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 하나 갖고 싶다
- 박 건 호 -
돌아서면 가슴이 아리다 막연한 사랑만으로는 너를 잡아둘 수 없는데 어찌하면 좋은가 벌판에 그냥 홀로 너를 남겨둔 채 나의 숲으로 돌아가기는 싫다
새장이라도 하나 마련하여 가둬둘 수 있다면 그리하여 다른 곳에서 오는 모든 전파는 차단하고 오직 나의 언어만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네 귀의 싸이클을 고정시켜 놓으리라 너의 깃털 위에는 바람기가 묻어 있고 너의 눈은 창공을 향해 뻗어 있다
유혹하는 노고지리의 속삭임이 아니더라도 어쩌다 독수리나 매의 발톱에 찢기기라도 한다면 나에게는 더욱 커다란 상처가 남으리라
새장 하나 갖고 싶다 창살은 마음과 마음을 예쁘게 엮어 얽어매고 저 창공보다도 넓은 융단을 깔아 놓고 이 우주에는 하나 밖에 없는 스위트 홈이라 하리라
새장 하나 갖고 싶다 내 가슴 한 복판에 네가 들어와 살 수 있는 영원한 새장 하나 갖고 싶다.
- 이기영 교수, 박건호 시인, 최동호 교수, 장수경 -
몇 해 전 , 박건호 선생님과 나는 어떤 심사 때문에 고려대 최동호 교수님의 사무실을 찾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선생은 내게 이 시를 읽어보라시며 새삼 페이지를 펼쳐 주셨다.
쿡- 웃었다. 가히 언어의 마술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선생은 작품에서는 물론이고 평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기에 그렇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박인희 님의 <모닥불>을 시발점으로 금구슬 옥구슬 같은 3천여 곡의 노랫말로
우리들 가슴에 곱게 수채화를 그려주었던 선생은 지난 해 12월 우리들 곁을 떠난 후,
더 고운 감성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 선생과 나는 어렵사리 문학웹진을 만들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고,
홈피를 공개한 한 달쯤 뒤엔 많은 문인들이 속속 참여하면서, 페이지를 늘려 나가며
긴긴 세월 많은 일을 함께 했기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내 가슴에 있다.
오늘 새벽, 얼마 전부터 머릿속을 맴돌던 새에 관한 시 한편을 퇴고하면서
선생의 이 시가 생각나 메모해 본다.
영혼이 자유로운 하늘에서 더 많은 새들과 훨훨 날아다니셨으면 한다.
때론 새장을 만들기도 하면서......
(장수경)
http://cafe.daum.net/Endkdpahdk
첫댓글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하늘나라에서 더 재밌는 말씀으로 천상을 즐겁게 하실 겁니다. -_- 귀한 메모, 감사합니다.
*^^*
건호 씨, 그 곳에서도 잘 지내리라 믿네......
저도 그러시리라 생각합니다.
태어날땐 순서가 있지만....세상을 떠날땐.. 순서가 없다 합니다..누구나 받아들여할 운명인 만큼..먼곳에서도 기다리는 님들이 있답니다...좋은곳에서 행복하시길 빕니다..
그저께 지인의 따님이 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는 비보를 듣고 참으로 하늘 가는 길은 순서가 없다는 생각을 했지요. 사는 동안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지요.
골골 팔십이라고, 조심하면서 나보단 더 오래 살겠거니 했는데,막상 볼 수 없다 생각하니 벌써 그리워집니다.
그러게요. 아쉽네요.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새장에 꼭 가둬두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요.
첫댓글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하늘나라에서 더 재밌는 말씀으로 천상을 즐겁게 하실 겁니다. -_- 귀한 메모, 감사합니다.
*^^*
건호 씨, 그 곳에서도 잘 지내리라 믿네......
저도 그러시리라 생각합니다.
태어날땐 순서가 있지만....세상을 떠날땐.. 순서가 없다 합니다..누구나 받아들여할 운명인 만큼..먼곳에서도 기다리는 님들이 있답니다...좋은곳에서 행복하시길 빕니다..
그저께 지인의 따님이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는 비보를 듣고 참으로 하늘 가는 길은 순서가 없다는 생각을 했지요. 사는 동안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지요.
골골 팔십이라고, 조심하면서 나보단 더 오래 살겠거니 했는데,막상 볼 수 없다 생각하니 벌써 그리워집니다.
그러게요. 아쉽네요.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새장에 꼭 가둬두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요.