동주 들어오는.
동주모 : 너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차연 : .....
할머니 : 나 찾아왔는데 네가 왜 난리야?
동주모 : 어머니.
할머니 : (차연 잡으면서) 가지마라, 가지마, 진가야. 저 것들은 다 아무짝에도 쓸데 없어. 난 너하고 놀겨. 너하고만 놀겨.
동주모 : (할머니 잡으면서) 뭣들하니? 저 물건 끌어내지 않고. 어서들 끌어내지 않고 뭐해?
동주 : (차연을 팔을 잡고 나가는)
할머니 : 진가야, 진가야. 어디 가냐? 가지마, 가지 말라니까. 동주야 이 놈아.
29. 씬. 병원 복도.(밤)
동주, 차연의 팔을 잡고 끌고 가는.
보숙 : 신동현 선생 형 아냐?
수정 : 왜 저 분이 두리 엄마를.....
보숙 : 두리 엄마는 아니라니까. 두리는 이호태씨 아들이라구.
수정 : 그럼 뭐야? 이호태씨랑 저 분이 내연의 관계야? 두리는 지 엄마라고 하던데.
보숙 : 그럼 왜 두리가 이호태씨 호적에 올라있겠니? 저번에 두리 아빠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고아원친구 사이라드라.
수정 : 그럼 신동현 선생 형하곤?
보숙 : (갸우뚱) 그러게, 저 관곈 또 뭐래.
30. 씬. 병원 일각.(밤)
동주, 차연의 팔을 놓고 돌아서는.
동주 : 뭐하는 수작이야?
차연 : 수작?
동주 : 할머니 편 만들어서 못 받은 위자료라도 좀 받아보시겠다?
차연 : (기가 막히고)
동주 : 그게 아니면, 댁이 왜 우리 할머니 병실에 있는데?
차연 : 생각하는 거 하곤, 남들도 다 너 같은 줄 알지?
동주 : (비웃으며) 왜? 술집 나가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하던가? 기둥서방께서? 할머니 구워삶으면 뭣 좀 생기겠다 싶었나?
차연 : 내가 너같은 인간이랑 무슨 말을 하겠냐? 내 입이 더러워질 거 같아서 말을 안섞는다 내가.
동주 : 그렇게 고상하신 분께서 왜 우리 할머니 병실까지 찾아오셨을까?
차연 : 할머니 잘 모셔.
동주 : 어쭈, 충고씩이나.
차연 : 얼마나 외로우시면 나같은 걸 저렇게 목매게 찾으시겠냐?
동주 : 아, 그랬던거군. 나중에 할머니 이용해서 뭣 좀 챙길 수 있겠구나 싶어서 그렇게 할머니, 할머니 하면서 아양을 떨었던 거군.
차연 : 진짜 너란 인간.....질린다.
동주 : 내가 너한테 질린 것만 하겠냐.
차연 : 나 할머니 이용해서 뭣 좀 챙길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같은 거 할 정도로 머리 좋은 인간 아니야.
동주 : 하긴 그런 머리가 있었으면 3년에 10억 챙길 수 있는 일자리를 놓쳤겠냐.
차연 : 어쩌다 너란 인간을 만났는지 진짜 한심하다. 너 아니었으면 나 사이판에서 잘 살고 있었어.
가뜩이나 열 받아있는 사람 건드리지마라, 신동주. (돌아서는)
동주 : ......
31. 씬. 병실.(밤)
동주모, 동현 서있고, 할머니 잠들어 있는.
동현 : 진정제 놓았으니까 아침까진 주무실 거예요.
동주, 들어오는.
동주모 : 대체 할머니 입원해계신 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동주 : 여긴 제가 있을테니까 들어가세요.
동주모 : 네가 뭐하러 여기 있어. 지방 갔다오느라 너도 피곤할텐데, 들어가서 쉬자.
동주 : 들어가세요.
동주모 : 글쎄 네가 여기 뭐하러 있냐구?
32. 씬. 나이트 클럽 앞.(밤)
대통 서있고, 호태 걸어오는.
대통 : 오늘 세 탕 했지?
호태 : 손님들 아직 있죠?
대통 : 대리 부를 손님들은 거의 다 빠졌어. 참, 동생.
호태 : 왜요?
대통 : 동생한테는 내가 진짜 은인인가보다.
호태 : 은인들이 지난 장마통에 다 물에 빠져 죽었대요?
대통 : 말 좀 정감있게 해라. 주방에서 일할 아줌마 하나 필요하댄다.
호태 : (보고)
대통 : 누나한테 딱이겠지?
33. 씬. 병원 일각.(밤)
대통, 호태 서있고. 차연 일수 찍으며 앉아있는.
차연 : (돈 주머니에 넣으면서) 내가 그쪽으론 전문이죠.
대통 : 내가 그럴 줄 알았어요, 누나. 그리고요, 누나. 제가요 생각을 해본 건데요. 우리 나이트 클럽에서 일하는 가수들 있거든요.
차연 : (화들짝) 가수로도 뛸 수 있는 거예요? 내가 노래론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사람인데.
대통 : 일하는 가수들이 김밥 같은 거 잘 사먹거든요. 자기 순서 기다리면서 심심하기도 하고 출출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래서 제 생각엔요, 누나가 김밥 좀 만들어서 팔면 부수입도 올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차연 : 아, 네.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네요.
대통 : 그렇죠? 누나? 제가 옆에 있으니까 참 쓸모 있죠?
34. 씬. 병실.(밤)
할머니 잠들어 있고, 동주 옆에 앉아있고, 동현 그 옆에 서있는.
동주 : 호출 없을 때 가서 좀 쉬지 그러냐?
동현 : 할머니 때문에 온 거 아닐거야.
동주 : (보고)
동현 : 진차연씨.
동주 : .....
동현 : 애가 하나 입원해 있어.
동주 : 애?
동현 : 이호태라는 사람 아들 앤데....
동주 : ......
동현 : 두 사람이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친구 사이래. 나도 자세한 건 몰라, 간호사들이 하는 얘기 주워들은 거니까.
그 꼬마 때문에 병원에 거의 매일 와.
동주 : (기가 막히고) 애까지 있는 놈이다.
동현 : 애 상태가 안좋아.
동주 : (빈정거리는 투로) 왜 죽을 병이라도 걸렸냐?
동현 : 타이로 신혈증이라고 희귀한 병이야. 약값도 많이 들고, 간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병인데....
그래서 그 꼬마 때문에 들렀다가 우연히 할머니를 보게 된 거 같아.
동주 : ......
35. 씬. 병원 복도.(밤)
동현, 걸어오는데, 은우 비상계단으로 나가고 있는.
36. 씬. 병원 옥상.(밤)
동현, 걸어가면, 은우 아래를 내려다보고 서있는.
동현 : 뭐하려구요?
은우 : (돌아보고)
동현 : .....
은우 : 나 안죽어요.
동현 : 당연히 그래야죠.
은우 : 한번 그냥....내려다본 거예요. 또 떨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나 안생기나.
동현 : 그래서요? 안 생겨요?
은우 : 네. 나 내일 퇴원 할 거예요.
동현 : (보고)
은우 : 그쪽이 나 귀찮아 하니까.
동현 : 그래서 퇴원하겠다구요?
은우 : 그냥 신경이 좀 쓰인다면서요? 그거 이젠 안하게 해주려구요. 내가 안보이면 신경 쓰이는 거 안하게 될테니까.
동현 : 나 때문이면 그럴 거 없어요.
은우 : 아니요. 퇴원 할 거예요. 내가 그쪽한테 해줄 있는 유일한 일인 거 같으니까. 그쪽은 나한테 해달라는 게 아무 것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거라도 해줄 거예요. 뭐든지 해주고 싶으니까.
동현 : .....
37. 씬. 병원 복도.(밤)
동주, 자판기에서 커피를 꺼내마시는. 호태, 걸어오는.
동주 : (보고)
호태 : 웬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
동주 : 내가 너한테 왜 웬순데?
호태 : 네가 얼마나 차연이 인생을 꼬이게 만들었는지 모르냐?
동주 : 또라이 같은 놈.
호태 : 이 자식이. (주먹 쥐면서) 그래, 좋다, 오늘 정식으로 한판 붙자. 한달 넘게 실컷 부려먹고선 위자료 한푼 없이 내쫓은
차연이 복수를 내가 오늘 해줄거니까.
동주 : 왜 그 돈으로 네 새끼 병 못고치게 되서 억울하냐?
호태 : (이게 무슨 말인가 눈 꿈뻑이며 생각하다가) 그래, 이 자식아, 억울하다, 억울해서 오늘 주먹이라도 좀 날려봐야겠다.
동주 : 사내 자식이 왜 인생을 그 따위로 사냐?
호태 : 사돈 남말 하고 있네.
동주 : 네 새끼 병 고치자고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를 그딴식으로 이용하냐?
호태 : 네가 차연이 이용한 건?
동주 : 인생 그딴 식으로 지저분하게 살지 마라.
호태 : 이 새끼가.....(주먹 날리고)
동주 : (비틀하고)
호태 : 이건 저번에 맞은 복수고. (다시 주먹 날리는)
동주 : (얼굴 돌아가고)
호태 : 이건 차연이 이용한 복수고....
동주 : 이제 내 차례냐? (주먹으로 호태의 얼굴 갈기고)
호태 : (넘어지고) 이 새끼가 치사하게, 꼭 반지 낀 손으로.....
호태, 동주 엉켜서 업치락 뒷치락 하는. 거의 동네 양아치들 싸움처럼, 머리도 잡고, 호태는 꼬집기도 하고.
차연E : 지금 뭣들 하는 건데?
호태, 동주 돌아보는.
동주 : (일어서며) 진짜 우스운 것들하고 얽히니까 사람 꼴 우습게 되네.
호태 : 저 새낀 저거. 끝까지 폼 잡는 거 봐라, 저.
동주 : (옷 툭툭 털면서, 차연 옆으로 지나가며) 아줌마 인생도 참 어지간하십니다. (걸어가는)
호태 : (얼른 차연 옆으로 다가와) 저 자식이 뭐라고 하디?
38. 씬. 병원 일각.(밤)
호태 얼굴에 연고 발라주는 차연.
호태 : 그 새끼 진짜 치사하지 않냐? 그 새끼 그거 반지 끼고 다니는 이유가 있을 거야.
차연 : 조용히 좀 살자, 이호태.
호태 : 그 자식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니까. 그 머리 나쁜 새끼, 뭐라는 줄 아냐? 내가 내 새끼 병 고치려고 너 이용해 먹고 있단다?
내가 이 이호태가?
차연 : 그래서? 두리가 내 애라고 말했냐?
호태 : 그럴 틈이나 있었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하고 주먹부터 날렸지.
차연 : 하여간 그 싸가지는 뭐든 지 마음대로 생각하지.
호태 : 10억도 좋지만, 너 그런 새끼랑 1년만 같이 살았어도 정신병원으로 갔을 거다. 뭐든 지 마음대로 생각하는 놈이 사람
한번 돌게 만들자 작정하면 그거 시간문제거든. 그리고 그 자식 하는 걸로 봐선 3년 지났어도 10억 절대 안줬다.
그럴 놈이면 위자료 한푼 안주고 널 내쫓았을 리가 없어요.
차연 : 내 생각도 그렇다.
호태 : 야, 차연아,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뜰라나보다. 너하고 내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거, 이건 거의 기적같은 일이다, 기적.
39. 씬. 병실.(밤)
두리, 잠들어 있고, 호태, 차연 옆에 서있는.
차연 : 우리 두리 퇴원 시키자.
호태 : 왜 그 자식이랑 자꾸 마주칠까봐?
차연 : 병원에서 더는 사정 못 봐주겠단다.
호태 : .....
차연 : 우선은 퇴원 시켜놓고 돈 좀 모아보자.
40. 씬. 옥상.(낮)
차연, 주인 아줌마 얘기하고 있는.
주인 : 아이고, 그런 사정이 있다는데.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퇴근들 할 때까지 아래에 데리고 있을 테니까.
차연 : 고맙습니다, 제가 따로 인사는....
주인 : 그런 소리 말아요. 이 집 사정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애 병 고쳐보자고 젊은 양주가 그렇게 열심히 뛰는데
내가 어떻게든 도와줘야지.
차연 : 고맙습니다, 제가 이 은혜는.....
주인 : 그런 소리 말라니까. 그보단 그 방씨부터 내보내야 하지 않겠어? 그 사람 데리고 있어봐야 도움 될 거 전혀 없을텐데.
대통, 쌀자루 들고 올라오다가.
대통 : 아니, 아줌마, 진짜 왜 그래요? 나하고 무슨 전생에 웬수를 진게 있는 것도 아닌데.
주인 : (차연에게 눈 꿈뻑이며) 잘 생각해봐, 저 사람 붙여줘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대통 피해서 아래로 내려가는)
대통 : 아, 나는 왜 이렇게 인복이 없냐?
41. 씬. 옥탑방.(낮)
밥상 앞에 놓고 앉아있는 차연, 호태, 대통, 두리.
대통 : (밥 퍼 먹으며) 아, 우리 누나 음씩 솜씨 너무 좋으시다. 김치찌개 끓이시는 솜씨가 환상이예요.
호태 : 김치찌개 내가 끓였거든요.
대통 : 밥도 너무 꼬들꼬들하니 맛있어요.
호태 : 밥도 내가 했거든요.
대통 : 요, 시금치 무침.
두리 : 이것도 호태 아저씨가 한 거예요.
대통 : 그, 그럼 누난 뭘 하셨어요?
두리 : 우리 엄마는 호태 아저씨 감시하는 게 전문이예요.
대통 : 아, 네, 어려운 일 하시는구나.
차연 : 제가 워낙 바깥 일에 바쁘다보니 음식 솜씨를 키울 틈이 없었어요.
대통 : 아, 그러셨구나. 원래 사람 관리하는 게 제일 힘들죠. 특히 우리 동생처럼 천방지축인 스타일은.
호태 : (노려보며) 근데 잠은 어디서 잘 거예요?
대통 : 응?
호태 : 방이 하나잖아요.
42. 씬. 옥탑방.(밤)
가운데 커튼이 쳐져 있고, 두리 차연 끌어안고 자고 있는. 반대쪽에 호태 자고 있는.
차연 : 너무 냉정한 거 아닐까?
호태 : 방이 좁은 데 어쩌냐, 그럼.
차연 : 네 쪽에서 같이 자도 되겠구만.
호태 : 아, 싫어, 싫어. 그 인간 코를 얼마나 고는데. 거기다 발길질은, 킥 복싱 선수 저리 가라다.
43. 씬. 옥상.(아침)
차연, 문 열고.
차연 : 식사 하세요.
대통E : 네, 누나.
대통, 텐트 자크 쫙 열면서 나오는.
대통 : 상쾌한 아침이네요, 누나.
차연 : 잘만은 해요?
대통 : 그럼요, 꼭 캠핑 나온 거 같고, 좋아요.
차연 : 얼른 들어와서 씻고 아침 드세요.
대통 : 네, 누나. 오늘 아침은 무슨 반찬이예요? 개구리 반찬?
차연 : (뜨악하니 보는)
대통 : 나의 유머 감각은 시도 때도 없이 발동을 하네요.
44. 씬. 옥상.(낮)
호태, 김밥 싸고 있고, 차연 단무지, 소세지 자르고 있는. 두리 옆에 앉아있는. 대통 연신 김밥 주워먹는.
차연 : 30줄 정도만 팔리면 좋겠는데.
대통 : 웨이터 애들까지 사먹는 날은 50줄도 넘게 팔리던데요.
차연 : 그래요. 그럼 20줄 더 싸자.
호태 : 야, 야, 그래도 못팔고 남는 것보단 모자라는 게 나아. 처음엔 분위기 파악도 할 겸 30줄만 싸가지고 나가서...
(김밥 주워 먹으려는 대통 손 주걱으로 탁 때리고) 파는 것보다 먹어 없애는 게 더 많겠네.
차연 : 먹는 데는 개도 안 때린다드라.
대통 : 역시 누나 밖에 없어요.
호태 : 그럼 개만도 못한가보지.
대통 : 동생은 말을 너무 살벌하게 하는 경향이 좀 있는 거 같드라. 아, 그리고 나 오늘부터 닉네임 좀 바꿀까하는데.
호태 : 차인표가 어때서요?
대통 : 아니야, 아무래도 나한테는 다니엘 헤니가 더 나을 거 같아.
45. 씬. 나이트 클럽 식당.
대통, 다니엘 헤니 명패 달고 들여다 보는. 차연, 직원들과 설거지 하고 있는.
대통 : 어때요? 누나? 할만해요?
차연 : 제가 이쪽으론 프로페셔널이라니까요.
대통 : 아, 누나, 발음 좀 구르신다.
차연 : 호태는요?
46. 씬. 나이트 클럽 대기실.
호태, 출연하는 가수들에게 김밥 팔고 있는.
호태 : 여기 국물도 좀 드시고.
주경 : (국물 받아마시며) 오빠? 저번 김밥보다 맛있지?
상철 : (김밥 먹으면서) 어디 새로운 데서 떼오나보네?
호태 : 아닙니다, 제가 직접 새벽시장에 가서 재료 떼다가 만든 겁니다.
주경 : 그래요? 어쩐지 맛이 틀리드라.
여가수 1 들어오면.
주경 : 언니, 김밥 좀 먹어. (호태에게) 아저씨, 세 줄만 더 줘봐요.
호태 : 네, 네, 알겠습니다.
여1 : 상철이 너 요즘 노래 뜨더라.
상철 : 누난 뜬지가 언젠데.
주경 : 무조건 다음 곡은 뭐니?
호태 : 무조건? 아, 그럼 그 박상철씨세요?
상철 : 트로트 가수는 이래서 안돼. 노래는 떠도 얼굴을 모르잖아.
호태 : (갑자기 일어서서 손 바지에 닦고, 악수 청하는) 반갑습니다. 저 팬이예요.
상철 : 아, 네, 그럼 다음부턴 내 김밥에 소세지 좀 더 넣어줘요.
호태 : 네, 네, 알겠습니다.
주경 : 내 노랜 몰라요?
호태 : 네?
주경 : 나 당돌한 여자 불렀는데.
호태 : 아, 세상에나, 세상에나. 저 진짜 팬인데.....
47. 씬. 나이트 클럽 식당.
호태, 차연에게 돈 주는.
호태 : 야, 내일부턴 50줄은 싸야겠다. 오늘 같으면 70줄도 팔겠다.
차연 : 삥 친거 없지?
호태 : 넌. 야 그리고 여기 물 너무 좋아. 너 무조건 알지?
차연 : 뭐?
호태 : 박상철이 부른 무조건, 그리고 당돌한 여자 알지?
차연 : 그 가수도 여기 나오냐?
호태 : 나 악수도 했잖냐? 내가 나중에 너 소개 시켜줄게. 너 당돌한 여자 진짜 끝내주게 부르잖냐?
차연 : 대통 아저씨가 일하는데라서 3륜지 알았더니 여기 유명한 덴가 보다.
호태 : 그런 가수들하고 친하게 지내면 또 누가 아냐? 너도 가수로 데뷔할 길이 생길지.
차연 : 가수는 아무나 되냐. 김밥이나 열심히 팔자.
대통 : (들여다보며) 동생 뭐해? 대리, 대리.
호태 : 네, 네, 갑니다요. 야, 우리 오늘 돈 좀 만지나보다. 벌써부터 대리 기사 찾는 손님이 다 있고.
48. 씬. 스테이션 앞.(밤)
정민, 챠트 수간호사에게 넘겨주는.
정민 : 박풍수 선생님은 수술 끝나셨나?
간호사들 근무하고 있는.
수간호사 : 아니요. 선생님.
정민 : (시계 보면서) 뭐? 아직? 그럼 벌써 몇 시간째야?
수간호사 : 10시간 넘어가요.
정민 : (걱정스러운) 노인네 체력이 감당이 되나.
49. 씬. 수술실 앞.(밤)
정민, 걸어오는. 풍수, 수술실에서 수술 가운 입고 초췌한 모습으로 나오는.
정민 : (다행이다 싶어 반색을 하는데)
보호자들 풍수 곁으로 다가가는. 30대 중반의 남자와 60대의 노파.
남자 : 선생님 어떻게.....
풍수 : (어두운 표정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남자 : (어두워지고)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술이라도 시켜봐야 원이 없을 거 같아서....
노파 : (주저앉아 통곡하는) 아이고, 에미야. 아이고...아직 서른도 안 넘었는데.... 그 어린 것은 어떡하라구?
남자 : 언제쯤 깨어날까요?
풍수 : 죄송합니다. 수술을 견디기엔 워낙 약해져 있어서.....
남자 : (털썩 주저 앉는)
풍수 : (난감하고 슬픈 표정으로)
정민 : (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노파 : 뭐여? 그럼 수술실에서 죽었단 거여? 유언도 한마디 못하고..... (풍수에게 매달리며) 그래도 살려서는 나와야지.
어떻게 그렇게 맥없이 보낸대요? 마지막으로 말은 한마디 들어야지. 산 사람들 가슴에 이렇게 못을 박으면.....
남자 : (노파 말리면서)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다른 병원에선 수술도 안시켜준다고 했었잖아요.
노파 : 그래도 살아서 들어갔으면 살려서는 나와야지.
남자 : 어머니, 어머니. 이러지 마시라니까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어서 가세요, 선생님.
풍수 : (할 수 없이 발걸음을 옮기다가 정민을 보는)
정민 : (애잔한 느낌으로 보는)
50. 씬. 풍수의 진료실.(밤)
풍수, 들어와 힘없이 주저 앉는. 정민, 들어오는.
정민 : 내가 술 한잔 살게.
풍수 : .....
정민 : 박선생?
풍수 : .....
정민 : 박풍수 선생, 술 한잔 하자구?
풍수 : 먼저 가라.
정민 : 그러지 말고 나가자. 내가 거하게 한잔 살게.
풍수 : 나.....혼자 좀 있고 싶은데.....
정민 : (보다가 하는 수 없이 나가는)
풍수 : (손을 깍지 끼고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51. 씬. 병원 복도.(밤)
정민, 일상복 차림으로 퇴근하는. 걸어오는 수정, 보숙.
수정 : 지금 들어가세요?
정민 : 참, 저기.....오늘 박풍수 선생님 기분 그러시니까 간호사들이 좀 웃겨드려봐요.
보숙 : 수술 잘못 되셨어요?
정민 : .....갈게. (걸어가면)
보숙 : (수정에게) 어쩌냐.
수정 : 그 수술 원래 가망 없었던 거잖아. 아무리 박풍수 선생님이라도 가망 없는 환자를 어떻게 살려.
보숙 : 그렇긴 하지만 박풍수 선생님 후유증 오래 가시잖니.
52. 씬. 풍수의 진료실.(밤)
풍수, 의자에 기대서 두 눈을 감고 있는. 수정, 보숙 문 여는.
수정 : 선생님? 저희 야식 먹는데 같이 드세요.
보숙 : 순대 사왔어요, 선생님 좋아하시는 간하고 허파도 많이 받아왔는데요.
풍수 : (눈 감고 있는)
보숙 : 선생님? 고간호사 오늘 루즈 색깔 못보셨죠?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섹쉬 칼란데요.
풍수 : 문 좀 닫아줘요.
수정, 보숙 눈치 보고, 살며시 문 닫는.
풍수 : (눈도 뜨지 않고 그대로 앉아있는)
53. 씬. 동주의 사무실.(밤)
동주, 우두커니 앉아있는. 밖에서 들리는.
수혁 : 안 계신다는데 정말 왜 이러십니까?
문 벌컥 열리고. 유경 들어오는. 따라 들어오는 수혁.
유경 : (수혁을 노려보는) 정말 이러실 거예요?
동주 : 됐다. 퇴근 해라.
수혁 : (난처한 표정으로 문 닫는)
유경 : (동주 앞으로 다가오며) 정말 왜 이래요? 하루 종일 전화도 안받고. 사람들 시켜서 거짓말이나 하고.
동주 : 너 나한테 뭐니?
유경 : (멍하니 보고)
동주 : 너 내 마누라야?
유경 : 동주씨?
동주 : 근데 왜 사람한테 이렇게 치대?
유경 : 동주씨. 아직도 화난 거예요? 그 여자 뒷조사 해서 어머님한테 알렸다구? 내가 알리지 않았으면 몰랐을까봐서요?
그랬으면 동주씨나 어머님이나 다 그 여자한테 놀아났을 거잖아요?
동주 : (일어서서 웃옷 입으며) 내가 네 기를 너무 살려놨나보다.
유경 : (팔 잡으며) 제발 말을 해줘요.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우리 예전엔 이렇지 않았잖아요?
사이판 가기 전만 해도, 우리 이렇지 않았어요.
동주 : 그땐 네가 지금처럼 지겹진 않았거든. (냉정하게 나가는)
유경 : (따라나가면서) 동주씨, 동주씨.
54. 씬. 동주의 회사 건물 복도.(밤)
동주, 나와서 엘리베이터에 타는. 유경 따라오는.
유경 : 동주씨, 동주씨.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하는데, 유경 무릎을 꿇는. 울면서 동주를 올려다보는.
동주 : (딱한 시선으로 보다가. 하는 수 없이 버튼을 누르는, 다시 열리는 문) 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